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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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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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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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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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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09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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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원정 4

DUMMY

"야 이가온."

"네?"


호운이 가온이 쉬고 있는 공간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너, 방금 전에 못 느꼈냐?"

"...느끼긴 했습니다만. 금방 사라졌잖아요?"


호운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그래도 붉은 커튼이랑 이상한 기운이 함께 느껴졌는데 태평하게 누워 있냐? 현장에라도 가 보던가 해야지. 나 같은 놈도 거기엔 가는데."

"호운씨가 성실한 말을 하니까 좀 이상하네요."

"그러게다. 내가 이런 입장에 있는 경우가 적은데..."



호운은 어이없다는 듯이 가온을 보다가 의심스럽다는 듯 물었다.


"혹시 붉은 커튼, 너 쫒아온 거 아니냐?"

"그럴 리가요. 설사 그렇다고 해도 제가 어찌 반응해야 하나요?"

"어쩌긴 그야..."



뭔가 말하려던 그가 입을 다물었다.

가온을 쫒아왔다 하더라도 여기있는 병력만으로 어떻게 해볼만한 존재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온의 행동은 이상했다.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태도가 너무나 태평하다.

가온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은 불보듯 뻔했지만 캐물어봤자 소용 없을 게 분명했다.


"호운씨가 나가는 게 느껴졌거든요. 불의의 사태에 이곳을 지키는 사람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뭐, 네가 그렇다니까. 그렇게 치지 뭐."



일반 대원들은 그냥 커다란 기운 두 개가 나타난 정도로 안다는 것 같다고 호운이 중얼거렸다.



"같이 있던 이상한 기운은 뭐였을까요?"

"글쎄. 그것도 좀 익숙하긴 했는데...둘 사이에 전투가 있었던 건 틀림없어. 흔적을 발견했거든."

"으음..."


호운은 잠시 가온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에이 모르겠다. 그냥 잠이나 잘랜다. 혹시 저번처럼 붉은 커튼의 갑주같은 거라도 있을까 싶어서 찾아갔더니 얻은 것도 없고...이럴 때 류열 형씨처럼 성실한 인간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호운은 하품을 하며 자기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가온은 내심 함꼐 온 순위권자가 그라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다른 순위권자였다면 이렇게 대충 넘어가지는 않았으리라.

호운이 완전히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가온은 머릿 속 대화를 재개했다.



'그러니까 안내 시스템. 네 생각에도 그건 여왕 개체였다고?'

[그렇습니다. 느껴지는 힘이 흡사했습니다.]




정체 모를 커튼을 없애기는 했지만 찝찝함은 여전했다.

녀석이 왜 가온을 주시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전혀 풀리지 않았다.

안내 시스템의 인증을 들은 가온은 이번엔 마우스에게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

눈을 감고 심상 세계로 들어가자 곧 마우스가 반겨주었다.


"이제 여기 들어오는 것도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군."


마우스가 손을 흔들며 가온을 반겨주었다.

그가 손을 튕기자 의자가 나타났으며 가온은 사양하지 않고 거기에 앉았다.



"우선 축하해. 별 일 없을 줄 알았더니 나오자 마자 큰 건 올렸군. 큰 건 정도가 아닌가..."

"그건 정말 여왕개체인가요?"

"아직도 의심하는 거야? 안내 시스템 양이 인증도 해 줬잖아?"

"하지만, 그 눈깔 괴물은 여왕이라기엔 너무..."


가온이 말을 잇지 못하는데 마우스가 말했다.


"약하다?"

"...그렇죠."

"그건 나도 좀 의아하게 생각한 바긴 한데...내 생각이긴 하지만, 그 녀석은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진 게 아닐까?"

"방심했다는 건가요?"

"방심한 것 같진 않았지만...음...그래. 방심이라고 하는 게 적절하겠군. 아무튼 상성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 같아. 아마 약한 녀석은 아니지 않았을까. 붉은 커튼이 규격 외일 뿐이라고 생각하자고."

"어째서 여왕개체 씩이나 되는 커튼이 홀로 이런 곳에 있었을까요? 그리고 왜 저를 지켜보고 있었을까요?"


마우스는 조금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까처럼 내 생각일 뿐이긴 한데...그 눈 녀석은 힘을 느끼는 범위가 엄청나게 넓은 거 아닐까? 그래서 네 이질적인 힘을 느끼고 그걸 살펴보러 왔는데 네가 도발하기도 했고 기회다 싶어 공격했다가 역으로 당한 거지."

"으음..."

"어쩌면 단순히 심심했을수도."

"심심하다고요?'

"생각해 봐. 여왕 개체라면 하나같이 수 천년 이상을 산 놈들이라고? 매일 같은 일과가 반복되니 지겨움을 느낄만도 하지 않았을까?"

"그 놈들이 그런 지능이..."

"사람을 공격하는 것을 낙으로 삼는 놈들이지만 여왕쯤 되는 녀석들이면 지능도 높으니까 무료함을 느낄 법도 하지."



정말 그런 걸까?

가온의 찝찝함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상당히 옅어져 있었다.


"그건 그렇고 넌 진짜 사건을 몰고 다니는구나. 중국 근처라길래 별 다른 일 없을 줄 알았더니...설마 그 쪽에서 찾아올 줄이야. 그냥 가던 길 가다가 역사적인 일을 했군."

"역사적인 일이라니..."



과장 아니냐는 뜻으로 쓴웃음을 지었으나 마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역사적인 일이 당연하지? 이미 완전히 영역구축을 끝낸 여왕개체가 어떤 존재인지 알지?"

"그건..."



가온은 학생이다. 그리고 여왕개체에 대한 것은 기현이 죽은 날에 배웠었다. 잊을 리가 없다.


일단 영역을 구축하면 다시 없애기는 불가능하다는 여왕의 영역.

세상 어딘가에 갑자기 나타나 영역을 만드는 놈들을 막기란 불가능하며 이미 변이된 땅을 현재 인류의 힘으로 정화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최초의 여왕이 등장한 이후, 이미 구축된 커튼의 땅을 되찾은 기록은 없다.

녀석들 탓에 언젠가 인류는 모든 대지를 뺴앗기고 없어질 거라는 말도 나오지 않는가.

그리고 커튼의 영역은 인간의 침입을 전혀 허락지 않을 정도로 혹독하다.

정부공인 순위권자조차 그 안에 버티는 것조차 힘겹다. 여왕은 커녕 상위 커튼을 죽이는 것조차 할 수 없다.


그런데 여왕을 죽였다?

이건 인간이 처음으로 커튼에게서 영역을 되찾았다는 말과 진배없었다.



"이 근처에도 커튼의 땅이 있었나요?"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는데...있기는 해."

"여왕을 잃은 커튼의 영역은 어떻게 되죠?"

"음...직접 보진 않았는데. 누가 내게 말해준 신빙성 있는 가설은 알지."

"호오."



신빙성 있는 가설.

가온이 눈을 반짝이고 그의 말을 기다렸다.

허나 마우스는 팔짱을 끼고 흐음...음...하며 이리저리 고개를 꼬더니 이내 말했다.


"까먹었다."

"저기요..."

"뭐. 결과는 기억나."


마우스가 빙그레 웃었다.



"여왕의 영역은 붕괴한다."

"......"



그렇다면 진짜로, 인류는 진실된 의미로 땅을 되찾은 것이다.

가온이 조그만 감동을 느끼고 있는데 마우스가 말했다.


"후처리가 좀 빡세긴 할 텐데."

"후처리요?"

"아니.영역 자체는 사라져. 너도 봤다시피 그 보라색 점액질로 된 그런 건 여왕의 힘으로 만든 거니까. 하지만 그 안에서 살고 있던 커튼들은 다르지."

"...그렇다는 건."

"자기들의 통솔자도 잃었겠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도시를 공격하러 가지 않을까?"






리어우 강은 곧바로 상부에 보고를 올렸다.

중국에서도 5위라는 제법 높은 지위를 가진 그였지만 처음 상부는 믿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수천 년, 아니, 인류의 역사에서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여왕의 영역의 붕괴!

그건 어느 나라, 어느 커튼 사냥꾼이든 꿈꾸는 일이다.

그 안에 있는 커튼들을 모조리 쳐 죽여버리고 다시 땅을 되찾는 것.

하지만 여왕의 영역은 인간에겐 극독이었고 적어도 영역 안에서 인간이 커튼에게 이길 방도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 전에 방벽 밖에 있는 것만으로 무수한 커튼의 공격부터 이겨내야 했다.


방벽 안으로 쳐들어오는 커튼을 막는 것도 바쁜 나날이라 원정은 대비하고 대비하여 전력이 있을 경우에만 행해진다.

그리고 원정 대부분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이었다.

그들은 여왕의 영역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차근차근 공략하는데에 앞장서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만약 여왕의 영역이 스러진다면 미국 근처의 영역일 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헌데 중국에서 먼저 그런 일이 벌어졌다? 중국 자체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믿지 못할 만 했다.

하지만 틀림없는 현실이었다.

리어우 강이 보낸 영상을 보고 누구나 믿을 수밖에 없었다.

기쁨에 젖으려는 것도 잠시. 중국의 정부공인 순위권자 4위. 판 리빙이 말했다.

곧 대규모의 커튼이 쳐들어 올 가능성이 높으니 가장 가까운 도시의 인원을 대피시키라고.

모두 의아해 했으나 평소 판 리빙이 허언은 결코 하지 않으며 진중하고 성실한 인물로 명성이 자자했기에 그녀의 말대로 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너무도 정확히 들어맞았다.

여왕 영역 붕괴 12시간 후. 영역이 있던 장소와 가장 가까운 도시에 수천이 넘는 커튼의 군세가 쳐들어왔던 것이다.

수천이 넘는 괴물놈들이 작정하고 덤벼들자 방벽의 강력한 방위 시스템마저 쉽게 뚫리고 말았다.

중국에는 비상이 걸렸고. 각 지역의 실력자들이 커튼의 군세를 막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놈들을 막기 위해 모든 병력을 보낼 순 없었다.

그러기엔 중국의 땅이 너무 넓었고 실력자는 한정되어 있었다.

결국 중국의 커튼 본부는 정부의 반대를 무시하고 독단적인 결정을 내렸다.

다른 나라의 순위권자를 초대하기로.


그리고, 또 하나.

그들은 원인을 찾으려 했다.

왜 갑자기 여왕의 영역이 붕괴되었는가? 라는 의문에 대한 원인을.

그리고 그들은 어떤 정보를 입수한다.

한국의 정부공인 순위권자 호운이 상부에 보고했던 어떤 정보를.





"우와아~진~!짜 멋있는 풍경이었어요!"


임이나가 눈을 반짝거리며 가온 곁에서 쉼없이 재잘거렸다.

가온은 그런 그녀의 말을 웃거나 아하. 네. 그렇군요 등등 열심히 받아주고 있었다.



"방벽 밖이라 해서 쫄아있었는데 정말 아무 일도 없었구만..."


기자 이철기가 투덜거렸다.

그의 말마따나 원정은 평화로웠고 바깥의 멋진 풍경과 출연진의 토크를 카메라에 담아 무사히 귀환한 중이었다.

커튼 본부 전용 항구에 육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쉼없이 이야기 하던 임이나가 주위를 살폈다. 사람이 있나 확인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녀가 이철기를 바라보자 이철기는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웃으며 멀어져갔다.


"저기 가온 씨. 저희 번호 교환하지 않을래요...?"

"네. 그럽시다."



솔직히 말해 호의가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렇다고 거절할 명분도 생각나지 않았다.

어차피 인맥 만들기 용일 것이 분명했기에 추후 연락이 오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기뻐하며 생글생글 웃는 임이나를 보다가 항구를 본 가온은 뭔가 이상한 것을 눈치챘다.

사람이 비정상적으로 많다. 밤인데도. 일반적인 항구가 아닌데도.


"호운 씨. 원래 저렇게 사람이 많습니까?"

"......"


호운은 말이 없었다. 뭔가를 맹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의문이 풀릴새도 없이 배는 항구에 도착했고, 그들이 배에서 내리기도 전에 배 위에 올라탄 인물이 있었다.

그는 바로 김류열이었다.


"류열 형씨."



김류열은 매우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는 가온과 호운을 한 번씩 쳐다보더니 말했다.


"둘 다 바로 본부로 가자."

"......"


보통 같았으면 김류열에게 건들거리며 시비를 걸었을 호운이 조용했다.

그에 의문을 느낀 가온이 대신 물었다.


"무슨 일인가요?"

"...지금 막 도착한 와중 미안하지만 중국에 가야할 것 같다."


중국? 거긴 왜? 그걸 묻기도 전, 류열이 충격적인 사실을 말했다.


"여왕의 영역이 붕괴되고, 거기서 쏟아진 커튼 놈들 탓에 중국 도시 하나가 궤멸 상태에 이르렀어. 그 원인이 우리에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가 나왔다."

"......"


침묵하는 가온에게 류열이 덧붙였다.


"중국에서 찾아온 귀한 손님이 너와 이야기하고 싶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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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 바깥 원정 2 19.11.26 94 3 12쪽
290 바깥 원정 1 19.11.18 107 3 11쪽
289 돌아온 김남일 3 +4 19.11.12 118 4 20쪽
288 돌아온 김남일 2 +4 19.11.04 119 3 13쪽
287 돌아온 김남일 1 19.10.28 105 4 13쪽
286 악연 3 19.10.22 107 4 14쪽
285 악연 2 19.10.15 98 4 13쪽
284 악연 1 19.10.08 139 6 13쪽
283 또 다른 커튼화 3 +2 19.10.01 119 4 16쪽
282 또 다른 커튼화 2 19.09.24 114 4 13쪽
281 또 다른 커튼화 1 +4 19.09.17 152 5 12쪽
280 살인범 2 19.09.10 113 3 13쪽
279 살인범 19.09.03 117 6 12쪽
278 3부 13화:강렬한 유혹(2) 19.08.27 136 4 11쪽
277 3부 12화: 강렬한 유혹 19.08.20 133 4 13쪽
276 3부 11화: 낯 뜨거운 계약 19.08.13 149 5 11쪽
275 3부 10화: 예언 +2 19.08.06 138 5 11쪽
274 3부 9화 : 고대의 커튼(2) +2 19.07.30 156 5 11쪽
273 3부 8화:고대의 커튼 (1) 19.07.23 141 7 11쪽
272 3부 7화: 김남일 (4) 19.07.16 131 5 13쪽
271 3부 6화: 김남일 (3) 19.07.07 127 5 15쪽
270 3부 5화: 김남일 (2) +2 19.06.27 143 5 12쪽
269 3부 4화: 김남일(1) 19.06.25 133 6 11쪽
268 3부 3화: 퇴마 이 가문 (3) 19.06.22 137 6 12쪽
267 3부 2화: 퇴마 이 가문 (2) 19.06.20 150 5 11쪽
266 3부 1화: 퇴마 이 가문. +4 19.06.18 159 6 12쪽
265 세계대회편 41 +4 19.05.13 161 6 21쪽
264 세계대회편 40 +2 19.05.08 135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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