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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수문학도
작품등록일 :
2019.03.04 13:13
최근연재일 :
2019.07.12 18:00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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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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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9,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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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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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레-솔리튜드 (1)

“나는 결코 그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작가로서 어느 정도까지 나는 평범한 사람들을 나의 친구로 삼아 왔다. 하지만 현재 내가 대중과 맺고 있는 관계에 관해서 보면, 나는 다시 한 번 후손들을 나의 신뢰할 수 있는 친구로 삼아야만 한다. 누군가에 대해서 웃고 있는 똑같은 사람들이누군가의 진정한 친구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쇠렌 키르케고르 , 《일기》




DUMMY

새벽 바다는 해가 있을 때 보다 고혹적인 어둠을 가지고 있었다. 지평선 아래의 철썩이는 파도 소리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바다 바람은 어둠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너울거리며 육지를 향해 달려갔다. 바람을 질투하는 외딴 등대의 불빛이 좌우를 가르면서 새까맣게 어두운 바다를 비추면서 쫓았다. 바람들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빛을 피해 달아나기도 하고 자신의 존재를 비친 등대를 응징하기 위해 달려들기도 했다.

등대가 세워진 후 그 일대를 중심으로 도시가 생겨났고 이 고독한 탑에 도시의 탄생을 감사하기 위해 도시민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그들의 언어로 고독을 의미하는 레-솔리튜드라 지었다. 항구 도시인 만큼 많은 이들이 오갔고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 조선소가 세워졌고 돛, 노 등의 선박 부품들을 취급하는 상점들이 조선소를 중심으로 생겨났다. 또한 배를 타고 떠나는 사람들이 잠시 쉴 수 있는 여관들도 많았다.

“피 영감. 요번에 작위를 받은 젊은 귀족 분께서 기(Gi) 까지 운송 해 줄 길잡이를 찾는다 길래 영감을 추천하려하는데 어떤가? 보수도 통상 임금의 2배를 준다하는데 당연히 갈 테지?”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얼굴에 미세하게 칼자국이 군데군데 있는 뱃사람이 호탕하게 외쳤다.

“예끼, 이 사람아! 단테하고 바다 나갔다 온지 얼마 안 지났어. 또 나갔다간 마누라한테 수염이 아니라 목이 뽑히고 말걸세! 자네도 빚 때문에 너무 무리하지 말게나. 돌아 온지 며칠 지났다고 벌써 그러는가?”

50은 넘어 보이는 남자가 검은 색이 드문드문 보이는 휜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호탕하게 웃으면서 맥주를 들이키더니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탁자에 내려놨다.

그래서 영감님 갈 건가? 말건가?”

칼자국 뱃사람이 끈덕지게 영감을 설득하고 있었다. 아무리 좋은 정보가 있어도 동쪽의 대부분은 개척지였기에 경험이 많은 모험가나 뱃사람도 그곳까지 가는 도중 실종되는 곳이 빈번한 지역이었다. 그렇기에 한명이라도 더 경험 많은 뱃사람이 있는 것이 안전했다.

“흐으음”

영감은 생각에 잠겼다.

천성이 모험가인 그는 언제나 자유로운 사람이었지만 어느 날 레-솔리튜드에 잠시 머물다 이곳 여관 직원과 눈이 맞아 덜컥 사고를 치고 결혼해 지금은 여관 관리장이 된 아내 덕에 이 도시에 눌러 앉아 버렸다.

아내는 그가 바다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함께 여관에 있기를 원했다. 젊을 때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써낸 경험 많은 뱃사람 이었기에 그도 부인과 아이들을 생각해 몇 년 진득하게 도시에 살았다. 그렇게 1년 2년이 가더니 5년이 되던 해 결국 천성을 못 이기고 어느 새벽 바다로의 가출을 감행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곧바로 아내에게 붙잡혀 그의 자랑이었던 수염이 다 뽑혀 버렸다는 슬픈 결말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가출을 통해 되찾은 뱃사람의 감각은 가출의 빈도를 점점 잦아지게 만들었고 결국 아내도 두 손 두 발 다 들어 안전한 항로로 도시에서 가까운 정착지에 사람들을 운송하는 것까지 허락하는 극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부인 몰래 하루 이틀 동대륙 안쪽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발견한 물건들을 처분해 아내 몰래 요긴하게 쓰고자 비자금을 조금씩 만들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프로도티가 찾아와 저런 제안을 했다.

두 사내가 이런 달콤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소년 급사가 다가왔다.

“피 영감님 또 이상한 생각하시죠?”

소년은 영감의 잔이 빈 것을 알고 눈치 빠르게 새 것을 들고 와서 그들의 탁자 앞에 내려놨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빈정거리자 피 영감은 인상을 팍 썼다.

“이상한 생각이라니! 또 쓸데없는 참견 말고 단테 네 일이나 해!”

새 맥주를 벌컥 벌컥 마시기 시작한 영감을 보더니 소년은 픽 웃더니 말했다.

“네, 네. 영감님. 근데 영감님 씀씀이가 좀 커지신 거 같아요. 저번에 영감님 방에 청소하러 갔을 때 못 보던 술들이 있질 않나 그 비싼 광원석을 대량 매입하시지 않나 혹시 몰래 비자금이라도···커헉”

소년의 위험한 발언에 영감의 두툼한 주먹이 복부를 강타했다. 다행히 위력이 강하진 않았기에 테이블로 엎어지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으나 입을 닫기엔 충분했다. 충격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소년은 일그러진 얼굴을 고치고 다시 미소 지으려 애썼다.

“그래서요 영감님 제가 이번에 사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주 약간 돈이 모자라서요? 조금만 적선해 주시면 제 기억을 살 수 있어요! 어때요? 좋은 조건이지 않아요?”

피 영감은 기분 나쁠 정도로 생긋 웃는 단테를 쳐다보고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 왼손을 그의 주머니에 넣어 뒤적이다가 리그스(rigs) 금화 2개를 꺼내 소년에게 손짓했다.

“으윽”

소년이 몸을 숙이자 소년 얼굴 만한 오른손이 그를 덮쳐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우그러뜨릴 기세로 꽉 쥐었다.

“숙식도 여기서 해결하는 놈이 왜 돈이 모잘라? 어디서 몰래 노름이도 하는 거냐?”

단테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프로도티 아저씨처럼 보이시나요?”

레-솔리튜드는 유력 가문이 이끄는 공화제 국가로 송곳 반도 일부만을 지배하는 작은 나라였지만 최근 400년 전 최초로 등대가 세워지고 그 후 동대륙 거점 건설에 앞장선 결과 서대륙에서 가장 부유하다는 푸아티에 왕국에 뒤지지 않는 부를 축적하였다. 거침없는 성장의 과실은 20년 전 어떤 나라와도 교류하지 않던 이라클리오 왕국으로부터 왕국 내 세 번째로 큰 케드로스 섬의 개항을 골자로 한 조약이었다. 이 사건을 통해 수백 년 간 문호를 닫았던 마법 왕국이 세상에 처음 나와 도시와 교류를 시작했기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 됐다. 조약에 따라 소수의 이라클리오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 했고 그 중 피 영감을 깜찍하게 협박하던 소년 단테의 아버지도 있었다.

이주할 때 가져온 재산들로 꽤 넉넉했던 그의 아버지는 저택과 하인을 구했고 교수직을 종사하며 재산을 불려갔다. 정착한지 2년 후 그는 아버지 수업의 열렬한 추종자였던 학생과 결혼했고 행복한 신혼 생활을 보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난산 끝에 출산 후 얼마안가 세상을 떠났다. 처음에는 핏덩이인 자신의 아이를 위해 슬픔을 삼키고 견뎠으나 인내가 오히려 독이 되어 마음의 병이 생겨 버렸다. 단테가 말을 배우며 걷기 시작할 때 쯤 가사를 방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의 아버지는 대학에 무기 휴직계를 냈고 술에 취한 나날이 이어졌다. 그나마 어린 단테가 무사히 자랄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친구였던 유모와 아버지의 제자였던 크리스티안이 돌본 덕분이었다.

“형?”

그는 자신의 손을 꽉 쥔 형을 올려다봤다.

도시에는 생일 같은 특별한 날이나 뱃사람들이 항해를 나갈 때 등대에게 기도를 하고 자신의 안녕을 비는 풍습이 있었다. 눈이 펑펑 내리던 1월 어느 날 단테와 함께 등대에 가 자신의 18살 생일을 기념했다.

“단테, 내 말 잘 들어. 형은 이제 섬으로 갈 거야. 너를 데려가고 싶지만 출입증을 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어···형과 약속하자. 너도 섬으로 와. 기다릴게.”

차분한 목소리로 이별을 고했었다. 형과의 이별이 슬펐지만 그가 얼마나 섬으로 가기를 원했는지를 알고 있었다.

형은 언제나 자신의 부모를 그리워했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했는데 부모가 실종 됐다는 걸 알려준 부모의 지인이었던 어떤 교수가 한 가지 비밀을 알려 줬다 한다.

“섬사람들은 외부로 나올 때 자신들의 신변에 위험이 닥칠 것을 대비해서 사람의 행적을 기록하는 마법이 심어져 있대. 그래서 나는 섬으로 들어가서 내 부모님이 어디서 사라지셨는지 알아내고 싶어.”

언제나 어른이었지만 가족 이야기 할 때 마다 지었던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던 형의 얼굴을 떠올린 단테는 가지 말라고 때를 쓸 수 없었다.

“그리고 단테. 오늘 이 순간부터 그 누구도 믿지 말고 거리를 두고 의심해. 그 마음가짐이 너에게 가장 필요해질 거야. 이 말을 계속 곱씹다 보면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왜? 형도 믿어선 안 돼?”

단테의 질문에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도 완전히 믿으면 안 돼.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머지않아 알게 될 거야.”

그것이 유년 시절 형이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연재를 시작한 수문학도 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작가 지망생 수문학도입니다! 열심히 연재할 테니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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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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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88 관측
    작성일
    19.03.24 15:05
    No. 1

    추천작업할 정성을 소설쓰는데 사용하세요

    찬성: 2 | 반대: 3

  • 답글
    작성자
    Lv.5 수문학도
    작성일
    19.03.24 21:06
    No. 2

    안녕하세요. 수문학도입니다. 하루 사이에 선호작이 많이 눌러 무슨 일인가 했는데 '추천합니다'라는 곳에 제 글을 추천해주신 분이 있더군요. 저도 그 글을 굉장히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 분의 글이 제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굉장히 올려놓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기에 댓글을 남기신 분께서 제 부족한 실력때문에 많이 실망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관측님의 조언대로 추천글을 올리신 분이 부끄럽지 않을 작품을 만들기위해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비평 감사합니다!

    찬성: 5 | 반대: 3

  • 작성자
    Lv.99 아그룬타
    작성일
    19.03.24 21:31
    No. 3

    추천보고 왔습니다

    찬성: 2 | 반대: 1

  • 작성자
    Lv.74 추운검
    작성일
    19.03.25 13:03
    No. 4

    항구도시인 만큼 낳은 이들이 오갔고 >>> 많은
    오타인 듯 합니다.
    '항구도시'는 '항구 도시'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 다락박
    작성일
    19.03.25 15:41
    No. 5

    작가님의 건필을 기원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31 W1nter
    작성일
    19.03.26 04:41
    No. 6

    오늘도 평화 댓글은 문피아롭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두개의달
    작성일
    19.03.27 02:22
    No. 7

    리메이크작인가요? 추천게시판 13추 보고왔는데 1~2편말고는 추천수가 1을 못넘기네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 수문학도
    작성일
    19.03.27 12:31
    No. 8

    리메이크 작이 아닙니다. 추천수가 적은 것은 최근 추천글을 보시고 많은 분들이 오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설 자체가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추천 수가 적다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추천이 조금씩 늘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추천을 많이 받으면 저야 기쁘지만 독자분들이 제 소설을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저는 항상 감사합니다!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2

  • 작성자
    Lv.29 [탈퇴계정]
    작성일
    19.03.30 00:21
    No. 9

    그 추천글에 댓글은 못 달더라구요 저는 그게 좀 웃겼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관측
    작성일
    19.04.03 18:55
    No. 10

    연참님 더 웃긴게 뭔지 아세요? 추천한사람 아직도 이 소설 안읽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아크왁
    작성일
    19.04.05 19:59
    No. 11

    조금만 적선에 금화를 꺼내는 장면에 위화감이 듭니다. 동전도 아니고 금화를...!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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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출항 (1) 19.07.10 35 2 9쪽
67 짧은 이별 (3) 19.07.08 35 2 9쪽
66 짧은 이별 (2) 19.07.05 49 3 10쪽
65 짧은 이별 (1) 19.07.03 29 3 13쪽
64 졸업 (4) 19.07.01 33 2 9쪽
63 졸업 (3) 19.06.28 37 2 11쪽
62 졸업 (2) 19.06.26 52 3 9쪽
61 졸업 (1) 19.06.24 47 3 9쪽
60 길 (6) 19.06.10 52 3 7쪽
59 길 (5) 19.06.07 28 3 10쪽
58 길 (4) 19.06.05 33 3 9쪽
57 길 (3) 19.06.03 35 3 10쪽
56 길 (2) 19.05.31 35 3 10쪽
55 길 (1) 19.05.29 26 3 11쪽
54 먼지 쌓인 도서관 (4) 19.05.27 34 3 10쪽
53 먼지 쌓인 도서관 (3) 19.05.24 40 3 10쪽
52 먼지 쌓인 도서관 (2) 19.05.22 35 3 10쪽
51 먼지 쌓인 도서관 (1) 19.05.20 36 3 9쪽
50 점성술사 (2) 19.05.15 29 3 9쪽
49 점성술사 (1) 19.05.13 34 3 10쪽
48 반격 (5) 19.05.10 27 3 10쪽
47 반격 (4) 19.05.08 49 3 12쪽
46 반격 (3) 19.05.06 44 3 10쪽
45 반격 (2) 19.05.03 36 3 10쪽
44 반격 (1) 19.05.01 50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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