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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수문학도
작품등록일 :
2019.03.04 13:13
최근연재일 :
2019.07.12 18: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6,562
추천수 :
255
글자수 :
329,437

작성
19.06.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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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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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졸업 (1)

“나는 결코 그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작가로서 어느 정도까지 나는 평범한 사람들을 나의 친구로 삼아 왔다. 하지만 현재 내가 대중과 맺고 있는 관계에 관해서 보면, 나는 다시 한 번 후손들을 나의 신뢰할 수 있는 친구로 삼아야만 한다. 누군가에 대해서 웃고 있는 똑같은 사람들이누군가의 진정한 친구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쇠렌 키르케고르 , 《일기》




DUMMY

“오늘로 열 네 번 째 인가?”

“아니야, 저번에 너 없었을 때 두 번 더 고백 받았으니까 열여섯 번째지.”

두 사내가 자기 일로 키득거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티아가 입을 삐죽거리면서 들고있는 나무 포크로 단테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만해라.”

불의의 기습을 당했지만 단테는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엷게 웃었다.

“그래도 이번엔 꽤 젊잖게 끝나지 않았어?”

“···.”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티아가 아무 말 없자 요한이 일이 커지기 전에 단테를 말렸다.

“너 조금만 더 자극하면 저번처럼 반송장이 되지 않을까?”

단테는 요한의 충고에 흠칫하는 표정이 되더니 장난을 멈췄다.

“미안.”

소년은 최대한 불쌍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사과했지만 티아는 기분이 풀리지 않은 듯 옷자락이 펄럭이는 소리를 내면서 홱 돌아섰다.

“흥”

“티아 너도 저 놈을 이해해줘. 평소에는 그래도 덜 정신이 나갔는데 시험기간만 되면 좀 많이 정신이 이상해지는 놈이야.”

단테의 편을 들어주는 요한이 못마땅한 티아는 퉁명스런 얼굴로 따졌다.

“나는 시험기간 아니니?”

가뜩이나 예민한 시험기간에 아침의 일로 시간이 뺏겨 기분이 상했었는데 믿었던 요한이 단테의 편을 들자 정말로 마음이 상한 티아는 뒤돌아보지 않고 식당을 나섰다.

“배고플 텐데.”

식판 안에 있는 반 정도 남아있는 음식물들을 보며 요한이 걱정하자 단테는 자기 빵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말했다.

“배고프면 알아서 챙겨 먹겠지.”

그의 합리적인 결론에도 불구하고 요한은 매점으로 가서 이것저것 주문하더니 양손에 한가득 먹을 것을 들고 그녀가 사라진 방향으로 떠났다.

“저러니 자기 마음대로 하지.”

뜯겨나간 빵 껍질 대신 새하얀 속살이 먹음직스럽게 드러나 있는 빵의 모습을 바라보는 단테는 한동안 말이 없더니 그대로 자리에 엎어져 잠에 빠져들었다.

위태롭게 의자에 앉아있는 단테의 코가 식판과 허공을 왔다 갔다하는 모습을 본 선배나 동기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저 놈 또 코 깨지겠다”

“내비 둬 저놈은 저대로 엎어져야해. 감히 티아님을 화나게 하다니.”

단테를 걱정하던 선배가 씩씩거리는 동기의 모습이 어이없었는지 혀를 끌끌 찼다.

“너도 티아 팬클럽 회원이냐?”

동기는 친구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가슴을 곧게 펴고 홍보를 시작했다.

“그분과 수업을 한 번 같이 들어봐. 그 지적임과 아름다움에 금방 매료 돼서 빠져들걸?”

진심으로 감격한 모양인지 그는 두 손을 모으고 환희에 찬 얼굴로 티아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분이 교수님과 논쟁할 때 모습을 봤다면 지금같이 불경한 표정을 짓지는 못 할 거야.”

“아, 알았어.”

두 손을 휘저으면서 저항했지만 이미 시작된 복음을 막기에는 늦어버렸고 단테를 걱정했던 선배는 그 자리에 서서 20분 넘게 티아에 대한 찬양을 듣고 나서야 겨우 벗어 날 수 있었다.

“아름답긴 한 것 같긴 한데···.”

귀족 출신으로 나름대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몇 번의 여성들과 데이트를 해본 경험이 있는 그의 눈에도 티아는 평범한 여성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치?”

대학의 방침에 따라 남녀 모두 입학 할 수 있었지만 여학생의 수는 소수였고 그나마 대부분은 레-솔리튜드 출신이었다. 그런 전통에서 갑자기 등장한 티아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리따운 소녀의 등장만으로도 대학 내에서 화제를 몰기 부족하지 않았는데 그녀의 후원자가 그 깐깐하다는 페테르센 교수였고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 중 한명인 요한이 그녀에게 죽고 못한다는 사실은 하나의 전설이 되고 있었다.

“저 거만한 뱃놈의 코를 깔끔히 뭉개 버리는 장면을 너가 봤어야 했는데”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일화는 입학 후 치룬 두 번째 비공개 시험에서 단테를 비롯한 상위자들을 누르고 1등을 차지한 일이었다. 그 일로 인해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크게 간 단테는 그녀에게 짓궂게 굴었다.

“그건 마음에 든다.”

잠에서 깬 단테를 슬쩍 쳐다본 그는 항상 자신감과 여유가 넘쳐나던 거만한 후배가 잔뜩 독이 오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요한이 가져 온 베이컨을 얹은 식빵과 우유 한 통을 말없이 보던 티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빵을 집어 들었다. 점심시간 말엽의 휴게실은 수업을 들어가기 위해 대부분 떠났기 때문에 둘이 있는 테이블을 제외하고 서너명만 있을 만큼 한산했다.

“···쟤는 점점 성격이 나빠지는 것 같아.”

요한의 정성에 화가 풀린 티아의 목소리가 누그러짐을 확인하자 요한은 속으로 안심하면서 그녀의 말에 맞장구쳤다.

“자존심에 큰 스크래치가 가서 그래. 평소에는 여유가 넘쳐 보여도 공부에 한해서는 그 누구도 용납하지 않거든.”

티아는 요한의 말이 이해 안 되는지 빵을 씹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고개를 갸웃하다 하마터면 베이컨이 바닥으로 떨어질 뻔 했다.

“너에게 공부가 어떤 의미일지 모르지만 그 녀석에게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기였거든 그걸 너한테 뺏겼다고 생각해서 괜히 심술을 부리는 거야.”

티아는 아직도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빵을 입에 살며시 건채로 얼굴을 갸웃했다.

“자존심?”

설명을 요구하는 그녀의 눈빛에 요한은 손으로 턱을 매만지더니 이해를 돕기 위한 단테의 처지에 대해 늘어놓았다.

“이 대학이란 곳은 도시나 다른 나라에 관계없이 대부분 귀족이거나 영향력있는 대상들의 자제이거든 그래서 암암리에 파벌과 전쟁 같은 일들이 있거든. 상대적으로 배경이 부족한 단테는 그 전쟁터에서 공부로 그들을 찍어 누르고 있었어. 덕분에 티아 너가 오기 전 까지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들 수 없었지.”

잠시 식사를 멈췄던 티아는 반쯤 사라진 식빵을 입으로 다시 씹으면서 요한과 눈을 맞추며 설명을 경청했다.

“그런데?”

그의 맑은 녹색 눈이 미세하게 웃음 짓는 것을 본 티아는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그의 눈은 묘하게 상대의 페이스를 말리게 하였기에 그녀는 이런 식으로 흐름을 끊었다.

“그런데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철웅성에 금이 가자 그를 무시하거나 험담하던 사람들이 다시 활개 치기 시작했거든 단테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거지.”

“그래서 그 스트레스를 나한테 푸는 거야?”

티아의 지적에 할말이 없어진 요한은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긁적이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사실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그럼 그렇지 라고 생각한 티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비밀을 꺼내길 망설여하는 요한을 기다렸다. 일 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녀가 보아온 단테는 공부 순위에서 밀려났단 이유 때문에 티아의 신경을 건드리는 일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말해봐.”

서로 존대를 했지만 어찌어찌 친구가 되기로 한 이후로 항상 요한의 흐름에 밀리던 티아도 쉽게 말리지 않았다.

“내 추측이지만 페테르센 교수님의 총애가 단테에게서 너로 넘어 간 게 아닐까 싶어.”

“교수님?”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요한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정말로 모르겠다는 얼굴이 된 티아는 손에 들었던 우유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너가 오기 전 까지 페테르센 교수님을 독점했던 사람은 단테였거든. 덕분에 저학년이었지만 선배들을 누르면서 자신이 원하는 공부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었어. 그런데 너가 온 뒤로는 상황이 달라졌지.”

그제 서야 티아는 이해가 간다는 듯이 입을 살짝 벌렸다.

“자신의 원천을 빼앗긴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군?”

“응.”

마저 남은 음식과 우유를 모두 뱃속으로 해치운 티아는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듯 입술에 묻어있던 우유를 손가락으로 쓸면서 웃었다.

“후후후 그렇단 말이지. 그럼 이 누님이 좀 도와 줘야겠네.”

음흉한 미소를 짓는 티아가 불안해진 요한은 친구의 안위를 걱정했다.

“이상한 생각 하는 거 아니지?”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티아는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내가 하는 일이 언제 잘못된 적이 있니?”

“그렇긴 하지.”

그 과정이 고통스러워서 문제였지.

“모든 일에는 인내와 고통이 따르는 법이야.”

요한의 생각을 읽은 티아는 그의 생각을 끊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지는 끊어진 페테르센 교수님과의 연결점이라는 거잖아?”

그녀의 말을 들은 요한은 자기의 등줄기가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렇지?”

“그럼 다시 연결할 수 있게 도와주면 되는 거 아냐?”

떨떠름해 하는 요한의 얼굴에 기가 찬 티아는 그를 윽박질렀다.

“아니 내가 뭐 맨날 사고만치는 줄 알아?”

“매일은 아니지만···.”

요한은 최근에 있던 일이 생각났다.

“저번에 열다섯 번째로 너에게 고백했던 사람이 너에게 차인 이후로 계속 단테에게 시비를 걸더라. 여섯 번 째인가 여덟 번째인 사람도 마찬가지고 그때까지는 참을 만 했는데 이번 사람은 직속 선배인지라···.”

“응?”

둘 사이에서 순간 정적이 흘렀다.

“교수님 문제가 주된 이유인 것 같긴 하지만 그런 점도 적지 않게 영향을 끼친 것 같아.”

“아···.”

티아는 갑자기 단테에게 사과하고 싶어졌다.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연재를 시작한 수문학도 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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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졸업 (4) 19.07.01 34 2 9쪽
63 졸업 (3) 19.06.28 38 2 11쪽
62 졸업 (2) 19.06.26 53 3 9쪽
» 졸업 (1) 19.06.24 48 3 9쪽
60 길 (6) 19.06.10 52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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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길 (3) 19.06.03 35 3 10쪽
56 길 (2) 19.05.31 35 3 10쪽
55 길 (1) 19.05.29 27 3 11쪽
54 먼지 쌓인 도서관 (4) 19.05.27 34 3 10쪽
53 먼지 쌓인 도서관 (3) 19.05.24 40 3 10쪽
52 먼지 쌓인 도서관 (2) 19.05.22 38 3 10쪽
51 먼지 쌓인 도서관 (1) 19.05.20 36 3 9쪽
50 점성술사 (2) 19.05.15 30 3 9쪽
49 점성술사 (1) 19.05.13 35 3 10쪽
48 반격 (5) 19.05.10 27 3 10쪽
47 반격 (4) 19.05.08 50 3 12쪽
46 반격 (3) 19.05.06 44 3 10쪽
45 반격 (2) 19.05.03 38 3 10쪽
44 반격 (1) 19.05.01 50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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