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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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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3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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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6
글자수 :
2,335,429

작성
19.05.0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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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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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세계대회편 40

DUMMY

"듣고 싶은 게 많다...?"


어딜, 어딜 감히.

20살도 되지 않은 새파란 애송이가, 제왕인 자신에게 그 따위 망발을 내뱉는가?


"이놈! 내가 누군줄 알...억!!"


재무진의 말은 가슴팍을 걷어찬 가온에 의해 끊기고 말았다.


"이, 이놈이...!!"

"아직도 네가 권력자인줄 알아 늙은이?"


차디찬 가온의 말이 재무진의 귀에 박혔다.



"넌 이제 실패한 늙은이일 뿐이야."

"이놈...이노옴...!!"

"할줄 아는 말이 이놈밖에 없냐 십새야."


재무진의 머리를 잡아챈 가온이 그의 얼굴을 몇 차례 가격했다.


짜악! 짝!


"크윽! 큭...!! 이놈! 죽여버리겠다!!"


그만큼 힘을 쓰고도 어디에 남아 있었는지 그의 몸에서 까만 기운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가온은 코웃음 치더니 몸에서 불을 내뿜었다.

그것만으로 까만 기운은 가온에게 닿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크아아아! 이노옴!!"

"그러니까 할줄 아는 말이 그것밖에 없냐고 늙은아. 그 힘을 어디서 얻었는지도 알아봐야겠네."


재무진은 미칠 것 같았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악몽이었다.

그 순간, 재무진의 몸이 정지했다.


".....!!"


가온은 오싹함을 느끼고 뒤로 물러났다.

재무진에게 아직도 숨겨둔 한 수가 있었던가?


'아니야...뭔가가 달라.'


일견 외양은 달라진 바 없지만, 본질적인 뭔가가 달라졌다.

주저앉았던 재무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자견씨."

"네, 네?"


재무진이 뺨을 맞는다는 충격적인 광경에 얼이 빠져있던 그녀가 말을 더듬었다.



"눈앞에 있는 녀석, 누굽니까?"

"......"


가온의 말에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이자견이 그를 파악하려고 하는 찰나, 재무진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직접 말할 터이니.""


목소리는 재무진의 것 그대로. 다만, 거기에 앳된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이놈이다.

이게 가온을 긴장시킨 놈이다.

아마, 붉은 커튼이라 하더라도 틀림없이 고전할 만한, 그런 상대다.


"누구냐. 넌."


상대의 정체는 대충 짐작하고 있다.

그도 그럴게, 에메라에게, 마우스에게 들은 적이 있었으니까.

이윽고 그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녀에게 들으신 적이 있을지 모르겠군요 적합자여."


공손하게 가슴에 손을 대고 허리를 굽힌 그가 웃었다.


"저는 '소년'그렇게 불러주시면 감사하겠군요."

"...소년."


가장 오래된 자들이란 명칭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가온이 피식 웃었다.


"네가 재무진의 뒷배였나."

"좋은 파트너였죠. 이젠 아니게 되었지만요."

"신인류인지 뭔지...커튼놈들이 사람을 그렇게 위해줄 줄은 몰랐어?"

"아아...그거요. 그건 이 인간이 멋대로 말한거지, 전 딱히 관심 없는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소년이 웃었다.


"그런 걸 진화라고 부른다니..."

"......"

"제가 준 조그만 기술로 거기까지 간 건 확실히 놀라운 성과입니다만...역시 가진 영향력에 비하면 재능은 별 것 아닌 인간이었던 것 같군요. 설마 이리도 쉽게 파훼당할 줄이야."


이자견을 흘끗 바라보고 다시 가온을 본 소년이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이 녀석, 커튼이 맞나?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이성있는 모습에 가온은 위화감을 느꼈다.


"우리 앞에 나타난 이유는?"

"우리? 아니죠."


소년이 웃었다.


"전 적합자, 당신 앞에 나타난 겁니다. 다른 벌레들에겐 관심 없어요."


벌레란 말을 들으니 이제야 녀석이 커튼과 연관이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사람을 이토록 깔보고 비웃는 게 커튼 말고 또 있으랴.

졸지에 벌레 취급당한 이자견, 익환, 루이스, 그리고 헬렌은 불쾌감을 느낄법도 한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만큼 소년의 존재감이 강하단 뜻이었다.


"오만하군. 커튼 새끼가."


불쾌한 듯 얼굴이 일그러진 가온에게 소년은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이번 적합자는 급한 성격이군요."

"닥치고. 무슨 생각으로 모습을 드러냈는지나 말해."

"제안을 하나 드리려 합니다."

"제안?"

"네. 제안."


달콤한 목소리로, 소년이 말했다.


"저와 협력하십시오. 그럼...상상도 못할 것을 선사하겠습니..."

"기각이다. 그럼 잘 가라."


말끝에 검을 휘두르는 가온. 그러나 검은 기운이 검을 가로막아 캉 소리를 냈다.



'...명백히 아까보다 강력해졌어. 역시 이 검은 기운은 이놈이...'

"아직 다 듣지도 않았잖아요? 이렇게 대화를 끝내긴 싫다구요. 전, 당신에게 관심이 아주 많으니까요."

"커튼놈이 지랄하고 자빠졌네. 뒤질래?"


가온의 폭언에도 소년은 웃기만 했다. 너는 그럴 자격이 있다는 듯이.


"적합자. 제가 드릴 제안은 매력적일 겁니다. 언젠가 세계는 저희 동포의 손에 먹힐 것...그때가 되면 아무리 애걸해도 당신이나 당신의 소중한 걸 받아주지 않을 거랍니다? 관심을 가져줄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세요."

"웃기는 소..."


가온이 내뱉듯이 말하려 한 순간.


"별로 고마운 관심은 아니네."


곱디 고운 목소리에 가온은 물론이고 소년까지 두 눈을 크게 떴다.

목소리가 들린 쪽을 돌아보려고 고개를 틀었을 때, 하얀 빛이 소년을 감쌌다.


"당신...!!"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 그래? 소년."


털썩.

소년이 무릎을 꿇었다.


"무....뭐..."


남은 건 어리둥절해 하는 재무진 뿐이었다.


"너...왜 여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까봐요."


기척도 없이 갑자기 등장한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외모를 가진 소녀의 등장에 모두가 벙쪘다.


"하던 일 계속 하세요. 염원하던 거였잖아요?"

"그럼. 물론이지."


정말 뜬금없는 등장이었지만 사실 예상 못한 바는 아니었다.

어렴풋이 그녀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나중에 얘기하자."

"그러죠. 쌓인 이야기도 많을테..."



에메라의 말이 끊겼다. 그녀의 눈은 이자견에게 못박혀 있었다.

가온과 억지 계약하여 에메라에 대해 알고 있는 이자견에겐 그저 껄끄러운 대상일 뿐이가 눈길을 피하고 있건만, 에메라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질 못했다.


신경쓰이는 반응이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재무진이다.

가온이 다시금 재무진을 걷어찼다.


"어이쿠!"


그제야 정신이 든 건지 다급한 표정이 된 재무진, 그는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말했다.


"뭐가 목적이냐?"

"알고 있는 걸 다 토해."

"알고 있는 것? 나라를 지키는 자들? 아니면 두 가문의 실세들?"



가온이 코웃음을 쳤다.


"그딴 건 알바 아냐. 너 말고 우리 삼촌을 죽인데에 일조한 십새끼들. 그것들 명단을 토해내."


예전에 에메라는 말했었다, 자신이 이현수의 원수들을 알고 있다고.

하지만, 감질나게 한명씩 말해주는 게 가온의 마음에 찰 리가 없다.

모조리 알아내 쳐 죽여주겠다는 것이 그의 심정이다.


하지만 재무진은 코웃음을 쳤다. 이 상황에서.


"웃어?"


싸늘하게 말한 가온에게 재무진은 크게 웃었다.


"웃기고 말고! 나라를 수호하는 자들과 두 가문의 실세중 네 원수가 있는데 그딴 건 상관없다니! 어찌 웃기지 않겠나!"


가온의 몸이 굳었고 익환이 앞으로 나섰다.


"그건 무슨 소리지?"

"무슨 소리긴...말 그대로의...으헉!"


익환의 발이 재무진의 손가락을 짓밟았다. 주술로 보호도 하지 못해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는 재무진이 곧 분노하며 소리쳤다.


"네놈 따위가 감히!"

"질문에나 대답해라. 현수의 죽음에 두 가문...퇴마 김씨 가문과 퇴마 이씨 가문이 연관되어 있다는 소리인가?"



하! 재무진이 기가 찬 듯이 콜록댔다.


"물론이다마다! 이현수는 두 가문의 일각, 자신의 가문인 퇴마 이씨 가문을 부수려고 했으니까!"

"어째서?"

"크크크크. 그걸 쉽게 가르쳐 줄 것 같은가?"



재무진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이젠 여유마저 되찾은 모습이었다.

그의 정보가 꼭 필요할 거라는 듯이.


"...가온아."


허락을 구하듯 돌아보는 익환. 그런 그를 보고 재무진의 웃음이 더욱더 짙어졌다.


"푸으하하하하! 자기 나이의 반이 겨우 될 애송이에게 허락을 구하는가? 웃기는군!"


그러더니 갑자기 이자견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자견은 움찔했다.


"이 녀언!! 감히 기르던 개 주제에 주인의 손을 물어?!"

"......!!"


트라우마.

어린 시절부터 깊숙히 각인된 트라우마가 이자견을 휩쓸고 지나갔다.

지금 저리도 무력한데,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진대.

그럼에도 두렵다.


덜덜 떨리는 몸을 본 재무진은 그것마저 가증스럽다는 듯이 외쳤다.


"네년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쓸모가 있어서 남겨두었더니...! 감히 내 뒤통수를 쳐?! 지금 당장 신인류를 만드는 술식을 풀어라! 그러면 목숨은...!!"

"푸훕."


뿜는 소리에 재무진도, 이자견도 그쪽을 바라보았다.

가온이 견딜 수 없다는 듯이 히죽거리고 있었다.


"뭐냐. 이가온."

"......"

"그 웃음은 뭐냐고 물었어! 이가온!!"


노성에 가온은 더욱 짙게 웃었다.


"아니. 그냥 어이가 없어서."

"무엇이?"

"우리 삼촌이...그 대단한 사람을 죽게 만든 결정적 원수가...자기 주제파악도, 상황파악도 못하는 아집에 찬 늙은이였을 줄이야."


폭언.

재무진이 정지하고 두 눈을 크게 덨다.

잠시 후, 몸을 파르르 떤 그가 입을 쩍 벌리고 고함을 쳤다.


"쓰레기가 감히!!"

"쓰레기는 너겠지. 신인류라고? 그런 건 그냥 구울이잖아?"


구울.

판타지 세계에서 나오는 괴물의 이름에 재무진이 굳어버렸다.


"아...주술은 쓸 수 있었으니 좀 쓸만한 구울인가? 하지만 딱히 신인류라 할 정도의 메리트는 모르겠던걸. 당신은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나 본데...당신은 권력외에는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병신이라고."

"가, 감히...!!"



부들부들 떨던 재무진이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크크크크...그런 자에게 죽은 이현수는 대체 뭐냐?"

"......"

"대답해 보아라! 그럼 이현수는 뭐냐? 내가 병신이라면...이현수는 상병신이겠군?"


주춤.

이자견이 뒷걸음질 쳤다. 재무진은 그것이 기꺼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저년의 두려움은 건재하다. 이걸 잘만 이용하면...

하지만 곧 위화감을 느꼈다.

이자견은, 가온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뭐지?


의아함을 느낀 그 순간.


뻐억.


"...아각?"


멍청한 신음을 뱉은 재무진은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간 새하얀 것을 보고 어벙벙해졌다.


'...내 이인가?'


자신의 이빨이라는 것을 인식했을 즈음, 가온이 재무진의 머리채를 잡고 억지로 자신을 보게 만들었다.



"......~~가암...!!"


감히라는 말을 내뱉기도 전, 그의 머리가 땅에 거세게 처박혔다.


"주, 주인님!!"


헬렌이 처절하게 외쳤다.

고통.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격통에 재무진이 말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가온의 차가운 음성이 꽂혔다.


"우선."

"으, 으으..."

"네 주제를 알게 해주는 것부터 해야겠군."



재무진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걱정하지마. 여기서 널 손봐주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주 많거든."


즐거운 시간은 지금부터라고, 가온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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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 3부 6화: 김남일 (3) 19.07.07 127 5 15쪽
270 3부 5화: 김남일 (2) +2 19.06.27 14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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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3부 2화: 퇴마 이 가문 (2) 19.06.20 150 5 11쪽
266 3부 1화: 퇴마 이 가문. +4 19.06.18 15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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