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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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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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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5,429

작성
19.06.2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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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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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3부 4화: 김남일(1)

DUMMY

정부의 개.

비꼬는 의도가 다분한 멸칭이건만, 커튼 사냥꾼중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호칭.


한국 1위이자 퇴마 이씨 가문의 당주인 이이협조차 그를 대할 때는 자연스럽게 조심스러워진다는 남자.


그게 바로 김남일이었다.


'나를 좋아할 만한 이유는 없을텐데.'



오히려 싫어할 이유는 있다.

예전 여왕사냥전때 정부에게 이득을 보려던 그를 가로막고 일을 진행시킨 적이 있었다.

좋은 의도로 만나러 온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쁜 의도로 날 만나러 올 리도 없잖아. 정부의 개라고까지 불리는 사람이 한가하겠나.'



거기다 미헤유와의 만남에 꼽사리를 끼다니. 김남일은 가온보다도 미헤유와 더 모르는 사이일 것이다. 그런 어색한 상대에게 부탁하면서까지 가온을 만나러 온 이유는 무엇일까?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퇴마 이씨 가문 때문이라면, 저는 별다른 권한이 없다고만 말씀드리죠."

"퇴마 이씨 가문은 상관 없습니다. 당신을 만나러 왔지요."



김남일이 씨익 웃었다. 그 웃음이 마치 인형이 웃는 것 같이 느껴졌기에 가온은 조금 오싹함을 느꼈다.


"어린 영웅이신 당신을요."

"...그 호칭. 그만해주시면 안 될까요?"



상당한 진심을 다해 말하자 김남일이 미안하다는 듯 손을 내저어보였다.


"그런데 정말로 무슨 일이시죠? 당신 정도 되는분이 왜 저 따위..."

"크흠."



옆에서 들린 헛기침. 가녀린 미성이 미헤유의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왜 그러냐는 듯 미헤유를 보자 그녀가 불만스럽다는 듯 가온을 째려보았다.



"저 따위라니요. 당신은 당신의 가치를 너무 낮게 잡고 있군요."


김남일의 무미건조한 말에 미헤유가 미친듯이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는 집게 손가락을 턱에 대고 뭔가를 고민하더니 솔직한 설명을 드려야 겠군요...중얼거렸다.


"현재 한국의 상황이 어떤지 아십니까?"


무슨 의도로 하는 질문일까. 김남일의 의도를 읽고 싶었지만 저 포커페이스를 뚫고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안다는 것은 요원하리라.

가온은 그냥 질문에 솔직히 답하기로 했다.


"좋지는 않겠죠."


그래. 좋지는 않을 것이다.

여왕 사냥전에서 잃은 어마어마한 병력에 이어 프랑스의 사실적 1위라 할 수 있었던 케인의 죽음. 그리고 이번 세계대회의 불미스러운 일까지.

후에 두 개의 일은 재무진에 의한 것이라 커튼 업계에선 참작이 되었다고 해도 대중들은 어찌 생각할 것인가.



'적어도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는 않겠지.'



과연 김남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무진. 그자가 한국만이 아닌 전세계에 악행을 끼친 인물이라 요즘 벌어진 일들이 한국의 잘못만은 아니게 되었죠. 다른 나라의 중요한 관직은 전부 이름을 바꾼 그자거나 그의 수하였을 정도였으니까요."

"......"



김남일의 말대로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강대국들의 주요직에 재무진 본인이나 그의 수하들이 앉아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걸 낱낱이 밝혀낸 것이 현재 가온의 수하나 다름없는 이자견이기에 가온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자가 대외적으로 얼굴을 비추고 있던 신분이 한국이라는 사실도 변치 않습니다."

"...그렇군요."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즉, 김남일은, 아니, 정부는 가온의 이미지를 이용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재무진에게서 세계를 구해낸 영웅의 지지를 얻는다면 한국의 이미지는 개선될 테니까.



"너무 과한 기대 아닌가요?'



가온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스스로가 낸 공적이야 알고 있지만, 고작 그걸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될까 싶었다.



"모르시는군요. 당신에 대한 여론을."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봤어요. 하지만 한국 분들은 호의적이라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까지 그러리라는 보장은..."

"네. 모르신다는 걸 알았습니다."


가온의 말을 끊은 김남일이 빙그레 웃었다. 또 저 소름끼치는 웃음.

뭘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어둠같은 미소.



"네. 정말 모르는 거예요."



옆에서 들려온 미헤유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가온은 겨우 김남일에게서 눈을 뗐다.



"모른다니요?"

"가온씨는 다른 나라에서도 영웅인 거예요. 저희만 해도..."



뭔가 말하려던 미헤유가 갑자기 불쾌한 표정을 짓더니 입을 다물어버렸다.

의아해서 고개를 모로 꼬고 그녀를 바라보는데 김남일이 뜬금없이 거대한 화면 하나를 내밀었다.


다른 나라의 언어가 써져 있는 사이트였다.



"이게 뭐지요?"

"당신에 대한 평판들입니다. 자동 번역을 해 볼까요?"


화면을 터치하자 외국어들이 한국어로 곧장 번역되었다. 주술로 사용하는 비싼 물건이라고 내심 갖고싶다 감탄하는데 번역된 문장이 가온의 눈에 박혔다.



-이가온. 그는 영웅이다.

-실력도 대단하다지?

-한국에서 유독 어린 순위권자가 많아서 머릿수 채우기라고 생각했는데. 이가온이 싸운 영상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한 번 만나보고 싶네.

-만나나 줄 것 같아?

-본인은 착하다니까 시간이 있다면 만나줄 것 같은데, 시간이 있을까?

-시간이 있을리가. 주위에서 그를 가만히 둘 리가 없...


"그만."



얼굴이 화끈거려 더는 볼 수가 없었다.


"이제 아시겠지요? 당신의 위상을."

"......그렇군요. 절 정부의 이미지 개선에 이용하고 싶다."

"이용은 어감이 나쁘군요. 비즈니스라고 하지요."


비즈니스. 말의 울림이 입가를 거닐었다.

단어를 곱씹던 가온이 말했다.



"제게 뭘 해줄 수 있지요?"

"누구나가 군침을 흘리는 명예상들을 싹 휩쓰는 것은 물론, 합당한 연봉도 준비했습니다."

"저에게 그런 건 필요 없습니다."


그래. 그런 건 필요없다.

단지 필요한 것은. 복수에 대한 도움뿐이다.

하지만 김남일은 그 말을 잘못 해석한 것 같았다.



"하긴. 퇴마 이씨 가문의 자제분에게 연봉이나 명예는 의미가 없긴 하겠지요. 애초 당신이 본가의 의향을 거스르면서까지 정부에 협력할 이유도 없고요."



정부와 퇴마 이씨 가문은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정보 하나 얻었다고 생각하는데 김남일이 말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떠신지요?"

"...?"

"흉악한 커튼들. 방벽 바깥에서 거니는 포악한 생물체들의 극비 정보들을 캐다 드리겠습니다."


곁에서 듣고있던 미헤유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했다.

지금 김남일이 말하는 것 적어도 랭크 등S이상의 사냥이 어려운 커튼들의 정보를 주겠다는 것인데, 놈들의 위험성은 말할 것도 없다.


커튼 사냥꾼들은 보통 커튼을 증오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사냥하려는 자는 없다. 오히려 정보를 주면서 사정을 해도 모자랄 판에 선심쓰듯 정보를 주겠다니?


더 어이없는 건 김남일이 정부의 인간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인간들은 뛰어난 사냥꾼들이 자국의 방비를 위해 일하기를 바라지 위험하게 방벽 밖에까지 나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모험을 하길 원하지 않는다.


그런 걸 원하는 이들은 방벽 바깥의 커튼을 관측하는 정찰부 정도일 것이다.

방벽을 수비하는 일에 비해 별다른 실적이 없는 그들은 간절히 성과를 원하니 커튼 사냥꾼들이 방벽 밖으로 가길 원한다. 하지만 그걸 다른 부서들에서 막는것이 현 상황이었다.


"다른 자들이 당신이 나가는 것을 방해치 못하도록 조취하겠습니다."

"아니...저기인 거예요."


점점 막 나가는 것 같은 김남일에게 제동을 걸기 위해 미헤유가 한 걸음 나서자. 가온이 입을 열었다.


"...좋네요."

"네에?"


미헤유가 벙쪄서 가온을 바라보았다. 그는 진심이었다.

다른 커튼 사냥꾼에겐 이 양반이 무슨 개소릴하나 싶은 제안이, 가온에게는 매력적이다.


마치 가온이 어떤 인간인지 속속히 알고 있는 것처럼.


"물론, 아까 말씀드렸던 연봉이나 상장은 똑같이 지급될 겁니다. 고위 커튼에 대한 정보라거나...고대에 존재했던 커튼의 대한 기록같은 것은 제 개인적으로 구해다 드리겠습니다."

"고대?"


마음에 걸리는 단어를 입밖에 내자 김남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예를들어...십이지신 이라던가요."

"......!!"



확실하다.

김남일은 가온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다. 하지만 가온은 위기감을 느끼기는 커녕 호기심이 동했다.


"오늘은 친구를 보러 온 거니 나중에 연락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제가 나중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말끝에 김날일이 품속에 손을 집어넣더니 투박한 케이스를 꺼냈다. 케이스가 열려 뭔고 해서 살펴보니 명함이었다.


명함을 받아든 가온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김남일이 꾸벅 고개를 숙이고 등을 돌려 걸어가버렸다.


"......"


그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살펴보던 가온은 옆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무척이나 가까운 거리에 미헤유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특이한 사람인 거예요. 수완은 좋다고 들은 거예요."

"아...네..."



가까운 거리, 아찔한 향수의 냄새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풍만한 몸매. 그리고 주근깨만 제하면 충분히 예쁜 얼굴까지. 아니, 지금은 주근깨마저 하나의 매력으로 보였다.


뿐만이 아니었다. 경황이 없어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미헤유는 전체적으로 나풀거리는 듯한 예쁜 옷을 착용 중이었다.


다시 말해, 힘주고 온 듯한 패션이다.


갑자기 몸이 뻣뻣해진 것을 느낀 가온은 말이 잘 나오질 않았다.


미헤유는 그런 가온의 기색은 눈치채고 똑같이 뻣뻣해졌다.



'히, 힘주고 온거...들켰겠지?'



속으로 냉정해지자고 되뇌인 미헤유가 짐짓 명랑하게 말했다.


"그럼 가온씨. 오늘은 신나게 놀...조사를 해 봐요!"

"네, 네."


앞장서는 미헤유를 물끄러미 바라본 가온은 그 뒷모습이 좋다고 느꼈다.

정부든 김남일이든 일단 나중에 생각하고 이 시간을 즐기자고 생각한 가온이 한 걸음을 내딛은 순간이었다.


삐리리.


전화기가 울렸다.

그렇지 않아도 김남일 떄문에 미헤유를 기다리게 했는데 또 기다리게 하기는 미안했던 가온은 걸으면서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보았다. 모르는 번호였다.


'씹을까.'


아마 열성 팬이거나 스팸 전화일 것이다.

일주일 전쯤 전화를 바꾸었는데 그 전엔 하루에도 몇 백통은 우습게 넘는 전화가 걸려와서 노이로제에 걸릴뻔한 가온은 전화라면 신물이 났다.


하지만, 가온의 감이 말했다.

이건 무시하면 안 되는 전화라고.

잠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가온이 이윽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침묵.

그다지 생소한 반응도 아니다. 침묵으로만 일관하는 전화가 의외로 수십 통도 넘게 걸려왔었으니까.

세상엔 관종이 참 많다.


후우. 상대방이 숨을 들이키는 소리.

그 소리는 어딘가 귀에 익었다. 가온은 확신하지 못한 채 말했다.


"...에메라?"

[......네.]


에메라.

가온에게 힘을 준 은인이자, 그에게 숨기는 것이 가득한 적일지도 모르는 소녀.

요 한달간 연락하지 않았는데 무슨 심경의 변화일까.

침묵하고 있는 가온에게 에메라가 말했다.



[도와주세요. 가온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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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악연 1 19.10.08 139 6 13쪽
283 또 다른 커튼화 3 +2 19.10.01 119 4 16쪽
282 또 다른 커튼화 2 19.09.24 11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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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3부 10화: 예언 +2 19.08.06 138 5 11쪽
274 3부 9화 : 고대의 커튼(2) +2 19.07.30 156 5 11쪽
273 3부 8화:고대의 커튼 (1) 19.07.23 140 7 11쪽
272 3부 7화: 김남일 (4) 19.07.16 130 5 13쪽
271 3부 6화: 김남일 (3) 19.07.07 127 5 15쪽
270 3부 5화: 김남일 (2) +2 19.06.27 143 5 12쪽
» 3부 4화: 김남일(1) 19.06.25 133 6 11쪽
268 3부 3화: 퇴마 이 가문 (3) 19.06.22 137 6 12쪽
267 3부 2화: 퇴마 이 가문 (2) 19.06.20 150 5 11쪽
266 3부 1화: 퇴마 이 가문. +4 19.06.18 15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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