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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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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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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5,429

작성
19.11.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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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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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바깥 원정 2

DUMMY

"......"

"안녕하세요~!! 임이나! 입니다!!"

"......안녕하세요."



가온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이름은 임이나.

요즘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연예인이었다.



"저 기억하세요? 커튼 경기 중계 많이 맡고 그랬는데~"

"네, 기억납니다."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가온.

그리고 그 옆에서는 예전 세계대회 때 인연을 맺었던 기자 이철기가 실실 웃으며 가온을 보고 있었다.


아버지, 이이협이 연예인과 기자가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을 때엔 잘못 들었나 생각했지만 그건 틀린 의미 하나 없는 사실이었던 것이다.

소년이 있는 머나먼 숲 까지는 가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번 원정에서 그 코앞까지는 개척할 생각이었던 가온에게 이건 나쁜 소식이었다.



'이번엔 어디까지나 사전 답사라고 생각해야겠군.'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이협이 지시한 일이다.

괜히 돌발행동을 했다가 다음 원정부터 허가가 나지 않으면 골치 아파진다.

가온은 그때까지 썩어 문드러졌던 표정을 간신히 복구해냈다.

뭐라고 떠들던 임이나는 스태프가 있는 쪽으로 종종 가버렸고 덩그러니 서 있는 가온에게 담배를 물고 있던 이철기가 다가왔다.


"그래. 웃으니까 보기 좋네."

"...그렇게 표정이 좋지 않았습니까?"

"떡 봐도 불청객 보는 표정이던데. 임이나씨도 당황해서 자네 비위 맞춰주고 갔잖아."


그게 그런 것이었나. 가온은 미안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부지런하군. 세계대회에서 우승했으면 스폰 받으면서 편하게 살 법도 한데 웬만한 커튼 사냥꾼들도 나가기를 꺼려하는 방벽 밖에 나가다니 말이야."

"커튼을 증오하는 사람은 산더미처럼 있습니다. 나가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겠죠."

"글쎄? 목숨은 누구나 소중한 법이야. 적어도 자네 정도 나이에 방벽 안으로 쳐들어오는 커튼도 아니고 바깥으로 나가서 만나겠다는 이는 없어."


가온은 침묵했다.

하긴, 누구나 확실하지도 않은 일에 목숨을 걸고 싶진 않을 것이다.

정부공인 순위권자마저도 꺼리는 방벽 밖.

영토를 점거하며 살고 있는 커튼들은 사람들의 교류를 방해한다.

정말 급하거나 신속을 요구하는 일이 아니면 쉽사리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고 커튼의 공격을 피해 해상으로 교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세상이 되었다.

예전에, 아직 커튼의 영역이 적었을 때는 비행기로도 얼마든지 교류가 가능했었다는데...

커튼놈들만 아니었다면 인류는 서로의 문물과 기술을 교환하여 지금보다 수 배는 기술의 발전을 이루었을거라고 가온은 생각했다.

누군가가 의도를 갖고 사람들의 교류를 방해하기 위해 커튼놈들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고 가온은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말로만 듣던 바깥이 어떤지는 직접 눈으로 확인해 봐야 할 것이었다. 가온은 화제를 돌리기 위해 질문을 했다.



"저야 미지의 커튼들을 만나고, 경험을 쌓고 싶어서지만, 두 분은 무슨 이유로 바깥에 나가시겠다는 겁니까?"


이철기의 말마따나 웬만한 커튼 사냥꾼들도 나가기를 꺼려하는 밖이다.

일반인인 둘이 그런 위험한 곳에 왜 나가고 싶다는 걸까?

이철기는 빙그레 웃었다.


"자네처럼 경험 쌓기지. 스팩 쌓기도 되고."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요?"

"그렇게 말하니 무섭잖아. 우리는 이번엔 어디까지나 둘러보는 거지 전투는 없을 거라는 말에 왔다고?"

"뭐, 그렇기는 하겠지만요."


사실 이번에 나가는 원정은 원정이라 부르기에도 뭣한 것이다.

보통 바깥 원정이라고 불리는 행위는 적어도 수십의 커튼 사냥꾼과 셋 이상의 정부공인 순위권자가 함께하여 커튼의 생태계에 대해 조사하는 거지만 이번엔 준비된 탈 것들만 타고 유유히 구경하며 바깥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또 커튼의 영역까지 깊숙히 가지 않고 국경에서 그다지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서 빙빙 돈다는 점도 안전에 한 몫 했다.



'아무리 안전해봤자 이 안보다는 위험하겠지만...'

"기자들에겐 훈장 같은 거지. 위험한 전쟁터나 시위가 벌어지는 곳에서 목숨을 걸로 촬영하는 기자들 있잖아? 그런 사람들과 비슷한 대우를 받지. 임이나 씨도 대중에게 이미지 어필하기에는 최고라서 온 게 아닐까?"

"그렇군요. 그래도 걱정은 되네요. 정부공인 순위권자가 한 명 밖에 동원되지 않았으니..."

"뭘 걱정이야. 정부공인 순위권자 장첸을 이긴 자네가 있는데?"

"아니...그래도 저는 아직."


가온의 말을 마치기도 전 통나무처럼 굵은 팔이 가온의 어깨에 척 올려졌다.

익숙한 기척이었기에 그냥 내버려두었던 가온은 다가온 인물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시죠? 호운 씨. 피곤하다고 주무신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


호운이 끌끌 웃으며 손바닥으로 가온의 등을 두드렸다.


"네 실력은 내가 보증한다니까? 장첸이 중국에선 잔챙이 취급 받아도 그래봬도 정부공인 순위권자 평균정도는 충분히 된단 말이지."

"호오. 그럼 호운씨의 식견으로 가온군은 정부공인 순위권자가 되기 충분하다는 말씀...?"

"당연하지. 딱히 순위권자를 쓰러뜨린 적도 없는 9위 이가영이나 10위 아이나도 버젓이 순위권자로 활동하고 있는데 못할 건 없지."

"그럼 곧 가온 군에게도 제안이 올까요?"

"음...그건 모르겠네. 그렇지 않아도 높으신 어르신들 중에 이미 나이가 너무 어린 순위권자가 둘이나 있는데 한 명 더 생기는 게 탐탁지 않은 작자들이 많은 모양이고, 그리고 지금 열 명이 전부 제대로 실력이 있는 녀석들이라 결원이 생기거나 본인이 순위권자에서 내려가고 싶다 하지 않는 한 한동안은 무리일 걸. 근데 그 꿀보직을 누가 마다하겠어?"


그래도 차기 순위권자는 확정이지만, 호운은 그렇게 말하고 껄껄 웃었다.

가온은 호운의 말에 신경쓰이는 것이 있었다.

정부공인 순위권자란 지위는 알 바가 아니었다.

호운이 언급한 높으신 분들에 대해서였다.

그들 중에서는 삼촌 이현수의 죽음에 가담한 자들도 있으리라.

가온이 원정을 갔다오는 동안 익환이 그들에 대해 조사를 해 놓겠다고 했다.


'역시 썩은 뿌리는 완전히 뿌리 뽑아야지.'


그들에 대한 증오심도 그랬지만 놈들이 없어지는 것이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능력껏 사람을 뽑아야지 나이 운운은 뭐란 말인가?



"슬슬 출항 시간이군. 타러 가자."


호운이 기지개를 피면서 걸어갔고 가온도 잠시 뒤 그 뒤를 따랐다.

원하던 대로는 아니었지만, 결국 원정을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가슴이 쿵쿵 뛰었다.


배는 거대했다.

전원이라 해 봤자 30도 되지 않는 숫자를 태우는 것 치고는 지나치게 클 정도였다.


"커튼 방비도 해야하고. 이번엔 민간인도 있으니 빡세게 해야지 뭐."


호운이 지나가듯 말했다.

가온을 비롯한 모두는 배에 탑승했고 드디어 출항이 시작되었다.

난간에 비치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 파도가 출렁이는 것을 구경하던 가온이 문득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이제 곧 문자도 닿지 않겠지.'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연락하기 힘들어질 거란 생각에 가온은 에메라에게 문자를 보냈다. 잘 있으라는 평범한 내용이었다.


"뭐야? 여자친구에게 보내는 거냐?"

"호운 씨."



호운이 옆구리에 간이 침대를 들고 오더니 가온의 옆에 툭 놓았다.

헌데 호운만이 아니라 어째선지 임이나도 따라와 있었다.



"이나...씨. 지금은 딱히 촬영할 게 없으니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게 어떻겠습니까?"

"즐거워서 여기에 있는 건데요 뭐 헤헤."


임이나가 귀엽게 웃었지만 가온은 껄끄럽기만 했다.

한자는 틀리지만 퇴마 이씨 가문의 부당주 이이나와 이름이 거의 같아 이름을 부르기도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정말로 어떠세요?"

"네?"

"여자친구한테 보내시는 거에요?"

"아까 그 기자양반이 좋아할 만한 화제로군."



어느새 간이침대를 피고 세상 편한 자세로 누워 경치를 감상하는 호운. 그를 어이없다는 듯이 보던 가온이 대답했다.



"그런 게 있을리 없지 않습니까."

"없어? 근데 너 여기저기 엮이는 여자 많잖아. 그 왜. 프랑스의 미헤유라던가 우리 자랑스러운 2위 이자견 이라든가."

"맞아요. 뭐 있다고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어요. 특히 이자견 그 분은 신문 기사에까지 났었으니까요."

"그 둘 말고도 꽤 보이는 것 같긴 했는데...그래서? 어때?"

"어떻고 자시고..."


가온은 대답하기 곤란했다.

호운은 어디까지나 재미 위주로 물어보는 것 같았기에 대충 대답하면 될 것 같았지만 임이나는 뭔가 집요했다.


"둘 중 누구라도 떙 잡은 거잖아? 미헤유 그 여자는 몸매가 그냥 미쳤고, 이자견 그 여자도 성격은 좀 그래도 예쁘기는 하잖아?"

"두 분 다 장난아니게 예쁘세요~"


품평에 불쾌할 법도 한데 임이나는 밝게 말했다.

가온은 뭐라 대답할지 고민하다고 겨우 한 마디 했다.


"매력적인 분들이죠."

"그렇지? 그래서 너랑 어떤 사이냐고."

"별 사이 아닙니다."



두 여자와 나눈 뜨거운 키스가 떠올랐지만 가온은 내색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그렇구나~소문일 뿐이었군요!"


임이나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나씨는..."

"아, 저희 나이 거의 비슷한데 말 놓을까요? 그냥 이나라고 부르셔도 되요!"

"호오?"


호운이 재밌다는 듯이 선글라스를 손가락으로 들어 올렸다.

가온은 그녀가 왜 이렇게 친근하게 구는지 당황스러웠다.



"이나...씨는 왜 원정에 참가했어요?"

"아, 그냥 이나라고 부르셔도 된다니까."


볼을 뿌우 부풀리는 게 귀여웠지만 가온은 일부러 그런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가지 있죠~이번 일은 커튼 본부의 의뢰로 시작한 일이니 받는 금액도 크고, 팬 분들에게 이미지도 좋아져요~"

"허. 허어..."


이렇게 노빠꾸로 말할 줄 몰랐던 가온은 내심 감탄하여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저는 커튼 업계와 관련있기로 유명하거든요~개인적으로도 관심 있었고요. 그리고..."


임이나가 은근한 눈빛을 보냈다.


"저, 당신 팬이거든요."

"...제 팬이요?"

"네! 그야 가온 씨. 엄청 강하시잖아요? 아직 어린데."

"......"



이번에야말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가온은 애꿎은 호운만 바라봤다.

하지만 호운은 억울한 표정이었다.


"나 좋다고 달라붙는 건 죄다 시커먼 남자들뿐인데..."

"대신 저와는 비교도 안 되게 인기가 많지 않으십니까?"

"엉? 요즘은 그렇지도 않을걸? 네가 요즘 한 게 좀 많아야지. 그렇지?"


호운이 동의를 요구하듯 임이나를 보자 그녀가 호운의 눈치를 보면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가온 씨 팬이 얼마나 많은데요. 근데 가온씨는 팬분들 선물 안 받기로 유명했죠?"


선물이 온 적도 없었는데.

아마 퇴마 이씨 가문에서 사전에 차단한 거라고 생각한 가온은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 뭔가 기척이 느껴졌다.

분명 커튼의 기척이었다.


가온은 벌떡 일어났다.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고, 커튼들이 방벽 안보다 없을 구역에서 커튼의 기척이?'


하지만 호운과 임이나는 멀뚱한 눈으로 갑자기 일어선 가온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임이나는 그렇다 쳐도 호운마저 그러는 것에 이상함을 느낀 가온이 그를 보고 말했다.


"호운 씨. 커튼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응? 전혀?"


가온의 얼굴이 당황에 물들었고 호운은 얼떨떨하게 그를 쳐다보다가 이내 씩 웃었다.


"그렇게 화제를 넘기려고? 여기에 류열 형씨 있었으면 장난으로라도 그런 말 말라고 정색했을 걸? 커튼은 이 부근엔 없다고 봐도 좋아."

"...네."

"어휴. 깜짝이야. 무서웠잖아요 가온 씨."

"죄송합니다."


가온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까 전 느낀 기운은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찜찜함은 사리지지 않았다.


'첫 시작부터 뭔가 안 좋은데...'


그렇게 원정 첫날이 지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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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 바깥 원정 3 +2 19.12.02 102 3 11쪽
» 바깥 원정 2 19.11.26 94 3 12쪽
290 바깥 원정 1 19.11.18 107 3 11쪽
289 돌아온 김남일 3 +4 19.11.12 118 4 20쪽
288 돌아온 김남일 2 +4 19.11.04 119 3 13쪽
287 돌아온 김남일 1 19.10.28 105 4 13쪽
286 악연 3 19.10.22 107 4 14쪽
285 악연 2 19.10.15 98 4 13쪽
284 악연 1 19.10.08 139 6 13쪽
283 또 다른 커튼화 3 +2 19.10.01 119 4 16쪽
282 또 다른 커튼화 2 19.09.24 114 4 13쪽
281 또 다른 커튼화 1 +4 19.09.17 152 5 12쪽
280 살인범 2 19.09.10 113 3 13쪽
279 살인범 19.09.03 116 6 12쪽
278 3부 13화:강렬한 유혹(2) 19.08.27 136 4 11쪽
277 3부 12화: 강렬한 유혹 19.08.20 132 4 13쪽
276 3부 11화: 낯 뜨거운 계약 19.08.13 149 5 11쪽
275 3부 10화: 예언 +2 19.08.06 138 5 11쪽
274 3부 9화 : 고대의 커튼(2) +2 19.07.30 156 5 11쪽
273 3부 8화:고대의 커튼 (1) 19.07.23 140 7 11쪽
272 3부 7화: 김남일 (4) 19.07.16 130 5 13쪽
271 3부 6화: 김남일 (3) 19.07.07 127 5 15쪽
270 3부 5화: 김남일 (2) +2 19.06.27 143 5 12쪽
269 3부 4화: 김남일(1) 19.06.25 132 6 11쪽
268 3부 3화: 퇴마 이 가문 (3) 19.06.22 137 6 12쪽
267 3부 2화: 퇴마 이 가문 (2) 19.06.20 150 5 11쪽
266 3부 1화: 퇴마 이 가문. +4 19.06.18 159 6 12쪽
265 세계대회편 41 +4 19.05.13 161 6 21쪽
264 세계대회편 40 +2 19.05.08 135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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