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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감자님의 서재입니다.

1등 기수가 경마장을 씹어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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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심심한감자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0
최근연재일 :
2024.05.27 23:15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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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수 :
155,878

작성
24.05.0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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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기수가 될 준비(3)

DUMMY

안규성에게 실력을 보여주고 샤워를 마친 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복귀하고 있다.

실력을 너무 대놓고 보여줬다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보다 빨리 경마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전생에는 배우다 말았으니 이번에라도 더 배워야지.‘


애초에 경마장의 트랙이 존재하지 않기에 승마장에서는 경마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없다.

기껏해야 경마장을 따라 하는 정도, 심지어 그것도 기수들이 보면 비웃을 정도의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승마를 배우느라 낭비한 시간만큼 경마를 더 배울 수 있다.‘


이전 생에는 기본을 배우느라 경마는 얼마 배우지도 못하고 기수 시험을 치러 결국 기수 시험에 한 번 떨어졌다.

이번 생에는 기본에 썼던 시간을 경마에 쏟을 테니 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날 가르쳤던 안강철의 인맥이라면 분명 경마장에 데려가 줄 수 있을 테니 더더욱 빨리 안강철에게 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이 몸뚱아리부터...‘


기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체중의 유지다. 이렇게 살이 뒤룩뒤룩 찐 몸으로는 경마에 대한 재능을 보여줘도 안강철의 마음에는 들지 못할 수 있다.


’새벽과 저녁에 운동, 등하교는 달려서 하고, 학교에서 남는 시간은 전부 운동에 쏟아야 한다.‘


말이라는 동물은 사람이 타기에 적합하지만, 육중한 무게를 버티기에는 허리가 약한 동물이다.

지금 내 몸무게로 격하게 운동한다면 허리가 나갈 게 분명하니 살을 빼야 한다. 지금보다 최소 반은 줄여야 보다 더 많은 경마술을 배울 수 있을 테니까.

다만 운동을 전혀 해보지 못한 몸뚱아리는 예상보다도 심각했다.


"크윽...!“


운동을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나니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모든 운동은 각기 다른 근육을 쓰기 마련인데 체중 감량을 위해 무리하게 운동을 시작했고, 거기에 더해 승마까지 시작했으니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딴 건 몇 번이고 겪어봤다.“


기수는 경주를 위해 근육통이 없게끔 조절하지만, 체중 관리에 실패하면 근육통이 생길 정도로 운동을 해야했다.

지금은 근육통이 얼마나 심하든 경기를 뛰지 않으니 상관없기에 다시 운동을 위해 나간다.


”최고의 기수는 재능과 노력 둘이 하나 되어 나온다.“


기수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 기수들 중에서도 최고가 되려면 재능은 물론 노력까지 합쳐져야만 최고의 자리에 설 수 있다.

전생에서는 그런 노력들을 감내했기에 최고의 자리에 도전할 자격을 얻었던 것이기도 하다.

전생에서는 도전자로 마감했지만, 이번 생에는 이루기 위해 새벽 운동을 마치고, 아침을 먹은 뒤, 학교로 향한다.


학교에서는 왕따에 가깝다. 괴롭히는 사람은 없지만,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는 고독.

거기다 기수는 공부와는 연관이 없으므로 수업을 비롯한 학교에서의 모든 활동은 내 꿈에 도움 될 게 없다.

이미 부모님을 통해 학교에 사정을 이야기하며 방과후와 야간자율학습 모두 하지 않기로 했으니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행복 승마장으로 향한다.


"사장님!“


"현성 학생 왔어요?“


내게는 기억에도 없는 학교생활보다 행복 승마장의 사람들이 더 기억에 남아있다.

지금 당장은 이들과 함께 훈련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


"사장님, 오늘은 뭐부터 하면 될까요?“


"원래라면 일부터 해야겠지만, 오늘은 현성 학생이 만날 사람이 있어요.“


"만날 사람이요?“


"네, 같이 가죠.“


안규성을 뒤따라가 도착한 곳은 마장이었다. 말을 준비하지도 않고 왜 마장에 온 걸까.


"사장님, 여기는 왜...?“


"오늘은 현성 학생이 테스트할 게 있어서요.“


"테스트라니요?“


"마침 저기 오시네요.“


안규성이 가르킨 곳을 바라보니 말을 끌고 나온 전생의 스승, 안강철을 볼 수 있었다.


"어제처럼만 잘해주면 될 거예요.“


안강철이 말을 끌고 와 앞에서 멈췄다.


"얘가 네가 말한 그 꼬맹이냐?“


"예, 아버지. 이 학생의 재능이라면 기수로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을 거예요.“


"그건 내가 판단할 거다.“


안강철이 대강 보더니 내 다리 길이에 맞춰 등자를 조절했다.


"꼬맹아, 타라.“


"예!“


안강철의 성격은 전생에 이미 겪어봤으니 군말 없이 곧바로 말에 올라탔다.


"등자 길이는 맞으니 곧바로 시작할 건데 그 전에 한 가지만 물으마.

넌 기수가 되고 싶으냐?“


기수. 전생에는 작은 키에 적합한 직업이 기수였기에 다른 건 생각도 못 해보고 기수가 되었다.

따지고 보면 키를 따지지 않는 직업도 찾아보려면 얼마든지 나올 것이고, 미래의 지식을 이용해 돈을 왕창 벌 수도 있을 거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 기수가 되는 것을 택했다. 다시 이 길을 걸으면 정상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니까.


”전 기수가 되고 싶어요. 아니, 될 거예요.“


그 말에 안강철이 고개를 끄덕인다.


"네 의지가 그렇다면 알겠다. 다만 훈련을 따라오지 못하면 내 가르침은 없는 거다.“


"예!“


"좋아, 그럼 전경부터 시작한다.“


안장에서 엉덩이를 떼며 전경 자세를 잡았다. 프로 기수가 펼치는 완벽한 자세가 나왔지만, 안강철의 입에서는 칭찬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1분이 지나고, 2분이 지나, 어느덧 5분이 되니 안규성이 말한다.


"아버지, 벌써 5분이에요.“


"알고 있다.“


그냥 서 있는 상태에서 기마 자세를 버티는 것조차도 힘든데 전경 자세는 움직이는 말 위에서 균형까지 잡아야 하니 더욱 힘들다.

아직 5분이니 할 수 있다 쳐도 이 이상이 되면 말 타는 것을 보여주지도 못한 채, 진이 빠져버릴 수도 있다.


’코치님, 처음도 아닌데 살살하시죠?‘


그러나 내 속마음이 안강철에게 닿을 리는 없다.


"이러다 말 타는 건 보여주지도 못하고 끝나버리겠어요."


"그럼 그걸로 끝인 거지. 고작 이 정도도 못하면 내가 굳이 가르칠 이유도 없다.“


"아버지...“


아들의 말을 무시한 채, 안강철이 말한다.


"힘드냐?“


대답하지 않았다. 안강철은 묵묵하게 훈련만 받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앉고 싶냐?“


대답하지 않았다.


"기수가 되면 이것보다 더 힘든 훈련을 겪어야 함은 물론이고, 먹고 싶은 것, 놀고 싶은 것 모두 참아가며 훈련해야 할 거다.

고작 이 정도도 버티지 못할 거라면 기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갖다 버리는 게 좋을 거다.“


난 그저 말없이 전경 자세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다리는 터져 나갈 것만 같다.


"이제 앉아라.“


30분이나 유지된 전경을 풀고 안장에 주저앉았다. 다리가 부들거리고 있음에도 아무런 내색도 없지만, 안강철이 입꼬리가 올라간 게 보인다.

안강철도 매일이 운동인 기수로 몇 십년간 활동했으니 내가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것 정도는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뭐, 4군에서 놀 정도는 아니구만. 일단 오늘은 집에 보내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관리하마.“


1군에서 5군까지. 등급이 높아질수록 상금이 커지고, 그에 맞춰 기수들의 질도 올라간다.

1, 2군은 실력 좋은 프로 기수들이, 3군은 프로 기수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이, 나머지는 신인 기수들이 꿰차고 있다.

그런 경쟁의 장에서 노력은 당연한 일. 그런 의미에서 전경 자세를 무려 30분이나 버텨낸 인내심은 당연히 합격하고도 남았을 거다.


"정말요, 아버지?“


"내가 없는 말 하는 것 봤냐? 잔말 말고 내일부터는 더 굴릴 테니 잘 쉬고 오라 말해놔라.“


"예!“


안강철이 들어가고 안규성이 재빨리 다가갔다.


"현성 학생, 괜찮아요?“


"저는 괜찮아요.“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근육통이 심했고, 그 상태로 전경 자세를 30분은 유지했다. 당연히 괜찮을 리 없다.


"일단 말은 내가 정리할 테니 오늘은 집으로 들어가요. 내일부터는 방금 그 분이 현성 학생을 가르칠 거예요.“


전생에서는 이미 아는 얼굴이지만, 현생에서는 아직 제대로 통성명도 하지 않았기에 모르는 척을 해야 한다.


"사장님이 가르쳐주시는 거 아니었나요?“


"그러고야 싶지만, 내 실력으로 가르칠 수 있는 건 기본적인 것들밖에 없어요.

현성 학생은 잘 모르겠지만, 방금 그 분이 제 아버지이신데, 경마 쪽에서는 알아주는 분이시니 현성 학생에게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드디어 원하는 대로 됐다. 모든 게 전생보다 빠르다. 기본기를 갖춘 채로 시작하기에 몇 달을 줄였고, 안강철의 훈련을 빨리 받음으로써 배울 수 있는 건 더욱 늘렸다.

단 3년. 아니, 3년도 길다. 이번 생에는 성인이 되기 전에 기수 시험에 합격해 기수 교육원으로 들어갈 것이다.


다음 날이 되고 근육통에 시달리는 몸으로 새벽 운동을 마친 뒤 또다시 학교로 달려간다.

학교에서도 시간만 나면 오로지 운동에만 집중하며 살을 빼고 있다.

최대한 빨리 살을 빼야 안강철의 훈련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오늘 수업 끝. 방과후부터 야자까지 모두 빠지지마.“


학교를 마치면 곧바로 승마장으로 향한다. 이때, 하교 준비를 마치고, 교실을 나가려는데 누가 말을 걸어온다.


”야, 이현성.“


뒤를 돌아보니 좀 노는 아이들, 소위 말해 일진. 하지만 지금 내 눈에는 쎈 척하는 꼬맹이들일 뿐이다.


”왜.“


”왜는 무슨 왜야. 왜 맨날 너만 먼저 가냐?“


”이미 학교랑 얘기 끝난 거야.“


”그니까, 무슨 방법으로 한 건데? 우리도 그 좋은 방법 좀 알자.“


”내 꿈을 위해 움직이는 거. 니들도 그렇게 놀지만 말고 빨리 꿈을 찾아라.“


한번 죽었다 깨어나고 보니 전생에 더 노력하지 못한 게 아쉽다. 저 아이들 중 이 말을 알아듣는 꼬맹이가 있다면 내게 고마워할 것이다.


”그럼 나는 꿈을 잡으러 간다.“


* * *


현성으로서는 어른된 입장으로 아이들에게 해주는 조언이었지만, 남들보다 강해보이고 싶은 아이들에게 조언은 잔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그 잔소리는 무서울 게 없는 아이들에게 시비로 받아들여졌다.


”내일부터 이현성, 저거 조져.“


꿈을 향해 달려가는 현성을 일진들이 노리게 된 계기였다.


* * *


행복 승마장에 도착하자마자 승마복으로 갈아입고 곧바로 정해진 일을 시작한다.

그러면 중간에 안규성이 찾아와 말 탈 준비를 하라 말한다.


”현성 학생, 오늘은 잠깐 상담 좀 할게요.“


”상담이요?“


안규성을 따라가니 안강철이 먼저 자리에 앉아있다. 보아하니 안강철과의 상담이었다.


”앉아라.“


자리에 앉으니 안강철이 뚫어져라 쳐다보다 말한다.


”살이 많이 쪘구나.“


”빼는 중이에요.“


”너무 쪘다.“


”네, 알고 있어요.“


”기수가 되려면 체중은 항상 49kg을 유지해야 한다. 그보다 적을 순 있어도 많아서는 안 된다. 지금 몇 kg냐?“


”64kg에요.“


돌아온 날부터 운동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일주일만에 6kg를 뺐다. 살이 많이 쪄있던 만큼 빠르게 뺄 수 있었지만, 아직 멀었다.


"15kg라...세 달 주마. 49kg를 맞춰와라.“


"아버지, 세 달 만에 15kg라니요. 현성 학생은 아직 어리니 천천히 빼기 시작해도...“


"내가 기수 생활할 때는 하루 만에 5kg를 뺐다. 그걸 할 수 없다면 기수가 될 자격도 없는 거다.

애초에 저렇게 살을 찌운 것부터가 기수에게는 죄이고, 말한테 사죄해야 할 일이다.

체중을 맞추기 전까지는 승마장에 찾아올 생각도 말아라.“


"아버지!!!"


안강철은 완고하다. 애초에 내가 전경을 버티지 못했더라면 제자로 받지도 않았을 정도로 한번 정한 건 절대 바꾸지 않는다.

어차피 체중 조절은 기수의 필수 요건. 그것조차 해내지 못한다면 기수가 될 수조차 없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안규성이야 기수들이 살을 빼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 모르기에 그렇지, 나와 안강철은 알고 있다.

기수는 체중을 맞추기 위해 경주가 쉴 때는 매일 같이 운동하고, 전날부터는 먹지도 않고, 당일에는 물조차 마시지 않을 정도로 노력한다.

지금의 몸뚱아리로 경마 기술을 배우려는 것 자체가 기수들에 대한 모독이다.


"그럼 가봐라.“


"예.“


이미 살은 뺄 계획이었으나, 이렇게 조건까지 생기니 먼저 살부터 뺄 생각이다.

안강철이 말했던 하루에 5kg는 기수 시절에 해보았고, 아마 모든 기수가 겪어봤을 일이다.

안강철이 요구한 조건은 세 달. 강한 의지와 오로지 다이어트에만 매진할 수만 있다면 일반인이라도 충분히 뺄 수 있는 기간이다.

다만 프로 기수로 활동했으니 만큼 일반인들과 같은 속도로 뺄 순 없지 않겠나.


'한 달 안에 뺀다.‘


프로 기수였던 나에게는 세 달도 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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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기수 교육원(10) 24.05.19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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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천마'의 혈통(1) 24.05.17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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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기수 교육원(3) 24.05.13 32 0 11쪽
13 기수 교육원(2) 24.05.12 36 0 11쪽
12 기수 교육원(1) 24.05.12 40 0 11쪽
11 전설과의 대결 24.05.11 38 0 11쪽
10 기수 후보생 모집(2) 24.05.11 40 2 11쪽
9 기수 후보생 모집(1) 24.05.10 41 1 12쪽
8 경마장 구경(2) 24.05.10 46 1 11쪽
7 경마장 구경(1) 24.05.09 5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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