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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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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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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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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0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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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바깥 원정 3

DUMMY

찜찜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곁에 있는듯한, 감시하는 듯한 느낌은 계속 맴돌아 떠나질 않았다.

정작 임이나를 비롯한 일반인들은 물론 호운조차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모양이었지만.



'내가 예민한 건가?'



안내 시스템조차 주위에 느껴지는 건 없다고 말할 정도여서 가온은 자신이 잘못 느끼고 있을 가능성을 높게 여겼다

하지만 마우스의 의견은 달랐다.


"기분 탓은 아닐 걸."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느끼질 못하는 데요?"

"넌 특별하니까. 다른 이들이 느끼지 못하는 힘을 느낄 법 하지."


진실을 말할 뿐이라는 덤덤한 말투가 신뢰성이 있었다.

하지만 진짝로 누가 지켜보고 있고, 주위에 있다고 해서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결국 그 범인을 잡아내질 못하는데.

기척이 느껴질라 치면 거의 곧바로 사라져 버렸기에 위치를 특정하기가 힘들었다.

호운에게 도와달라고 해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뭐라 설명해야 할지 애매했거니와 그가 공짜로 움직여 줄 리도 없었다.

목표로 했던 커튼 학살과 소년과 상어이빨이 있는 장소. 머나먼 숲에 가까워지는 건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하고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스트레스만 지속되니 죽을 맛이었다.

탐색에만 집중하고 싶어도 임이나가 달라붙어 이야기를 나누려 하는데다 호운마저 심심한지 가끔 찾아와 그러기도 힘들었다.

결국 가온은 기이한 느낌을 한동안 방치하기로 결정했다.

방금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잠시 마실것을 사러 간 임이나를 배웅한 가온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왜 그리 한숨을 쉬냐?"

"호운 씨."


어느새 다가온 호운이 씨익 웃으며 가온의 옆에 의자를 두더니 앉았다.


"이 자식. 방벽 설계도 건 때에는 완전 사악한 놈인 줄 알았더니 이렇게 보니 나이에 맞는 놈이구먼."

"네?"

"어떻게 탈 없이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거지? 그런데 내가 보기엔 취집만이 아니라 너에게 조금이라도 호감이 있는 건 맞아 보인단 말이지. 잘하면 부담을 지지 않고도..."


호운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그제야 알았던 가온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닙니다."

"에이 뭘 아니야. 저 여자 정도면 예쁘긴 하지. 인기 많아서 좋겠구만."



가온은 뭐라 말하려 하다가 그만두었다.

대신 하늘을 올려다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야. 근데 이자견이랑 그런 사이라는 건 진짜냐?"

"강의를 받았을 뿐입니다."

"강의라니. 침대의?"


농담이었는지 낄낄거리는 호운. 가온은 부정하는 대신 다른 질문을 했다.



"원정중 커튼 습격률이 얼마나 됩니까?"

"응? 음...지역마다 틀리긴 한데 이 근방에선 없었던 거 같은데."

"그런가요..."



가온이 진심으로 실망한 듯한 목소리를 내자 호운이 눈을 끔벅거리다가 말했다.



"아까 평범하다고 했던 거 취소. 역시 순 미친놈이네 이거..."


굳이 커튼을 조우하고 싶냐며 호운이 쟁반에 음료수를 들고 지나가던 직원에게 음료수 하나를 받아들었다.



"그러는 호운씨도 커튼을 사냥하고 싶어서 원정에 참가한 거 아닌가요?"

"뭐어? 그럴리가 있냐? 다른 놈들은 다 임무가 있고 마침 한가한 나에게 차례가 돌아왔다 이거야. 정부공인 순위권자는 원정에 기본적으로 한 번씩은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희귀한 커튼이라도 있었으면 기운이 났겠지만, 호운이 빨대를 입에 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은 커튼의 부위를 파는 일을 했었지.'


호운은 계속해서 하소연을 했다.


"원래 류열 형씨가 너랑 같이 가고 싶었나 본데, 뭔가 이상한 게 발견되서 도저히 올 수가 없었다나. 차라리 프랑스쪽 근방이면 모를까 이 근방은 희귀한 커튼도 없어서 돈벌이가 될 만한 것도 없단 말이지...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저번에 줬던 붉은 커튼의 조각. 그런 거 또 없냐?"

"안타깝게도요."

"에잉...망망대해라 볼 것도 없고. 전진기지에 도착할 때까지 뭘로 시간을 죽이냐..."

"전진기지는 어떻게 되어 있나요?"

"필요한 물품들이 구비되어 있는 쉘터 같은 거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도 있고...물론 방벽 밖이니만큼 사람은 없지만, 커튼놈들은 사람 없는 곳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원정을 할 때엔 계속해서 이동만 할 수는 없으므로 중간중간에 쉬는 거점이 있다.

그곳에서 식량등 필요한 물품도 조달하고 휴식을 취하는데 그런 거점이 많다고 한다.



"그래도 먼 옛날에 비하면 엄청 나아진 거라 하더라. 전진기지 만들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고."

"그렇군요."



가온은 전진기지에 도착하는 것이 기대가 되었다.

처음 보는 장소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지만 지금도 느껴지는 이 불쾌한 시선의 주인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랑스쪽에 커튼이 많은가요?"

"대략전인 분포도가 적혀있는 서류 못 받았어?"

"네."

"일을 어떻게 하는지...나중에 줄게. 대충 설명하면 프랑스쪽은 중간정도 되지."

"중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안전한 편이지. 미국 근방은 좀 지옥이고."

"......"


미국 근방. 가온의 뇌리에 레임이 스치고 지나갔다.

분명 어떤 의도를 가진 정부공인 순위권자가. 언제고 그녀와 꼭 맞부딪힐 거란 예감이 들었다.



"야. 그보다 여자 이야기나 하자고. 프랑스 하니 생각났는데 너 미헤유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며?"

"네? 아니 그건..."

"어라? 완전 부정하지 않네?"


건수를 잡았다는 듯 이것저것 캐묻는 호운을 상대하고 돌아온 임이나의 수다를 받아주던 중 하루를 거의 다 보내버렸다.

그리고 얼마 후.

드디어 첫 번째 전진기지에 도착했다. 상당히 큰 섬이었다.


그동안 망망대해를 찍느라 바빴던 촬영팀은 전진기지 주변의 풍경이나 촬영이 금지되지 않은 장소를 다니며 멘트를 날렸다.

호운은 기지개를 피면서 낮잠이나 청하겠다고 쉘터의 휴식공간으로 들어가 버렸다.

저렇게 대충하는 것처럼 보여도 커튼의 기척이 느껴지면 귀신같이 나오리라.

가온은 전진기지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통신 시설이나 식수품을 비치해둔 창고등을 둘러보았고 긴급상황때 쓰라고 비치해 둔 무기 창고도 보았다.

그리고 그러던 중에 불쾌한 시선은 단 한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짜증나네.'


널찍한 곳으로 오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싶었는데 여전했다.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볼까.'



사람들이 있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커튼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온에게 호의가 있는 것 같지는 않으니 혼자 있으면 공격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가온은 사람들 몰래 수풀이 우거진 곳으로 향했다.

숲속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거칠었고 어두컴컴했다.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감수하고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얼마쯤 걸었을까? 빛도 제대로 닿지 않는 중심지.

그때까지도 불쾌한 시선은 지속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 농도를 높이고 있었다.

더 걸어가도 의미없다고 판단한 가온은 멈춰서고 주위를 살폈다.

혹시 보이는 게 있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여전히 육안으로 눈에 띄는 건 없었다.

허탕인가 싶어 혀를 찬 가온이 괜히 목소리를 내어 말했다.



"뭔지는 몰라도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니 쫄보시구만. 내가 그렇게 무섭냐?"


솔직히 그냥 짜증나서 툭 뱉은 말에 불과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파사사삿


"...!!"


가온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검붉은 조각들이 녹아들듯 나타나더니 한 점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잠깐 넋을 놓았던 가온은 저것에 커튼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검을 뽑아 참격을 날렸다.


카앙


"큭."


결과적으로 검은 닿지도 못했다.

투병벽에 가로막힌듯 허공에서 튕겨져버린 것이다.

그 와중에 급속도로 크기를 불린 검붉은 점은 이내 가온의 몸통만한 거대한 구로 변해 있었다.

혈관이 꿈틀거리고 전체적으로 맥동하는 것이 생리적인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꽈직. 꽈지직.


기이한 소리와 함께 구체의 중앙이 스르륵 찢어졌다.

그리고 찢어진 틈에서 나타난 것은, 눈동자.

거대한 눈동자가 가온을 응시하고 있었다.


"뭐야...?"


이것도 커튼? 당황하고 있는데 별안간 눈동자의 몸에서 수많은 가느다란 줄기가 뻗어나왔다. 줄기는 가온을 구속하기 위해 사방에서 덮쳐들었다.

가온은 당연히 검으로 반격하여 무수한 줄기들을 베어내 버렸다.

하지만 느껴지지도 않는 충격파가 가온을 덮쳐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큭..."



가온은 느꼈다.

이 눈동자. 상당히 강하다.

적어도 정부공인 순위권자가 여럿은 붙어 있어야 겨우 잡을 수 있을만한 괴물이다.

그렇다면, 망설임은 없다.



[끄르르르. 끄르르. 보면 볼수록 희귀한 종이로다...짐의 사유물로...]



눈동자가 뭐라고 말을 거려는 순간.

쿠아아앙!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그 속에서 붉은 갑주의 커튼이 나타났다.

눈동자는 눈을 크게 뜨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존재를 응시했다.

위기감을 느낀 걸까. 눈을 부릅뜨자 무형의 기운이 사방에 펼쳐져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하려고 들었다.

하지만 가온은, 붉은 커튼은 그저 뭉툭한 오른팔에 기운을 응집하여 찔러갈 뿐.



[우오오오오오오!!!]

[끄르?!]


콰직!


무형의 기운은 마치 유리처럼 와장창 부서지고 와해되어버렸다.

붉은 커튼의 기운 때문에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붉은 커튼이 휘두른 팔은 그대로 눈동자에게 적중. 눈을 뚫어 반대편까지 쑥 튀어나왔다.


몸부림치기도 전 오른팔이 활활 불타올라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게 만들었다.

새까맣게 타버려 몸을 움찔거리던 눈알이 축 늘어졌다.


[끄르륵...이런...어이...없...는.]



그게 눈동자의 마지막 말이었다.

놈은 재로 화하여 바닥에 흩어져버렸고 가온도 거의 동시에 변신을 풀었다.


"......결국 뭐였지? 이 놈."



커튼이란 건 확실하다. 더군다나 말도 할 줄 알았다.

정확히는 말을 한다기 보다는 정신에 직접 의사를 전달하는 느낌이었다. 가온은 이와 비슷한 것을 언젠가 느껴본 적이 있었다.


"...여왕개체?"


예전 사냥했던 여왕개체가 딱 이런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와 같은 시각.

중국의 커튼 본구 관제실.

그들은 여느떄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관제실의 지휘자이자 정부공인 순위권자인 리어우 강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리, 리어우님!!"


그때 모니터를 보고 있던 사냥꾼 한 명이 벌떡 일어났다.


"뭐냐. 내 낮잠을 방해할 만한 일이 아니라면 뒤질 줄 알아."


심기가 불편한 듯한 리어우 강.

그는 투덜대면서도 일어나 직원에게 말했다.



"무슨 일인데? 점심시간에는 자야 오후에 제대로 일하지. 여왕의 영역에 이상이 생겼다는 정도가 아니면 시말서 쓸 줄 알..."

"여왕의 영역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



잠깐 멍한 표정이던 리어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직원이 보고 있던 모니터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중국의 방벽 바깥에 위치한 작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여왕의 영역이, 가루가 되어 하늘에 흩날리고 있는 게 아닌가?


리어우 강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회의 소집해. 지금 당장!!"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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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돌아온 김남일 1 19.10.28 105 4 13쪽
286 악연 3 19.10.22 107 4 14쪽
285 악연 2 19.10.15 98 4 13쪽
284 악연 1 19.10.08 139 6 13쪽
283 또 다른 커튼화 3 +2 19.10.01 119 4 16쪽
282 또 다른 커튼화 2 19.09.24 114 4 13쪽
281 또 다른 커튼화 1 +4 19.09.17 152 5 12쪽
280 살인범 2 19.09.10 113 3 13쪽
279 살인범 19.09.03 11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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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3부 12화: 강렬한 유혹 19.08.20 132 4 13쪽
276 3부 11화: 낯 뜨거운 계약 19.08.13 149 5 11쪽
275 3부 10화: 예언 +2 19.08.06 138 5 11쪽
274 3부 9화 : 고대의 커튼(2) +2 19.07.30 156 5 11쪽
273 3부 8화:고대의 커튼 (1) 19.07.23 140 7 11쪽
272 3부 7화: 김남일 (4) 19.07.16 130 5 13쪽
271 3부 6화: 김남일 (3) 19.07.07 127 5 15쪽
270 3부 5화: 김남일 (2) +2 19.06.27 14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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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3부 2화: 퇴마 이 가문 (2) 19.06.20 150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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