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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조 재벌가 첩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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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작가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8 10:13
최근연재일 :
2024.09.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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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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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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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24화 미끼

DUMMY

***


문래동 복덕방.




사랑방 역할을 겸하고 있는 복덕방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장기를 두는 동네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거 차를 앞으로 뺐어야지···. 그러길래 내가 뭐랬나?”

“이제 졸을 내주고 포를 움직이는 수밖에 없지.”


냉장고에 요구르트를 넣은 복덕방 사장.

시간을 확인한 뒤 이들에게 말했다.


“좀 이따 중요한 손님이 올 거야. 다들 그만하고 두어 시간 다른데 다녀들 오게.”

“우릴 쫓아내는 거 보니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장관이라도 오는 건가?”

“지금은 나도 정확히 모른다네. 잠깐이면 되니 다들 정리하고 마실이나 다녀오게.”


친구들을 잠시 밖으로 내보낸 노인은 빗자루를 들고 분주히 손님맞이를 위한 준비를 했다.

한숨 돌리며 물을 마시고 있을 때 복덕방 문이 열렸다.


“어서 오십시오.”


고개를 돌리자 강현의 말대로 휠체어에 타고 있는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저것 물을 게 있어서 왔습니다.”

“보시다시피 한가합니다. 이쪽으로 오시겠습니까?”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한눈에 봐도 보통 사람은 아닌 듯 보였다. 자리를 안내한 노인은 냉장고 문을 열어 마실 거리를 내왔다.


“궂은 날씨에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들 한 잔씩 드시지요.”


강현의 부탁대로 가 교수와 위 비서에게는 음료수를 설 회장에게는 요구르트를 건넸다.


환각통으로 다리가 쑤시던 터라 설 회장은 요구르트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이걸 좋아하는 건 어찌 알았습니까?”

“우리 나이쯤 되면 이렇게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 무릎이며 허리며 여기저기 쑤시는 게 일 아니겠습니까?”

“선생도 저처럼 요구르트를 즐겨 드십니까?”

“요 작은 게 얼마나 신통방통한지 어지간한 약보다 훨씬 낫습니다.”


설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요구르트 3개를 단숨에 들이켰다. 반면 음료수를 마시는 위성일 비서는 뭔가 석연치 않은듯했다.


‘냉장고에 있었다고 하기에 이 콜라는 너무 미지근해···. 하지만 요구르트는 회장님께서 좋아하시는 적당한 온도야.’


마치 준비된듯한 요구르트가 맘에 걸렸지만, 이 정도 우연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었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설 회장의 통증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다행히 좋아졌어. 신경 쓸 거 없네.”

“알겠습니다.”


지긋지긋한 통증이 잠시 가라앉았다.

평정심을 되찾은 설 회장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애들마냥 사이다며 콜라를 마시면 영 속이 거북스러운데 요놈은 크기도 적당하니 아주 좋습니다.”

“그러믄요. 저도 이것저것 다 마셔봤는데 아직 이만한 건 찾지 못했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가끔은 요물처럼 느껴집니다.”

“가격도 싸고 맛도 좋으니 더할 나위 없습죠.”


복덕방 노인은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가며 설 회장을 유심히 살펴봤다.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휠체어, 말끔한 정장, 옆에 있는 두 사람까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대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그나저나 궁금한 게 있다고 하셨는데 제가 알고 있는 거라면 뭐든 말씀드리겠습니다.”

“태한제분이 이 동네 작은 공장들하고 다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공장 쪽이라면 제가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노인은 이 동네 상황에 대해 10여 분간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경청하던 설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양측 의견이 많이 달라 보입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상인들이 쪼개서 안 판다고 하는 바람에 어지간한 큰 손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거래될 가능성은 낮은 게 사실입니다.”


가 교수의 말대로 이곳은 공장부지로 활용하기에 손색없었다. 게다가 상인들이 엄청난 보상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크게 문제 될 것도 없었다.


계산을 끝낸 설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종료했다.


“아무튼,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평생 해온 일입니다. 괘념치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요구르트 잘 마셨습니다.”

“비 오는데 천천히 살펴 가십시오.”


자리에서 일어난 위성일 비서는 복덕방 문을 연 뒤 휠체어 손잡이를 잡았다.


“밖으로 모시겠습니다.”

“비 오는 거 신경 쓰지 말고 동네 두어 바퀴 돌아보고 가지.”

“알겠습니다.”


휠체어를 밀고 밖으로 나갔다.

그 순간 골목 어귀에서 점차 멀어져가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저 뒷모습은······. 서기범 대리 같은데······. 그럼 설마? 도련님께서 여기를 방문하신 건가?’


재빠르게 추측해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있을 리 만무했다. 심지어 이곳은 상업지구였다. 공장만 즐비한 이곳에 강현이 방문할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잠시 다른 생각에 빠진 위 비서는 휠체어를 밀지 않았다. 요구르트 덕분에 기분이 한결 나아진 설 회장이 슬쩍 농담을 건넸다.


“비도 오고 하니 헤어진 첫사랑이라도 생각나는 건가?”

“죄송합니다. 잠시 바람이 부는 방향을 살펴봤습니다. 이쯕 방향으로 먼저 모시겠습니다.”

“두어 바퀴 돌아보면 답 나오는 거 뻔하니 자네 편한 대로 움직이게.”

“알겠습니다.”


위 비서는 서기범을 목격한 반대 방향으로 휠체어를 끌었다.






***


동교동.



문래동에서 일을 마친 강현은 동교동에 도착했다.


“서 대리님. 비 오는 날 운전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아닙니다. 중고차라도 생겨서 도련님 편하게 모시게 돼서 저도 좋습니다.”

“저녁 식사하고 가실래요?”

“저도 그러고 싶지만···.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셔서요.”

“그럼 얼른가보셔야죠. 이 앞에서 세워주세요.”

“알겠습니다.”


차량이 정차하고 강현이 안전벨트를 풀 때 고심하던 서기범이 조심스레 물었다.


“저···. 도련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마지막 그 일이 맘에 좀 걸려서요. 정말 괜찮은 거 맞습니까?”

“위 비서님 눈썰미가 걱정되는 거예요?”

“예. 맞습니다. 아무리 우산을 쓰고 있었다 한들 그 정도면 대번에 저라는 걸 알아챘을 겁니다.”


강현은 계획적으로 위 비서가 알아볼 수 있도록 적당한 떡밥을 던졌다. 서기범은 이 점이 못내 불안했다.


“도련님께서 알박기한 거 회장님께서 알게 되시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근데 굳이 힌트를 왜 주셨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 갑니다.”

“일종의 충격 완화라고 보면 돼요.”

“위 비서님을 적당히 이용한다는 말씀이세요?”

“네. 제 계획대로 눈치챘다면요.”


알 듯 말 듯한 오묘한 답변에 서기범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그럼 회장님께 바로 보고 된다는 겁니까?”

“확실하지 않으면 위 비서님은 입 열지 않아요. 대신 차이는 확실히 느끼겠죠.”

“아···. 다른 손자분들하고······. 예. 이해했습니다.”

“시간 늦었어요. 구체적인 얘기는 내일 하고 얼른 들어가세요.”

“알겠습니다. 도련님.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차에서 내린 강현은 멀어져가는 서기범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 순간 누군가 강현을 부르며 다급히 달려왔다.


“강현아! 강현아 잠깐만···.”


굳이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은 없었다. 시선을 고정한 채 상대를 유심히 바라봤다.


“어? 아저씨?”

“어떻게 한눈에 알아봤네? 잘 지냈니?”

“예. 그건 그렇고 설마 저를 찾아오신 거예요?”


강현을 꼭 만나야 하는 이세현은 밥도 먹지 않은 채 대문 앞에서 종일 기다렸다.


지치고 고됐지만, 내색한다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저씨가 너한테 꼭 할 말이 있어서.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이 보낸 거라면 한마디도 하지 않을 거예요.”


친부에 대한 적대감이 얼마나 심했는지 강현은 아버지를 항상 그 사람이라 칭했다.


“네가 기철이 얼마나 싫어하는지 아저씨가 모르겠니?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비록 친부의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이세현은 믿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 강현의 상황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이에 대해 입을 단 한 번도 연 적 없었다.


본론을 꺼내기 들기 민망한 듯 대뜸 축하인사부터 건넸다.


“한국대 수석 합격했다면서? 축하한다.”

“아저씨. 그것 때문에 오신 게 아니잖아요. 괜찮으니까 용건 말씀해보세요.”


한참이나 주저하던 이세현이 말했다.


“실은···. 너 때문에 명동이 반쯤 뒤집혀졌어. 혹시 알고 있니?”

“아니요. 전혀요.”

“삼강정유 투자했잖아. 그 소문이 지금 명동에 파다해. 증권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강현이 너 찾고 있어.”


커다란 리본 크기에 비해 내용물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그 투자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보려고 오신 거예요?”

“응 맞아. 뭐 하나만 물어볼게. 솔직히 대답해 줄 수 있을까?”

“들어보고 결정할게요.”

“아저씨가 볼 땐 네 투자는 절대 운이 아니거든? 왜 삼강정유를 선택했는지 물어봐도 될까?”


굳이 솔직히 답변해줄 이유는 없었다.

강현은 심드렁한 얼굴로 대답했다.


“운이 좋았던 것뿐이에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의미를 덕지덕지 발라서 대단해 보이는 것뿐이고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타이밍이 너무 예술이야. 이 바닥에서 십수 년 구른 나도 이해할 수 없는 결과거든.”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예요.”


몰아붙여봤자 강현이 어떻게 나올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이세현은 달콤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 들었다.


“일단 왔으니까 말은 전달할게. 아저씨 다니는 회사에서 너한테 학비며 장학금 전부 다 지원해줄 거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저씨는 제가 돈 걱정할 필요 없다는 거 아시잖아요.”

“그렇긴 한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어서···.”

“공적인 업무는 여기서 끝내죠. 회사 복귀하셔서 아무것도 건진 거 없다고 하세요.”


이세현이 제 발로 굴러들어왔는데 걷어 차버릴 이유는 없었다. 강현은 꽤 매력적인 제안을 꺼내 들었다.


“사적인 부탁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요.”

“어? 뭐든 말만 해. 아저씨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해줄게.”


강현이 삼강그룹을 집어삼키기 위해서는 설씨일가의 지분 변동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인터넷은커녕 통합전산시스템도 도입하기 전이었다. 확인한다 해도 시간이 무척이나 많이 걸렸고 심지어 직접 발로 뛰어야 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바로 증권사 직원인 이세현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었다.


강현은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꺼내 들었다.


“삼강그룹 전 계열사 대주주 지분 변동 있을 때마다 저한테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시간은 좀 걸리긴 하는데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아저씨가 발이 좀 넓거든.”

“저를 제외한 다른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되고요. 어떻게 가능하시겠어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기에 이세현은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은 가방에서 쪽지와 펜을 꺼내 무언가를 써 내려갔다.


“아저씨가 저한테 해주는 만큼 그 보답은 충분히 드릴 거에요.”

“아니 괜찮아. 어떻게 친구 아들한테 돈을 받을 수 있겠니?”

“명동에서 돈 보다 더 중요한 게 뭔지 아시죠? 이 정도면 부족하지는 않을 거예요. 확인해보시겠어요?”


이세현은 건네받은 쪽지를 확인했다.


“대보건설? 설마 이걸 지금 당장 사라는 뜻이니?”

“정확히 반대에요. 내일 오후에 문제가 터질 거예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과 정반대의 답변이었다. 쉽사리 이해할 수 없던 이세현이 재차 물었다.


“강현아 네가 잘 모르나 본데 여기는 실적이 꽤 좋은 회사야. 문제가 터진다는 건 말이 안 돼.”

“길게 설명 안 드릴게요. 가지고 있는 물량 내일 전부 매도하세요.”

“일단 알았어. 그럼 아저씨는 뭘 해주면 될까?”


이세현의 능력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아주 괜찮은 건수가 있었다.


“설가윤 씨가 차명으로 삼강정유를 샀어요. 얼마나 매수했는지 확인 가능하시죠?”

“얼마든지. 이 내용은 비밀로 해야 되는 거 맞지?”

“네. 아저씨 입 무게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질 거예요. 명심해주세요.”

“알았어. 그렇게 하고 내일 바로 확인 전화 줄게.”

“감사합니다. 시간 늦어서 먼저 들어가 볼게요. 조심히 가세요.”


같은 시각 설 회장의 지시를 받은 설가윤은 문래동 공장부지 매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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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 미끼 NEW +1 2시간 전 648 23 13쪽
23 23화 요구르트 +3 24.09.19 2,652 68 12쪽
22 22화 곡해 +1 24.09.18 3,403 78 14쪽
21 21화 알박기 +2 24.09.17 3,750 86 13쪽
20 20화 명당 +1 24.09.16 4,154 77 13쪽
19 19화 파급 +6 24.09.15 4,319 80 13쪽
18 18화 무게 +3 24.09.14 4,376 87 13쪽
17 17화 낯꽃 +1 24.09.13 4,504 87 13쪽
16 16화 아연실색 +1 24.09.12 4,612 84 12쪽
15 15화 적중 +1 24.09.11 4,673 83 11쪽
14 14화 비책 +2 24.09.10 4,596 81 11쪽
13 13화 영험 +1 24.09.09 4,671 86 12쪽
12 12화 이목 +3 24.09.08 4,774 87 12쪽
11 11화 집중 +2 24.09.07 4,929 77 13쪽
10 10화 가중 +4 24.09.06 5,140 79 10쪽
9 9화 제안 +4 24.09.05 5,194 86 15쪽
8 8화 선물 +4 24.09.04 5,232 90 13쪽
7 7화 운수 +5 24.09.03 5,434 87 12쪽
6 6화 시험대 +9 24.09.02 5,932 95 13쪽
5 5화 기적 +5 24.09.01 6,076 100 11쪽
4 4화 운명(2) +6 24.08.31 6,033 99 12쪽
3 3화 운명 +3 24.08.30 6,309 93 11쪽
2 2화 추락 +5 24.08.29 6,443 96 12쪽
1 1화 푸대접 +4 24.08.29 7,824 8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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