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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수문학도
작품등록일 :
2019.03.04 13:13
최근연재일 :
2019.07.12 18: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6,559
추천수 :
255
글자수 :
329,437

작성
19.07.01 18:00
조회
33
추천
2
글자
9쪽

졸업 (4)

“나는 결코 그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작가로서 어느 정도까지 나는 평범한 사람들을 나의 친구로 삼아 왔다. 하지만 현재 내가 대중과 맺고 있는 관계에 관해서 보면, 나는 다시 한 번 후손들을 나의 신뢰할 수 있는 친구로 삼아야만 한다. 누군가에 대해서 웃고 있는 똑같은 사람들이누군가의 진정한 친구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쇠렌 키르케고르 , 《일기》




DUMMY

“곧 전쟁이 터질 거야.”

소녀의 은빛 눈썹 한쪽이 올라갔다.

“출처는 공작님이야?”

단테는 순순히 인정하면서 짧게 대답했다.

“응.”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던 티아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자 시선에 들어 온 것은 가볍운 술 냄새가 났지만 눈빛만큼은 평소보다 더 날카로워진 소년의 눈매였다.

“그건 공작님의 뜻이니? 아니면 그쪽 왕의 뜻이야?”

우스드 역사의 마지막 종지부를 찍게 만든 두 사람을 대하는 것이 불편했지만 직접적인 연관이 적은 공작이 그나마 나았다.

“그건 모르겠어. 하지만 큰 싸움이 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어. 그래서 요한이 자원해서 서쪽으로 가겠다고 말한 거겠지.”

요한의 입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하루 이틀 본 사이가 아닌 단테는 친구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싫어하거나 다칠까봐?”

눈치 빠른 티아가 정확히 지적하자 저절로 쓴웃음이 지어진 그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너희 남매의 뒤를 가장 열심히 받쳐주고 있는 건 요한이지.”

단테의 모호한 답변에 그녀는 기분이 나빠졌다.

“빙빙 돌리지 말고 정확히 이야기해.”

단테는 또 다시 그녀에게 핀잔을 넣었다.

“넌 너무 직설적이야.”

기가 찬 티아가 코웃음을 쳤다.

“그거 네가 나한테 할 말이야? 레-솔리튜드에서 직설과 독설이 둘째가면 서러울 단테 에레미타님이?”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맞받아치는 티아에게 결국 단테가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내가졌다.”

정말로 두 손을 들어 항복하는 시늉을 한 단테는 벽 쪽에 놓여있는 의자 한 쪽에 앉아서 말을 이었다.

“트리어의 종교전쟁은 일시적으로 화의를 맺긴 했지만 말 그대로 미봉책에 불가하단 건 직접 겪어 보지 않은 너라도 알 수 있겠지?”

얼렁뚱땅 요한의 이야기를 넘어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가 친구와 자신에 무슨 이유 때문에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는지 짐작 할 수 있었기도 했고 단테가 털어놓는 이야기에 구미가 당기기도 해서 적당히 맞장구치기로 방침을 선회했다. 어차피 더 캐묻는다 해서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기도 했고

“종교가 무엇이 길래 그렇게 치고 박고 싸우는 걸까?”

옆에 있는 의자에 마주 앉은 후 그녀가 던진 순수한 의문이었지만 단테의 눈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왜···그래?”

단 한 번도 소년이 저렇게까지 당황한 적을 본 적이 없었다. 오라녜에서 예언자와 함께 싸울 때도 우스드의 도서관에서 아나크트쉬를 만나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보지 못했던 커다래진 눈이 그녀의 눈동자에 들어왔다.

“너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어.”

그의 반응을 보건데 십중팔구 그 사람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델라 양?”

만나보기는커녕 얼굴도 모르는 여자였지만 왠지 모를 부러운 사람이었다. 단테와 있던 시간은 길어봐야 고작 한 달 남짓인데 그는 일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서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했다. 심지어 지금 공부를 하는 것도 적과 싸우려는 이유도 근본적인 원인은 그녀를 되찾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

소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눈을 지그시 감으며 그때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이···왜 좋아?”

언제인가 두어 번 그 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단테는 침묵할 뿐이어서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했었다.

“사실 나도 모르겠어.”

기대하지 않았던 대답이 들려왔지만 뜻밖의 말에 나름대로 감동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지레짐작한 티아는 갑자기 자신이 우스워졌다.

“아하하”

단테가 기분이 나쁜지 코를 찡그리면서 말했다.

“비웃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쁜데···.”

정말로 기분이 나빴다면 단테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뜨거나 그녀를 무시했을 성격인지를 아는지라 티아는 손을 내밀어 흔들었다.

“미안, 하지만 널 비웃는 것이 아니야. 나 자신이 생각했던 것이 웃겨서 그랬어.”

아침부터 단테와의 감정싸움으로 기분이 상했던 그녀였지만 그와 이렇게 시답잖은 대화를 하고 있노라면 어느 샌가 기분이 풀렸다.

“난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을 줄 알았거든.”

무슨 뜻인지 이해한 단테가 짧게 탄식을 내뱉었다.

“아.”

민망한지 뒤통수를 긁적이면서 시간을 지체한 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나름대로의 이유를 찾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처음이었거든”

외국의 귀족 아낙네가 쓰는 화려한 수식어구가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한 나라 왕의 칙사가 발표하는 포고문 같은 위엄 같은 것은 없는 담백한 답변이었지만 티아의 눈은 오히려 그 둘을 보았을 때 보다 더 크고 동그래졌다.

“내가 제대로 된 춤을 배운 것도, 또래 친구를 만난 것도, 내가 누군가를 위해 나를 바쳐본 적도 처음이었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태어나서 그렇게 아름답고 환하게 빛나는 미소를 본 것도 정말로, 정말로 처음이었어.”

또래 친구라면 요한이 있었지만 같이 지내면서 느꼈던 것은 같은 나이의 친구라기보다는 한두 살 터울의 형과 이야기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니 생각하는 처음으로 만난 또래 친구는 아델라 이블린이었다.

“막상 만난다면 지금 같은 설렘이나 아련함이 없을까봐 두려워.”

한 번도 아델라에 대한 진심을 누군가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과 조엘 공작뿐이었던 것도 있지만 이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면 사실이 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녀와 닮은 모습의 티아에게는 더더욱 꺼려졌다. 그럼에도 오늘 이렇게 말한 이유는

“첫 사랑은 그 후에 다른 누군가를 만나더라고 가슴 속에 남아서 어느 순간 찾아와 비수처럼 꽂힌데.”

티아는 자신이 가족이 아닌 사람을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러자 익숙한 얼굴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얼굴 전체가 붉게 달아올랐다.

“요한 생각하는가보네.”

“···.”

한 방 먹은 티아가 말이 없자 단테는 약간의 슬픔에 잠겼던 목소리를 거두고 평소의 여유 넘치는 음성으로 그녀를 놀리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너희는 될 거 같으면서도 안 된단 말이야.”

대학 내에서의 이성교제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학생이 적기도 했고 신분상의 차이로 인한 정치적, 종교적인 이유로 생각보다 교제를 시작하고 이어나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와 내가 비교가 되긴 하니? 당장 대학만 벗어나도 나와 요한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180도 바뀌는데”

실제로도 그랬다. 대학을 나가는 순간 요한의 주변에는 언제나 그의 환심을 사기위한 상인들과 소녀들이 그를 둘러쌓았고 티아는 그 사이를 조용히 빠져나오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요한은 몇 번이나 그녀와 함께 하고 싶어서 일부로 좋아하지 않는 외출을 감행한 거였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요한의 아버지는 귀족이나 부상의 자녀가 아니었어.”

단테가 작게 읊조리자 티아가 고개를 흔들었다.

“응?”

생각해보면 요한이 대부호의 아들이란 것만 알 뿐 그 외의 정보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일부로 묻지 않았던 것도 있었지만 이상하리만치 요한은 자신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꺼려했다.

“그분은 자수성가하신 분이지. 약간의 행운이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내말은···.”

그의 시선에 약간 흘러내린 그녀의 어깨에 선명히 찍혀 있는 낙인이 보였다.

“나처럼 기회를 놓치지 말란 말이야. 앞으로 우리가 이 곳에서 생활할 날이 얼마나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해?”

“···.”

요한은 대학을 졸업할 나이가 되면 이라클리오로 들어가지 않고 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작년에는 막연히 그렇게 생각 했었다고는 하는데 근래 들어 그 생각이 확고해진 모양이었다.

“길어야 일 년? 아니 전쟁이 터진 다면 사실상 이번 시험기간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어.”

전쟁이란 게임은 목숨이라는 밑천으로 예측불가한 일들이 일어나는 악마의 속삼이 같은 것이어서 그 끝이 언제 있을지 몰랐다. 일 이 년으로 끝날 거라 예상했던 종교 전쟁은 몇 년을 훌쩍 넘어갔던 것처럼

“우리가 이라클리오로 들어가면 더 어려워지겠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티아가 질문을 던지자 단테는 최대한 자상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은빛 귀걸이 장식이 달빛에 반짝였다.

“그래. 나처럼 이별인사도 하지 못하고 헤어지진 말아라.”

단테의 진심어린 충고에 오랜 시간 망설이던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린 티아의 눈이 깊은 녹색 눈이 반짝 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그럼 너가···.”

귀찮은 일을 맡을 것 같아진 단테는 냉큼 대화를 돌렸다.

“그 전에 다음 주 시험공부 하는 것도 잊지 말고”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연재를 시작한 수문학도 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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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 (4) 19.07.01 34 2 9쪽
63 졸업 (3) 19.06.28 38 2 11쪽
62 졸업 (2) 19.06.26 53 3 9쪽
61 졸업 (1) 19.06.24 47 3 9쪽
60 길 (6) 19.06.10 52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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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길 (3) 19.06.03 35 3 10쪽
56 길 (2) 19.05.31 35 3 10쪽
55 길 (1) 19.05.29 26 3 11쪽
54 먼지 쌓인 도서관 (4) 19.05.27 34 3 10쪽
53 먼지 쌓인 도서관 (3) 19.05.24 40 3 10쪽
52 먼지 쌓인 도서관 (2) 19.05.22 38 3 10쪽
51 먼지 쌓인 도서관 (1) 19.05.20 36 3 9쪽
50 점성술사 (2) 19.05.15 30 3 9쪽
49 점성술사 (1) 19.05.13 35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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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반격 (4) 19.05.08 50 3 12쪽
46 반격 (3) 19.05.06 44 3 10쪽
45 반격 (2) 19.05.03 38 3 10쪽
44 반격 (1) 19.05.01 50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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