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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감자님의 서재입니다.

1등 기수가 경마장을 씹어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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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심심한감자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0
최근연재일 :
2024.05.27 23:1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124
추천수 :
9
글자수 :
155,878

작성
24.05.1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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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기수 교육원(7)

DUMMY

기숙사 인원 점호 시간, 김민수가 사라졌다.

후에 기수에 합격해 무명의 시절을 견디고 프로 기수가 되었을 김민수가 사라진 것이다.

그의 인생에 바뀐 점이라고는 내가 개입한 것뿐이니 사실상 그가 기수가 되지 못하면 내 잘못이나 다름없다.


"어디로 간 지도 모르는 거죠?“


"네, 일단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사람이 이현성 후보생이라 찾아온 건데 후보생도 모르는군요...“


내게 가르침을 받고 몇 시간 후에 사라졌으니 당연히 나 때문이다.


"하, 일단 찾아야겠네요.“


"아직은 일요일이라 괜찮겠지만, 내일까지 오지 않는다면 이건 좋게 보일 수가 없는데...“


교육원에서는 경마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인성이다.

말도 없이 사라진 것은 결코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며 2주밖에 남지 않은 1차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긴 힘들 것이다.


"사감님, 저는 먼저 찾으러 가보겠습니다.“


"후보생들도 각자의 시간이 있기에 도와달라 말할 수 없으니 찾으러 다닐 사람은 나랑 이현성 후보생 뿐이에요.“


"네, 알고 있습니다.“


교육원은 경쟁이다. 다른 후보생을 위해 밤을 새며 찾아줄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요! 저도 찾아볼게요!“


최진성이었다. 요새 김민수를 가르치느라 최진성에게는 신경 쓰지 못했는데 그 또한 내 친구다.


"진성이 형.“


"현성아, 민수가 갔을 만한 곳은 모르는 거지?“


"예, 감도 안 오네요.“


"그럼 내가 아빠한테...“


"형, 그렇게 하면 일이 커질 거야. 우리끼리 찾아야만 작은 소동으로 끝낼 수 있어.“


사감도 그걸 알기에 우리끼리 찾자는 말을 했을 것이다.

괜히 일을 키웠다가는 김민수의 평가는 곤두박질 칠 테니까.


"그럼 우리끼리 할 수밖에 없겠네.“


"사감님은 밖을 찾아주시고, 진성이 형은 우리 나이 또래 애들이 갈 만한 곳을 찾아봐 줘. 나는 교육원 안을 둘러볼게.“


"알았어!"


사감은 차가 있고, 최진성은 주말에 잘만 돌아다닌다. 반면 나는 전생에나 현생에나 교육원, 경마장에 박혀 있으니 애들이 갈 법한 곳을 알 리 없다.

그래도 교육원에 대해서는 내가 사감 다음으로 잘 알 테니 서로 잘 하는 걸 하면 된다.


사감은 최진성을 태워 나갔고, 나는 교육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말을 키우는 곳이기에 넓기는 더럽게 넓은 곳에서 김민수 한 명을 찾아야 한다.


"민수 형?“


가장 먼저 식당을 찾았다. 식당의 밥은 규칙적으로 제공되기에 야식은 없다.

운동에 지쳐 배가 고픈 후보생들은 식당으로 오기 마련이다.

다만 이곳에는 김민수가 없었다.


"민수 형!“


다음은 정보실. 방에는 컴퓨터를 놓을 수 없기에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몰래 들어가 게임을 하곤 한다.

하지만 김민수는 없었다.


"민수 형.“


마장, 마사, 마장구실 등 웬만한 곳은 다 돌아봤음에도 김민수는 없었다.


"안이 아니라 밖이었나.“


후보생이 갈 만한 곳은 다 봤음에도 없는 걸 보면 안이 아니라 밖으로 나간 게 분명하다.

이제 마지막 한 곳만 더 보고 나는 밖으로 나갈 생각이다.


"체력단련실...“


오전 훈련에서 낙마만 다섯 번을 해 몸이 만신창이일 테니 이곳으로 왔을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와봤다.

복도를 돌아 체력단련실에 가까워지니 웬 소리가 들려온다.


위잉, 위잉.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닫혀 있는 체력단련실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다급히 문을 열어 안을 확인했다.


"민수 형!!“


안에는 땀범벅인 김민수가 기승기 위에서 훈련중이었다.


"현성아, 네가 여기는 왜?“


"형, 왜 여기 있어!“


"어? 훈련 좀 하러...“


"아니, 지금이 몇 시인데.“


김민수는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더니 사색이 되었다.


"헉! 시간이 벌써 이렇게!“


김민수는 시간도 확인하지 않고 훈련에 매진한 것이다.

기승기에 설정된 속도와 웅덩이 진 땀을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판단된다.


"형, 기승기로 도주에 익숙해지려고 한 거야?“


"맞아, 진짜 말로도 못하는데 기승기로는 할 수 있어야지.“


기승기의 속도를 최대로 높여 바로 시작하면 그래도 비슷한 느낌은 날 것이다.

실제 말로 훈련하지 말라고 한 내 말을 지키다 보니 여기서 그렇게 훈련에 매진한 것이다.

비록 말도 없이 사라졌으나, 훈련을 위해서였다고 하니 혼낼 생각도 들지 않는다...

만,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생각하면 혼내는 게 당연하다.


"아니, 형.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어디 가면 간다고 말을 하던가. 말을 안 할 거면 시간이라도 제대로 보던가!“


"미, 미안해, 잘못했어!“


"그래도...“


"...?“


혼낼 건 다 혼냈다.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을 할 것이다.


"혼자서 훈련한 모습을 보니 장하네.“


나는 교육원 시절의 김민수를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건 무명 기수 김민수와 도주마로 이름을 떨친 도주왕 김민수 이 둘이다.

교육원 시절의 김민수는 재능은 없더라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성실한 사람이다.

오직 나만이 이 사람의 노력을 알고 있다.


"형, 가자.“


"어? 어...알았어!“


김민수가 얼른 따라온다.

그저 도주마를 몰랐기에 무명이었을 줄 알았던 김민수는 노력으로 그 자리를 거머쥔 거였다.

그런 성실한 사람이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


"형, 더럽혔으면 청소도 해야 할 것 아니야!“


땀으로 웅덩이까지 졌는데 그냥 가면 누가 치우란 말인가.


"알았어, 미안해!!!“


김민수가 청소를 진행하는 동안, 나는 밖으로 나간 둘에게 연락했다.

곧 돌아온 사감이 김민수에게 잔소리를 퍼부어댔지만, 김민수가 잘못한 것은 훈련하느라 점호 시간에 나가지 못한 것뿐이니 따로 벌점은 주어지지 않았다.


"휴, 다행이다. 난 또 민수가 그만두기라도 하는 줄 알았다고.“


"미안해, 앞으로는 시간 잘 확인할게.“


최진성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금방 김민수와 편하게 대화했다.

소심한 성격의 김민수도 나름 대화를 받아주며 관계가 형성되었다.


"그나저나 민수는 요즘 너랑 뭘 하는거야?“


김민수를 가르치기 전까지는 최진성과 붙어다녔다. 물론 최진성이 일방적으로 따라다닌 거였지만, 어찌 됐든 붙어다닌 것이다.

한데 요즘 김민수를 가르치느라 최진성이 따로 떨어지니 궁금한 게 당연하다.


"현성이는 요새 나한테 말 타는 걸 가르쳐주고 있어.“


"뭐? 현성이가?“


최진성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표정을 짓고 있다. 어떤 표정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그럼 나는?'이라는 표현이 절로 나오는 표정이었다.


"지금은 민수 형 가르쳐주고 있으니 나중에.“


"보는 정도는 괜찮지?“


"그럼 당연하지. 뭐, 비밀을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너가 가르치는 건 어떻게 해? 설마 안강철 기수님이 몰래 가르쳐주는 건가?“


그걸 깜빡했다. 김민수야 워낙에 눈치가 없어 물어볼 생각도 못했겠지만, 최진성은 이미 눈치를 채버렸다.

내가 가르치는 것은 일대 기수 후보생이 알 만한 영역이 아니다. 최소 몇 년은 구른 프로 기수는 되어야 한다.

그런 걸 가르치고 있으니 의심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 어쩔 수 없지.


"내가 배운 부분에서 가르치는 거고, 코치님한테 조언도 받고 있지.“


안강철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내 전생을 밝히는 것보다는 안강철의 이름을 파는 게 효율적이다.


"이야, 그럼 사실상 안강철 기수님한테 훈련 받는 거네!

민수, 너 복 받은 거다? 이거 아무나 못 받는 거야.“


"나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이 은혜는 꼭 보답할게, 현성아.“


당연히 보답은 받아낼 것이다. 기수가 되지 못하는 최진성에게는 협회의 간부인 그의 아버지에게.

기수가 되어 도주왕이라는 이명을 얻는 김민수에게는 후에 협회와 싸울 조력자로.

지금 뿌려둔 씨앗은 결국 큰 나무가 되어 나를 지탱해 줄 것이다.


남은 이 주간 김민수는 도주마의 출발에 견딜 수 있는 감각을 익혔다.

일반 훈련보다 배는 힘든 훈련을 견딘 것만으로도 말 타는 실력은 빠르게 늘었다.


그리고 대망의 1차 평가 날이 왔다.


"자, 오늘은 후보생들의 1차 평가를 하는 날이에요.

후보생들은 말 탈 복장을 갖추고 마사로 모이세요.“


기수 후보생 모집에서는 기수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사람을 뽑았다.

1차 평가에서는 기수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을 뽑는다.

조건과 자질은 비슷하나, 다르다. 조건은 이미 갖추고 있는 것이고, 자질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1차 평가는 지금까지 배운 경주마술로 한 바퀴를 완주하면 됩니다.“


교육원에 입소 후부터 지금까지 경주마술 수업에는 거의 전경 자세만을 익혔다.

세 달이나 되는 기간이었으니 모두 전경 자세에는 익숙해졌을 터, 1,000m주로를 완주할 때까지 전경을 유지하는 것으로 1차 평가가 실시된다.


"가장 먼저 김수현 후보생!“


김수현은 이미 경주마술을 배워왔고, 천재라는 자질에 걸맞게 안정적으로 주로를 주파했다.


"다음은 박철성 후보생!“


박철성은 철옹성이라는 이명에 걸맞게 마치 부동자세처럼 전경을 유지했다.


"유한명 후보생!“


날다람쥐 유한명. 천재는 아니지만, 시야를 넓게 보는 재능이 있다. 그게 지금 상황에는 도움이 되질 않지만, 기본적으로 잘 타기에 어렵지 않게 해냈다.


"최진성 후보생!“


최진성은 나름 말을 타다 왔고, 경주마술도 금방 적응했다. 곧 잘 해내는 걸 보면 나중에도 어떻게든 해낼 텐데 어째서 기수가 되지 못한 건지 의문이다.


"이현성 후보생!“


나야 뭐, 말할 것도 없이 완벽하게 합격했다.


그 이후로도 대부분의 후보생이 합격했다. 1차 평가인만큼 어렵지 않았고, 지금까지 배운 것만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그럼 마지막은 김민수 후보생!“


드디어 김민수의 차례가 왔다. 김민수는 내 도움이 없었더라도 기수에 합격했으니 1차 평가도 합격은 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손 본 지금은 전생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민수 형, 보여줘.“


김민수가 말에 올라타고는 출발했다.

흔들림 없는 전경 자세. 기수에 합격하는 사람들 말고는 흔들리는 걸 제어하지 못했는데 김민수는 고정되어 있었다.

일관된 자세로 1,000m를 주파해 낸 김민수를 보고 다른 후보생들이 웅성거린다.


"쟤, 초보자 아니었어?“

"어떻게 저렇게 빨리 늘었지?"

"우리보다 잘 타는 거 같은데?“


김민수는 두 달 동안 배우는 게 가장 느렸다. 그런 사람이 한 달 만에 바뀌었으니 놀랄 만도 하다.

하지만 고작 여기서 놀라면 안 된다.


"김민수는 도주왕이 될 거니까.“


"뭐라고 현성아?“


"아무것도 아니야.“


언젠가 일어날 일이지만, 지금은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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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마지막 평가(3) 24.05.27 11 0 11쪽
29 마지막 평가(2) 24.05.25 12 0 11쪽
28 마지막 평가(1) 24.05.24 17 0 10쪽
27 기수 교육원(14) 24.05.23 15 0 12쪽
26 기수 교육원(13) 24.05.22 18 0 12쪽
25 기수 교육원(12) 24.05.21 20 0 11쪽
24 기수 교육원(11) 24.05.20 23 0 11쪽
23 기수 교육원(10) 24.05.19 26 0 11쪽
22 '천마'의 혈통(2) 24.05.18 25 0 11쪽
21 '천마'의 혈통(1) 24.05.17 27 0 12쪽
20 기수 교육원(9) 24.05.16 30 0 10쪽
19 기수 교육원(8) 24.05.15 31 0 11쪽
» 기수 교육원(7) 24.05.15 31 0 11쪽
17 기수 교육원(6) 24.05.14 30 0 11쪽
16 기수 교육원(5) 24.05.14 31 0 11쪽
15 기수 교육원(4) 24.05.13 34 0 11쪽
14 기수 교육원(3) 24.05.13 32 0 11쪽
13 기수 교육원(2) 24.05.12 36 0 11쪽
12 기수 교육원(1) 24.05.12 40 0 11쪽
11 전설과의 대결 24.05.11 38 0 11쪽
10 기수 후보생 모집(2) 24.05.11 40 2 11쪽
9 기수 후보생 모집(1) 24.05.10 41 1 12쪽
8 경마장 구경(2) 24.05.10 46 1 11쪽
7 경마장 구경(1) 24.05.09 52 1 12쪽
6 기수가 될 준비(5) 24.05.09 54 1 13쪽
5 기수가 될 준비(4) 24.05.08 5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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