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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감자님의 서재입니다.

1등 기수가 경마장을 씹어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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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심심한감자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0
최근연재일 :
2024.05.27 23:1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127
추천수 :
9
글자수 :
155,878

작성
2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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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지막 평가(3)

DUMMY

경마에는 늘 변수가 따른다.

그 날의 날씨, 말과 기수의 상태, 각각의 위치 등 사소한 것 하나에도 결과가 바뀌기도 한다.


지금 이 평가 또한 마찬가지다.

김민수는 도주로 선두를 끝까지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마지막 코너에서 선두를 따르며 결국 상위권들이 선두를 차지했다.

다만 그 선두에 이현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지막 코너를 돌아 이제는 직선 코스. 결승선까지 단 400m를 남겨두고 있다.

그렇다 해서 벌써부터 달리다가는 결승선까지 닿지도 못하고 말이 지쳐버릴 수 있다.

말의 체력을 생각하며 언제 힘을 발휘할지도 기수의 결정에 따른다.


김민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말도 김민수도 바람 저항 하나 없이 온몸으로 다 받고 있기에 이미 심신이 모두 지친 상태다.

다만 여기서 속도를 줄인다면 도주마는 전의를 잃고 달리지 않게 된다.

적어도 이 페이스를 유지하며 끝까지 달려야만 한다.


반면 김민수의 뒤에서 바람 저항을 최소한으로 받고 있는 유한명.

일명 피빨기를 통해 체력을 보존하고 있다. 그건 박철성과 김수현도 마찬가지다.


100m를 더 달려 어느덧 300m밖에 안 남았다.

대게 경주는 200m남은 지점부터 남은 힘을 모두 쥐어 짜내 전력으로 질주한다.

슬슬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네 사람이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박철성, 그만 좀 밀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경주 상황에 유한명의 외침은 들리지 않는다.

철퇴처럼 뚫고 나가려는 박철성을 유한명은 어떻게든 막아내고 있다. 다만 박철성으로도 벅차니 김수현까지 막아낼 재량은 없었다.

김수현이 옆으로 빠져나가 홀로 달리기 시작한다. 박철성과 둘이 싸우면 사이좋게 1등을 놓치게 된다.

유한명은 어쩔 수 없이 박철성에게 자리를 내어줬다.


김민수가 약간이나마 선두에 있지만, 결국 4마리가 동시에 달리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과연 1등은 누가 하게 될까.


어느덧 200m지점. 슬슬 말들의 질주가 시작된다.

김민수는 이미 말과 자신의 체력이 한계였기에 더 달리진 못하고 뒤떨이지기 시작한다.


이제 150m.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한 말들은 신경전 따위 없이 오로지 앞만을 바라보고 달려나간다.

매서운 채찍이 휘날리고, 그에 따라 말들은 더욱 힘을 내 달린다.

결국 김수현, 박철성, 유하명. 이 중에 하나가 1등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다다다다!!!


셋이서 결승선만을 바라보고 달리는 와중 뒤에서 무언가가 지나간다.


전력질주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것.

보지 못했지만, 알 수 있었다.

이번에도 졌다는 걸.


* * *


발주대가 열리며 경주가 시작됐다.

내가 탄 말은 추입마로 처음에는 뒤에서 달리고, 막판에 뒤집기를 시도하는 말이다.

선두와의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승리와도 멀어진다.


시작은 도주마인 김민수가 지배할 것이 뻔하다.

웬만한 후보생들은 그를 따라가느라 체력을 조절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체력 안배만 잘해줘도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승리가 아닌, 1등이다.


앞말의 뒤에 따라붙어 바람 저항을 덜 받게 되는 일명 피빨기.

어떻게든 뒤에 따라 붙어 최대한 힘을 보존하며 끝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마지막 코너가 다가오니 근처에서 달리던 김수현마저도 선두를 향해 달려 나갔다.


선두 싸움이 치열한 와중에도 나는 오로지 피빨기에 집중하며 마음속으로 거리를 쟀다.

말이 전력질주 할 수 있는 시간, 지금 말에게 남은 체력 등을 고려하여 최적의 거리를 계산한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250m의 거리를 세었을 때, 질주를 시작했다.


도주마, 선행마, 선입마, 자유마 등 다양한 말의 스타일이 있지만, 추입마는 경마인들에게 있어 가장 짜릿한 쾌감을 선물한다.

맨 꼴찌에서 달리다가 막판에 역전승을 하는 긴장감 가득한 경주를 만드는 것이 바로 추입마다.

내가 탄 말 또한 추입마.

내 경주는 마지막에 시작한다.


다다다다!!!


질주를 시작했다. 다른 말들은 힘이 빠진 상태로 질주를 시작한다.

반대로 추입마는 피빨기로 보존한 체력을 전력질주에 그대로 가져다 쓴다.


옆으로 빠져 달리니 초반부터 페이스 조절을 하지 못한 후보생들을 금방 지나쳤고, 이제 남은 건 선두 4명이다.


200m.

초장부터 달리며 힘을 다 뺀 김민수를 넘겼다.

150m.

서로 앞다투어 결승선을 향해 달리고 있는 세 명이 보여온다.

그들은 점점 가까워지고, 이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남은 50m.

시야에는 어떠한 말도 존재하지 않았고.

나는 당당하게,

1등을 차지했다.


* * *


"끝났구만.“


"이야, 고작 수습 기수 평가일 뿐인데 저런 추입을 보게 되다니...“


"조심해야 할 거다. 현성이를 보는 다른 조교사들 눈이 예사롭지 않거든.“


안강철의 말대로 다른 조교사들의 눈이 심상치 않았다.

마치 좋은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수습 기수는 능력을 증명하지 못했기에 프리로 뛰며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현성이 수습 기수가 된다면 자신의 조로 와달라고 부탁할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정말 현성이가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하면 어쩌지...?“


김만영은 걱정이 되었다.

1조가 가장 잘나가는 조라고 해도 다른 조들이 못 나가는 건 또 아니다.

자신보다 좋은 조건을 부르면 이현성이가 다른 곳으로 가버리지 않을까.


"걱정하지 마라. 현성이는 1조로 갈 거다. 잘 데리고 있어야 한다.

괜히 다른 놈들이 프리로 뛰어달라고 할 수도 있어.“


기수는 조에 소속될 수 있지만, 프리 기수로 뛰는 것도 자유다.

현성처럼 능력이 뛰어난 기수라면 프리로 뛴다 해도 여기저기서 말을 타달라 말해줄 것이다.

현성을 조에 소속시키려면 김만영 또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정말 그러면 어떡하지?“


"그러니까, 네가 방법을 잘 생각해보라 이 말이다.“


"현성이를 데리고 있을 방법, 현성이를 데리고 있을 방법...“


안강철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최고로 잘나가는 조교사가 고작 후보생 하나의 마음도 제어하지 못하는 걸 보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했다.


"내려가서 현성이나 보러 가자.“


"그래, 가자.“


"저도 아들 보러 가야겠습니다.“


셋이 관람석을 내려와 주로 쪽으로 향했다.

주로에는 힘이 다 빠진 말들을 위해 후보생들이 몸을 풀어주는 마무리 운동을 하고 있다.

다들 우중충한 표정이지만, 이현성만은 빛나는 얼굴이었다.


"현성아!“


안강철의 부름에 이현성이 다가간다.


"코치님!“


"현성아, 나도 왔다.“


"조교사님!“


이현성의 얼굴은 밝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진장 기뻐 보이는 얼굴도 아니었다.


"현성이, 너 당연히 1등을 할 거라 생각했구나.“


"...그게 눈에 보이나요?“


"처음해본 단체 경주에서 1등을 차지했음에도 고작 그런 얼굴이면 당연한 거겠지.

네가 최고로 기뻐하는 표정을 보려면 삼관왕 정도는 되어야겠구나.“


이현성은 마음속에만 간직한 일을 들킨 것에 정말 놀랐지만,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사, 삼관왕이라뇨. 일단은 수습 기수로 잘 해내는 게 목표인 걸요.“


김만영이 이현성을 탐내는 조교사들의 눈빛을 보고는 얼른 입을 열었다.


"현성아! 수습 기수는 물론 1조에서 할 거지?“


"어, 그게...“


이현성이 대답을 망설이고 있으니 김만영은 속이 타는 마음이었다.


"현성아, 내가 잘해줄 테니 제발 1조로 와줘라.

수습 기수 중 최고 대우...아니, 프로 기수만큼 비율을 맞춰줄 테니 1조로...“


"조교사님!“


갑자기 부르는 이현성의 목소리에 김만영이 화들짝 놀랐다.


"어, 왜 그러니, 현성아?“


"장난이에요, 왜 그렇게 긴장하고 계세요?“


"아, 아. 장난이었구나. 나도 참 장난인 줄도 모르고...

그럼 1조로 오는 거지?“


장난이든, 뭐든 김만영에게는 현성이 1조로 올지, 안 올지가 문제였다.

현성의 대답은 당연하게도...


"당연히 1조로 가야죠. 조교사님과 저의 인연이 그리 가벼운 게 아니잖아요.

코치님이 저를 가르치실 때에도 조교사님이 계셔야 훨씬 편하게 오고 갈 수 있으실 테니까요.“


"나 때문이라면 굳이 안 그래도 된다. 다른 조교사들이라 해도 이놈과 똑같이 해줄 거거든.“


그 말에 김만영이 발끈한다.


"너는 친구가 돼서는 나 좋은 일을 해줘야지!“


"크하하, 장난이다, 장난.“


"어휴, 정말.“


세 사람 못지않게 최씨 부자 또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아버지, 저 6등이에요...“


경마는 출전만 해도 출전보상금을 받는다. 즉, 출전만 해도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서는 상금을 따야만 한다.

1등은 52%, 2등은 22%, 3등은 13%, 4등은 8%, 5등은 5%를 가지게 된다.


5등까지를 승리, 6등부터는 패배라고 부르니 사실상 최진성은 패배한 것이었다.

최진성은 자신의 페이스를 잘 유지하며 6등을 유지했지만, 결국 6등은 패배였다.


"장하다.“


최진성은 패배했다. 다만 최무백에게 있어 아들이 출전한 것만으로도, 경주에 임한 것만으로도 대단하고, 대견했다.


"너는 시작부터 끝까지 너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더구나.

비록 6등으로 마무리했지만, 너는 끝까지 6등을 유지하고 있었다.

네가 조금 더 경험이 있었다면 5등을 넘어 더 높은 순위도 노려볼 수 있을 거다.“


"아버지...“


"진성아...“


비록 최진성이 말 위에 있어 서로 안아주지는 못했지만, 부자 사이는 더욱 애틋해졌다.


모두가 각자의 말을 정리하고, 오후가 되었다.

평가는 그새 마무리되어 평가의 등급이 공개된다고 한다.

마지막 평가이다 보니 결국 이 평가의 등급이 수습 기수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먼저 2년간 힘든 훈련을 견디며, 각자의 능력을 키워낸 모두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그럼 마지막 평가의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A등급을 받은 사람은 이현성, 김수현, 박철성, 유한명, 김민수...그리고 최진성 후보생까지 이상 6명이 A등급입니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들려왔다.

마지막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보니 합격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럼 이어서 수습 기수가 될 명단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강사진은 지난 2년간의 평가를 종합하여 결과를 냈으며 수습 기수가 될 사람은...

이현성, 김수현, 박철성, 유한명, 김민수 후보생까지 이상 5명입니다.“


마지막 평가에서 최진성은 A를 받았지만, 지금까지의 평가에서는 보통 중위권의 성적을 받았다.

아쉽게도 수습 기수 명단에서는 떨어져 버리고 만 것이다.


"현성아, 나는 떨어진 김에 이만 교육원을 중퇴하고, 협회 일에 몰두하려고.“


최진성은 수습 기수가 되었어도 경주는 뛰지 않고 협회 일에 몰두할 생각이었다.

차라리 괜히 기수 쪽에 희망을 품지 않게 됐으니 오히려 잘 된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언제나 형을 응원할게.“


"나도 너를 응원할게.“


이제 둘은 각자 다른 길을 걷게 된다.

한 명은 최고의 기수를 향해.

한 명은 협회의 가장 높은 자리르 향해.


목표가 달라도 둘은 이어져있다.

이 인연은 시간이 지나도, 둘의 자리가 달라져도 끊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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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기수 교육원(13) 24.05.22 18 0 12쪽
25 기수 교육원(12) 24.05.21 20 0 11쪽
24 기수 교육원(11) 24.05.20 23 0 11쪽
23 기수 교육원(10) 24.05.19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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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기수 교육원(5) 24.05.14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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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기수 교육원(3) 24.05.13 32 0 11쪽
13 기수 교육원(2) 24.05.12 36 0 11쪽
12 기수 교육원(1) 24.05.12 40 0 11쪽
11 전설과의 대결 24.05.11 38 0 11쪽
10 기수 후보생 모집(2) 24.05.11 40 2 11쪽
9 기수 후보생 모집(1) 24.05.10 41 1 12쪽
8 경마장 구경(2) 24.05.10 46 1 11쪽
7 경마장 구경(1) 24.05.09 52 1 12쪽
6 기수가 될 준비(5) 24.05.09 54 1 13쪽
5 기수가 될 준비(4) 24.05.08 5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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