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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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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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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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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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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악연 2

DUMMY

"너어...! B-102...!! 크악!!"


수염이 수북한 사내가 말을 다 잇지도 못하고 기절했다.

푸른색의 손을 거둬들인 B-102. 푸른커튼의 몸에서 수증기가 치솟더니 이내 사람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으헤헤헤...아쁘아..."



기분나쁜 웃음을 흘린 푸른커튼은 최상층을 향해 천천히 이동했다.

그는 지금 가온이 내린 명령. 최상층까지 눈에 띄는 대로 처리하 되 되도록이면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시를 충실히 이행 중이었다.

예전에 본 듯도 한 이들어었지만, 그에게 있어 가온의 명령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기에 거리낌은 없다.

벌써 열 명도 넘게 쓰러뜨린 그는 이젠 거의 최상층에 다다라 있었다.

그때.

가까이에서 또 다른 기척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지금까진 두 개가 섞인 묘한 기척이었다면, 이번엔 하나 뿐.

그럼에도 이질적이게 느껴지는 누군가.

푸른커튼은 본능적으로 지척에 있는 적이 매우 위험한 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온 몸에 푸른 갑주를 휘둘렀다.

상대가 반응할 틈도 주지 않기 위해 오른팔을 휘둘러 얼음의 파도를 쏘아냈다.

비좁은 복도가 쩌저적 얼어가며 거칠 것 없이 미끄러져갔다.

얼음의 칼날이 섞인 파도는 적을 사정없이 분쇄하리라.

그 순간, 빛이 번쩍였다.

으적.


[으어...?]


괴상한 소리. 그 소리가 들린 순간 자신이 쏘아낸 파도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 조용하면서도 어딘가 기대에 가득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 적 있는 형태로군."

[으어어.]

"여기 있는 놈들 죄다 어설프게 따라한 놈들 뿐이었는데. 넌 좀 다르군."



뚜벅 뚜벅.

발걸음 소리가 멈추고 드디어 어둠 속에서 적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지저분한 웨이브 머리카락, 다듬지 않은 수염. 그리고 날카로운 눈매.

평범하다면 평범한 중년 사내가 나타났다.


"너, 이가온이랑은 무슨 관계지?"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푸른 커튼의 머리부분이 해체되더니 인간의 얼굴이 나타났다.


"아...쁘아..."

"호오. 놈이랑은 다르게 부분 해체도 가능한 건가."


아빠의 이름을 언급한 적에게 한층 더 적의를 불태우는 푸른 커튼을 보며 중년 사내는 입맛을 다셨다. 언뜻 비친 이빨은 마치 상어처럼 날카로웠다.



"맛있어 보이는군."

"너...먹는...다."

"피차 비슷한 생각인데...놈은 어디있냐?"



그 순간.

쿠아아아아아아아아!!


저 멀리서 거대한 굉음과 함께 막대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물어볼 것도 없겠군."


중년 사내가 씨익 웃었다.


"널 죽이면, 놈이 울까."








가온보다 조금 더 늦게 돌입한 아이나와 류열은 저 멀리서 느껴지는 기운에 아연실색했다. 느껴본 적 있었던 힘이었다.


"붉은 커튼..."


류열이 멍하니 중얼거리고 아이나는 벙쪘다가 이내 눈을 불태웠다.

막 달려나가려는 그녀를 류열이 제지했다.


"혼자 나아가지 마."

"놓으세요. 저 놈이 언제 여기서 벗어날지 몰라요."


언니 가람의 원수일 가능성이 높은 빌어먹을 커튼놈. 이를 으드득 가는 아이나를 보고 류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어. 같이 가자. 다른 사람들이 돌입하길 기다리며 느긋하게 전진했지만, 지금부턴 강행돌파다."



아이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동시에 흠칫했다.

아주 가까이에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적인가?"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뭔가 달라요."


그랬다. 두 가지가 섞인 듯 이질적이었던 기운들과는 달리, 지척에 있는 존재는 명백히 커튼의 그것이었다!


"조심해. 엄청나게 강력한 개체다."



류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사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은 기분나쁜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려는 찰나.

둘은 포위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벽, 천장. 어디라 할 것 없이 사방에 달라붙어 있는 커튼들.

류열의 주먹이 빛나며 눈으로 포착할 수 없는 속도로 쏘아졌고 아이나의 검은 저 멀리 지켜보고 있는 대장격인 커튼을 요격했다.

허나 놀랍게도 커튼들은 류열의 주먹을 막아내거나 피하는 둥 훌륭하게 대처해냈고 아이나의 공격도 가뿐히 피해냈다.

생각보다도 훨씬 강한 상대에 둘이 긴장하고 있을 찰나. 류열은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들. 생김새가 다 똑같잖아?"

"네? 원래 커튼들 생긴 거 구분 안 가잖아요?"

"아냐. 원래 조금씩 다른데 이것들은 완전 똑같아. 아니...그보다 어디서 본 적이..."


생각하던 류열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설마."


류열은 실험해보기 위해 오른손에 주술을 모아 힘껏 휘둘렀다.

복도 전체를 휩쓸만한 크기엔 과연 피하지도 못하고 커튼들이 휩쓸려 날아갔다.

퍼석 파삭.


그리고 커튼이 부서지는 소리라기엔 너무도 조용한 소리가 났다.

류열의 공격에 맞은 커튼들은 마치 검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역시."

"역시라뇨?"


류열은 멀리에서 구경하고 있다가 그들 쪽으로 걸어오는 존재를 노려보았다.

창문에 비친 달빛이 놈을 비춰주었다.

검은색의 커튼. 그리고 본 적이 있는 놈.


"분신을 쓰는 호위개체다!!"


류열이 비명처럼 소리를 지른 순간 놈의 몸에서 수십 개의 분신이 튀어나왔다.









소년은 의아하다는 듯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뭘 보고 있는 거지?"

"아, 이거 실례했습니다."


순순히 사과한 소년이 다시 가온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이상한 자들이 있어서요. 이거, 요즘은 특이한 일만 생기다 보니 오랜 세월에 무뎌졌던 감각에 활력이 생기는 느낌입니다."

"...확실히 뭐가 뭔지 알 수가 없군. 커튼의 기운에 또..."


가온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이질적인 기운은 뭐란 말인가?


"그들은 제 새로운 동포들이 처리해 줄 겁니다. 그보다 대화를 하죠. 가온씨."

"...그래."


가온의 대답에 덩쿨 커튼. 로즈가 격분했다.


"당신이 우리의 근원이라 하더라도 무례합니다! 예를 갖추세요!"

"지랄."


가온은 콧방귀를 뀌었고 소년이 웃으며 로즈를 말렸다.


"하하하. 전 괜찮습니다. 그라면 저에게 이렇게 대할 자격이 있지요. 무려 하얀 마녀의 힘을 물려받은 자니까."

"묻고 싶었는데, 너는 커튼이지?"

"네. 그렇습니다. 모습은 이렇지만 이건 제가 특이하게 진화한 것 뿐이고, 본질은 당신들이 커튼이라 부르는 종이 맞습니다."



하하 사람 좋게 웃어보이는 소년은 어떻게 봐도 인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해할 수가 없군."

"뭘 말이죠?"


가온은 이참에 놈에게 궁금한 것은 전부 묻기로 했다.



"너에게 있어 에메라는 꼭 제거하고 싶은 적인 것 같은데, 왜 우리의 정체를 인간세상에 폭로하지 않는 거지?"


애초에 소년이 재무진에게 가온의 정체에 귀띔만 해 주었어도 상황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이 순간까지 와서도 그는 가온이 붉은 커튼이라는 사실을 인간 세상에 알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방벽과 상관없이 마음대로 도시에 드다드는 놈이라면 아주 간단한 일일 텐데.


[마스터, 그건...]


안내시스템이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소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역시 설명을 해주지 않는군요."

"......"

"여러가지 제약이 있다고 해 두죠."

"그래?"


대충 그런 거라고 이해해두자.

가온은 다른 걸 물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을 커튼화시킨 게, 바로 너냐?"

"네. 당신의 힘이 너무나 탐이 났거든요."


소년이 해맑게 웃었다.


"나름 자신이 있었답니다. 에메라의 계약의 힘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에 한없이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하지만, 역시 당신은 특별하던 모양이에요. 역대 계약자 중에서도요."

"이 자들로 뭘 할 생각이지?"


소년이 웃었다.


"잘 물어주셨습니다. 요즘 생각을 바꾸었거든요."

"생각을 바꿔?"

"네. 인간을 멸종시켜야 하는 종에서, 우리들의 동포로 만들자는 생각으로요."

"......"

"위대한 '어머니'가 원하는 것은 인간의 멸종이지만, 굳이 죽여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종을 바꿔버리면 그만이라고 소년은 웃었다.


'어머니...?'


새로 듣는 단어를 마음속에 새기며 가온은 고개를 저었다.


"더 들을것도 없군."

"너무 그러지 마세요. 이건 당신을 보며 떠올린 생각이기도 합니다. 우리나 당신들 인간이나 평화적으로 끝낼 수 있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개소리. 우리 사람들을 죽이려 하는 네놈들의 말을 왜 순순히 들어야 하지?우리가 먼저 너희들을 멸절시키면 그만..."


푸흡. 소년이 웃음을 참는듯 뿜었다. 가온이 노려보자 소년은 손을 내저으며 사과했다.


"아...이거 죄송합니다. 하지만, 웃기네요."


소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알고 계시잖습니까? 시간은 당신들이 아닌 우리 동포의 편입니다."

"......"

"여왕개체가 지배한 영역은 당신들의 힘으로 정화할 수 없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여왕이 탄생하죠. 당신들의 영역은 점점 좁아질 뿐인데 우릴 어떻게 죽이겠다는 거죠?"

"내가 있다."


광오한 대답. 하지만 소년은 허투루 듣지 않았다.


"호오..."

"내 원수는 역시 너희다. 붉은 커튼의 힘이라면 여왕의 영역이라도 불태울 수 있어."


가온이 히죽 웃었다.


"네놈들 기생충들이 이 세상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히 개박살을 내 주마."

"......당신은 강하죠. 인정합니다. 하지만 모르는 게 있어요."


소년이 두 팔을 벌렸다.


"장담합니다. 저와 협력하여 공통된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게 제일 평화적인 방법입니다."

"내가 모르는 거란 건 설마 십이지신이냐?"


소년이 두 눈동자에 파문이 일었다.

설마 그 단어를 들을줄은 몰랐다는 듯.


"궁금했어. 설마 너도 십이지신인가?"

"...글쎄요."

"됐어. 나중에 에메라에게 묻지 뭐. 어쨌건 세계 곳곳에 봉인되어 있는 그놈들, 그것들을 믿고 자신만만하게 나오는 가 본데...맹세하건데 그놈들도 내가 죽일 거다."

"하하. 우물안 개구리가 이런 걸 뜻하는 건가요? 분명 당신의 힘이 강력하긴 하나 그들을 상대로는..."

"너야말로 잊는 것 아니냐? 내가 이 힘을 손에 넣은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난 벌써 이만큼 강해졌어."

"......"

"십이지신 따위도, 이제 곧이지."

"대화가 안 되는군요."



소년이 보란듯이 한숨을 쉬었다.


"힘들게 당신을 불러냈는데 이런 식으로 대화를 끝내고 싶진 않군요. 앉아서 느긋하게 대화해 볼까요?"

"싫어. 이제 죽어라."

"하아...이렇게 말하긴 싫었지만, 저도 당신에게 원한이 없는 게 아닙니다. 수많은 동포들과 무엇보다 아끼는 동지를 당신의 손에 잃었어요?"

"그럼 서로 죽이면 되겠네."

"이 자식!!"


로즈가 더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가온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달려들려고 했다.


"감히 내 먹이에 누가 손을 대려는 거냐."


번쩍-!


"......?!"


주술의 빛이다.

인식한 순간 빛이 마치 송곳니처럼 변하더니 로즈의 몸을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으윽?!"


덩굴을 뿜어내 어떻게든 방어해낸 로즈였지만 팔이 한움큼 뜯겨나가버렸다.


"뭐 하는 놈...아니?"


로즈는 아연실색했다. 팔이 재생이 되지 않고 있었다!

소년은 멍하니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보고 있었다, 그건 가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로즈나 소년에 신경쓸 틈이 없었다.


두쿵. 두쿵.


심장이 크게 뛰었다. 다듬지 않은 지저분한 머리카락과 거친 수염의 중년 사내.

놈의 손에는 하반신이 잘린 푸른 커튼이 들려 있었다.

그를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친 중년의 사내는 마음속 깊이 기쁜듯 환희에 찬 미소를 지었다.


"아아, 이가온."

"......"

"만나고 싶었다."


놈이 걸어올 때마다 가온은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두쿵. 두쿵.


지난날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죽어버린 친구들, 기현이, 그리고 삼촌.

중년 사내의 이빨은 마치 상어처럼 날카로웠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녀석은 커튼이다. 그리고 죽었다.

하지만 확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온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상어이빨...?"


그와 동시에, 중년 사내가 이 이상 없을 정도로 환희에 벅차 외쳤다.


"아아! 나고말고! 기억하고 있었구나아아아아아아아아아!!"



중년 사내의 손에서 검은 기운이 솟구치고, 그것은 이윽고 빌딩을 관통했다.

다음 순간,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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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돌아온 김남일 3 +4 19.11.12 118 4 20쪽
288 돌아온 김남일 2 +4 19.11.04 119 3 13쪽
287 돌아온 김남일 1 19.10.28 105 4 13쪽
286 악연 3 19.10.22 107 4 14쪽
» 악연 2 19.10.15 99 4 13쪽
284 악연 1 19.10.08 140 6 13쪽
283 또 다른 커튼화 3 +2 19.10.01 119 4 16쪽
282 또 다른 커튼화 2 19.09.24 114 4 13쪽
281 또 다른 커튼화 1 +4 19.09.17 152 5 12쪽
280 살인범 2 19.09.10 113 3 13쪽
279 살인범 19.09.03 11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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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3부 12화: 강렬한 유혹 19.08.20 133 4 13쪽
276 3부 11화: 낯 뜨거운 계약 19.08.13 149 5 11쪽
275 3부 10화: 예언 +2 19.08.06 139 5 11쪽
274 3부 9화 : 고대의 커튼(2) +2 19.07.30 156 5 11쪽
273 3부 8화:고대의 커튼 (1) 19.07.23 141 7 11쪽
272 3부 7화: 김남일 (4) 19.07.16 131 5 13쪽
271 3부 6화: 김남일 (3) 19.07.07 128 5 15쪽
270 3부 5화: 김남일 (2) +2 19.06.27 143 5 12쪽
269 3부 4화: 김남일(1) 19.06.25 133 6 11쪽
268 3부 3화: 퇴마 이 가문 (3) 19.06.22 137 6 12쪽
267 3부 2화: 퇴마 이 가문 (2) 19.06.20 150 5 11쪽
266 3부 1화: 퇴마 이 가문. +4 19.06.18 15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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