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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수문학도
작품등록일 :
2019.03.04 13:13
최근연재일 :
2019.07.12 18: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6,557
추천수 :
255
글자수 :
329,437

작성
19.06.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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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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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졸업 (2)

“나는 결코 그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작가로서 어느 정도까지 나는 평범한 사람들을 나의 친구로 삼아 왔다. 하지만 현재 내가 대중과 맺고 있는 관계에 관해서 보면, 나는 다시 한 번 후손들을 나의 신뢰할 수 있는 친구로 삼아야만 한다. 누군가에 대해서 웃고 있는 똑같은 사람들이누군가의 진정한 친구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쇠렌 키르케고르 , 《일기》




DUMMY

“저번보다 더 붐비는 거 같다?”

단테의 여관에 들어선 요한은 익숙한 듯 구석진 자리에 있는 테이블에 앉으면서 다가오고 있는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조만간 여관을 확장 공사해야겠어.”

단테는 농담조로 건넸지만 요한의 눈은 가늘어졌다. 비교적 한산한 낮 시간이었지만 친구의 배려로 미리 테이블을 예약해 두지 않았다면 자리에서 저녁시간이 되면 서서 음식을 먹어야 할 것을 고민할 정도로 이곳은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내 말이 맞았지?”

요한이 흡족한 미소를 짓자 머리를 뒤로 단정하게 묶으면서 다가오던 티아가 못마땅한지 얼굴을 찡그렸다.

“너 그렇게 웃지 말랬지.”

상의 군데군데 옅게 푸른색으로 염색된 깔끔한 흰 티를 입은 티아가 등장하자 주변에 있던 테이블이 술렁거렸다.

“오오”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면서 짧은 감탄사를 내뱉는 남자의 몸 구석구석을 두르고 있는 휘황찬란한 보석들 차림은 지어진지 몇 십 년이 지나 낡은 나무판자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울리는 이곳과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괴리가 느껴졌다.

“저 사람 또 왔네.”

올 때 마다 의상이 바뀌는 남자의 나이는 아무리 어리게 잡아 봐도 이십대 중반은 너끈히 넘어 보였기에 성년이 가까워지는 티아에게 작업을 걸려하는 모습은 곱게 볼 수 없었다.

“이젠 나도 포기야.”

몇 번이나 정색을 하면서 떨쳐내려 했지만 끈질긴 남자의 작업에 치가 떨린 티아는 결국 피 영감을 불렀고 화가 난 그가 남자를 두들겨 패서 내쫓은 지 삼 일 째 되는 날 이었다.

“영감님 없을 때를 노린 모양이네.”

티아와 단테가 하필 오늘 오픈을 준비하는 당번이었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도 없었다. 단테가 나직이 속삭이자 질린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강하게 흔든 티아는 요한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이따가 내가 부르면 잠깐 나한테 와.’

“···?”

그녀의 진의를 깨닫지 못한 요한이 머리를 갸웃했지만 티아는 그의 질문에 답할 틈도 주지 않고 진상 손님에게 갔다.

“돈이 뭐라고···.”

그를 상대하느라 고생 하지만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곳에 큰돈을 쏟아 붓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티아는 영업용 미소를 지으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오늘 ‘또’ 오셨네요?”

대놓고 싫은 티를 내는 티아를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는 느끼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에게 작업을 걸기 시작했다.

“최근에 바쁜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가씨를 보러 이리 일찍 왔습니다.”

하마터면 ‘어머 뻔뻔 하셔라’ 라고 튀어나올 번한 비꼼을 목구멍에서 가까스로 삼켜낸 티아는 침착하게 손님을 응대했다.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오늘은 어떤 음식을 주문하시겠어요? 저번과 같은 것으로 드릴까요?”

피 영감에게서 쫓겨나기 삼일 전 마지막으로 주문했던 음식은 여관에서 가장 비싼 생과일 샐러드와 생선 회였다. 물론 남자는 입에 몇 번 대더니 비린내가 역한 모양인지 헛구역질을 하다가 대부분 남긴 채 자리를 떴다.

“그건···.”

그때의 안 좋은 추억 때문인지 시선을 내리깔고 망설이던 남자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다른 주제를 꺼냈다.

“아가씨 오늘 한가하신가요?”

피 영감을 피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일부로 한가한 시간을 노린 것은 이 말을 꺼내기 위해셔였던 것 같았다. 하지만 티아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면서 답했다.

“아니요. 보다시피 저녁 장사 준비를 해야 해서요. 주문하실 것이 없으시다면 저는 이만···.”

쌀쌀맞은 답변을 뒤로 한 채 자리를 뜨려 하는 티아를 남자는 냅다 손목을 잡았다.

“뭐하는 짓이죠?”

당황하거나 놀라는 기색 하나 없는 티아의 반응에 오히려 당황한 남자는 거칠게 잡힌 그녀의 손목을 엉거주춤한 자세로 놓았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저는 오라녜에서 꽤 큰 사업을 하고 있는 루돌프 카스트라라고 합니다.”

자신은 용서하겠다고 한 적이 없는데 제멋대로 자기소개를 시작한 그가 어이없어진 티아는 그 자리에 서서 팔짱을 낀 채 말없이 노려보았다.

“너 저 사람 누군지 아냐?”

두 사람을 지켜보던 단테는 시험공부에 쩔어 지친 하품을 크게 내뱉으며 곁에서 날카로운 눈으로 남자를 쏘아보고 있던 요한에게 물었다.

“야, 사람 하나 죽이겠다.”

“···루돌프 카스트로, 아버지 쪽하고는 직접적으로 거래하진 않지만 어떤 상품을 취급하는지는 알지.”

요한의 분위기가 심상찮아짐을 느낀 단테는 등받이 의자에 기대었던 허리를 곧게 세우고 자리에서 막 일어나려하는 요한을 저지했다.

“야, 일단 기다려봐.”

귀가 밝은 티아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이 남자가 어떤 상품을 취급했기에 요한의 신경을 긁었는지 궁금해졌지만 일단 이쪽에 시선을 고정했다.

“···혹시 오늘 하루 시간을 내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니면 다음 날이어도 좋습니다.”

상대가 말없이 노려보기만 하자 할 말이 궁해진 루돌프는 하는 수 없이 본론을 꺼냈지만 그녀는 냉랭한 기색으로 거절했다.

“아니요. 없습니다.”

아까 와같이 뒤돌아서서 떠나려는 티아를 거의 껴안을 기세로 다가섰다.

“잠깐···억!”

쿠당탕

머리 하나 크기만큼 차이 나는 둘 사이의 차이였지만 티아는 지난 일 년 간 갈고 닦은 솜씨를 뽐내면서 능숙하게 그의 오른팔을 축으로 잡고 앞으로 넘겨버렸다.

“정당방위입니다.”

그가 두르고 있던 금목걸이와 에메랄드 반지가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티아는 관심도 주지 않은 채 손짓으로 신호를 주면서 요한과 단테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했다.

“이게···!”

한심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떠나는 그녀 때문에 화가 난 루돌프는 그녀의 왼 발목을 잡아서 균형을 무너뜨렸다.

“악!”

예상했지만 남자의 힘은 생각했던 것보다 강했기에 머리를 땅에 박으면서 넘어지는 것만은 겨우 면한 티아는 무릎으로 바닥에 착지하자 거친 파열음이 났다.

“너한테 내가 얼마를 썼는 줄 알아?”

방금 전까지의 공손한 태도는 온데 간데없이 거친 말투를 내뱉으면서 그녀를 윽박지르자 요한이 더 이상 참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퍽!

“윽!”

역시 화가 난 티아가 다른 발로 그의 팔을 걷어찼다.

“건방진 계···.”

루돌프는 건방진 계집이라 외치려 했지만 그의 가슴팍을 구두로 밟아버린 요한 때문에 말을 이을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루돌프 씨.”

전혀 안녕하지 않은 요한의 행동과 태도 때문에 잠시 멈칫 한 루돌프는 앳되 보이는 목소리에 언성을 높였다.

“이 어린놈들이 어른한테 버르장머리 없이! 너 내가 누군지 알아!”

그는 일어서려했지만 그럴 때마다 요한이 강하게 그를 밟아서 막자 당황한 루돌프는 반 협박조로 그를 윽박질렀다.

“루돌프 카스트라 오라녜와 푸아티에 등지를 돌면서 밀무역이나 불법 노예상을 하고 있으시죠?”

“···너 누구야?”

평소대로라면 능숙하게 무시하거나 넘기겠지만 티아의 일로 당황한 루돌프는 요한의 질문에 부인하는 대신 솔직하게 답변하고 말았다.

“저는 요한 페르세인 이라고 합니다. 누군지 아시 겠죠?”

“···.”

루돌프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곳으로 오기 전 오라녜에서 페르세인 가문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집안의 후계자가 레-솔리튜드의 대학을 다니고 있다는 정보였는데 웬만한 귀족이나 대상의 자제들이 레-솔리튜드의 대학을 가는 것은 흔했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아···안드레아 님의···.”

요한은 틈을 주지 않았다. 그는 빙그레 웃으면서 몸을 루돌프 쪽으로 숙인 채 오른손을 그의 눈앞에 갖다 댔다.

“관대하신 아버님의 원칙에 따라 기회를 드리죠. 제가 셋을 셀 동안 당장 이 자리에서 꺼져. 네놈 먹고 살길이 막히고 싶지 않으면 당장”

눈과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진심이 담긴 협박이었다.

“···.”

루돌프는 떨어뜨린 장신구를 주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헐레벌떡 거친 숨을 내쉬면서 여관 밖으로 도망쳤다.

“너 말야 점점 막나가는 것 같아.”

진상 손님이 선물로 두고 간 보석 반지와 금목걸이를 유유히 주워들며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 넣으면서 핀잔을 넣는 단테를 요한이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남의 물건을 내 것 마냥 줍고 있는 너가 할 말일까?”

요한의 한 소리에도 단테는 아랑곳하지 않고 획득한 반지를 손대중으로 감정을 시작했다.

“오, 이거 진짜 보석이네?”

벽에 붙어있는 조명에 비추어 이리저리 소년의 손에서 굴러다니던 에메랄드는 갑자기 나타난 티아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건 내 몫으로 하자. 나도 이번 달은 테온 덕분에 궁하단 말이야.”

눈 깜짝 할 사이에 자신이 주운 에메랄드를 빼앗겼지만 단테는 익숙한 일이라는 듯 이미 품 속으로 들어간 금목걸이를 쥐었다.

“자 그럼 저녁 준비를 해볼까?”

단테와 티아는 기지개를 펴면서 수건과 걸래봉을 잡았다.

“넌 거기서 왜 멀뚱멀뚱 서있어?”

티아는 가만히 있는 요한에게 걸레 하나를 던졌다.

“응?”

“예약비만큼의 일은 해야지.”

졸지에 임시 홀 직원이 된 요한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티아가 하는 것과 같이 기름때가 묻어 있는 테이블을 닦았다.

“난 여기 왜 온거지?”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연재를 시작한 수문학도 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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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졸업 (4) 19.07.01 33 2 9쪽
63 졸업 (3) 19.06.28 38 2 11쪽
» 졸업 (2) 19.06.26 53 3 9쪽
61 졸업 (1) 19.06.24 47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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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길 (2) 19.05.31 35 3 10쪽
55 길 (1) 19.05.29 26 3 11쪽
54 먼지 쌓인 도서관 (4) 19.05.27 34 3 10쪽
53 먼지 쌓인 도서관 (3) 19.05.24 40 3 10쪽
52 먼지 쌓인 도서관 (2) 19.05.22 38 3 10쪽
51 먼지 쌓인 도서관 (1) 19.05.20 36 3 9쪽
50 점성술사 (2) 19.05.15 30 3 9쪽
49 점성술사 (1) 19.05.13 35 3 10쪽
48 반격 (5) 19.05.10 27 3 10쪽
47 반격 (4) 19.05.08 50 3 12쪽
46 반격 (3) 19.05.06 44 3 10쪽
45 반격 (2) 19.05.03 38 3 10쪽
44 반격 (1) 19.05.01 50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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