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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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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379 회
조회수 :
164,489
추천수 :
2,936
글자수 :
2,335,429

작성
19.08.06 11:29
조회
138
추천
5
글자
11쪽

3부 10화: 예언

DUMMY

"흑흑흑"

"......"


눈앞에서 눈물짓는 미모의 여인. 이이나를 보며 가온은 싫증을 느꼈다.


'용건을 말할거면 빨리 하든가 언제까지 저러고 있을 셈이지.'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호출당해 끌려왔다 싶었더니 아까부터 저러고만 있다. 가온이 아니라도 짜증이 날 법도 했다.

하지만 가온 외의 사람들은 이이나가 우는 시늉을 하고 있자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그녀의 영향력이 크다는 이야기이며 덤으로 우는 모습이 가련하고 아름답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가온을 죽일놈 취급하며 노려보게 되었다.



"저기..."

"여행에 이 어미만 쏙 빼놓고 혼자 가더니 이젠 어머니라 부르지도 않고 저기라고 부르다니..."


서럽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머니라 부르는 건 저항감이 있었으므로 가온은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혼자 여행을 간 건 죄송했습니다. 다음부턴 조심하겠습니다."


빨리 사과하고 이 자리에서 벗어나자는 생각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이나는 소매로 눈가를 슥슥 닦더니 애써 웃어보였다.


"다음엔 꼭 나랑 같이 여행을 가는 거에요? 퇴마 이씨 가문의 혈족끼리 가는 여행. 즐거울 것 같지 않나요?"



퍽이나. 가온은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이이나의 자식들이 가온에게 하는 꼴을 보면 그런 말이 나올수가 없을텐데 어지간히 뻔뻔한 여자다.


'그건 그렇고 역시 다른 클랜에 들어가겠다는 조건으로 여행을 다녀오겠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로군.'


다른 클랜에 들어가기로 한 걸 어떻게 알았냐에 대해서는 퇴마 이씨 가문이라는 영향력 앞에선 아무런 의문도 제기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대로 퇴마 이씨 가문의 앞잡이로서 일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엘미리오에게 십이지신을 확인할 수 있는 은혜도 입었겠다 한동안은 그쪽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이 자리에서 말해봤자 상황만 악화될 것 같으니 그것에 대해선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생각한 순간.


"만약 유로토에서 일할 생각이면, 우리 가문의 사람들도 같이 파견하도록 할게요 가온."

"......"


유로토란 가온이 가입한 클랜의 이름이었다. 자신의 속마음 따위는 빤히 보인다는 건가. 가온은 빙그레 웃고는 대답했다.



"그럴 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도록 할게요."

"기쁘네요."



이렇게 일이 일단락되었나 싶었는데 이이나가 손을 마주잡더니 반짝이는 눈빛이 되었다.


"그럼 이제 즐거운 이야기를 해 볼까요?"

"즐거운 이야기요?"

"우리 아들의 며느릿감 이야기요!"

"엥?"

"......"



정작 가온은 별로 당황하지 않았는데 이이나의 양 옆에 있던 가은과 가영이 더 놀랐다.


"저기 어머님. 며느릿감이라니..."


가영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묻자 이이나가 신난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요즘 우리 아들이 인가 폭팔인 것 같아서요. 신문에까지 났던 이자견씨부터 동급생들 중에서도 몇몇 썸이란 걸 타는 아이들이 있다던가..."

"그런 애들 없는데요."

"어머나. 내가 알기로는 한나양이랑 또..."



친구가 된 소녀의 이름을 언급한 이이나에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둘은 친구입니다. 한나랑은 만난지도 몇 달이 넘었구요"


최근 교환학생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긴 했었다.


"그래? 아쉽네. 그럼 미헤유씨는 어떤가요?"


기습이었다.

미헤유와의 애매한 관계도 잡아내고 있었을 줄이야.



"음..."

"어떤가요?"


가온의 반응이 지금까지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더욱 흥이 돋았는지 빨리 말해보라고 재촉한다. 무슨 이유에선지 가은이나 가영도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멋진 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헤에~"


이이나는 둘쨰치고 멋진 여성이라는 말이 가온으로서는 최대한의 찬미라는 것을 잘 아는 가은은 입을 딱 벌렸다.



'잠깐만...저 자식 여자에 관심도 없더니 미헤유 씨한테 꽤 호감이 있어 뵈잖아?!'


대체 프랑스의 정부공인 순위권자와 어떻게 해서 썸을 타는 사이가 됐단 말인가?



"잘 됐네요. 그렇지 않아도 어제 미헤유 씨가 가온을 찾았었거든요."

"아하."


그래서 알고 있었던 거로군. 가온은 납득했다.


"어쩜...주위에 있는 여성이 전부 예쁘고 참하지만 미헤유 씨라면 능력까지 출중하니...그럼 그럼. 이자견 씨는 어떤가요?"


가온은 직감했다.

뜬금없이 며느릿감 운운한 것이 지금 이 질문을 위해서라고.

그녀는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가온과 이자견 사이에 어떤 끈이 있고 둘이 협력사이인지 아닌지.

날카로운 식견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 뿐. 가온은 고개를 저었다.


"스승님이시죠. 그런 기사가 난 것에 대해서는 가슴 깊이 죄송할 뿐입니다."

"어머. 스승님이요?"


그건 또 처음 들었다는 표정으로 손을 입으로 가린다.


"예. 어쩌다 인연이 닿아 주술 몇 가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건 바람직한 일이네요."


서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늘어놓는다.

만약 정말로 이자견과 가온이 협려관계에 있더라도 그녀가 뭘 어쩔 것인가? 그만두라고 강요라도 할 것인가? 염파로 연락하는 이상 둘의 대화를 들킬 염려도 없다.

왜 이자견을 경계하는지는 알고 있다. 그녀의 능력은 어떤 조직에 있어서 그만큼 위험하니까.

잡어먹으려는 가온이 되려 자신들을 잡어먹을 정도로 성장하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걸까. 퇴마 이씨 가문이란 강대한 조직을 생각하면 너무 간 생각이다 싶어도 비슷한 의도일 것이다.


가온은 이쯤 되면 됐다 싶어서 말했다.


"그럼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네. 다음에 보지요."


일어서서 방을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아, 그렇다면 그 에메라라는 아이는 한때의 만남인가요?"

"......"



가온이 조용히 뒤를 돌아보았다.


"무슨 말씀이신지?"

"에메라란 아이를 주웠다고 들었어요. 불우한 아이를 돕는 건 훌륭한 일이지요. 단지..."

"단지, 뭡니까?"

"아무것도 없는 아이와 그런 관계가 아닐까 걱정했거든요. 하지만 다행이에요. 단순한 사이인 것 같아서요."


가온은 실소가 나왔다.

설마 자신에게 그런 애랑 만나지 마! 라는 듯한 설교가 나올 줄이야.


"부당주님."

"어머니라 불러주세요~"


그녀의 말은 사뿐히 무시하고, 가온은 말했다.


"제 사생활에 신경 끄시죠."

"......"


방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호위 술사들이 감히라는 듯 눈을 부릅뜨고 가온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가온은 아랑곳않고 이이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해 주실 거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잠시 입을 벌리고 멍하던 이이나가 생긋 웃었다.



"물론이지요. 이 어미가 실언을 했네요."

"아닙니다. 그럼 저는 이만."


뭔가 묻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인 가은과 혼이 빠진 가영을 뒤로하고 가온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지금부터 수련이다.'


수련은 마우스의 공간으로 들어가 그의 세계에서 할 생각이었다.

어떤 수련보다도 효과적인 수련법인데다 마우스에게 십이지신에 대해 물어볼 것도 있었기에 주저없이 눈을 감고 누웠다.



[저기...]


그 순간 가온을 깨우듯 들려오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는 이자견의 것이었다.



[이자견씨. 무슨 일입니까.]

[그...]


여전히 가온을 어려워하는 이자견. 가온은 자신이 한 짓이 있으므로 충분히 그럴만하다 여겨 그녀가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진정했는지 이자견이 말했다.


[에메라라는 여성이 저를 찾아왔었습니다. 정확히는 연락을 해 왔습니다만...]

[에메라가요?]

[네. 당신에게 긴히 말해야 할 것 있다고...지금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제 저택으로 모셨습니다만,]

[내일 가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최선의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겠...]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내일 뵙지요.]



에메라가 이자견을 통해 자신에게 연락을 해 왔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남들의 이목을 피하고 싶다는 이야기인데,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는 것일까?



다음 날.

가온은 이자견에게 주술을 배우러 간다는 명목으로 그녀의 저택으로 갔다.

여전히 거대하지만 어딘가 외로워보이는 저택을 올려다보며 초인종을 누르자 이자견이 직접 나와 그를 안내했다.



"시중드시는 분들은요?"

"저택에서 일하고 있답니다. 그 사람들은 손님이 저택에 왔다는 것만 알지 정확히 누가 왔는지는 모르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비밀을 지키는 모습에 의문감은 증폭된다.

에메라가 왜 이렇게 비밀리에 가온과 만나고자 한 것일까? 얼마전에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 진 걸까?


조금만 잘못하면 길을 잃을 것 같은 큰 저택은 내부 구조도 복잡했다. 가온은 조용히 이자견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이리틀고 저리틀어 도착한 비밀스러운 방문 앞.

이자견이 심호흡을 했다.


"...혹시 에메라가 뭔가 실례라도 저질렀습니까?"

"예? 아, 아니요."


필요 이상으로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에 가온이 의문을 느낀 것이라고 눈치챈 이자견은 말을 흐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냥 뭔가 좀 대하기가 어려워서요."

"......:"



에메라가 말하길 이자견은 먼 자손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녀도 뭔가 느끼는 게 있는 것일까.



"에메라. 들어간다."

"네."


안에서 태평한 목소리가 들렸고 가온은 주저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엔 ㅅ의자에 앉아서 차를 즐기던 에메라의 모습이 있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왜 이자견 씨한테..."

"궁금한 게 많나본데. 우선 제 이야기부터 들어 주실래요?"

"이야기?"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래요. 예언이네요."


예언이라는 말을 듣고 가온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얼마 전에도 에메라는 자기 자신이 위험해질 거라는 예언을 하고서 김남일에게 습격받았다. 그녀의 예언은 미신이 아니라 사실인 것이다.


그리고 일부러 가온을 비밀리에 불렀다는 것은, 가온과 관련된 예언이라는 이야기일 터이다.


"뭔데? 듣기 겁나는데."

"네. 겁을 먹어야 합니다."



에메라의 얼굴은 진지했고 비장했다.




"붉은색의 또 다른 몸을 가진 자는 가까운 시일 내에 죽게 될 것이리라. 믿었던 소의 손에 의하여."

"믿었던 이라. 한정적인데. 누가 날 죽인다는 건지..."


소라고 하면 음머 하는 소가 떠오르고 그럼 최근 십이지신을 보았으니 자연스레 그쪽이 떠오른다. 하지만 십이지신을 믿을리가 없다.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뭐? 뭐가 문젠데?"


에메라가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가까운 시일 내란 건, 고작 한 두달내의 이야기예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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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 TheTree
    작성일
    20.02.08 17:26
    No. 1

    앞내용을 수정중이신건지 좀 헷갈리네요 이자견하고 사랑하는 사이라고 재무진 이이나 이이헙 앞에서 다 얘기했을텐데..정주행중이라서 공지를 못봐서 그런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2 ITE
    작성일
    20.02.09 00:57
    No. 2

    거짓으로 말했다는 걸 서로 알고 있어서...라기보다 제 실수입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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