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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감자님의 서재입니다.

1등 기수가 경마장을 씹어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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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심심한감자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0
최근연재일 :
2024.05.27 23:1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129
추천수 :
9
글자수 :
155,878

작성
24.05.2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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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기수 교육원(12)

DUMMY

윤성호의 손에서 반짝이던 물건.

윤성호가 탄 이후로 근육이 경직된 말.

이 조합을 합해보면 나오는 결론은 하나뿐이다.


'전기충격기...‘


달리는 말에게 전기충격기를 가할 경우, 고통 때문에라도 말은 더 뛰게 된다.

다만 이는 동물학대이며, 법으로 금지된 행위이다.

비록 평가인지라, 경마가 아니라도 윤성호의 행동은 도를 지나쳤다.


'그럼 어찌 해야 할까.‘


지금 당장이라도 윤성호의 전기충격기를 발설하면 당장에 조사를 해볼 테지만, 설마 그 정도도 생각 못했을 리 없다.

이미 방법을 마련해두었을 테니 모른 척, 증거를 찾아야만 한다.


'그럼 이번에는 져야 하는가?‘


전기충격기로 동물학대까지 하며 나온 성적이다. 그런 성적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한다.‘


전기충격기든, 뭐든 간에 윤성호에게 지는 것은 자존심이 용납 못 한다.

어떡해서든 승리를 해야겠다.


툭, 툭.


말에 타기 전, 말의 온몸을 두드려주며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이는 근육이 조금이라도 풀어지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 다음으로 말 위에 올라타 말의 몸을 쭉쭉 늘리도록 유도하며 스트레칭을 시켜주었다.

경직된 근육을 풀고, 내 생각과 말의 행동이 일치하는 지점. 그때가 바로 말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컨디션이다.


"가자.“


히히힝!


말도 전기충격기에 대한 복수를 하고 싶은 것일까, 내 말에 화답하며 달리는 것에 집중했다.

달리며 출발선이 가까워질 때, 말이 최고 속력을 낼 수 있도록 최대한 말의 몸에 붙지 않을 정도로 전경 자세를 잡았다.


1분 28초. 지금 이렇게 달려서는 윤성호의 기록을 깰 수 없다.


'그렇다면...!‘


채찍을 들어 말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채찍 또한 동물학대이지만, 경주를 위해서 채찍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대신, 경마 법에서는 채찍의 횟수를 제한하는 것으로 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짝, 짝!


채찍이 말의 엉덩이를 강타하며 말이 더욱 속력을 낸다.


'이 정도면 부족하진 않다!‘


마침내 결승선을 넘었다.

과연 내 기록은 얼마일까.


말을 진정시키고 돌아오니 윤성호의 입꼬리가 잔뜩 솟아있는 게 보인다.


"강사님, 현성이 돌아왔네요. 성적 불러주시죠.“


"이현성 후보생, 1분 30초입니다.“


1분 30초. 말이 낼 수 있는 최고를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윤성호보다 2초 늦었다.

나는 진 것이다.


낙담하고 있으니 최진성이 다가온다.


"현성아, 다른 애들은 2분을 넘겼으니까, 대단한 거야.“


그런 말이 위로가 될 수 없다. 윤성호가 전기충격기를 썼어도, 말이 경주를 뛰고 있는 현역이 아니어도.

나는 프로 기수였으며, 윤성호는 아직 기수도 되지 못했다.

상황은 다르지만, 어른이 아이에게 진 것만 같은 기분이다.


"진성이 형, 형이 알아봐줄게 있어.“


"어, 그래. 말만 해. 뭐든 들어줄게.“


"윤성호 형이 전기충격기를 사용했어.“


"뭐!? 뭐라고!!!?“


최진성의 목소리에 다른 후보생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는 걸 인지한 최진성이 조용히 속삭인다.


"그걸 어떻게 확신해?“


그게 아니고서야 내가 질 일은 없으니까.

다만 이렇게 말할 순 없다.


"말에 타려고 보니 근육이 엄청 경직되어 있었어. 한바탕 제대로 뛰고 나면 오히려 근육이 풀려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충분히 의심할 수는 있는데 증거가 너무 부족해.“


"말에 타기 전에 손에서 반짝이던 걸 봤어.

처음에는 시계라도 찬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시계도 차지 않고 있잖아.“


"흠...일단 내가 알아는 볼게.“


"부탁해.“


윤성호의 전기충격기. 이 평가는 상대보다 더 빠르게만 달리면 될 뿐이다. 하지만 저 생각없는 윤성호가 전기충격기를 준비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누군가 끼어있을 거고, 그게 누구인지는 안 봐도 비디오지.‘


내 죽음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윤성호, 협회의 간부인 그의 아버지. 갑자기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뀐 교육원.

이 모든 게 우연인 것 같지만은 않다.

윤성호의 전기충격기를 찾아내는 것이 이 모든 일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반드시 찾아주마.“


주말에는 교육원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집으로 전기충격기를 가져갈지 모르니 이번 주 안에 찾아야만 한다.

평가를 본 날은 수요일. 수요일 오후부터, 금요일 오후까지. 주어진 시간은 정확히 삼일이다.


"어우, 이게 누구야. 이번 평가에서 C를 맞으신 이현성씨 아니야?“


윤성호는 내게 이긴 것을 자랑하고, 나를 까내리느라 바빴다. 만날 때마다 도발을 해오는 것을 보면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은 심정이다.


'잠깐, 주먹이라고?‘


교육원에서 폭력은 즉시 퇴출이다.

윤성호 무리는 평소에 자기들끼리 놀기만 바빴다.

그런 이들이 하루 종일 나를 까내리는 걸 보면 어떤 목적이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든다.


"나한테 이긴 것 축하해.“


"킥, 애써 괜찮은 척 하기는.“


윤성호를 무시하고 내 갈 길을 갔다. 지금 중요한 건 저딴 놈의 도발이 아니라 전기충격기의 행방이다.

최진성을 찾아가니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단 찾아볼 수 있는 데는 다 찾아봤는데도 없어. 그럼 나는 곳은 윤성호 방뿐인데...“


방을 뒤지기 위해서는 이 일을 까발려야 한다. 기숙사 사감과 함께 방을 뒤져볼 수야 있겠지만, 만약 나오지 않는다면?

나는 아무 죄도 없는 윤성호를 의심한 것이고, 평가를 부정한 방법으로 본 것으로 몰아간 게 된다.

확실하지 않다면 걸어볼 수도 없으니 방을 뒤져보는 건 불가능하다.


"현성아, 내가 해볼게.“


"형이? 어떻게?“


"윤성호 패거리랑 친한 건 그나마 내가 유일할 거야. 물론 그것도 인사 정도만 하는 거지만...

어찌 됐든 방에 들어가는 것 정도는 의심 사진 않을 거야.“


"하지만 괜히 일이 잘못 되면...“


"모른다고 잡아떼면 그만이지. 아무튼 나한테만 맡겨.“


"형한테만 짐을 맡기는 것 같아서 미안하네.“


"미안할 게 뭐 있어. 우린 친구잖아.“


친구. 전생에는 없던 존재다. 이렇게 소중한 게 친구였다는 걸 알았다면 전대 혼자 열심히 살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은 걔 방으로 갔다 와볼게.“


"지금 바로?“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잖아. 뒤져볼 것은 아니더라도 구경하는 것 정도야 괜찮겠지.

넌 나만 믿어.“


최진성은 당당하게 걸어 윤성호의 방문을 똑똑 두들겼다.

이내 윤성호와 몇 차례 대화를 나누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대략 10분여가 지났을까. 최진성은 윤성호와 친해지기라도 한 듯이 손을 흔들며 나왔다.


"형, 어찌 됐어?“


"경계심이라고는 존재하지가 않는데?

너랑 같이 다니니 잘난 체하고, 불편하다 정도만 말했는데도 자기한테 붙는 줄 알고 엄청 좋아하더라고.

근데 아쉽게도 전기충격기처럼 생긴 물건은 없더라.“


평가에 사용한 전기충격기를 눈에 띄는 곳에 뒀을 리가 없다.

제일 눈에 안 띄는 곳에 숨겨뒀을 테니 둘러보는 정도로 찾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안 보이는 곳에 숨겨뒀나 보네.“


"그럼 찾아보면 되지.“


"어?“


"뒤져보면 되는 거잖아.“


"하지만 남의 방이잖아.“


"괜찮아, 나한테만 맡겨둬.“


"아무리 형이라도...“


최진성이 무슨 방법을 쓸지는 몰라도 혹시라도 들키게 된다면 곧바로 퇴소감이다.

내쪽의 부담을 괜히 최진성이 지게끔 할 순 없다.


"내가 방에 들어가 얘기를 나누는동안 네가 윤성호를 불러내면 돼.“


"내가 윤성호 형을?“


"그래, 어떤 방법으로든 대충 10분...아니, 5분만 끌어줘. 그러 내가 찾아서 대령할게.“


5분 정도야, 어떻게든 끌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5분만에 찾지 못한다면 말짱 꽝이고, 최진성은 퇴출 당할 것이다.


"5분으로 되겠어...?“


"충분하지. 나도 비밀 물건을 숨겨놓는 공간이 여럿 있으니까 비슷하게 찾아보면 되겠지.“


"비밀 물건?“


"애들은 모르는 그런 게 있지. 아무튼 계획은 성립된 거고, 오늘은 이미 들어가봤으니 내일 실행하자.

내일까지 어떻게 끌어낼지, 시간을 끌지 생각해둬.“


"알았어, 형.“


내가 시간을 끌고, 최진성이 전기충격기를 찾는다.

찾으면 다행인 것이고, 못 찾으면 말짱 꽝. 사실상 도박에 가깝다.


다음 날이 되고, 하루가 마무리 되어 이제 슬슬 자유시간에 돌입할 쯔음, 계획이 시작됐다.

최진성은 어제처럼 윤성호의 방에 들어갔고, 이제는 내 차례다.

내가 준비한 윤성호를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방법은...


"윤성호 형, 잠깐 시간 좀 될까?“


내 목소리에 윤성호가 안에서 나온다.


"뭐야, 이현성? 네가 여길 왜 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잠깐 시간 좀 될까?“


"무슨 말?“


"형네 무리에 관심이 있어서."


그 말에 윤성호는 방 안에 있는 최진성을 잠깐 보더니 방밖으로 나왔다.


"잠깐 정도는 어울려줄게.“


나는 윤성호를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좀 궁금한 게 있어서.“


"뭐가 궁금한데.“


"형네 무리에 들어가면 혜택 같은 게 있어?“


윤성호가 피식대더니 입꼬리를 감추지 못하고 말한다.


"아아, 너도 결국 똑같은 놈이었구나.

혜택?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아빠가 말협회의 임원이야.

내가 기수가 된 이후부터 전폭적인 지원이 들어올 거야. 그와 함께 내 무리도 지원을 받게 되겠지.“


"협회의 지원이라니...“


잔뜩 기대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니 윤성호는 더욱 신나 말한다.


"내 밑으로 들어오면 기수 인생 쫙 피는 거지.

이제야 너도 정신 차린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하네.

네가 내 밑으로 들어오면 기수는 어렵지 않게 될 수 있도록 해줄게.“


계속 이 개소리를 듣고 있자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바로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지만, 최진성의 문자가 오지 않는다.

문자가 오기까지는 벼텨야만 한다.


"어때, 지금 당장 내 밑으로 들어올래?“


"아, 잠깐 생각을 좀...“


"아니다, 그냥 내 방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자. 너도 잘 아는 애가 이미 방에 있거든.“


윤성호가 방으로 가려 한다. 아직은 절대 안 된다.


"드, 들어갈게!“


윤성호가 뒤를 돌아보더니 손을 뻗어왔다.


"이야, 잘 생각했어. 그래, 대세를 잘 타야 하는 거지.“


일단 질렀다. 최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떡해서든 시간을 끌어야 한다.


"너도 들어오기로 했으니 애들 소개 좀 해줄게. 너도 궁금하지?“


기수가 되지도 못하는 애들과 친해질 생각은 없다.

그래도 시간을 끌기 위해서라면...


"맞아, 나도 궁금...하기는 개뿔!“


내가 윤성호의 무리에게 소개되기 전, 문자가 왔다.


[전기충격기 발견^^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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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기수 교육원(2) 24.05.12 36 0 11쪽
12 기수 교육원(1) 24.05.12 40 0 11쪽
11 전설과의 대결 24.05.11 38 0 11쪽
10 기수 후보생 모집(2) 24.05.11 40 2 11쪽
9 기수 후보생 모집(1) 24.05.10 41 1 12쪽
8 경마장 구경(2) 24.05.10 4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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