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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감자님의 서재입니다.

1등 기수가 경마장을 씹어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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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심심한감자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0
최근연재일 :
2024.05.27 23:15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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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추천수 :
9
글자수 :
155,878

작성
24.05.0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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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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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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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기수가 될 준비(4)

DUMMY

오로지 운동. 살을 빼는 것에만 집중한다. 부모님이 학교에 말해뒀기에 일반 교과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운동에만 매진하고 있다.

다만 그런 나를 가만 두고 볼 수 없는 부류가 있었다.


퍽, 쿠당탕!


"돼지 새끼가 무슨 운동을 한다고 그래?"


일진 무리의 폭력. 내가 조언을 해준 날부터 시작된 괴롭힘은 벌써 일주일이나 이어졌다.

여태까지 지우개 똥을 던지거나, 발을 거는 등의 장난을 쳐왔지만 폭력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돼지가 살을 빼봤자, 돼지인데 뺀다고 달라지겠냐?“


전생의 기억을 가졌다고 싸움을 잘하는 건 아니다. 나는 기수였지, 격투기 선수가 아니었으니까. 그렇다 해도 애들과 싸우는데 질 것 같지는 않다.


'싸울 건가, 말 건가.‘


연신 주먹을 쥐었다, 피는 걸 반복하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까지는 때리지 않았으니 그냥 넘어갔던 거다.“


"뭐래, 돼지 새끼가?“


"한 번만 더 때리면 가만 안 있는다.“


퍽!


다시금 주먹이 날아와 얼굴을 때렸다. 경고는 한번으로 충분하다. 이제 가만있지 않을 거다.


”이제 어쩔 건데?“


"선생님께 말할 거다.“


"..."


순간 정적이 흐르고 일진 무리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한다.


"들었냐? 선생님한테 이른단다!!!“

"야, 난 무서워서 못 건들겠다!“

"우에에엥, 무서워. 돼지가 선생님한테 이른데!“


조롱이 이어지다가 주먹대장으로 보이는 놈이 다가온다.


"그래, 돼지야. 선생님한테 잘 일러라?“


단 10분. 10분 동안 무지막지하게 얻어터졌다. 머리는 산발에, 교복에는 발자국이 선명하고, 핏자국까지 상당하다.

증거로서는 충분했다.


"혀, 현성아!!!“


누가 봐도 폭력을 당한 모습으로 교무실로 들어가니 난리가 났다. 담임 선생님은 겉옷을 씌워주며 나를 보건실로 데려갔다.


"보건 쌤, 상태는 괜찮나요? 병원으로 갈까요?“


"겉모습이 그래서 그렇지, 크게 다치지는 않았어요. 상처 치료만 잘하면 될 것 같네요."


"하, 다행이다...“


안심한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현성아, 대체 누가 그런 거니?“


”누가 괴롭혔냐면...“


나는 일주일 동안 이어져 온 괴롭힘과 오늘의 폭력까지 모조리 말했다.

담임 선생은 이야기를 모두 듣더니 내 손을 잡았다.


"그래, 나머지는 선생님한테 맡기고,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렴.“


"네, 선생님.“


치료를 모두 받고 담임 선생에게 가방까지 전달받아 집으로 하교했다.

괴롭히는 정도는 선생이 재량껏 화해시키거나, 주의를 주는 정도에서 끝나겠지만, 폭력은 이야기가 다르다.

학교폭력위원회가 소집될 것이며 일진 무리는 최소 정학에서 전학, 심하면 퇴학까지 될 수 있다.

이 모든 게 계획대로였기에 마음 놓고 집으로 달렸다.


이 주가 지나고, 삼 주가 지나, 어느덧 한 달이 되었다. 일주일간의 방해 때문에 목표했던 체중을 달성하는 것은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 더 걸렸다.

새벽 운동을 마치며 확인한 체중계에 목표했던 체중이 보이자마자 전화기를 붙잡았다.


뚜르르.


"전화 받았습니다.“


"사장님, 현성이에요.“


"오, 현성 학생! 잘 지내고 있죠? 한 달 동안 아무런 소식도 없어서 걱정했어요.“


"내일 찾아뵐게요.“


"그 말은...!“


"예, 기수 체중에 맞췄어요.“


축하한다는 말과 고생했다는 말이 이어진 뒤 전화를 끊었다.

체중을 맞춘 이 순간부터 시작이다. 성인이 되기 전에 기수 시험에 합격하여 빠르게 기수가 된다.

기수 학교만 2년, 거기에 수습 기간 또한 2년, 거기다 군대까지 생각한다면 모든 걸 빨리 이뤄내야 한다.


이제는 근육통도 없는 몸으로 가볍게 뛰어 등교하니 정학과 전학으로 와해된 일진 무리가 반에서 침울한 얼굴로 각자의 자리에 앉아있다.

일진들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하교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모든 학생은 학교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란다는 점에서 보면 나도 다른 학생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띵동댕♩♪


마침내 종이 울리고 오랜만에 승마장을 향했다.


"왔냐?“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안강철이 기다리고 있었다.


"따라와라.“


안강철은 말을 타기 위한 준비를 하는 수장대로 향했다. 수장대에는 이미 말 한 마리와 경마용 안장이 준비되어 있었다.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한 달 만에 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다.“


안강철은 말을 하는 와중에도 말을 준비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세 달 정도면 어느 누구나 강한 의지로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그러니 세 달이라는 시간을 준 거지.

그런데 너는 한 달 만에 15kg를 빼 왔구나. 대체 어떻게 살을 뺐지?”


“그냥 열심히 운동했습니다.”


안강철은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만. 그럼 앞으로의 훈련도 열심히 받아봐라.”


그때부터 안강철의 훈련이 시작되었다. 이미 전생에 받아본 훈련이기에 크게 다를 건 없다.

경마에 대한 이해와 기초적인 것들만을 배우며 대략 1시간 정도의 훈련이 끝나고 말을 정리하니 안강철이 다가왔다.


"어디서 경마를 배우고 온 건 아니겠지?“


"네, 딱히 배우지는 않았어요.“


"그럼 그냥 재능이라는 건데 네가 타는 폼은 아무리 봐도 경력 있는 기수 같단 말이다. 정말로 경마를 배워본 적은 없겠지?“


‘이번 생에는 배워본 적 없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안강철의 입꼬리가 하늘로 치솟는 것만 봐도 지금 안강철의 기분이 보인다.

한국 경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안강철이 키우는 천재 제자. 내가 생각해도 이건 영화 한 편 뚝딱이었다.


"너는 목표가 무엇이냐?“


"목표요?“


"그래, 단순히 기수가 되고 싶은 게 목표냐, 아니면 그 이상으로 무언갈 하고 싶은 거냐?"


내 목표는 처음부터, 아니 전생에서부터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 최고의 기수요.“


"한국 최고의 기수라...어려울 것 없지.“


"그리고...“


"그리고?“


"세계에서도 통하는 세계 최고의 기수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미국으로 진출하려 했었다. 비록 전생의 꿈은 이뤄내지 못했지만, 현생에서 이어받으면 될 뿐이다.


"세계라...재밌구만. 남자로 태어났으면 그 정도 포부는 있어야지.“


그 말을 하는 안강철의 얼굴은 씁쓸해보였다. 국내 최고의 자리에 섰던 안강철은 그 다음을 생각하지 않았기에 기수로서의 인생을 접었다.

하지만 제자 될 아이는 시작도 하지 않았으면서 이미 우물 밖을 바라보고 있고, 재능과 노력, 거기다 목표까지 자신보다 월등한 제자를 보는 심정은 어떨까.


"세계 최고의 기수가 되고 싶다면 훈련부터 똑바로 받아라.“


"예!“


말은 저렇게 해도 씁쓸한 분위기가 사라진 채, 입꼬리가 다시 올라간 걸 보면 새로운 목표가 생긴 것 때문에 즐거운 게 아닐까.

물론 그 목표는 나와 같은 이현성이라는 학생을 세계 최고의 기수로 만드는 것일 거다.


"살을 급격하게 빼면서 몸이 버티질 못하고 있으니 근육을 키워라. 단, 근육은 움직임에 방해되면 안 되니 몸을 키우지 않는 운동을 해라.

살을 뺐다 해서 운동이 끝나는 게 아니다. 기수는 자기 관리가 필수이니 언제나 자신에게 만족하지 마라.“


"네, 알겠습니다."


"말은 알아서 정리하고 들어가라. 수고했다.“


안강철이 자리를 떠나고 혼자 남은 나는 말을 정리하며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정리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것만 해도 전생의 반은 따라잡았다.‘


행복 승마장에 온 지 이제 겨우 두 달 남짓 됐건만 벌써 전생에서 겪었던 행복 승마장 시절의 절반을 이뤄냈다.

이제 남은 거라고 해봐야 경주를 뛸 때 얻을 수 있는 조언뿐인데 경기만 수백 번 이상 뛰어본 프로 기수 이현성에게는 굳이 필요 없는 조언이다.

그럼에도 내가 행복 승마장으로 돌아온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기수가 될 때까지 감을 유지하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안강철의 인맥때문이다.


'비록 기수는 은퇴했지만, 그 명성은 어디 가지 않지.‘


기수에 합격하여 교육원에 들어가 배움을 받을 때도 그 업적이 수업 내용에 있을 정도로 안강철은 아직 경마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게다가 그가 기수로 활동했을 때의 인물들은 어딘가에서 한 자리씩 하고 있을 테니 훈련에 대한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저...선생님.“


”그냥 코치님이라 불러라.“


”아, 예. 코치님. 혹시 코치님께서는 더 이상 말을 타지 않으시나요?“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적어도 혼자 타는 것보다는 옆에 뛰어주는 사람이 있는 게 도움되니까.‘


말이라는 동물은 무리 생활을 하기에 옆의 말이 뛰면 같이 뛰는 습성이 있다. 즉, 혼자 뛰는 것보다 같이 뛰는 것이 훈련의 효율이 좋다는 것이다.

만약 안강철이 같이 뛰어준다면 도움이 됐으면 됐지, 방해될 일은 없다.


”내 나이가 몇인 것 같으냐?“


안강철은 대략 40대에 은퇴했고, 그 뒤로 20년은 지났으니 60대일 것이다.


”60대인 걸로 알고 있어요.“


”60대라면 이제 할애비 소리를 들을 나이인데 무슨 말을 타겠느냐.“


”하지만 노인이 되어서도 말을 타시는 분들은 많으시잖아요.“


승마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나잇대의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8,90대의 노인도 아니고, 60대, 거기다 말을 타는 것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베테랑인 안강철이라면 더더욱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저는 코치님이랑 함께 달려보고 싶어요.“


그 말에 안강철이 잠깐 미소를 짓더니 답한다.


”네가 그리 원한다면 같이 뛰어줄 수도 있지.“


”정말요?“


”단, 네가 내 훈련을 끝까지 따라왔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아직 제대로 탈 줄도 모르는 애송이랑 같이 달릴 정도로 이름값이 낮은 게 아니니까.“


사실 전략과 경험 등을 다 떼고 붙는다면 나도 안강철에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 나는 프로 기수 이현성이 아닌, 고등학생 이현성이다.

안강철이 얕보는 것은 당연하다.


”저는 끝까지 따라갈 거예요.“


”그건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겠지.“


”저랑 같이 달릴 준비나 미리 해두세요.“


이미 한국 최고의 자리에 도전하고 있던 나다. 훈련을 버텨내지 못할 리가 없다.


”그래, 두고 보마.“


* * *


6개월.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현성은 평일이면 오후에 나타나 일을 모조리 끝내고 1시간의 훈련을 받고 가고, 주말이면 하루종일 훈련을 받았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천재에다가 노력하고, 즐기기까지 하는 현성은 어떨까.


”어떻긴 어때, 미치고 팔짤 뛰겠지...“


가르치면 가르치는 대로 흡수하니 처음에는 가르치는 맛이 났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몇 주가 지나고, 몇 개월이 지난 지금은 더 이상 가르칠 게 없었다.


”이제는 뭘 더 가르쳐야 하는가...“


더 이상 혼자 타는 것만으로는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없다.


”정말 말을 다시 타야 하나...“


안강철은 현성이 훈련을 끝까지 따라오면 함께 달려주기로 했다. 반년 전만 해도 경마 기술을 익히려면 최소 2년은 걸릴 테니 그쯤에는 기수에 합격할 거라 생각하고 한 말이었다.

설마 반 년만에 혼자 달리는 것을 모조리 흡수할 줄은 정년 꿈에도 몰랐다.


”다시 타야 하는가...“


안강철의 눈에 삼관왕에 오를 때 사용했던 승마 장비와 각종 상들이 보여왔다.

한국에서의 1등을 이루고, 더 이상 이룰 게 없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고 관둔 경마. 그런 경마를 이렇게 쉽게 시작하는 게 맞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단 말이지.“


한국에서의 1등에 만족했던 자신과 재능과 노력을 갖추고 세계를 노리는 현성을 가르치며 묘한 박탈감을 느꼈다.

만약 경마를 다시 시작한다 해도 현역에서 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후배들에게 가르침을 줄 순 있을 거다.

과연 몇 십 년간 말을 타지 않은 자신이 경마의 전설로서 비춰질 수 있을까.


안강철은 마지막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켜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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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기수 교육원(3) 24.05.13 32 0 11쪽
13 기수 교육원(2) 24.05.12 36 0 11쪽
12 기수 교육원(1) 24.05.12 40 0 11쪽
11 전설과의 대결 24.05.11 38 0 11쪽
10 기수 후보생 모집(2) 24.05.11 40 2 11쪽
9 기수 후보생 모집(1) 24.05.10 41 1 12쪽
8 경마장 구경(2) 24.05.10 46 1 11쪽
7 경마장 구경(1) 24.05.09 52 1 12쪽
6 기수가 될 준비(5) 24.05.09 54 1 13쪽
» 기수가 될 준비(4) 24.05.08 5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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