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심심한감자님의 서재입니다.

1등 기수가 경마장을 씹어 먹음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심심한감자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0
최근연재일 :
2024.05.27 23:1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125
추천수 :
9
글자수 :
155,878

작성
24.05.17 23:15
조회
27
추천
0
글자
12쪽

'천마'의 혈통(1)

DUMMY

1차 평가가 끝난 이후로는 별다른 일 없이 평범히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내게 배우고 있는 김민수, 최진성, 박철성, 유한명은 어쩌다 보니 나와 무리를 이루었고, 윤성호는 아직도 아버지를 내세워 자랑질만 하는 중이다.

그리고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저, 현성아. 나도 너한테 좀 배울 수 있을까...?“


무슨 이유인지, 내가 굳이 말을 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후보생들이 찾아오며 윤성호 패거리와 김수현을 제외한 후보생이 모두 내게 배우게 되었다.


"난 별로 말을 섞은 적도 없는데, 신기하네.“


"신기하구나.“


히죽대며 웃고 있는 최지성. 아무리 봐도 알 수 없는 일의 열쇠는 그에게 있는 것 같다.


"진성이 형, 형이 뭘 한 거야?“


"아, 들켜버린 건가?“


"뭐야, 정말 형이 뭘 했어?“


"그냥 네가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게 중요하다며.

그래서 다른 사람도 다 끌어들였지. 물론 아빠 내세워서 어깨 피고 다니는 놈하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놈은 빼고.“


김수현과 윤성호. 한 명은 자기 잘난 맛에 살고, 한 명은 아버지 잘난 맛에 산다.

비슷한 부류의 두 명은 내가 가르치겠다 제안해도 거절할 게 뻔하다.


"이제 슬슬 2차 평가를 준비해야 하는데...“


곧 있으면 2차 평가다. 1차에서 C등급을 받은 사람들은 직접 꼼꼼하게 챙겨주고 있으니 2차 평가에서도 낮은 등급을 받을 리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우린 2차 평가에 대해서 모르니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준비하는 수밖에.“


미래에 기수가 되는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본기만 단련시키고 있다.

시키는 것만 잘해도 웬만해서는 후보생을 넘어 기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뭐, 그 이상부터는 알아서 해야겠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건 그저 산의 입구로 데려다주는 것뿐이다. 정상에 오르는 건 오로지 그들의 몫이다.


"훈련은 다 배정해뒀으니까, 슬슬 이번 주말부터 가볼까.“


최진성의 아버지, 최무백에게서 얻은 '천마'의 핏줄에 대한 정보를 안강철에게 전달해두었었다.

시간이 날 때, 같이 확인해보러 가기로 해두었는데 지금까지 훈련을 짜주다가 이제야 시간이 나게 됐다.


뚜르르...


[현성이냐.]


"예, 코치님. '천마' 핏줄 찾으러 같이 가기로 했었잖아요. 이번 주말부터 가보려 하는데 시간 괜찮으신가요?“


[늙은이가 하는 게 뭐가 있다고. 남는 게 시간이니 가자. 토요일 아침에 태우러 가마.]


"예, 그럼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굳이 표현하진 않았지만, 안강철은 전화상으로도 들떴다는 게 느껴졌다.


"웬만하면 좋은 말이었으면 좋겠는데...“


괜히 '천마'의 핏줄을 구하려는 게 아니다.

안강철이 '천마'의 핏줄을 구매하고, 내가 경주를 뛰어 '천마'의 핏줄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 정도면 코치님께는 좋은 선물이 되겠지.“


물론 어릴 때 사는 것이라 미래는 보장받지 못하지만, 오히려 어릴 때 사게 되면 미리 훈련을 시킬 수 있을 테니 더 좋은 말이 될 가능성도 있다.


토요일의 아침. 안강철은 8시에 맞춰 교육원 앞으로 찾아왔다.


"자, 그럼 가보자.“


'천마'의 핏줄은 총 6마리. 강원도에 둘, 제주도에 둘, 장수에 하나, 경상남도에 하나가 있다.

오늘 우리가 가볼 곳은 강원도. 4곳 중 그나마 가까운 곳이다.


강원도의 첫 번째 목장에 도착했다. 지대가 높은 고원에 목장을 만들어 좋은 풍경과 바람은 상상하는 목장 그대로를 보여주었다.


"흠, 목장 주인에게는 먼저 연락을 해뒀는데 아직 안 보이는구나.“


때마침 트럭 한 대가 멀리서 오는 게 보인다. 흙먼지를 가득 뒤집어쓰고 있는 것만 봐도 목장의 트럭이라는 걸 알겠다.


"연락한 사람들입니까?“


"예, 맞습니다.“


"그 차는 목장에서 조금만 다녀도 더러워질 테니 세워 두고, 뒤에 타십시오.“


트럭 뒤에 올라타니 천천히 출발한다.

풍경 좋은 곳에서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니 목장 주인들이 괜히 목장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한국은 좁은 땅 덩어리에 많은 것이 있기에 해외의 목장처럼 커다란 부지가 아니다.

때문에 강원도의 고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적지까지는 2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내리십시오.“


차에서 내렸다. 도착한 곳에는 다른 초지보다 사이즈의 초지에 말 한 마리가 풀을 뜯고 있다.


"저놈이 그 '천마'의 핏줄입니다. 가까이 가서 보시죠.“


펜스를 넘어 안으로 들어가니 말이 더 잘 보였다.


"부마는 '앵그리', 모마는 '버드'입니다.

천마의 자식이 '앵그리'이고, 성적이 괜찮은 말이었습니다. 물론 '버드'도 밀리진 않습니다.“


"뛰는 건 좀 어떱니까?“


"제 부모 닮아서 뛰기는 곧 잘 뜁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지금의 뜀박질이 커서도 유지될지는 아무도 모르잖습니까.“


"그렇긴 하지요.“


"뭐, 파는 입장이라 좀 그렇지만, 말은 참 괜찮은 말입니다.

딱 보기에도 경주마처럼 생기지 않았습니까.“


그렇다기에는 말이 형태가 썩 괜찮지 않다.

잘 먹고 자랐는지 몸은 튼실했지만, 이를 받쳐주는 다리가 부실하다. 경주마로 사용할 경우, 살을 감량하면 상체도 부실할 수 있다.

거기다 발굽의 각도가 미세하게 바깥 쪽으로 돌아가 있는 걸 보면 후에 경주할 때, 체력 낭비가 클 것이다.


"코치님은 어떠세요?“


"글쎄다. 그놈의 핏줄이라기에 보러 왔지만, 영...“


"제가 보기에도 그래요. 저 사람 암만 봐도 저희한테 사기 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럴 수도 있겠다.“


말은 한 마리가 몇백만 원부터 크게는 몇억까지 하는 비싼 동물이다.

아직 어린 말이라 억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안 좋은 말을 비싸게 팔아 이윤만 남겨도 남는 장사일 것이다.

목장 주인이 하는 말만 들으면 좋은 말일 것 같으나, 실상은 몇백만 원을 주면서 살 가치가 있나도 의심될 정도다.


"코치님, 정 말이 없으면 몰라도, 저 말은 아닌 것 같아요.“


"일단 가격이나 물어봐야지.“


경마는 기수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요소는 역시 말이다.

뛰어난 말은 기수가 최소한만 맞춰줘도 알아서 1등을 만들어 줄 정도이니 말의 역할이 가장 크다.

다만 나중에는 어떨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사장님, 저 말은 얼마에 판매하고 있습니까?“


"'천마'의 핏줄이고, 부마와 모마 모두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기에 기대가 되는 놈입니다.

그렇기에 이 넓은 초지를 혼자 쓰고 있는 것이고, 건초와 사료도 최상급으로 먹이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훈련이 되지 않았으니 사장님이 사신다면 사천 정도에 드리겠습니다.“


이제 겨우 2살은 되어 보이는 말을 무려 사천에 판다고 한다.

물론 혈통이 있지만, 말 자체가 그런 가격을 받을 만큼 값어치가 있어보이지 않는다.

안강철 또한 그걸 알고 있는지, 표정이 굳었다.


"사천이라...일단 생각해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떠나려 하니 목장 주인이 다급히 멈춰 세운다.


"이거 왜 이리 급하게 가십니까. 그래도 저기 서울에서 오셨다죠? 먼 길 오셨으니 삼천 정도까지도 생각해보겠습니다.“


저 사람은 아직까지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거기다 고작 서울에서 강원도를 왔다고 천만 원을 빼주는 건 무엇인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만 해대는 목장 주인을 뒤로 하고 목장을 빠져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네요. 그래도 말을 사려고 온 사람들이라면 말을 보는 눈이랑 말 업계의 시세를 알고 있는 건 당연한데.“


"생각보다 그런 사람이 없는 거겠지. 혈통과 기대된다 하는 말만 듣고 멋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있으니 저러는 것일 거다.

저런 식으로 말을 키운다면 진짜 구매자는 만나지 못할 거다. 결국 소문이 나서 망하겠지.“


안강철의 말대로다. 어차피 말 업계는 좁다보니 건너건너면 다 아는 사이다.

이 목장 주인은 목장을 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갈 목장은 부디 괜찮았으면 좋겠구나.“


강원도 내에서도 1시간을 달려 다음 목장에 도착했다.

이전 목장과는 다르게 부지는 그리 넓지 않았지만, 예쁘게 꾸며놓은 것이 돋보였다.


"아이쿠, 연락 주신 분들이십니까.“


일복을 입은 노인이 인사를 건네온다.


"안녕하십니까.“


"어라, 얼굴이 익숙한데..."


노인은 안강철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숙였다.


"아이쿠, 내 정신봐. 초면에 죄송합니다. 얼굴이 너무 익숙해서 그만.“


"혹, 경마 좋아하십니까?“


"아이구, 좋아하다 말고요. 서울 살 때는 주말마다 가서 관람하고 그랬지요.“


"그러시다면 제 얼굴을 기억하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겠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안강철입니다.“


안강철이 손을 내밀었다. 그에 노인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맞잡았다.


"아이쿠, 내 귀한 손님을 몰라봤군요. 이러지 말고 안으로 드시지요.“


노인의 낡은 트럭을 타고 마사로 향했다. 트럭과 같이 마사도 낡았는데 나름 있을 건 다 있었다.

나름 꾸며 놓은 사무실로 들어가니 앉을 공간이 있었다.

노인이 차를 내오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경마를 한참 볼 때에는 안강철 기수의 팬이었는데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이곳에 제 예전 팬이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하하, 예전 팬이라니요. 지금도 팬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여기서는 혼자서 일하십니까?“


다른 직원은 보이지 않고, 노인 혼자만 보인다. 보통 목장이라면 외국인 노동자라도 기용하기 마련인데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늙은 노인 하나가 소일거리로 하고 있지요. 말도 몇 마리 없는데 직원을 늘려 뭘 하겠습니까.“


"그렇군요.“


부지는 좁고, 트럭은 낡고, 마사 또한 낡은 곳이다. 이곳은 노인과 함께 세월을 맞은 것이다.

그러나 잘 꾸며진 목장과 성실한 주인은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한데 '천마'의 핏줄을 보러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예, 그것 때문에 찾아왔죠.“


"뭣 때문에 찾으십니까? 설마 다시 기수 활동을 하시려는 겁니까?“


노인이 기대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지만, 그럴 리가 없다.


"저도 나이가 꽤 들었습니다. 이제 더는 기수는 못하고, 제가 아니라, 제자가 탈 겁니다.“


사는 건 안강철이지만, 타는 건 내가 탄다.

왕이 왕자에게 왕관을 넘겨주듯이 '천마'는 안강철이 타고, 그 핏줄은 내가 탄다.


"아, 제자가 있으셨군요. 설마 옆에 분이...?“


"안녕하세요, 이현성이라고 합니다.“


"하하, 안강철 기수의 제자라면 최고의 기수가 될 분을 미리 만나게 되는 거겠군요..“


노인이 미래를 아주 잘 알고 있다. 다만 들킬 순 없으니 굳이 내색은 하지 않았다.


"자, 그럼 '천마'의 핏줄을 보러 가시지요.“


굳이 트럭을 탈 필요도 없이 초지는 가까웠다.


"이놈이 '천마'의 핏줄입니다.

부마, 모마 모두 성적이 썩 괜찮지 않았지요. 그래도 '천마'의 핏줄은 핏줄이니 사왔습니다.“


"성적은 신경 안 쓰시고요?“


"저는 그냥 최고의 말의 핏줄이니 샀을 뿐이지, 거기까지는 생각 안 했습니다.

애초에 전화 주실 때도 구경하고 싶다기에 오라고 했지, 안강철 기수가 아니었더라면 판매하려 생각지도 않았을 겁니다.“


안 좋은 말을 좋게 팔려는 사기꾼도 있는가 하면 이렇게 정말 진심으로 말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다만 말을 키우는 데에 있어 돈은 필수불가결하다. 웬만큼 돈이 많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마음을 가지기에는 힘들다.


"어차피 팔 생각도 없었던 말, 원한다면 그냥 가져사십시오.“


"정말인가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말을 그냥 준다고 할 정도면 보통 사랑이 아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우리 안강철 기수의 제자가 이 말을 타고 경주에서 1등 하는 것. 그거면 됩니다.“


"그런 조건이라면 어렵지 않죠.“


"하하, 그래도 말은 한번 확인해보시지요. 마음에 안 들면 제가 거절당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예, 그럼 말을 한번 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1등 기수가 경마장을 씹어 먹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실력이 미천하여 연재를 중단합니다 24.05.30 7 0 -
공지 저녁 11시 15분 연재 24.05.10 6 0 -
공지 7화부터 경마 시작입니다. 24.05.08 30 0 -
31 1조의 기수 24.05.27 8 0 11쪽
30 마지막 평가(3) 24.05.27 11 0 11쪽
29 마지막 평가(2) 24.05.25 12 0 11쪽
28 마지막 평가(1) 24.05.24 17 0 10쪽
27 기수 교육원(14) 24.05.23 15 0 12쪽
26 기수 교육원(13) 24.05.22 18 0 12쪽
25 기수 교육원(12) 24.05.21 20 0 11쪽
24 기수 교육원(11) 24.05.20 23 0 11쪽
23 기수 교육원(10) 24.05.19 26 0 11쪽
22 '천마'의 혈통(2) 24.05.18 25 0 11쪽
» '천마'의 혈통(1) 24.05.17 28 0 12쪽
20 기수 교육원(9) 24.05.16 30 0 10쪽
19 기수 교육원(8) 24.05.15 31 0 11쪽
18 기수 교육원(7) 24.05.15 31 0 11쪽
17 기수 교육원(6) 24.05.14 30 0 11쪽
16 기수 교육원(5) 24.05.14 31 0 11쪽
15 기수 교육원(4) 24.05.13 34 0 11쪽
14 기수 교육원(3) 24.05.13 32 0 11쪽
13 기수 교육원(2) 24.05.12 36 0 11쪽
12 기수 교육원(1) 24.05.12 40 0 11쪽
11 전설과의 대결 24.05.11 38 0 11쪽
10 기수 후보생 모집(2) 24.05.11 40 2 11쪽
9 기수 후보생 모집(1) 24.05.10 41 1 12쪽
8 경마장 구경(2) 24.05.10 46 1 11쪽
7 경마장 구경(1) 24.05.09 52 1 12쪽
6 기수가 될 준비(5) 24.05.09 54 1 13쪽
5 기수가 될 준비(4) 24.05.08 57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