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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3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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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504
추천수 :
2,936
글자수 :
2,335,429

작성
19.11.1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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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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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바깥 원정 1

DUMMY

김남일이 후퇴하고 난 후, 두 사람은 이자견의 저택으로 돌아갔다.

이기긴 했지만 상당한 타격을 입었던지라 곧장 본가로 돌아가지 않고 들렀다 가기로 한 것이다.

돌아온 이자견을 보고 감동하여 달려드려는 메이드에게 물러나 있으라고 말한 이자견은 가온을 자신의 방까지 안내했다.

오는 내내 조그만 몸으로 가온을 부축하겠다고 팔을 붙잡는 이자견을 말리느라 힘들었다.

솔직히 지금 가온은 이자견의 얼굴을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쑥쓰러웠으니까.



'제길...'


김남일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정신을 공유하고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행위는 가온의 사고에 큰 영향을 끼쳤다.

마우스가 자신이 도울 수 있다고 한 발언과 이자견의 위기에 힘입어 무작정 덤볐지만 가온의 의지력이 조금이라고 낮았다면, 또는 마우스의 도움이 없었다면 큰일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이자견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제길!'


가온은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생각이 전부 그녀에게 흘러간 것이 창피했다.

물론 가온도 이자견의 트라우마나 생각등을 전부 봤지만, 예전에도 봤던 기억이었고 가온의 마음이 낱낱이 파헤쳐진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녀에게 품었던 감정. 분노나 죄책감, 그리고 스스로도 모르겠는 기묘한 감정등을 전부 이자견이 봤다고 생각하니 어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내 세계에라도 올래?]

'그럴까요.'


마우스가 말을 걸어왔다.

이렇게 말을 걸어오는 건 힘들다고 했던 것 같은데, 어째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다.


[김남일이란 놈과 싸울때 좀 이득을 봐서 말이야. 오늘 한정이지만 마음껏 이야기 할 수 있어.]

'도움 감사했습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당신의 세계에서 하죠.'

[응? 싫은데?]

'...아깐 오라면서요.'

[당연히 구라지. 이런 재미있는 광경을 두고 내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남이 곤란한 것을 보고 이죽대다니, 가온은 이를 갈았다.


[그리고 잊었어? 내 세계의 시간은 현실세계의 시간보다 훨씬 느리다고? ]

'오래 있으면 되죠.'

[집엔 안 갈 거냐? 그러지 말고 이 기회에 저 아가씨랑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 봐. 나땐 저런 예쁜 아가씨랑 단 둘이 이야기하는 게 꿈이었는데...]


마우스와의 바보 같은 만담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저..."


이자견이 우물쭈물하면서 말을 걸어왔던 것이다.


"네?"

"힘드시죠?"

"아뇨...그다지."


[왜 허세냐?]

[마스터, 허세를 부릴 떄가 아닙니다.]


안내 시스템은 마우스의 존재를 모를 텐데 타이밍이 딱 맞았다.

거기다 이자견은 가온이 뭐라 말하든 말든 두 손을 뻗더니 가온에게 주술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몸의 원기를 회복하는 힘이었다.

말리려고 입을 열려다가 다시 다무는 가온.

어떻게 말해도 어색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 가온씨. 중요한 얘기를 할까요?"

"중요한 얘기요...?"


저도 모르게 긴장한 가온을 보며 이자견이 말했다.


"네, 제가 김남일에게서 캐낸 정보를."

"...그거 좋군요."


역시 정신계열 최강자답게 그 상황에서도 김남일에게 정보를 캐낸 모양이었다.


"어떤 정보인가요?"

"머나먼 숲이란 곳의 대략적인 위치예요. 그리고...'소년'의 제약에 대해서입니다."


가온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곳엔 '소년'과 원수, 상어이빨이 있다.

그야말로 가온에게 제일 필요한 정보였다.

그런데 소년의 제약이라니? 처음 듣는 이야기다.



"우선 머나먼 숲 말인데, 당연히 방벽 바깥에 있고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가온이 계속 말해보라는 듯 쳐다보자 이자견이 말을 이었다.


"중간에 거쳐가야 하는 장소들이 있어요. 하나같이 까다로운 장소들이죠."

"커튼들이 서식하고 있군요."

"네. 숲까지 도달하려면 고생할 겁니다. 대략적인 위치를 보내 드릴게요. 하는 김에 소년의 제약에 대해서도."


말끝에 이자견이 가온의 손을 잡았다.

머릿속으로 직접 위치를 전송해줄 모양이었다.


'...그런데 손을 잡을 필요가 있었던가?'


이자견이라면 그냥 원거리에서도 정보 영상을 보내주는 게 가능하지 않았던가?

의문을 지속할 틈도 없이 이자견이 보낸 영상이 머릿속에 흘렀다.

머나먼 숲의 풍경, 소년, 그리고 상어이빨의 모습까지 확인한 가온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우선 바깥 원정을 다녀오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직 가신 적 없으셨죠?"

"곧 다녀올 생각이었습니다만...마침 좋은 기회군요."


원정을 나가겠다고 이이협에게 말했었고 어차피 커튼 놈들을 정리하기 위해 언제고 나갔어야 했다.



"수속절차 같은 건, 제 쪽에서 도와드릴게요. 복잡하니까..."

"아...그렇게까지 해주시지 않아도..."

"그때."


이자견이 가온의 말을 끊었다.


"그럼 심정이셨군요."

"......"

"제가, 예쁘다고 생각하셨었네요. 미니스커트가 어울리지 않다고 하신 건 거짓말이었어요."


의기양양하게 말해오는 이자견.

마우스가 재밌다는 듯 휘파람을 불어댔다.


'중요한 정보를 말한다며!'


기습적으로 기억 공유의 이야기를 꺼내자 가온으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아니라고 하고 싶어도 기억이나 생각을 전부 읽혔는데 뭘 어떻게 하란 말인가.


"저를 미워하시는 것도 알지만...그래도...저기..."



한참 동안이나 말을 망설이던 이자견이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아, 아뇨..."


대체 뭐가 감사하단 걸까.

결국 그녀가 배신당했던 것은 변함없는데.

그런 가온의 생각이라도 읽은 듯 이자견이 말했다.


"절 구하러 와 주셨잖아요."

"......"

"솔직히, 버려질 줄 알았는데..."

"아니, 그건..."

"저기, 가온씨."


가온이 뭐라 변명하려고 했을떄 이자견이 말을 가로막았다.


"계약 때문에 제 몸이 이상해지는 현상 있잖아요..."

"어, 어 있었죠."

[오오...]


닥쳐요 마우스. 가온이 쏘아붙였지만 마우스는 재밌다는 듯 낄낄댔다.


"그거...타액을 교환해야 한다고..."

"그, 그랬죠..."

"곧 그 시기가 올 것 같은데..."


이자견이 몸을 꼬물거렸다. 분명 가온보다 훨씬 연상인데도 엄청나게 귀여웠다.



"그...계약 갱신, 하지 않으실래요?"

"...지금요?"

"네, 지, 지금요..."


이자견은 대체 무슨 생각일까.

이런 상황에 그런 걸 요구하다니. 그러면 마치...

가온은 더는 생각하지 않고 뇌를 비우기로 했다.


"까짓 거 그러죠."


그 날, 가온은 집에 돌아와서 이불을 걷어찼다.

그리고 다음 날, 가온은 곧바로 커튼 본부에 연락을 해 자신의 요청이 수락되었는지 확인했다.


"원정은 허락되었습니까?"

[지부장님에게 연락을 돌리겠습니다.]


이이협처럼 바쁜 사람에게 바로 연락을 돌리겠다고 말하는 건 드문 일이었다.

아마 사전에 가온에게 연락이 오면 자신에게 전화를 돌리라고 말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나다.]

"지부장님, 제 요청은..."

[조건이 있다.]

"조건이란?"

[정부공인 순위권자 셋이 동행할 거고, 이번엔 어디까지나 연습 정도로 생각해라. 경거망동한 짓은 용납 못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네."


지금은 아쉬운 입장이네 네네거려주지 하고 생각한 가온이 대충 대답했다.

하지만 다음 들려온 말에는 정색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와 연예인이 동행할 거다.]

"...네?"









"크으윽..."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까만 원이 생겨나더니 사람이 툭 튀어나와 쓰러졌다.

그는 바로 김남일이었다.



"......"


김남일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능력으로 도망친 게 아니었다. 보험이 발동했다.

소년이 걸어주었던 보험.

즉, 근처에는 소년이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괴이하게 생긴 의자에 앉아 등을 돌린 소년이 보였다.

잠깐의 침묵.


먼저 입을 연 것은 소년이었다.


"실패했군요."

"......"

"그토록 자신만만해 하더니...그 정도였습니까?"



명백한 비웃음에도 김남일은 표정이 바뀌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무감정한 인형같았다.



"이가온 쪽이 계약자로서 훨씬 뛰어났던 모양이군요."


소년이 그 말을 하기 전까지는.



"예상 외의 요소가 있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질 일은 없었을 겁니다."

"허어...상정 못한 요소라..."


소년이 의자를 움직여 몸을 돌렸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혀 있었으나 눈은 웃지 않은 채 싸늘했다.


"그런 것까지 고려해서 움직였어야 할 게 아닙니까?"

"......"

"당신 덕분에 이 곳의 위치와 저의 제약에 대해 들켜버렸군요."


참 곤란하게 됐다고 소년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이가온에겐 당신도 경악할..."


숨겨진 조력자가 있다.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백색 나뭇가지가 김남일의 입을 휘감았다.


"냄새나니까 입을 열지 마십시오. 인간."

"......"

"제약을 요리조리 피해 천천히 압박해나가는 모습에 기대했더니 결과는 대참패...그러고도 아직 입만은 살아있다..."


소년의 눈이 혹한처럼 차가워졌다.


"말해보십시오. 내가 당신을 용서할 이유가 있는지."

"......!!"



소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나무줄기들이 김남일의 몸을 파고들었다.

김남일은 어떻게든 힘을 쓰려고 발악했으나 소년의 힘이 한 수 위인지 발동이 잘 되지 않았다.


"계약자라고는 해도 결국 예전 계약. 제 힘에 저항할 수 있을리 없죠."

"크...윽..."

"역시 인간 따위에게 기대하고, 일을 맡기는 게 아니었는데...스스로의 멍청함에 화가 납니다. 한번 찔러나 보자고 던진 것이 자충수가 될 줄이야."


소년의 얼굴에서 미소가 완전히 사라지고 험악한 표정이 되었다.


"죽음으로 속죄해라. 쓸모없는 벌레야."

"크아아...!"


점점 더 많아지는 숫자의 나뭇가지는 김남일을 완전히 뒤덮어 옥죄였다.

그로테스크한 광경을 보면서 소년의 눈엔 흔들림 한 점도 없었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김남일의 육체를 옥죄던 나뭇가지가 갑자기 수축해버린 것이다. 옥죄던 것이 사라진 것처럼.

소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직도 그런 힘이 있었나..."


김남일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서 이 자리를 벗어난 것이다.

순간 쫒을까 하던 소년은 마음을 바꾸었다.

방금 전 입은 상처만으로도 더 이상 살 수 없는 치명상 이었으니까.

그보다는 곧 찾아올 이가온, 붉은 커튼에 대비해야 했다.

이 장소까지 오는데에 수많은 관문이 있다고 해도 그 비정상적인 힘이라면 곧 여기까지 도달한 것임이 분명했다.

소년은 올 테면 와 보라고 미소지었다.

붉은 커튼이라도 이 영역에 자신의 힘이라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고 여겼으니까.






"크헉..."


김남일이 이동한 곳은 소년의 거처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소였다.

그의 몸 아래로 피웅덩이가 생겨났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결코 살 수 없는 출혈량이었다.

하지만 그는 집념으로 기었다.

아직 죽을 순 없다고. 해야 할 것이 있다고.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 발이 보였다.

고개를 들 힘조차 없어 눈만 움직여 위를 보았다.

그곳엔 상어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중년의 사내가 김남일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한참 동안이나 마주보던 그들. 김남일은 히죽 웃었다.


"좋습니다."


무언가의 허락.

김남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중년 사내의 몸이 검은 커튼의 것으로, 상어이빨로 변했다.


그 자리엔 한동안 쩝쩝거리는 소리만이 울려퍼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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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 바깥 원정 3 +2 19.12.02 103 3 11쪽
291 바깥 원정 2 19.11.26 94 3 12쪽
» 바깥 원정 1 19.11.18 108 3 11쪽
289 돌아온 김남일 3 +4 19.11.12 118 4 20쪽
288 돌아온 김남일 2 +4 19.11.04 119 3 13쪽
287 돌아온 김남일 1 19.10.28 105 4 13쪽
286 악연 3 19.10.22 108 4 14쪽
285 악연 2 19.10.15 99 4 13쪽
284 악연 1 19.10.08 140 6 13쪽
283 또 다른 커튼화 3 +2 19.10.01 120 4 16쪽
282 또 다른 커튼화 2 19.09.24 114 4 13쪽
281 또 다른 커튼화 1 +4 19.09.17 152 5 12쪽
280 살인범 2 19.09.10 113 3 13쪽
279 살인범 19.09.03 117 6 12쪽
278 3부 13화:강렬한 유혹(2) 19.08.27 137 4 11쪽
277 3부 12화: 강렬한 유혹 19.08.20 133 4 13쪽
276 3부 11화: 낯 뜨거운 계약 19.08.13 149 5 11쪽
275 3부 10화: 예언 +2 19.08.06 139 5 11쪽
274 3부 9화 : 고대의 커튼(2) +2 19.07.30 157 5 11쪽
273 3부 8화:고대의 커튼 (1) 19.07.23 141 7 11쪽
272 3부 7화: 김남일 (4) 19.07.16 131 5 13쪽
271 3부 6화: 김남일 (3) 19.07.07 128 5 15쪽
270 3부 5화: 김남일 (2) +2 19.06.27 143 5 12쪽
269 3부 4화: 김남일(1) 19.06.25 133 6 11쪽
268 3부 3화: 퇴마 이 가문 (3) 19.06.22 137 6 12쪽
267 3부 2화: 퇴마 이 가문 (2) 19.06.20 150 5 11쪽
266 3부 1화: 퇴마 이 가문. +4 19.06.18 159 6 12쪽
265 세계대회편 41 +4 19.05.13 162 6 21쪽
264 세계대회편 40 +2 19.05.08 135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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