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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아의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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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수문학도
작품등록일 :
2019.03.04 13:13
최근연재일 :
2019.07.12 18: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6,561
추천수 :
255
글자수 :
329,437

작성
19.05.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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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길 (1)

“나는 결코 그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작가로서 어느 정도까지 나는 평범한 사람들을 나의 친구로 삼아 왔다. 하지만 현재 내가 대중과 맺고 있는 관계에 관해서 보면, 나는 다시 한 번 후손들을 나의 신뢰할 수 있는 친구로 삼아야만 한다. 누군가에 대해서 웃고 있는 똑같은 사람들이누군가의 진정한 친구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쇠렌 키르케고르 , 《일기》




DUMMY

“어떤 차를 좋아하니? 홍차? 아니면 남방 차도 괜찮겠어?”

오랜만의 방문자에 신이 난 여왕은 그가 어떤 차를 좋아하는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어떤 거든 잘 마십니다.”

그녀의 티타임에 초대된 단테는 아나크트쉬가 내오는 한눈에 보아도 고급져 보이는 장식이 깃든 찻잔과 푸르스름한 내용물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뭔지 아니?”

“책으로 본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볼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특정 지식에만 치우치기 보다는 다방면에 대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여관 일을 하면서 손님들을 상대하면서 여러 갈래의 지식을 습득하면서 차의 역사와 종류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차라 부르는 물건이죠. 녹차나 홍차 모두 비싸지만 그 중에서도 청차가 가장 만들기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으뜸으로 친다고 하더군요.”

“그래?”

자신의 선택이 상대에게 칭찬을 받아 기뻐진 여왕은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찻물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 노래를 아십니까?”

“응? 이건 이라클리오에서 유명한 민요야.”

이소도스에서 아델라와 야시장에 갔을 때 그녀가 읊조렸던 복수하는 여인의 노래였다. 그때 생각이 떠오른 단테는 그녀의 모습이 기억나 아련한 표정이 되었다.

“알고 있나 보내? 그것도 아델···라 라는 친구가 알려준 거야?”

아나크트쉬는 친구인 마틸다의 후손인 아델라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지며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을 반짝였다.

“예. 예전에 이소도스에 갔을 때 그 아이가 알려줬습니다.”

“그래? 그럼 이 노래가 이라클리오의 시조 이르미나님의 이야기인지도 아니?”

“네?”

아무것도 모른다는 반응을 보이는 단테가 놀라운지 아나크트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라클리오가 세운 대학에서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 가르치지 않는 거니?”

그녀의 말에 단테는 뒤통수를 한 대 쎄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니 대학에서 배웠던 내용은 철학이나 언어 그리고 세계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다뤘지만 그들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 누구도 대학의 사람들은 이 점에 의문점을 표출하지 않았고 여왕이 지적하기 전 까지 깨닫지 못했던 점이었다.

“이상하네요. 저 역시도 여왕님께서 지적해 주기 전 까지 그 점을 잊고 있었습니다. 분명 이상한 점인데 대학에서 그 누구도 알고 있지 않았습니다.”

“흐음.”

소년의 말에 동일한 수상함을 느낀 여왕은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면서 생각에 빠졌다.

“짚이는 것이 있긴 하지만 우선 이르미나 님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그녀가 찻잔을 건네며 자리를 안내하자 단테는 여왕의 반대편 의자를 끌어당겼다. 무슨 마법이 당긴 것인지 땅에 끌리는 마찰음이 전혀 나지 않았다.

“동대륙이 멸망하기 몇 해 전 우리들의 선조는 최후의 발악으로 여러 가지 탑을 만들기 시작했지. 네가 말한 오라의 탑도 그때 조상들의 손에 의해 세워졌지.”

단테가 동대륙을 간 것만도 놀라웠는데 실제로 탑을 작동해 봤다는 사실에 체통도 잊은 채 입을 벌려 감탄을 했다. 그녀 말에 따르면 자신도 다른 종류의 탑을 보긴 했지만 실제로 사용을 해 본적은 없었다고 한다.

“나도 그 탑이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졌고 이용할 때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는 모르지만 사람을 재물로 쓴다는 사실 때문에 되도록 쓰지 않으려 했지. 실제로도 그랬고”

아나크트쉬는 여왕이라는 칭호에 맞게 자신의 백성들을 끔찍하게 아꼈다. 그녀가 여왕으로 있을 때 우스드에도 아주 드물게 아델라와 같이 재물로 쓰일 수 있는 사람들이 태어났다고 한다. 대부분의 신하들이 그 자들을 이용해 왕국을 위해 희생시키자 했지만 단호하게 거부하고 다른 방법을 모색했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 할 지라도 내 사람과 백성들을 나의 안위를 위해 희생시키는 것 만큼은 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살았기 때문에 이 나라는 예정보다 더 오래 역사를 이어 갈 수 있었지.”

자신들을 희생시키는 대신 그들을 보호하려 노력하는 여왕에게 감복한 재료 후보들은 그녀와 나라를 위해 외적들과의 전쟁에서 가장 선두에 나서 싸우며 크고 작은 공들을 세운 덕분에 아나크트쉬의 말 대로 몇 백 년이나 이어진 나라가 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아델라라는 아이는 너를 정말로 좋아했나 보구나. 자신의 삶을 타인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용기가 아니 그 이상이 요구되는 것이거든.”

그녀의 말에 소년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분명 자신이 그녀를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약속했지만 정작 도움을 받은 쪽은 자신이었다.

“그리고 너희와 같은 일을 먼저 한 사람들이 있었지. 한 분은 아까 말했던 이르미나 님이였고 다른 한 분은 그분의 정혼자 였던 헤르만 백작이었어.”

청차의 은은한 향이 단테의 코를 자극하자 가라앉았던 마음이 조금은 진정되는 것 같았다. 덕분에 아델라가 불렀던 노래의 내용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헤르만 백작이라는 분은···.”

“정적에게 살해당했지.”

“···.”

그 다음 내용은 노래 내용과 대체로 일치했다. 정혼자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에 반쯤 미쳐버린 그녀는 동지들을 모으며 복수의 칼을 갈며 때를 기다렸다 한다.

“그 당시에는 서대륙과 동대륙이 한창 전쟁을 벌이며 세계가 혼란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흔했다고 해. 하루 사이에도 수백 수천 명이 죽는 일이 다반사였지.”

오랫동안 지속된 전쟁은 서대륙의 연합군이 동대륙에 몇 번의 결정적인 승리를 통해 거점을 설치하면서 기울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 서대륙의 승리와 상륙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 이르미나 님이었는데 사실 그 기록의 진위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을 일으켰어. 왜냐하면 그분은 미나스의 공주 중 한분 이셨거든.”

“네?”

“너도 안 믿기지?”

나라의 공주가 자신의 왕국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그녀의 적들이 악의적으로 조작하고 뒤집어 씌운게 아닐까 해. 어쨌든 그 이후 미나스는 통째로 멸망해 버렸고 동시에 동대륙에 파견 됐던 서쪽의 군사들도 모두 실종이 되어버렸어.”

“실종 됐다고요?”

그녀의 말이 길어지자 차를 한 모금은 머금었던 단테는 일부가 아니라 전부 실종되었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여왕도 소년을 따라 찻잔을 입에 갖다 댔다. 일면식 없는 사람과 이렇게 오랜 시간 대화를 해 본 적이 몇 년 만이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그 이후의 기록은 거의 없지만 그녀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과 유민들을 데리고 지금의 이라클리오 섬으로 이주해왔어. 그게 너희가 부르는 마법 왕국의 시작이야.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스스로를 가둬버렸고 함께 따라왔던 사람들 역시 함께 갇혀 버렸지.”

“저희들이 외부로부터 왕국을 지키는 ‘장벽’이라 부르는 것이군요.”

“너희는 그렇게 부르나 보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 이라클리오를 가둔 장벽은 외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너희들의 해석은 틀렸어. 외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라고 보기 보다는 자신들의 힘이 세어나가지 않게하기 위해서였거든.”

“힘이라뇨?”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대학에 이 년 동안 다니고 있었지만 이런 이야기를 수업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서적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았기에 처음 들었던 의구심은 점점 더 커져갔다.

“마법의 동력원이 무엇 이라고 생각해?”

마법 왕국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우스갯소리로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설마 하는 마음이었지만 여왕의 말을 통해 반쯤 확신이 들었다.

“재료와 같은 건가요?”

단테의 말에 아나크트쉬가 동의했다.

“그래.”

“···그렇다면 이르미나 라는 사람은 스스로가 섬을 지키는 장벽이 되었다는 건가요?”

그의 추측에 여왕의 눈이 커졌다.

“상상력이 정말 풍부하구나?”

잠시간의 침묵

“네 말대로 그녀는 어떤 심경 변화를 일으켰는지 모르지만 스스로를 희생해 탑의 재료가 되었어. 그 덕분에 지금까지도 이라클리오는 강력한 나라로 남게 되었지.”

다시 한 번 찻잔이 그녀의 입술 언저리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분이 잠든 이후 섬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고 자랐지. 그 중에는 나도 있었고.”

섬은 마치 작은 박물관처럼 동대륙에 있던 것들이 오밀조밀하게 뭉쳐있었다. 섬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그곳을 나온 이후 여러 지역을 둘러보면서 다른 곳들과는 마법 왕국이 너무나도 이질적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섬을 떠나게 된 이유는···.”

거의 다 마신 차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기에 따뜻함이 손끝에 전해졌다.

“이르미나 님의 힘이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었기 때문이야. 나와 마틸다는 그 해결책을 찾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지. 그래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했어.”

“머릿수를 줄이기로 결정 한 거군요?”

자신들의 슬픈 과거가 낱낱이 까발려지는 것에 대한 씁쓸함이 몰려왔다.

“그래. 우리나라의 후예들은 쫓겨난 것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사실 나 때까지만 해도 간간히 틸다와 소식을 주고받았어. 왜냐면 이곳이 이라클리오의 새로운 정착지가 될 예정이었거든”

“네?”

마법 왕국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땅을 버리고 이주하려 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단테는 되물었다.

“너무 오래 된 것이 문제였지. 이라클리오는 마법이 고갈됨과 동시에 살기에 척박해지기 시작했거든. 아마 케드로스 섬이 가장 먼저 곤란해졌을 거야.”

케드로스라면 자신의 아버지와 대학 교수들의 고향이었다. 그들이 레-솔리튜드로 이주했던 것에는 이 사실과 연관이 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선발대가 이곳으로 이주했고 안정적인 정착지를 만든 후에 다시 연락을 취했지만 틸다는 연락이 끊겼어. 왜 그랬을까”

스스로 되물은 아나크트쉬는 단테 일행이 쫓고 있는 그녀가 떠올랐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섬을 나올 수 있는 사람은 왕국 사람들 중에서도 매우 한정적인 인원 뿐 이었어. 이유는 모르지만 허가 받지 않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면 며칠간 시름시름 앓다가 급사하게 돼. 이제 와서 든 생각이지만 틸다는 그 사실을 알고 허가 받은 사람인 나를 비롯해서 소수의 인원을 탈출 시킨 거라고 생각해.”

온기가 완전히 가시고 있는 찻잔을 그녀는 검지로 테두리를 매만졌다.

“에나스 이엔나가 왜 이블린 가에 대한 적개심으로 복수를 꿈꾸는지는 거기에 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너는 어때?”

“사람이 재료라면 아마 그 자도···이용당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 증거로 그녀의 나라가 하루 만에 이라클리오의 공격을 받고 멸망당한 기록이 있어. 수상한 점은 나라는 없어져도 유민들은 남아야했는데 그곳의 백성들도 함께 사라졌다는 거지.”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연재를 시작한 수문학도 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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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길 (5) 19.06.07 28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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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길 (3) 19.06.03 35 3 10쪽
56 길 (2) 19.05.31 35 3 10쪽
» 길 (1) 19.05.29 27 3 11쪽
54 먼지 쌓인 도서관 (4) 19.05.27 34 3 10쪽
53 먼지 쌓인 도서관 (3) 19.05.24 40 3 10쪽
52 먼지 쌓인 도서관 (2) 19.05.22 38 3 10쪽
51 먼지 쌓인 도서관 (1) 19.05.20 36 3 9쪽
50 점성술사 (2) 19.05.15 30 3 9쪽
49 점성술사 (1) 19.05.13 35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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