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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감자님의 서재입니다.

1등 기수가 경마장을 씹어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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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심심한감자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0
최근연재일 :
2024.05.27 23:1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126
추천수 :
9
글자수 :
155,878

작성
24.05.2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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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지막 평가(2)

DUMMY

모든 후보생들이 각자 배정된 말을 타고 몸을 푼다.

이때, 몸을 푸는 것은 기수뿐만 아니라 말들도 포함이다.

사실상 달리는 것은 말이다 보니 말의 몸을 풀어주고 기수와의 마음을 도동화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내게는 익숙한 일이지만, 후보생들은 이 과정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다.

그 때문에 마냥 달리면서 몸을 풀고 있다. 저래서는 기수와의 협동이 불가능할 것이다.


"몸들 풀었으면 발주대로 들어가자. 오늘은 특별히 경주를 직접 도와주시는 관리사님들께서 와주셨다.“


경주가 시작되기 전, 모든 말들은 발주대 안으로 들어간다.

발주대는 말이 움직일 수 없도록 한 마리가 들어가면 꽉 차는 공간이다 보니 갑갑한 발주대에 말이 들어가고 싶어 할 리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마필관리사다. 말을 끌고 발주대 안으로 함께 들어가 시작하기 전까지 말을 붙잡아준다.

지금까지는 후보생들끼리 돌아가면서 했지만, 오늘은 모든 후보생이 달리니 마필관리사의 협조를 받은 것이다.


"그럼 입장!“


마필관리사의 유도를 받아 말들이 발주대 안으로 한 마리씩 들어가고 있다.

이럴 때에는 꼭 한 마리씩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히힝!!!


발주대를 거부한 말이 앞발을 들어올리며 로데오를 친다.

후보생이 말을 진정시키면 마필관리사가 말을 빙글빙글 돌게끔 만든다.

이는 어지러운 순간에 발주대 안으로 넣기 위함이다.


"오늘의 평가를 완벽히 마치면 수습 기수가 될 수 있다.

등수가 중요한 것이 아닌, 경주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볼 테니 모두 후회없는 경주를 펼칠 수 있도록!“


말을 마친 강사가 앞으로 나섰다. 들어올린 깃발이 내려가는 순간, 경주가 시작된다.

모든 기수가 긴장하며 깃발이 내려가는 것만을 바라보고 있다.


펄럭! 텅!!!


깃발이 내려감과 동시에 발주대의 문이 열리며 모든 말들이 튀어나간다.


이제부터는 내 시간이다.


* * *


"강철아, 현성이는 준비 잘한 거냐? 설마 평가에서 떨어지지는 않겠지?“


"설마 나를 이긴 현성이가 평가에서 지려고. 당당하게 1등을 차지하고 돌아올 거다.“


"하긴 현성이라면 그렇겠지. 옛날 너를 본따 만든 것 같으니까.“


"이놈이? 옛날 나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


"그래, 그래. 너 잘 났다, 이놈아.“


둘은 오늘 후보생들의 경주를 관람하기 위해 왔다.

이 둘뿐만 아니라 다른 조의 조교사들 또한 관람을 왔다.

인재가 있다면 자신의 조로 채가려 함이다.


"두 분, 일단 경주나 보시죠.“


최무백은 윤성호를 쫓아낼 때, 이 둘과 친해져 같이 경주를 관람하러 왔다.

이현성도 관심이 갔지만, 오늘 이 자리에 온 것은 최진성, 그의 아들 때문이다.


"최진성, 파이팅!!!“


응원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 보니 최무백의 목소리만 울려퍼졌다.

몸을 풀고 있던 최진성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왔다.


"아들 놈이 참으로 대단하구만. 현성이랑 경주도 뛰고 말이야.“


"그럼 맞지. 최고의 기수랑 같이 뛰어볼 수 있다는 건 영광이지.“


둘은 이미 이현성의 재능을 알아봤다. 그렇기에 가르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무튼, 그 둘의 안목으로 볼 때, 제대로 성장만 한다면 최고의 기수 자리는 이현성의 것이었다.

그건 최무백 또한 느끼고는 있다. 뛰어난 재능, 뛰어난 스승들. 그런 현성을 아들이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응원할 뿐이다.


"최진성, 파이팅!!!“


어느덧 경주의 시간이 찾아왔고, 모든 말이 발주대에 들어갔다.


"시작하는구만.“


"선두는 누가 쟁취할 것 같지?“


"도주마 한 마리가 있었지. 그 놈이 초반에는 선두로 달리겠지.“


"잘만 하면 뒷놈들 페이스를 다 망치고 우승까지 할 수도 있겠지.“


"그래봤자, 도주마는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후보생들의 훈련을 위한 말이라면 더더욱.“


도주마는 시작부터 끝까지 있는 힘을 다해 달린다.

그런 도주마가 1등을 하기 위해서는 말도 안 되는 체력을 요한다.

기수 교육원의 말들은 어디까지나 훈련용이다.

실제 경주마보다 체력, 속도, 힘 등 모든 면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도주마가 선두일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텅!!!


발주대가 열리며 모든 말이 일제히 달리기 시작한다.

가장 선두에 있는 것은 김민수, 도주왕 김민수였다.


"역시 도주마가 가장 빠르군.“


"허어, 도주마의 스프린트를 견뎌? 후보생 실력으로 그게 가능한 일이냐?“


"현성이가 가르친 애다.“


"뭐라고? 현성이가 말 타는 걸 가르쳐?“


"제 훈련도 모자라 남을 가르치기까지 했지.

성과가 부진했다면 당장 그만두고 네 훈련이나 신경 쓰라고 하려 했다만, 성적은 늘 1등이었으니 말릴 수도 없었지.“


"이야, 이현성, 저 대단한 놈. 역시 우리 조로 끌고 와서 '폭군'을 태워야...“


"'폭군'이 나았나?“


"요양이 거의 끝났다. 현성이가 수습 기수가 될 즈음에는 다시 경주로 복귀해야지.“


'폭군'은 누가 뭐래도 현 경마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말이다.

1조가 가장 잘나가는 이유도 '폭군'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기수가 되었을 때에도 '폭군'이 멀쩡하겠냐는 이현성의 물음에 김만영이 수의사를 불러 체크를 해봤다.

처음에는 별일 없었지만, 1년이 지나고서야 문제가 터졌다.


염증.


염증은 여러 이유로 생길 수 있다.

바이러스 감염, 심한 운동, 병의 발생 등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폭군'이 염증에 걸린 이유는 바이러스 감염이었다.

다행히도 이현성의 말을 듣고, 3개월에 한 번씩 수의 검진을 받았기에 망정이지, 더 늦었더라면 이미 바이러스가 퍼진 후였을 것이다.

이현성 덕분에 '폭군'이 경주마로서 계속 살아갈 수 있게 되었으니 기수가 된다면 함께 경주를 지배해야지 않겠나.


"'폭군'을 타기 전에 기수 먼저 합격해야 할 거다, 현성아.“


"'폭군'을 타겠다 한 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기는.“


"누가 '폭군'을 안 타? 현 경마판에서 명실상부 최고의 말인데.“


"현성이는 '로드'를 탈 거다.“


"흥, 그놈도 어차피 내가 훈련 시키고 있다.“


"나도 하고 있고.“


점점 이야기가 두 노인의 유치한 말다툼이 되어가니 최무백이 상황을 진정시켰다.


"두 분, 얘기 그만 나누시고, 아이들 경주나 집중하시죠.“


"크흠, 그러지.“


경주의 진행 상황을 보니 벌써 첫 번째 코너에 다가가고 있다.

코너는 총 2개. 첫 번째 코너는 3분의 1지점이다.

그 지점을 가장 먼저 돌파한 것은...


"도주마가 아직도 선두에 서고 있군.“


"다른 말들이 따라가려 애쓰지만, 저건 자신의 페이스만 망치는 꼴이죠.“


도주마를 따라가다가는 힘을 먼저 소진하며 뒤처지게 된다.

도주마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초반에 선두 싸움을 이기거나, 어떡해서든 1위 자리를 탈환하는 수밖에 없다.

그 외에는 그저 힘이 빠지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그나저나 현성이는 왜이리 뒤에서 달리는 거지?“


"현성이가 타는 말은 추입마다. 마지막이 되어서야 달리겠지.

하지만 도주마와 거리 차이가 심한데...“


"현성이 말고도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놈들이 보이는구만.

저놈들은 당장에 3군 경주에 뛰어들어도 제 밥벌이는 하겠어.“


경주는 1군에서 5군까지 있다. 1군에 가까울수록 상금이 많아지는 구조이다.

수습 기수들은 5군부터 시작하며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충분한 경험이 쌓여야 한다.

이제 막 수습 기수가 될 후보생들이 3군에서 먹힌다는 것은 그만큼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이며, 재능을 펼칠 수 있을 정도로 노력했다는 것이다.


"제 아들도 열심히 따라붙고 있네요.“


최진성도 뒤처지지 않고 중간에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어차피 경주의 핵심은 마지막 250m구간이다.

그 구간에서 가장 후미에 있던 말이 치고 나가며 1위가 될 수 있고, 1위가 굳건히 자리를 지켜내며 그대로 1위를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승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코너를 돈다.“


김민수가 먼저 코너를 돈다.

도주마는 뛰어난 기동성을 보이지만, 빠른 속력 때문에 코너를 잘 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김민수가 타고 있는 말이 딱 그런 쪽이었다.

코너링이 부족하여 바깥쪽으로 약간 밀리니 어느새 따라온 선두 그룹이 김민수의 뒤쪽까지 따라왔다.


"도주마는 다음 코너에서 잡히겠는데...

저게 뭐야?“


"이야, 대단하구만.“


그들이 보고 있는 건 유한명이었다.

뛰어난 시야로 판을 전체적으로 보고 있던 유한명이다.

김민수가 가장 선두에서 달렸음에도 자신의 페이스를 지킨 유한명은 코너에서 적절히 파고 들며 단숨에 선두 그룹으로 치고 올라왔다.

반대로 후미 그룹은 자신과 선두 그룹에 막히도록 길을 막아뒀기에 애매하게 진로가 방해되었다.


"저게 일부러 한 거라면 당장 프로로 뛰어도 이상 없겠는데?“


"저놈도 현성이가 가르쳤다.“


"아니, 그놈은 말도 잘 타, 가르치는 것도 잘 가르쳐. 대체 못하는 게 뭐야?“


"저놈 뿐만이 아니다.“


"그럼 설마...?“


"하나 더 있다.“


후미 그룹에서 파고들며 단숨에 선두 그룹으로 치고 올라간 유한명, 그의 뒤에는 박철성이 있었다.

유만형이 재빠르게 파고 들 것을 예상한 박철성은 오로지 뒤편에 붙은 채로 선두 그룹까지 따라왔다.

이젠 자신의 차례였다.


"저걸 몸싸움을 걸어? 너무 무식한...!

어라...? 저게 되네...?“


선두 그룹까지 치고 올라온 박철성은 속력을 올리며 틈을 파고들었다.

선두 그룹의 치열한 몸싸움으로 만들어진 미약한 틈을 그냥 우직하게 나아가며 다 밀어내고 선두 그룹을 넘어선다.


"그럼 설마 저놈도 현성이가 가르친 거냐?“


김만영이 보는 곳에는 가장 후미, 이현성과 비슷한 위치를 점한 김수현이 있었다.


"저놈은 현성이가 가르치지 않았다.

다만 천재는 하나만이 아니었다는 거지.“


김수현. 경마의 천재가 슬슬 시동을 걸기 시작한다.


"이현성, 보여줄게.“


김수현이 고삐를 꽉 쥐고 채찍질을 시작한다.

가장 후미에 있던 말이 달리기 시작하며 다가오는 첫 번째 코너의 인코스를 달린다.

거의 펜스에 박을 것처럼 코너를 돌았음에도 멀쩡한 것은 완벽한 컨트롤이 한몫했다.


"먼저 간다.“


이제는 바뀌어버린 선두 그룹 바로 뒤에는 열심히 따라가는 후보생들이 있었지만, 김수현에게 이들은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에 불과하다.


"고맙다, 바람막이들."


달리면서 어느새 두 번째 코너를 돌았다.

100m, 200m를 지나 어느덧 250m가 남으니 기수들이 말을 보낸다. 그에 화답하듯 말들도 젖먹던 힘을 다한다.

몸싸움이 극에 달한 순간, 오른쪽으로 무언가가 이동했다.

무심코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 결과 그곳에는 이현성이 있었다.


추입마.


마지막까지 힘을 아끼며 버틴 이현성이 남은 힘을 폭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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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마지막 평가(3) 24.05.27 11 0 11쪽
» 마지막 평가(2) 24.05.25 13 0 11쪽
28 마지막 평가(1) 24.05.24 17 0 10쪽
27 기수 교육원(14) 24.05.23 15 0 12쪽
26 기수 교육원(13) 24.05.22 18 0 12쪽
25 기수 교육원(12) 24.05.21 20 0 11쪽
24 기수 교육원(11) 24.05.20 23 0 11쪽
23 기수 교육원(10) 24.05.19 26 0 11쪽
22 '천마'의 혈통(2) 24.05.18 25 0 11쪽
21 '천마'의 혈통(1) 24.05.17 28 0 12쪽
20 기수 교육원(9) 24.05.16 30 0 10쪽
19 기수 교육원(8) 24.05.15 31 0 11쪽
18 기수 교육원(7) 24.05.15 31 0 11쪽
17 기수 교육원(6) 24.05.14 30 0 11쪽
16 기수 교육원(5) 24.05.14 31 0 11쪽
15 기수 교육원(4) 24.05.13 34 0 11쪽
14 기수 교육원(3) 24.05.13 32 0 11쪽
13 기수 교육원(2) 24.05.12 36 0 11쪽
12 기수 교육원(1) 24.05.12 40 0 11쪽
11 전설과의 대결 24.05.11 38 0 11쪽
10 기수 후보생 모집(2) 24.05.11 40 2 11쪽
9 기수 후보생 모집(1) 24.05.10 41 1 12쪽
8 경마장 구경(2) 24.05.10 46 1 11쪽
7 경마장 구경(1) 24.05.09 52 1 12쪽
6 기수가 될 준비(5) 24.05.09 54 1 13쪽
5 기수가 될 준비(4) 24.05.08 5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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