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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수문학도
작품등록일 :
2019.03.04 13:13
최근연재일 :
2019.07.12 18: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6,555
추천수 :
255
글자수 :
329,437

작성
19.07.10 18:00
조회
35
추천
2
글자
9쪽

출항 (1)

“나는 결코 그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작가로서 어느 정도까지 나는 평범한 사람들을 나의 친구로 삼아 왔다. 하지만 현재 내가 대중과 맺고 있는 관계에 관해서 보면, 나는 다시 한 번 후손들을 나의 신뢰할 수 있는 친구로 삼아야만 한다. 누군가에 대해서 웃고 있는 똑같은 사람들이누군가의 진정한 친구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쇠렌 키르케고르 , 《일기》




DUMMY

“곧 케드로스로 입할 할 예정이니 졸업생 분들께서는 입항 준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갑판에 있는 선원이 도착 예정임을 알리자 자리에 누워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일어났다.

“이런 이른 시간에 사람을 깨우다니 무례하군.”

루스티코가 불멘소리를 하자 아폴로가 동조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를 대체 뭐로 아는 건지.”

두 사람은 레-솔리튜드의 도제를 배출했던 가문이라는 공통점과 비슷한 성향으로 만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금방 친해졌다.

“···.”

올해 수석을 차지한 티시아는 다섯 명의 합격생 중 가장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단테와 티아는?”

최소한의 할 말만 하는 그의 질문에 루스티코는 입을 삐죽였다.

“글쎄요. 둘이 오붓한 시간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루스티코가 비꼬자 아폴로가 맞장구쳤다.

“둘 사이가 심상치 않기는 한 것 같긴 해요. 요한 그 자야 뭐 티아에게 홀딱 반해 있다는 건 대학에 있는 고양이도 알 만한 사실이기도 하고요.”

먹잇감을 잡은 둘이 낄낄거리자 불쾌해진 티시아가 얼굴을 찡그리면서 단테의 자리에 시선을 두었다.

“···.”

본래 두 명 세 명으로 나누어 선실을 쓸 계획이었지만 유일한 여자인 티아가 한 선실을 차지하는 바람에 네 명이 한 방을 쓰게 됐다. 티아는 상관없다했지만 남은 네 명이 모두 반대했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됐다.

“먼저 나가시게요?”

삐걱거리는 소리가 귀를 어지럽혔지만 루스티코의 물음은 또렷하게 들렸다.

“자네들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묻자 루스티코가 양 손을 어깨위로 올려 기지개를 피면서 대답했다.

“저희는 씻고 나서 갈게요.”

도제를 배출한 가문의 사람들답게 언제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둘의 성향을 알기에 티시아는 짧게 답했다.

“그래.”

머리를 긁으면서 선실을 나선 그는 문을 열자마자 비치는 달빛에 자기도 모르게 잠시 넋을 잃고 바라봤다.

끼이익

문을 잡고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힘이 빠졌는지 선실 문이 거친 파열음을 내면서 닫혔다.

“안 잤는가?”

인기척을 느낀 단테가 뒤를 돌아봤다.

“아, 네.”

노골적으로 단테에게 시비조인 루스티코나 아폴로 보다는 무심한듯 하지만 그를 챙기는 티시아가 대하기 편했다.

“티아 양이 어디 갔는지는 아나?”

질문의 의도를 눈치 챈 단테는 검지손가락을 하늘 위로 치켜세웠다.

“마스트로 갔어요.”

단테의 손끝에 향해있는 곳을 바라보자 바람에 펄럭이는 돛대 사이로 은빛 머리칼이 너울거리는 것이 보였다.

“저 아가씨는 저기를 정말 좋아하는가 보군.”

처음 배를 탔을 때도 티아는 숙소로 바로 가는 대신 마스트 꼭대기로 향했다.

“선실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티아의 과거를 알고 있는 단테는 적당한 사실을 섞어 둘러댔다.

“답답할 수 있지.”

몇 번 배를 타 본 경험이 있는 티시아는 나름대로 납득한 모양이었다.

“배를 오랫동안 탔었다고?”

난간에 기댄 그는 아직 졸음이 가시지 않았는지 하품을 길게 내뿜었다.

“예. 대학에 오기 전부터 탔었습니다.”

면접관에게 질문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상대가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아는 단테는 별 불만 없이 묻는 것에 답변했다.

“왜 이라클리오로 가는 거지?”

그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하던 단테는 입을 다물었다.

“···.”

무감정한 눈빛 속에 숨겨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맹렬한 회오리가 느낀 단테는 반사적으로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글쎄요. 누가 뭐래도 마법을 배우고 싶은 것이 1순위 아닐까요?”

대학에 오는 모든 이들의 가장 선망을 받는 5인은 그 어떤 이유보다도 마법 왕국 이라클리오로 들어가 마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가···.”

대답이 시원찮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그는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

“그렇다면 티아 양 역시 마법을 배우기 위해 이라클리오로 가는 것인가?”

단테는 그걸 왜 자신에게 묻는 것이죠? 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단테는 속으로 티시아에 대한 평가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지극히 평범한 대화였지만 그의 감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달빛에 희미하게 일렁거리는 새벽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검회색 눈에 비친 바다처럼 그의 눈은 고요함 속에 가려진 일렁거림이 일고 있었다.

“주제를 바꾸지.”

그와 함께 한 지 반 주 정도 지났지만 이제껏 먼저 대화를 주도 한 적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듣는 것을 우선으로 했고 의견을 낼 때도 굉장히 신중하게 생각하고 핵심을 짚는 경우가 많았다. 애초에 개인적인 물음을 하는 경우도 방금 전 까지 없었다.

“크리스티안을 아는가?”

난간에 기댄 채 머리를 돌려 자신에게 시선을 맞춘 티시아의 눈에 숨겨져 있던 어떤 감정이 실체를 드러냈다.

그것은 ‘분노’였다.

“몇 번 봤지만 자세히 알지 못 합니다.”

단테가 느꼈던 위험함의 정체가 분노라는 감정일 뿐 아니라 그 대상이 자신의 형 크리스티안을 향해 있음을 알게 되자 그는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했다.

“그래? 아쉽군.”

단 한순간 무표정함으로 일관하던 그의 평정심이 깨진 후 티시아는 굉장히 솔직한 태도를 유지했다.

“자네는 그와 같은 케드로스 2세대라서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크리스티안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대학을 졸업하여 생업을 찾아 떠났다.

“그 분이 몇 년 전 저희와 같은 방식으로 이라클리오로 들어갔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계산을 해 가면서 또박또박 대답을 해 나가는 단테를 보자 그는 놀랍게도 피식 웃었다.

“그렇군. 하긴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자네가 모를 만도 하지.”

티시아는 다시 원래대로 고요하게 일렁거리는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이라클리오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환상을 가지고 있더군. 마치 자네처럼.”

그의 말은 마치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옛날이야기를 해 주는 것 같은 시간의 간격이 배여있었다.

“···기대 안 되십니까?”

너는 그럼 뭐 이라클리오에 대해 아는 것이 있어? 라는 의미를 내포한 단테의 말을 알아차렸는지 티시아는 작게 중얼거렸다.

“기대 되고말고···드디어···가는 것인데.”

단테는 자신은 못 들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큰 소리로 외쳤다.

“예?”

“···.”

그는 대답하는 대신 난간에 기댄 팔꿈치를 때어내어 갑판 사이를 걸어 다녔다.

“이라클리오가 자랑하는 마법이라는 것은 어떤 원리로 어떻게 작동하는 것 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

갑작스럽게 시작된 두 번 째 면접에 단테는 당황하는 척을 할까 아니면 생각하는 척을 할까 고민하다가 티아가 떠올랐다.

‘티아에게 가기 전에 내 선에서 끊어야겠군.’

페테르센 교수의 총애를 받고 있는 티아를 아무리 남에게 무관심한 티아시라도 모를 거라 생각 하지 않은 단테는 자칫 잘못하면 크리스티안에 대해 질문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자신의 선에서 끊기로 결정했다.

“글쎄요. 이제 막 배우러 가는 입장이라서 확답을 드리긴 어렵겠지만 아무래도 물레방아와 같은 동력원이 있지 않을까요?”

단테의 답변을 들은 티시아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그리고?”

“그 동력원을 통해 마법을 쓸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이 사용하겠지요.”

최소한의 답변만 하기 위해 자기절제를 하고 있는 단테 덕분에 대화의 맥이 뚝뚝 끊겼다.

“그렇다면 자네가 생각하기에 동력원은 어디서 뽑아낸다고 생각하나? 물레방아와 같은 수력에서? 아니면 요즘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석탄에서?”

최근 서대륙 쪽에서 연구 되고 있는 주요 학문 중 하나가 석탄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럴 수 도 있겠죠. 하지만 직접 보기 전에 속단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테가 말을 맺고 그를 바라보자 둘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교차했다. 그리고 눈으로 말하는 그의 외침이 들려왔다.

‘어디까지 가 볼래?’

3초간의 교환이 이어가자 먼저 시선이 돌린 티시아가 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네.”

단테는 아까와 같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갸우뚱 했다.

“사람도 연료가 될 수 있지.”

그와 눈빛을 교환한 뒤로 한 번도 흔들리지 않던 단테의 눈에 미세한 흔들림이 일어났다.

“···!”

그는 처음으로 환하게 웃으면서 떨리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단테를 향해 나직이 말했다.

"사실 자네도 알고 있던 것 아닌가?"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연재를 시작한 수문학도 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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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짧은 이별 (1) 19.07.03 30 3 13쪽
64 졸업 (4) 19.07.01 33 2 9쪽
63 졸업 (3) 19.06.28 38 2 11쪽
62 졸업 (2) 19.06.26 5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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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길 (2) 19.05.31 35 3 10쪽
55 길 (1) 19.05.29 26 3 11쪽
54 먼지 쌓인 도서관 (4) 19.05.27 34 3 10쪽
53 먼지 쌓인 도서관 (3) 19.05.24 40 3 10쪽
52 먼지 쌓인 도서관 (2) 19.05.22 38 3 10쪽
51 먼지 쌓인 도서관 (1) 19.05.20 36 3 9쪽
50 점성술사 (2) 19.05.15 30 3 9쪽
49 점성술사 (1) 19.05.13 35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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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반격 (4) 19.05.08 50 3 12쪽
46 반격 (3) 19.05.06 44 3 10쪽
45 반격 (2) 19.05.03 38 3 10쪽
44 반격 (1) 19.05.01 50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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