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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감자님의 서재입니다.

1등 기수가 경마장을 씹어 먹음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심심한감자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0
최근연재일 :
2024.05.27 23:1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128
추천수 :
9
글자수 :
155,878

작성
24.05.1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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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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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기수 교육원(6)

DUMMY

협회가 청렴한 조직이 아니라는 것은 진즉에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내 죽음에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협회가 사람을 죽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한번 당한 걸 또 당하진 않아.“


한번은 당했지만, 새로운 기회를 얻은 이상, 다시 당하지 않도록 힘을 길러야 한다.

그때의 나에게는 아무런 인맥도 없었으니 안강철처럼 협회의 사주를 알려줄 사람 또한 없다.

그러니 내 사람을, 내 인맥을 늘려야 한다.


"김민수 형.“


동기 중 기수가 될 만한 사람들은 모두 내 사람으로 만들 예정이다.

그중 가장 첫 번째는 숫기 없는 김민수였다.


"왜 불러...?“


기수가 된 김민수는 한동안 무명으로 활동하다가, 도주마의 성격을 가진 경주마와 만나게 되며 포텐이 터진다.

물로 그전까지는 무명으로 지내야겠지만, 미래를 아는 나와 만났으니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민수 형, 할 말이 있는데 잠깐 괜찮을까?"


김민수를 데리고 으슥한 곳으로 갔다.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이 나처럼 왕따라도 당했었나 보다.


"형, 교육원 생활은 할 만해?“


"그건 왜...?“


"그냥 궁금해서. 형이 말 타는 걸 보면 마냥 재밌지만은 않을 것 같아서 그래.“


간단한 질문임에도 김민수는 한참 걸려서 대답했다.


“네 말대로 마냥 재밌지만은 않아.”


"뭐 때문에 재밌지 않은데?“


"그냥 뭐...“


"경쟁하는 게 싫지?“


"...!“


다 들켰다는 표정. 하지만 아직 놀랄 때가 아니다.


"형은 다른 사람이랑 탈 때, 경쟁을 하는 것보다 그냥 뒤처지는 걸 택하는 것 같던데, 아니야?“


"...“


"그런 식으로는 기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거야.“


김민수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진다. 자신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기수란 경쟁이 기본이고, 경쟁에서 승리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김민수는 기수가 될 인재가 아니다.

그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고.


"역시 나 같은 놈은 기수가 되지 않는 게 낫겠지? 괜히 다른 사람들 발목 붙잡지 말고 포기하는 게 낫겠어...“


단점을 지적하니 김민수는 포기를 택했다. 역시나 도망치는 것이다.


"도망치려고?“


"내가 그만두지 않으면 뭐가 달라져?“


"달라지지.“


"뭐?“


"이제부터는 내가 형을 도울 거니까. 김민수라는 기수가 경마판에서 보증수표로 불릴 수 있게 만들어줄게.“


"네가 말을 잘 탄다고 해도 넌 지금 기수 후보생이잖아.“


"그 말이 맞지, 그런데 말이야. 도전해보지도 않고, 그냥 그만 두기에는 여기까지 온 게 아깝잖아?“


"그건...“


"한 달 뒤면 1차 평가야. 그때까지 내가 형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줄게.“


사실상 아무런 대책 없이 그냥 믿으라는 소리였지만, 김민수는 그런 대책 없는 말을 믿어주었다.


"1차 평가까지만이야.“


"그래, 1차 평가까지만. 대신 그때까지는 내가 시키는 대로 다 해야 돼, 알았지?“


"알았어. 네 말대로 할게.“


"좋은 생각이야, 아주 좋은 생각.“


한 달. 딱 한 달만 가르치면 김수현 같은 천재까지는 아니어도 최진성 같은 애매한 실력은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 필요한 지옥 훈련은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어쩌겠나, 김민수. 네가 선택한 한달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 * *


"허억, 허억...현성아, 나 너무 힘들어...“


"조금만 더 힘내, 거의 다 왔어!“


"으윽...!“


"끝!“


털썩.


김민수에게는 일주일간 기마 자세만 주구장창 시켰다.

현재의 김민수는 기수 후보생에 합격할 정도의 체력은 있지만, 아직 도주마를 타기에는 형편없다.

도주마는 시작부터 끝까지 체력의 안배 따위 없이 질주하니 그걸 버텨내려면 김민수 또한 체력을 키워야만 한다.


"현성아, 언제까지 기마 자세만 해야 돼?“


"이제 다음 단계로 가자.“


"정말?“


"오늘은 시간 다 채웠잖아.“


"하긴 10분도 못 하던 걸 30분까지 하게 됐으니까.“


"그러니 이제 다음 단계로 가야지.“


"다음 단계는 뭔데?“


"다음 단계는 아주 신나는 게 준비되어 있지.“


"정말?“


"당연하지!“


그래, 정말 신나는 게 준비되어 있다. 미쳐 돌아버릴 정도로 신나는 게.


"이현성, 거짓말쟁이!“


"왜? 신나는 전경 자세 시간이잖아.“


"기마 자세 다음이 왜 전경 자세인 건데!“


"형이 지금 당장 전력으로 달리는 말 위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버티는 거라면 어떻게든 하겠지.“


"그럼 말한테 방해 되지 않게 버티는 건?“

"그건...“


"경주를 한 번 뛸 때, 1분에서 3분이 소요돼. 형이 지금 당장 경주를 뛰면 1분은커녕 30초도 버티지 못하고, 말한테 방해가 될걸?“


과장이 아닌, 사실이다. 교육원에 설치된 경주마의 움직임을 본떠 만든 기승기에서 일반인은 30초도 채 버티지 못한다.

기마 자세를 아무리 단련해도, 전경보다 못하고, 전경을 아무리 단련해도 진짜 경주만 못하다.


"전경으로 30분을 버틸 수 있을 때 제대로 경주마술 훈련을 시작할 거야."


"그런...“


김민수는 한탄을 했지만, 전경을 유지하고 있다.

늘 도망친다 하더라도 할 때는 한다. 그러니 무명이라도 기수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일주일도 안 걸리겠네.“


김민수는 내 예상대로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고 전경 자세를 30분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평일에는 수업을 받느라 기승기로 대체하고, 사실상 주말에만 말을 탔음에도 불구하고 해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제 최소한의 준비가 되었으니 도주마로 유명했던 김민수를 만들 차례다.


"강사님이 없으니 같이 타지는 못하고, 형 혼자 타야 해.“


함께 달리는 것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에 수업이 아니면 같이 타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도 괜찮다. 도주마라는 게 뭔지만 알려주면 되니까.


"경주마의 습성에 뭐가 있는지는 알고 있지?“


"선행, 선입, 도주, 자유잖아.“


"그렇지, 그럼 기수에게도 경주마의 습성처럼 성격이 있는 건 알고 있어?“


"기수한테도? 그런 건 아직 안 배웠는데.“


경주마와 잘 맞는 기수는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경쟁하는 것보다 도망치는 걸 택한 김민수도 나중에는 도주마를 만나 포텐이 터지는 것처럼 기수에게도 성격이 존재한다.


"형이 보기에 형은 무슨 성격일 거 같아?“


"난 도주겠지...“


김민수가 고개를 숙였다. 도주라는 성격이 부끄러운 것이다.

하지만 절대 부끄러워 할 게 아니다. 경마에 있어서 도주라는 선택지는 도망이 아닌, 하나의 경쟁 수단이니까.


"맞아, 형의 성격은 도주에 잘 막고, 도주마의 경주 운영 방식을 알아야 해.

지금까지는 그냥 일반 경주마술에 대해 배웠겠지만, 이제부터는 형의 성격에 맞는 경주마술을 익혀야 해.“


"도주마의 경주마술을 말이지?“


"맞아.“


"그럼 일단 그건 이해했는데 도주마의 경주마술은 일반 경주마술하고 뭐가 다른데?“


"일반 경주마술은 통용되는 경주마술이야. 즉, 어떤 습성의 말을 타도 최소한의 성적은 내주겠지.

반대로 도주마의 경주마술은 도주마를 만났을 때에는 말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성적을 내겠지만, 다른 습성의 말한테는 오히려 방해만 될 거야.“


그 말한테 맞는, 운영 방식에 맞는 운영을 해야 성적이 나온다.

만약 도주마를 타면서 뒤에서 달리다 마지막에 전력질주하는 추입의 방식을 사용하면 꼴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도주마는 시작부터 치고 나가야 해. 그러기 위해선 형도 바로 달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그러니 오늘부터는 스타트에 떨어지지 않는 훈련이야.“


발주대에서 출발함과 동시에 떨어지는 일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더군다나 시작하자마자 전력질주를 하는 도주마는 더할 테니 김민수는 버티는 감각을 익혀야 한다.


"준비하고 있으면 내가 놀래킬 거야. 형은 바로 출발해야 해.“


말을 놀래키는 것은 말과 사람 모두 위험한 일이지만, 이 훈련법은 발주대를 사용할 수 없을 때 김민수가 직접 사용하던 훈련법이다.

나는 그저 과거의 김민수에게 그 방법을 미리 알려주는 것뿐이다.


"자, 준비...왁!!!“


크게 소리를 지르며 몸을 크게 펼치니 말이 놀라 도망간다.

저것이 도주마. 시작하자마자 뒷말들과 거리를 벌리며 달리는 경마의 겁쟁이다.


쿠당탕!


역시 처음이라 그럴까. 김민수는 출발하는 말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버렸다.


"혀, 현성아...“


"민수 형...“


김민수가 손을 뻗어온다.


"민수 형, 일어서. 뭐하고 있어? 가서 말 잡아와.“


"어...?“


"형이 떨어지는 바람에 말이 도망갔잖아. 저 말이 다치기라도 하면 어쩔 거야? 당장 가서 잡아와.“


"아, 알았어...“


김민수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김민수는 달래고 응원해주는 것보다 갈구고 혼낼 때, 더 잘했다.

심지어 나는 어느 때보다도 차갑게 대했다. 이는 나에게서 도망가고 싶게 만들기 위함이고, 그 생각은 도주마를 보다 더 잘 다룰 수 있게 만들 것이다.


두 번, 세 번. 김민수는 벌써 다섯 번 낙마했다.


"윽...!“


낙마는 그냥 단순히 말에서 떨어지는 것만이 아닌, 2m 높이에서의 추락과 더불어 착지하지 않는 이상, 웬만해선 등으로 떨어지기에 충격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아프다고 드러눕는 것은 삼류, 몸을 일으키는 것은 이류, 곧바로 일어나 말을 잡으러 가는 건 일류.

떨어지자마자 몸을 일으켜 말을 챙기러 가는 김민수는 능히 일류라 부를만 했다.


"민수 형,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이미 다섯 번 낙마했다. 아무리 안전 장구를 모두 착용했다 하더라도, 이 이상 떨어지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


"현성아, 한번만 더 해볼게.“


"형,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형은 감을 익히지도 못했어. 오늘은 그만 타고 어떻게 해야 버틸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게 맞는 것 같아.“


"알았어...“


의기소침해진 김민수는 홀로 말을 정리하러 갔다.

기마 자세와 전경 자세를 합격하며 자신감이 생겼겠지만, 아쉽게도 말을 타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그럼에도 김민수는 인고의 시간을 기다렸고, 도주마와 만나 이름을 알린다.

그런 김민수가 고작 이 정도 실패에 굴할 리가 없다.


분명 그래야 할 텐데...


"예? 뭐라고요?“


"김민수 학생이 사라졌다고요!“


김민수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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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1조의 기수 24.05.27 8 0 11쪽
30 마지막 평가(3) 24.05.27 12 0 11쪽
29 마지막 평가(2) 24.05.25 13 0 11쪽
28 마지막 평가(1) 24.05.24 17 0 10쪽
27 기수 교육원(14) 24.05.23 15 0 12쪽
26 기수 교육원(13) 24.05.22 18 0 12쪽
25 기수 교육원(12) 24.05.21 20 0 11쪽
24 기수 교육원(11) 24.05.20 23 0 11쪽
23 기수 교육원(10) 24.05.19 26 0 11쪽
22 '천마'의 혈통(2) 24.05.18 25 0 11쪽
21 '천마'의 혈통(1) 24.05.17 28 0 12쪽
20 기수 교육원(9) 24.05.16 30 0 10쪽
19 기수 교육원(8) 24.05.15 31 0 11쪽
18 기수 교육원(7) 24.05.15 31 0 11쪽
» 기수 교육원(6) 24.05.14 31 0 11쪽
16 기수 교육원(5) 24.05.14 31 0 11쪽
15 기수 교육원(4) 24.05.13 34 0 11쪽
14 기수 교육원(3) 24.05.13 32 0 11쪽
13 기수 교육원(2) 24.05.12 36 0 11쪽
12 기수 교육원(1) 24.05.12 40 0 11쪽
11 전설과의 대결 24.05.11 38 0 11쪽
10 기수 후보생 모집(2) 24.05.11 40 2 11쪽
9 기수 후보생 모집(1) 24.05.10 41 1 12쪽
8 경마장 구경(2) 24.05.10 46 1 11쪽
7 경마장 구경(1) 24.05.09 52 1 12쪽
6 기수가 될 준비(5) 24.05.09 54 1 13쪽
5 기수가 될 준비(4) 24.05.08 5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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