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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학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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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수문학도
작품등록일 :
2019.03.04 13:13
최근연재일 :
2019.07.12 18: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6,552
추천수 :
255
글자수 :
329,437

작성
19.05.03 18:00
조회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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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반격 (2)

“나는 결코 그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작가로서 어느 정도까지 나는 평범한 사람들을 나의 친구로 삼아 왔다. 하지만 현재 내가 대중과 맺고 있는 관계에 관해서 보면, 나는 다시 한 번 후손들을 나의 신뢰할 수 있는 친구로 삼아야만 한다. 누군가에 대해서 웃고 있는 똑같은 사람들이누군가의 진정한 친구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쇠렌 키르케고르 , 《일기》




DUMMY

“지시하신 대로 사람들을 풀었지만 아직 들려오는 정보는 없습니다.”

별다른 소식이 없어 아쉬운 듯한 칸은 입맛을 다셨다.

“일단 사람을 더 풀어 찾는 영역을 확대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도련님.”

요한은 다시 밖으로 나가려 하는 칸을 붙잡았다.

“조합 쪽은 어떻게 됐나요?”

“아, 가장 먼저 말씀드린다는 것을 깜빡했군요. 죄송합니다.”

칸은 자신의 실수가 민망한 듯 헛기침을 몇 번 하고서 목을 가다듬었다.

“걱정이 컸었지만 푸아티에 공작 각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저희가 꼬투리 잡힐 만한 것은 없게끔 처리했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들려오는 소식이 있으면 바로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도련님도 피곤하실 텐데 어서 주무세요.”

칸이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서자 문틈사이에서 끼이익 거리면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후.”

캄캄한 방 안에 혼자 남게 되자 진이 빠진 요한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낮에 있었던 일 때문에 겪어 보지 못했던 엄청난 피로감이 그를 덮쳤다.

“···.”

방금 전까지 검은 빛으로 일렁거리는 활을 쥐었던 왼손을 펴 손바닥을 졸린 눈으로 바라봤다.

“앞으로 저런 것들하고 부딪혀야 하는 건가···.”

‘그것만은 피하고 싶은데’

속으로 읊조린 요한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쉬고 있는 이 순간에도 함께 있던 사람들은 다음 대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요한도 그들을 돕고 싶었으나 이제껏 쓰지 않았던 근육들이 발버둥 치면서 그를 붙잡았음은 물론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우기는 칸 집사 때문에 일단 쉬고 내일 합류하기로 했다.

힘들게 앉아 있는 몸을 그대로 침대 속으로 파고들자 몇 초 후엔 꿈나라로 떠나 버릴 것 같았다. 요한은 고개를 흔들어 억지로 몰려오는 잠을 걷어냈다.

“거기 있어요?”

비록 지금 밖의 일에 대해 그가 관여 할 수 없는 것은 없었지만 할 일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

낮은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처음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 하마터면 기절할 뻔 했지만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 요한이 먼저 그를 찾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당신이 말한 ‘위험한 일’ 이라는 거가 이런 건가요?”

예상과는 다르게 바로 답변이 들려오지 않았다.

‘이번 일은 내 예상에서 벗어난 일이긴 하지만 큰 범주에서 보면 그렇다네.’

“그러면 예상했던 일이란 것은 뭔가요?”

이것보다 더 위험한 일이 있다면 사양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 설명해준다면 이라클리오의 사람들이 너를 찾아오는 일이 있지.’

“낮에 왔던 사람은 마법 왕국 사람이 아니란 말 인가요?”

요한은 레-솔리튜드의 대학에 다녔지만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마법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지만 낮에 보았던 마리의 등뒤에서 나타났던 거대한 손은 마법이 아니라하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을 일이었다.

‘엄밀히 말해서 그자는 섬사람이 아니라네. 자네 친구인 ’단테‘라는 아이와 같은 부류지.’

“반쪽자리라는 말 인가요?”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남자는 친구인 단테를 ‘반쪽자리’라고 칭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순수한 섬사람이 아닌 사람들을 깎아내리는 왕국 내의 얕잡아 부르는 말이었다.

‘반쪽자리는 아니고 섬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지.’

“그 사람도 레-솔리튜드 출신인가요?”

현재 섬 외부에 있는 마법 왕국 사람들은 표면적으로 레-솔리튜드에 대부분 거주했으므로 요한의 생각은 타당한 질문이었다.

“아니, 그녀는 ‘잃어버린 해안’ 출신이야.”

머릿속에 있던 울림은 더 선명해져 마치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어졌다. 덕분에 요한을 덮쳤던 졸음이 사그라들고 정신이 또렷해졌다.

“잃어버린 해안이요?”

“그래.”

아까까지만 해도 경어를 사용하던 그는 자신과 비슷한 말투를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요한은 개의치 않았다.

“아마 너희의 역사에서는 사라져 버린 것 같은데 몇 백 년 전 지금의 마법 왕국과 같은 혈통을 지닌 나라들이 서대륙에 몇몇 있었어.”

요한이 읽었던 역사서에서는 그런 내용이 없었기에 그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처음으로 남자가 싱긋 미소 지었다.

“내 추측이지만 이라클리오에서 인위적으로 기록을 지웠을 거라 생각해. 그 대가로 낮에 만났던 여자가 그런 꼴이 된 거겠지.”

누워있던 요한은 자세를 고쳐 허리를 세워 남자의 이야기를 경청할 자세를 갖췄다.

“서대륙에 있던 나라들은 투르네 제국의 마수에 하나 둘 씩 스러져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나라가 오보드리테라는 작은 왕국이었어.”

말을 멈춘 남자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자네의 친구와 이야기하던 사람이 그 여자의 이름을 에나스 이에나 라고 했었지?”

“네.”

세간에 알려진 이름은 ‘마리’였지만 푸아티에 공작은 어째서인지 그녀의 본명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는 그 까닭을 알고 있는 듯 했다.

“이에나 가문은 오보드리테의 왕가의 성씨였어. 그러니 아마도 그녀는 마지막 왕인 레페아 이에나의 딸 일거라고 생각해.”

“잠깐만요. 그렇다면 그녀는 지금 몇 살 인거죠?”

방금 전 오보드리테 라는 나라는 수백 년 전의 나라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이미 죽어야 할 나이가 아닌가? 혹시 마법으로 수명이 길어지기라도 한 것인가?

“마법의 영향이 있긴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 해도 그 정도만큼 올해 사는 것은 드물어. 특히 망국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남자는 쓴 입맛을 다셨다.

“그녀는 아마 재료로써 셀 수 없는 오랜 세월을 섬 아래 ‘탑’에 갇혀 이용당했을 거 같아. 그 증거는 그녀의 머리카락이지.”

“확실히 그 사람 머리카락이 특이하긴 했어요.”

싸움에 집중하느라 자세히 볼 틈이 없긴 했지만 테온에 버금가는 칠흑 같이 어두운 검은색과 이질적으로 섞여 있는 다갈색은 그의 뇌리에도 강렬히 박혔다.

“처음부터 그런 색깔은 아니었을 거야. 굳이 비교하자면 네가 데리고 다니는 여자의 머리색보다 더 하얀 눈 같은 색깔이었겠지. 재료로써 이용당하면서 그 힘을 잃고 지금의 머리색이 되었을 거고.”

“이용당했다니 안타깝군요.”

“너의 적인대도?”

남자는 뜻밖의 말에 놀란 듯이 눈이 커졌다. 요한은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저의 적일지는 몰라도 그녀가 안타깝다는 감정을 가진 것은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넌 상냥한 사람이구나?”

방금 전보다 더 놀라움이 더해져 나온 악의나 비꼼이 없는 순수한 감탄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요한은 피식 웃었다.

“네. 제가 동정을 한다 해서 그녀와 적대하는 것을 멈추지 않겠지만요.”

남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와 이야기하는 이 소년은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친절했지만 어떨 때는 무서울 만큼 맺고 끊음이 명확했다. 그 점만은 많은 것이 비슷한 자신과는 다르게 명확히 구분되는 이질적인 점이었다.

“그녀가 이곳으로 온 것으로 보아 그 소녀와 같은 심판자들의 명맥이 끊긴 것은 확실해졌군.”

“소녀요?”

“아까 말했던 너희들이 샀던 소녀 말이야. 그녀는 심판자의 피를 이은 여인이야.”

이번에는 요한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도서관장의 딸 일 텐데요?”

지금까지 보아왔던 티아의 모습은 심판자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문득 낮에 그녀가 적과 대치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섬에서 쫓겨났을 때 심판자의 후손들의 기억을 훼손해 잊게 만든 거겠지.”

“섬이 그렇게 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남자는 바로 대답하는 대신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섰다.

“글쎼 직접 가보지 않은 이상 확답을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다만 내 추측을 들려 줄 뿐이지.”

“그거라도 괜찮아요.”

요한의 빛나는 눈을 수 초간 바라본 남자는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너희가 장벽이라고 부르는 것을 유지하기 위해선 아까 말했던 에나스 이에나와 같은 재료가 필요해.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던 것 같았지만···.”

남자는 말끝을 흐렸다.

“지금은 문제가 생겼군요.”

“너는 너희들의 도시에 섬사람들이 이주해 온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해?”

갑자기 이야기가 옆으로 빠지자 요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요. 그거와 지금의 이야기가 관련이 있나요?”

“응.”

짧은 대답이 들려오자 요한은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몇 초간 생각하자 짚이는 것이 있었다.

“혹시 5명의 출입자를 뽑는 시험과 관련이 있나요?”

남자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만큼은 처음 봤을 때의 엄숙했던 느낌과 같았다.

“그들은 새로운 재료를 찾는 거야. 그렇기에 대학을 세우고 사람들을 선별하는 거겠지.”

“···.”

생각지도 못했던 충격적인 이야기가 그의 입 밖으로 나오자 요한은 입을 벌려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렇다면 더더욱 너는 섬으로 들어가서도 들어가려해도 안 돼.”

그와 만나기 전까지 요한은 단테와 마찬가지로 마법 왕국에 가서 더 공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사람은 강하게 반대하면서 요한의 생각을 저지했다. 하지만 요한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고 그 타협점으로 티아를 섬으로 보내자는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가 왜 그렇게 반대했는지 이해가 갔다.

“나는···인 너를 그들의 손아귀에 넣게 할 수 없어.”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연재를 시작한 수문학도 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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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졸업 (3) 19.06.28 38 2 11쪽
62 졸업 (2) 19.06.26 52 3 9쪽
61 졸업 (1) 19.06.24 47 3 9쪽
60 길 (6) 19.06.10 52 3 7쪽
59 길 (5) 19.06.07 28 3 10쪽
58 길 (4) 19.06.05 33 3 9쪽
57 길 (3) 19.06.03 35 3 10쪽
56 길 (2) 19.05.31 35 3 10쪽
55 길 (1) 19.05.29 26 3 11쪽
54 먼지 쌓인 도서관 (4) 19.05.27 34 3 10쪽
53 먼지 쌓인 도서관 (3) 19.05.24 40 3 10쪽
52 먼지 쌓인 도서관 (2) 19.05.22 38 3 10쪽
51 먼지 쌓인 도서관 (1) 19.05.20 36 3 9쪽
50 점성술사 (2) 19.05.15 30 3 9쪽
49 점성술사 (1) 19.05.13 35 3 10쪽
48 반격 (5) 19.05.10 27 3 10쪽
47 반격 (4) 19.05.08 4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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