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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학도 님의 서재입니다.

카니아의 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수문학도
작품등록일 :
2019.03.04 13:13
최근연재일 :
2019.07.12 18: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6,554
추천수 :
255
글자수 :
329,437

작성
19.05.08 18:00
조회
49
추천
3
글자
12쪽

반격 (4)

“나는 결코 그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작가로서 어느 정도까지 나는 평범한 사람들을 나의 친구로 삼아 왔다. 하지만 현재 내가 대중과 맺고 있는 관계에 관해서 보면, 나는 다시 한 번 후손들을 나의 신뢰할 수 있는 친구로 삼아야만 한다. 누군가에 대해서 웃고 있는 똑같은 사람들이누군가의 진정한 친구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쇠렌 키르케고르 , 《일기》




DUMMY

“다시 올 줄 몰랐는데···.”

여름이었지만 밤바다가 가져오는 바람은 한 겨울의 칼바람처럼 살을 엘 것 같았다. 덕분에 밤바다를 처음 경험하는 티아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요한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겠어?”

단테의 짓궂은 농담에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으면서 티아가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아니 다들 아쉬워하는 것 같아서”

한쪽 눈을 치켜뜬 그녀의 녹색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자 단테는 시선을 피했다.

“누구덕분에 수습해야 할 일이 생겼으니 어쩔 수 없잖아.”

“크흠”

마리의 습격으로 호텔이 초토화 된 사건에 푸아티에의 공작과 페르세인 가문이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러 호사가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덕분에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서대륙 전체로 퍼져나갔다.

“아버님한테 너무 혼이나 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급하게 우스드로 출발했기 때문에 목적지로 향하는 사람은 단테와 티아 남매 그리고 공작이 딸려 준 발렝과 얄을 포함한 소수인원이었다. 공작과 요한은 사건을 뒷수습하기 위해서 오라녜에 남았다.

“엄밀히 말하면 요한은 피해자인데 설마 혼나겠어?”

티아의 말이 맞았지만 단테의 생각은 달랐다. 특히 사건이 일어난 오라녜는 요한의 가문과 경쟁하는 집안이 유독 많은 곳이었기 때문에 꼬투리를 잡힐까 노심초사했다. 요한은 신경 쓰지 말라했지만 자신 때문에 곤란해진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공작은 어떤 사람이야?”

단테에게 있어 공작은 좋은 협력자이자 후원자였지만 티아에게 있어서는 자기 나라를 망하게 하는데 일조했던 사람이었기에 좋게 볼 수 없었다.

“너에게는 어떤 사람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좋은 사람이지. 그 사람의 도움으로 내가 이곳까지 올 수 있었으니까.”

과장된 표현이나 꾸밈 대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그녀를 배려하는 거라 생각한 단테가 담백하게 공작에 대해 설명하자 티아는 그를 바라봤다. 원래 어두웠던 눈 색깔이 좀 더 짙어진 것 같았다.

“그렇구나.”

자신과 함께 적과 싸웠던 사람이 어쩌면 아버지를 죽이고 나라를 망하게 한 원수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직접적인 원인은 예언자인 마리였지만 전쟁을 한 나라는 푸아티에였다. 그 죄책감이 그녀를 짓누르려 할 때 요한이 그녀를 위로했다.

“우스드를 침공 했을 때 국왕에 항명했던 사람이 공작이라는 소문이 있어. 그래서 한동안 궁정이 험악한 분위기였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지어낸 말이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출신에 대해 전해들은 공작은 정말로 미안해하면서 푸아티에가 우스드를 멸망시킨 일에 대해 사과했다. 그녀는 가장 놀란 것은 일국의 왕족이면서 큰 세력을 가진 공작이 가장 낮은 신분인 자신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사실이었다.

“나도 그 사람이 나쁘진 않았어.”

티아의 말을 듣고 단테는 안심했다. 마리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우스드 도서관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 선 과제였으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치를 알고 있는 그녀의 협력이었다.

“하지만 좋아하기는 힘들 것 같아.”

비록 그가 침공을 반대했다 해도 마지막까지 침략을 막아내지 못했기에 원망하지는 않더라도 좋아 하려 노력해보아도 전쟁으로 잃어버린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기에 이기적이긴 했지만 도저히 좋아할 수 없었다.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공작의 배를 탄다는 사실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마리를 따라 잡기 위해서 불가피하다고 설명한 단테에게 설득돼 겨우 배에 올랐다.

“고마워. 이 배 진짜 예쁘긴 하다.”

자넬 가문이 빌려 탔던 배도 아름다웠지만 블루에 호는 이름에 맞게 단 푸른 돛은 심란했던 그녀의 마음을 환기 시켰다.

“그 말에 나도 동감한다. 지금까지 많은 배를 타봤지만 이것만큼 좋았던 건 손에 꼽을 정도야. 다시 탈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다시 타니까 기분이 좋긴 하네.”

갑판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던 탓인지 얼굴의 체온이 내려가 창백해지기 시작한 티아가 추운지 뺨에 손을 갖다 대 문질렀다.

“아델라라는 여자도 너랑 여기에 있었어?”

우스드로 향하기 전 단테는 그녀에게 왜 그곳으로 가야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아델라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조금 망설여졌지만 자신과 공작이 왜 마리에게 쫓기는지 납득시키려면 탑과 아델라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티아에게 말한 것은 옳은 선택이 되었다.

“응. 지금 네가 있던 자리에 나랑 같이 있었어.”

그리고 밤바다와 달빛을 조명 삼아 그녀에게 춤을 배웠었지

“그 애 생각나나 보구나?”

솔직히 말하면 티아에게서 아델라가 묘하게 겹쳐보여서 가끔 혼동할 뻔한적도 있다. 모습이 닮은 것도 있었지만 성격이 비슷하였기에 그녀를 대하는 단테에게 있어 나름의 고충이었다.

“응.”

“그 아이는 좋은 애였던가 보네.”

비록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두 명 뿐이었지만 그 둘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있음을 티아는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단테는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씁쓸하고 아련한 표정이 되는 것을 보면 묘한 부러움 까지 느꼈다.

“뭐랄까 눈에 띌 만큼 예쁜 점도 마음에 들었지만 그 애의 당당함이 끌렸어.”

그 아이는 어떤 삶을 살았던 걸까? 그녀의 불우했던 과거를 단테에게 털어놨던 그 날 이후로 어렸을 적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궁금했지만 시간이 뒤의 사건들 때문에 시간이 없었던 것도 있었지만 아델라에게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현재의 그녀가 중요할 뿐 구태여 아픈 과거를 들쳐보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와 비슷한 날인 오늘은 문득 그때 좀 더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다가갔다면 더 나은 결과가 나타나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늦었지만

“아델라는 나나 너처럼 많은 지식을 알지는 않았지만 현명했고 강단이 있었어. 그래, 그래서 내가 이렇게 살아 있을 수 있는 거겠지.”

티아도 탑에 대해들은 적이 있다. 예전에는 좀 더 많은 탑이 있다고 했지만 많은 것들이 파괴되거나 잊혀져 기록상으로 남아 있는 개수는 네 가지였다. 그 중 아델라라는 여자가 재물로써 작동 한 시간의 탑에 대해 아버지가 해 준 이야기가 있었다.

“아버님께서 예전에 시간의 탑에 대해 이야기 해준 적이 있었어.”

“···그래?”

티아의 말 덕분에 상념에서 벗어난 그는 눈을 반짝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동태륙 깊숙이에 있다는 태초의 탑이나 이라클리오에 있다는 카니아의 탑 보다는 못하지만 시간의 한 부분을 사용자의 맘대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 해 주셨는데 아버님은 부정적인 입장이셨어.”

“어째서?”

그녀 자신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티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버님께서 이야기하시길 시간을 조작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꾼다 해도 사람이 바뀌진 않기 때문에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 하셨어. 차라리 카니아의 탑처럼 개인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탑이 훨씬 이로운 거라 하더라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대중에게 이익을 가져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시간을 조작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었기에 아버지가 어째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티아의 아버지의 의견에 단테는 공감했다.

“네 아버님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 것 같아. 시간을 되돌린다 한들 바뀌는 것은 소원자가 바라는 사람 몇몇이 되살아나거나 어떤 사건이 방지되는 거니까 하지만 그렇게 해서 긍정적으로 바뀐다는 생각은 안 들어. 그 탑의 대가인 산증인인 나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지.”

아델라의 희생으로 죽기 직전인 자신과 이미 죽어버린 마테아스가 살아났고 공작은 푸아티에에서 밀려나지는 안았지만 위기가 사라지긴 커녕 더 곤란해졌다. 여전히 국왕은 공작을 제거하려 했고 공공의 적인 마리는 처음 만났을 때 보다 훨씬 강해져 돌아와 모두가 달려들었지만 제거하지 못하고 코너로 몰았다.

“너 그 말 아델라에 대한 실례야.”

티아는 아델라에 대해 아는 것은 대부분 단테에게서 들은 이야기 뿐 이었지만 이 말 만큼은 그녀에게 굉장히 모욕적인 말 이었고 희생으로 살아 난 단테가 해서는 안 되는 말 이었다.

“알아, 그래서 아델라가 만든 소중한 시간과 기회를 어이없게 날려버린 나 자신을 더더욱 용서 할 수 없어.”

설마 마리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공작은 그 자리에 있던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으니 자책하지 말라했지만 자기가 조금만 더 일찍 기억을 찾았거나 마리와 같이 그 자리에 있던 적들이 함께 살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했다면 지금처럼 쫓기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넌 강하구나.”

나라가 망하고 아버지가 죽던 날 삶의 모든 의욕을 잃어버리고 그저 동생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 연명하면서 탈출할 기회만 기다리던 그녀와는 달리 상황은 달랐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길을 찾아내려하는 단테의 모습은 자신을 한심하게 만들었다.

“아니 내가 한 것은 별로 없어. 내가 한 것은 고작 몇 가지 계책만 냈을 뿐 이고 실제로 행한 사람들은 공작이나 요한이니까.”

단테의 말대로 실제로 행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일을 계획하고 실체화 시키도록 노력하는 사람은 그였다. 만약 그가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지 않았다면 티아 남매가 노예상 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아마 없었을 터였다.

“스스로를 낮출 필요는 없어. 너가 의견을 내고 관철시켰기 때문에 나와 테온이 고향으로 돌아 갈 수 있게 됐어. 그건 너가 아니었다면 할 수 없던 일이야. 요한이나 공작들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겠어. 정말 고마워.”

티아는 감사의 표시로 가벼운 절을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춤을 추기 전 인사를 하는 아델라의 모습 같았다. 그 생각이 들자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기억이 튀어나왔다.

“춤을 가르쳐줬었어.”

“응?”

“어떤 춤인지는 모르지만 꽤나 어려운 춤 이었는데 나를 열심히 가르쳤었어. 나중에는 자기를 리드할 만한 실력을 갖추라고 했었어. 그때 꼭 같이 다시 추자면서 말이야.”

“풉”

어떤 점이 웃겼는지 몰랐지만 티아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럼 한 곡 추실까요? 능숙하게 작업 거는 도련님?”

작업을 거는 거라 생각해 웃겼던 모양이다. 단테는 당황해서 얼굴을 찡그렸다.

“아니, 나는 그런 게 아니고.”

“어머, 그런 식으로 빠져나가겠다고?”

아무 생각없이 춤 이야기를 꺼낸 자신을 후회했다. 티아에게서 너무 아델라와 겹쳐 보인 탓에 저지르지 않을 실수를 범했다.

“그녀가 다음번에 출 때는 자신을 리드해 달라 했다면서. 그렇다면 연습을 해야하지 않겠어?”

그럴듯한 논리로 티아가 말하자 단테는 할 말을 잃고 입을 벌렸다. 그 틈 사이로 손이 불쑥 시야로 들어왔다.

“한 곡 추실까요?”

티아의 말에 넘어가 연습을 할까라는 생각과 이 일이 나중에 아델라에게 알려진다면 자신은 반죽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을 한 단테를 바라보는 티아는 싱긋 웃었다.

“그 애에게는 비밀로 해 줄게.”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연재를 시작한 수문학도 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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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졸업 (3) 19.06.28 38 2 11쪽
62 졸업 (2) 19.06.26 52 3 9쪽
61 졸업 (1) 19.06.24 47 3 9쪽
60 길 (6) 19.06.10 52 3 7쪽
59 길 (5) 19.06.07 28 3 10쪽
58 길 (4) 19.06.05 33 3 9쪽
57 길 (3) 19.06.03 35 3 10쪽
56 길 (2) 19.05.31 35 3 10쪽
55 길 (1) 19.05.29 26 3 11쪽
54 먼지 쌓인 도서관 (4) 19.05.27 34 3 10쪽
53 먼지 쌓인 도서관 (3) 19.05.24 40 3 10쪽
52 먼지 쌓인 도서관 (2) 19.05.22 38 3 10쪽
51 먼지 쌓인 도서관 (1) 19.05.20 36 3 9쪽
50 점성술사 (2) 19.05.15 30 3 9쪽
49 점성술사 (1) 19.05.13 35 3 10쪽
48 반격 (5) 19.05.10 27 3 10쪽
» 반격 (4) 19.05.08 50 3 12쪽
46 반격 (3) 19.05.06 44 3 10쪽
45 반격 (2) 19.05.03 38 3 10쪽
44 반격 (1) 19.05.01 50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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