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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P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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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HhHhHhHh
작품등록일 :
2019.04.01 12:07
최근연재일 :
2019.05.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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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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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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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3)

DUMMY

가트는 태연하게 옆에 있는 사이클롭스를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사이클롭스가 소환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내내 입을 벌린 채 감상하고 있었던 무트는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 뭐가? 하나도 안 무서운데?”


사실 무트의 솔직한 심정은 ‘공포’였다. 무트는 이런 자신이 부끄러웠다.


방금 제 입으로 외모가 어쩌느니 하며 말한 게 있었으니 말이다.


가트가 이런 사실을 못 알아챌 리 없었다.


“제 심정에 솔직해도 된다, 무트. 강요하는 게 아니야. 그 마음 이해해. 하지만 내가 뭐라 했냐, ‘사이클롭스’는 지상 누구보다 순수한 생물이라 했지? 이건 내가 감히 호언장담할 수 있어.”


하지만, 가트가 추가로 안심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을 유발하는 흉악한 외모는 어쩔 수가 없는지 무트는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약간 겁을 먹은 모양새였다.


“역시 이 부분은 내가 어찌할 수준이 아닌 것 같군. 이 사이클롭스는 내가 신뢰하는 여럿 중 하나니 네가 직접 이 친구와 대화를 나눠보고, 내가 강조했던 ‘사이클롭스’라는 생물이 소유한 순수하고도 올곧은 마음을 몸소 느끼는 게 좋을 것 같구나. 그럼, 깨워보마.”


가트는 박수를 ‘짝, 짝, 짝’ 하고 세 번을 쳤다.


그러자, 굳게 감겨있던 사이클롭스의 하나뿐인, 거대한 눈꺼풀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 올라왔을 땐 사이클롭스는 역시나 무트가 그랬던 것처럼 익숙하지 않은 풍경에 당황했는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대면서 허둥지둥 대었다.


가트는 그런 사이클롭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았지만, 무트는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가트는 또 아까처럼 손뼉을 쳐서 주의를 끌었다.


“자, 자. 당황하지 말고 이쪽을 보게, 겐트.”


그제야, 하나밖에 없는 눈은 제 갈 길을 찾은 듯이 가트를 직시했다.


그러자, 금세 사이클롭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아니, 이게 누구야, 위대한 신이자 내 오랜 친구인 가트 아닌가?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아아, 자네가 날 소환한 건가?”


겐트라는 이름의 사이클롭스는 쩍쩍 갈라지는 건조한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하, 그렇네. 말도 없이 불러내서 미안하군.”


“역시 그랬었군. 나무를 패고 있는데, 느닷없이 주변 풍경이 바뀌어서 많이 놀랐어.”


“그게 정말인가? 내가 자네 일을 방해한 꼴이 됐군. 미안하네.”


“아닐세, 난 괜찮아. 당장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어.”


겐트는 손사래를 친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여긴 어딘가? 생전 처음 보는 곳인데.”


“여긴 하늘일세, 내가 사는 곳이지.”


“하늘이라고?”


“그렇네. 그리고 자네가 지금 밟고 있는 건 구름일세.”


“그, 그게 사실인가? 내가 지금 밟고 있는 이 하얀 게 구름이라고?”


겐트는 화들짝 놀랐다.


그러고는 무트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처럼 몸을 돌려가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고, 밟고 있는 구름도 만져보았다.


“참 신기하구먼. 말로만 들었던 걸 이렇게 실제로 보고 있다니 말이야.”


겐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고선 가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날 이곳으로 소환시킨 이유가 뭔가?”


“아, 별건 아니네. 안부 좀 확인하려는 차에 겸사겸사 어떤 일 좀 부탁하려고. 저길 보게나.”


가트는 우두커니 서 있는 무트를 가리켰다.


“잠깐, 저건······ 인간 꼬마 아닌가?”


겐트는 무트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반응했다.


“저 아이가 바로, 내가 자네를 여기로 부른 이유일세.”


가트가 말했다. 겐트는 겁에 질린 무트를 가만히 응시했다.


“겨우 저런 아이 때문에?”


겐트는 무트를 가리켰다. 가트는 흠칫하며 겐트에게 몸을 기울였다.


‘‘겨우’가 아닐세, 겐트. 저 아이는 엄청난 재목이야. 이 세계를 뒤흔들 아이지.’


가트는 겐트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이에 겐트는 뭔가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아아, 그랬군. 또 자네의 ‘혜안’이었구먼그래. 하지만 내가 이전에 주의하지 않았나. ‘혜안’을 통해 무언가 이루려고 하면 나비효과가 일어나서 여러 악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아니야, 이건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혜안’이 아니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네. 이건 이미 예고된 것이었고, 이제야 진행되기 시작한 거야.

이 아이의 세계를 향한 발돋움이 이제 막 시작되는 걸세. 그리고, 설령 이게 ‘혜안’이더라도 악재는 이제껏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으니 그걸로 괜찮은 거 아닌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혜안’이라는 건 아니네.’


가트는 고개를 저으며 열렬히 설명했다.


겐트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능청스럽게 본래 크기의 목소리로 전환해서 말했다.


“가트,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나로선 별수 없군. 그럼, 저 꼬마와 이야기 좀 나눠보겠네. 자네 말을 들으니 호기심이 생겨서 말이야.”


“그럼, 물론이지. 그래서 자네를 부른 거야. ‘시험’이 시작되면 둘은 분명 만나게 될 테니까. 그러니, 잘 좀 부탁함세.”


가트와의 진중한 대화를 마친 겐트는 무트에게 천천히 다가갔고,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최대한 낮게 앉았다.


순간, 위압감과 공포를 느낀 무트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걸 본 겐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겁먹지 말 거라, 꼬마야. 난 인간을 해치지 않아. 오히려 인간을 참 좋아하지. 그중에서 특히 너와 같이 귀여운 꼬마를 좋아한단다. 반갑다, 꼬마야. 난 ‘겐트’라고 한다. 실례가 안 된다면 네 이름도 한번 들어보고 싶은데, 어떻겠니? 네 마음 내키는 대로 하려무나.”


‘겐트’라는 이름의 사이클롭스는 입 밖으로 돌출된 살벌한 송곳니와 함께, 괴물이란 호칭이 무색해질 정도의 살가운 미소를 띠며 인사함과 동시에 무트에게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무트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과감히 다가온 겐트와 그의 험상궂은 외모를 보고 잠깐 겁을 먹었지만, 용기를 내어서 겐트가 내민 손을 잡았다.


가까이에서 보니 머리에 쓴 곰 머리와 어깨 부분에 소량의 눈이 녹다 만 채 쌓여 있었다.


“어, 아, 안녕, 겐트······ 난 무트야.”


무트는 잔뜩 긴장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무트’라······ 좋은 이름을 가졌구나.”


겐트는 그런 무트가 귀여웠는지 활짝 웃었다.


“아 참, 이런 만남에 선물이 빠질 수 없지.”


그는 옷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렇게 겐트가 꺼내 보인 물건은 무트의 손만큼 큰 ‘이빨’ 하나가 줄에 엮어져 있는 형태의 목걸이였다.


“자, 무트, 선물이다. 이건 이렇게 너와 같은 친구들을 만나는 걸 대비해서 내가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물건이란다. 뭐, 대단한 물건은 아니지만 말이다.”


겐트는 무트의 오른손을 잡아 이 목걸이를 가볍게 쥐여줬다.


“이, 이게 뭐야?”


무트는 손에 쥐어진 목걸이를 보았다.


“이건 내가 특별히 손수 제작한 ‘뼈이빨목걸이’라고 한다.

‘스피노’라는 거대한 동물이 있는데, 그놈을 내가 사냥한 뒤에 그놈의 치아를 이용해 이렇게 목걸이를 만든 거지.

‘뼈이빨목걸이’는 우리 ‘브론테스’족의 상징이란 중요한 의미를 지닌 영적인 물건이다.

이걸 매고 있으면 누구든지 ‘브론테스’족의 ‘친구’ 혹은 ‘가족’이 될 수 있어.

즉, 네가 이걸 목에 매는 그 순간부터 나와의 ‘친구’, ‘브론테스’의 ‘가족’이 될 거라는 의미다.”


겐트가 ‘뼈이빨목걸이’에 대해 설명했다.


무트는 손에 쥐어진 ‘뼈이빨목걸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걸 매면 너희들과 ‘친구’ 그리고,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무트는 잠시 ‘사이클롭스’라는 거인들과 ‘친구’ 그리고, ‘가족’이 되는 것을 상상해보았다.


무트는 앤스트로부터 ‘친구’와 ‘가족’이란 걸 그저 추상적인 의미로만 배워왔었고, 앤스트 그리고, 섬에 서식하는 동물들 이외에는 아무것도 본 적이 없었기에, 설령 상상한다 하여도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으므로, 실질적으로 와 닿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현재 무트의 눈앞엔 상상의 매개체가 되기에 충분한 사이클롭스인 겐트가 서 있었고, 곧바로 상상할 수 있게 된 무트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새로운 감정의 행복과 유대감이라는 것을 느꼈다.


대상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저 공동체라는 집단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무트에게 있어 소중함으로 작용한 것이었다.


날아갈 듯한 기쁨을 느끼며 기대감이 커진 무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바로 목걸이를 목에 매는 시원한 결단력을 보여주었다.


“하하하! ‘브론테스’족의 가족이 된 걸 환영한다, 무트.”


겐트는 목걸이를 맨 무트를 보고선 두 팔을 벌려 기쁜 마음으로 환영했다.


가트가 앞서 설명한 사이클롭스의 대상을 불문한 무한한 애정이 모두 사실이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사이클롭스인 겐트는 약간의 경계심을 품고 있었던 무트의 마음을 결국 완전히 녹여버렸는지, 현재 무트의 얼굴엔 섬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가장 밝은 미소가 띠어져 있었다.


“나중에 우리 ‘브론테스’족 마을에 꼭 놀러 오도록 하려무나. 단, 목걸이는 꼭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부족원들이 너를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알았어! 나중에 꼭 놀러 갈게.”


무트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겐트, 자네의 친화력이란 건 참, 외모를 고려해서라도 보면 볼수록 경이롭고 대단한 것 같구만. 난 그 녀석과 친해지기 쉽지 않았는데 말이야.”


가트는 팔짱 낀 상태로, 둘의 모습을 흐뭇한 심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허허, 아니야. 무트, 이 친구의 문이 꽤 크고 넓은 덕분에 크기가 큰 나도 쉽게 들어갈 수 있었던 거지, 결코 내가 뛰어나거나 그런 건 아닐세.”


겐트는 가트에게 다가가는 중에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나저나, 자네 말이 맞았구만. 이 꼬마, 다른 아이들이랑은 확실히 다른 기운이 있는 게 느껴졌어.”


겐트는 무트와 마주 잡은 손을 보면서 말했다.


“자네도 느꼈나 보군. 그러니 나중에 잘 지켜봐 주게. 난 이 세계에 직접 관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하하, 걱정 말게나. 나한테 맡겨두게.”


겐트는 팔짱을 끼고 환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정말 고맙네. 내가 나중에 크게 보답할 테니 기대하라고.”


가트도 역시 활짝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겐트, 요즘은 어떤가? 특별한 일 같은 건 없었나?”


가트의 물음에 겐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최근에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났지. 안 그래도, 마침 이 이야기를 해주려고 했는데 잘 됐구먼.”


겐트는 머리와 어깨에 마저 남아있는 눈을 털며 말했다.


“우리 ‘레스’ 대륙에 이례적으로 아주 긴 엄동설한이 찾아왔다는 건 알고 있겠지? 그래서 대륙 전체가 다들 식량문제로 난리도 아닐세.”


“그럼, 알고 있지. 때문에, 자네들도 아주 힘들겠어.”


겐트는 손사래를 쳤다.


“허허, 아니지, 우리 ‘브론테스’가 어떤 부족인가.

우리 부족은 역사가 긴 만큼, 오래전부터 이런 상황쯤은 예측 가능했기 때문에 늘 해왔던 것처럼 이런 시기마다 항상 식량을 기존보다 많이 비축해둬서 문제는 없었어.

그런데, 최근에 자네가 언급한 대로 특별한 일이 생겼다네,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가는가?”


"아니, 전혀 모르겠군. 요즘 세상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말이야."


가트는 고개를 저었다.


겐트는 가트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놀랍게도, 인간들이 우릴 찾아왔네. 우리, 사이클롭스를 혐오하고 멸시하던 인간들이 말이야.”


작가의말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4)는 21시~22시 사이에 올라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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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라쿤 섬 (13) 19.05.07 45 0 12쪽
34 라쿤 섬 (12) 19.05.05 40 0 14쪽
33 라쿤 섬 (11) 19.05.03 89 0 16쪽
32 라쿤 섬 (10) 19.05.02 41 0 9쪽
31 라쿤 섬 (9) 19.05.01 40 0 15쪽
30 라쿤 섬 (8) 19.04.30 35 0 14쪽
29 라쿤 섬 (7) 19.04.28 47 0 9쪽
28 라쿤 섬 (6) 19.04.26 40 0 18쪽
27 라쿤 섬 (5) (수정) 19.04.24 36 0 28쪽
26 라쿤 섬 (4) 19.04.19 48 0 9쪽
25 라쿤 섬 (3) 19.04.18 45 0 8쪽
24 라쿤 섬 (2) 19.04.17 42 0 11쪽
23 라쿤 섬 (1) 19.04.16 48 0 12쪽
22 모험의 시작 (3) 19.04.15 40 0 11쪽
21 모험의 시작 (2) 19.04.14 42 0 13쪽
20 모험의 시작 (1) 19.04.13 40 0 10쪽
19 고백, 그리고 대화 (2) 19.04.13 46 0 14쪽
18 고백, 그리고 대화 (1) 19.04.12 21 0 9쪽
17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4) 19.04.12 16 0 18쪽
»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3) 19.04.11 19 0 12쪽
15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2) 19.04.09 26 0 10쪽
14 밝혀진 거인의 정체, 그리고 무트의 굳은 다짐 (1) 19.04.09 34 0 9쪽
13 꿈, 그리고 현실 (6) 19.04.07 18 0 12쪽
12 꿈, 그리고 현실 (5) 19.04.07 17 0 8쪽
11 꿈, 그리고 현실 (4) 19.04.05 23 0 7쪽
10 꿈, 그리고 현실 (3) 19.04.04 25 0 8쪽
9 꿈, 그리고 현실 (2) 19.04.04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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