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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조 재벌가 첩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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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작가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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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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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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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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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화 집중

DUMMY

***


동교동.



정성스레 깎은 과일을 쟁반에 옮겨 담은 좌혜주 여사. 강현의 방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공부도 좋지만 좀 쉬엄쉬엄해.”

“열심히 해야죠. 시험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이러다 우리 강현이 몸이라도 상하면 어떡해?”

“괜찮아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이모가 시장가서 제일 맛있는 과일만 사 왔어. 얼른 먹어봐.”

“네. 잘 먹을게요.”


강현이 과일을 입에 넣으려는 찰나 초인종 소리가 집안을 가득 메웠다.


“이 시간에 누구지?”

“제가 나가볼게요.”

“먹고 있어. 이모가 나갔다 올게.”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고 커다란 가방을 든 위성일 비서가 들어왔다.


이 시간에 찾아오는 건 흔히 있는 일이 아니었다. 좌혜주 여사는 혹시 나쁜 소식이 있는 건 아닐까 내심 불안했다.


조심스레 눈치 보며 입을 열었다.


“비서님 식사 안 하셨죠? 제가 저녁 차려드릴게요. 드시고 가세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조금 전 밥 먹었습니다.”

“그럼 과일이라도 내올게요.”


불안한 시선 처리, 미세하게 떨리는 음성.

좌 여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도련님만 잠깐 뵈면 됩니다. 그리고 여사님······. 나쁜 소식은 없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어휴 다행이네요. 혹시나 뭐라도 있을까 봐 맘이 조마조마했어요.”


그제야 맘이 놓인 좌 여사는 강현의 방문을 열었다. 눈이 마주친 위 비서는 공손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늦은 시간에 찾아봬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조용히 자리에 앉은 위 비서.

거두절미하고 가방을 건넨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회장님께서 지시하신 천만 원입니다. 운용 기간은 두 달이며 원하시는 어디든 투자하셔도 됩니다.”


가방을 열어 자금을 확인한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시작치고 나쁘지 않네요.”


이전 생, 설대호 회장은 손자들까지 시험대에 올리며 경영자로서 자질을 일찌감치 저울질했다.


겉보기에 공정한 듯 보였지만, 사실 이는 강현에게 무척 불리한 룰이 적용된 테스트였다.


다른 가족들은 강현과 달리 사회적 지위와 충분한 인맥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고등학생인 강현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떻게든 기회를 부여잡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며 밤낮으로 공부하고 투자를 시도했지만, 그들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결과 설대호 회장 한켠에 남아있던 실낱같은 기대감마저 산산이 무너져내렸다.

이후 경제적 지원마저 끊으며 강현은 한동안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시발 자동차 선물로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알린 시점이었다.


이번 투자마저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설대호 회장은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좌 여사가 건넨 과일을 강현에게 공손히 건네며 질문을 꺼내 들었다.


“도련님. 혹시 어디에 투자하실지 염두에 두고 계신 곳이 있습니까?”


모든 계산이 끝난 상태였지만, 굳이 대답할 필요 없었다. 의뭉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차차 알아봐야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셨다면 제가 미약하지만 도움 드릴 수 있습니다.”

“괜찮아요. 저 혼자서도 충분해요.”

“도련님. 오해 없이······.”


위 비서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제가 승산 없는 게임을 시작한 것처럼 보이세요?”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뭐든지요.”

“제가 우려하는 부분은 같은 자금으로 시작했지만, 분명 이는 공정한 게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기다렸다는 듯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단순히 수익을 얻기 위한 테스트가 아니라는 점은 도련님께서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높은 수익률을 거두기 위해 사장님들께서 움직이실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정보 격차로 인해 제 승산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거북하게 들리시겠지만, 사실입니다.”


위 비서의 의견은 매우 합리적이고 지극히 상식적이었다.

다만 한가지 계산하지 못한 게 있었다.

바로 강현의 머릿속이었다.


이미 큼지막한 사건의 시작과 끝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위 비서의 우려와 달리 사실 승패는 이미 정해진 것과 다름없었다.


“어떤 의견인지 충분히 알았어요.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까지 없어요.”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강현은 단호히 거절했다. 맘을 돌리기 위해 한 번 더 간청했다.


“저···. 도련님 이건 지나치게 불공정한 게임입니다. 사장님들이 가지고 계신 정보는 보통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강현이 보통 사람이었다면, 위 비서의 제안을 수락하고 보다 나은 방법을 강구했을것이다.


반면 강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생각의 깊이가 달랐다.


“왜 그쪽만 무기를 들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예?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그런 정보를 쥐고 있을 가능성도 있잖아요.”


전전긍긍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강현의 눈빛과 말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다소 놀란 위 비서가 황급히 되물었다.


“혹시 뭔가를 알고 계신다는 겁니까?”

“그건 나중에 알게 되실 수 있고요. 우선 부탁하나 먼저 드릴게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최대한 협조해드리겠습니다.”

“내일 학교 빠질 수 있도록 해주시고 오전에 잠깐 동행해주세요.”


동행 요청은 무언가 있음을 뜻했다.

다른 담당자를 붙여도 충분했지만, 호기심이 동한 위 비서는 제안을 곧장 수락했다.


“가능합니다. 그렇게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증권거래소요.”

“설마 그 돈을 전부 주식에 넣겠다는 말씀입니까?”

“겸사겸사요. 학생이라고 투자제한 있는 건 아니지만, 고등학생이 천만 원 들고 가면 이것저것 캐물을 게 분명해요.”

“알겠습니다. 제가 보호자 역할을 대신해드리겠습니다. 그럼 내일 오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위 비서가 마지막 말을 전달했다.


“지금, 이 시각부터 원하실 때 언제든 한남동에 출입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가족 단위 행사에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 할머니 뵈러 갈 수 있겠네요.”

“그리고 한가지 여쭤볼 게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궁금하신 점입니다.”

“시발 자동차가 대전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냐는 말이죠?”


단순히 눈치 빠른 수준이 아니었다.

상대의 속을 꿰고 있는 느낌이었다.

위 비서는 다시 한번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은 채 태연히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원천 기술을 함부로 발설할 수 없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위 비서가 뒤돌았을 때 강현의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만약······. 제가 형들을 이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할아버지께서 기뻐하실까요? 아니면 형들을 원망할까요?”


쉽지 않은 질문이었음에도 위 비서는 신중히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현실적으로 본다면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변하지 않는 것은 세상에 없다는 것입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배웅을 마친 뒤 다시 책상에 앉은 강현.

눈가림을 위해 정중앙 놓인 교과서를 치우자 메모가 빼곡히 적혀 있는 공책이 놓여 있었다.


“2차 오일쇼크······. 이 정도면 충분해···.”




***


다음날 오전 명동.



약속장소에 일찌감치 도착한 위성일 비서.

신중한 성격으로 얼굴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피부는 푸석했고 다크써클 또한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강현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도무지 예측 불가능했다.


“단순히 증권투자만으로는 다른 사장님들을 이길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 그런데 왜 이런 선택을 하신 걸까?”


의중은 파악할 수 없었지만,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대감이 맘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만약 도련님께서 투자에 성공하신다면······.”


때마침 약속장소에 도착한 강현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왜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항상 미리 움직이다 보니 일찍 오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식사는 하셨어요? 배고프시면 국밥이라도 한 그릇 하실래요?”

“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럼 시간 얼추 됐으니까 일부터 처리하고 밥 먹죠.”

“알겠습니다. 증권사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위성일 비서는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이 게임이 얼마나 강현에게 불리한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설백철을 포함한 다른 가족들은 충분한 사회적 지위와 인맥을 지니고 있었다.

당연히 여러 정보를 통해 꽤 괜찮은 수익률을 올릴 가능성이 컸다.


반면 사회적 지위는커녕 고작 학생인 강현에게 그런 것이 있을 리 만무했다. 총을 든 상대에게 맨손으로 덤비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길을 걸으며 한참이나 고심하던 위 비서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가 감히 주제넘게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 테스트···. 도련님께 매우 불리하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그 사람들이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죠.”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단순히 주식만 활용하는 건 그닥 좋은 방법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미 모든 계획을 세워둔 강현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하지 않겠어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일단 가서 설명해드릴게요.”


때마침 목적지에 도착한 위 비서가 말했다.


“이곳이 제가 말씀드린 평동증권입니다.”


강현은 무슨 생각인지 발걸음을 멈춘 채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기 말고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안평증권으로 가죠.”

“예? 예. 알겠습니다.”


육교를 건너 길을 건넌 두 사람은 안평증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객장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위 비서가 차분히 설명을 시작하려는 찰나 강현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주문서를 꺼내 빠르게 기입하기 시작했다.


“도련님. 객장에 오신 건 처음 아닙니까?”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어제 신문 좀 찾아봤어요.”

“그럼 이제 종목 선택만 하시면 됩니다.”

“벌써 끝났어요.”

“예? 어느 회사에 투자할지 벌써 결정하셨단 말씀입니까?”

“확인해보시겠어요?”


종목을 확인한 위 비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강현이 선택한 종목은 다름 아닌 삼강정유였기때문이다.


1차 오일쇼크 이후 곤두박질친 영업이익 덕분에 주가는 몇 년째 옆으로 기고 있었다.


호재 역시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하지만 이는 절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위 비서는 설 회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고 있는 만큼 그룹 내부 사정에 매우 밝았다.


강현의 이 선택은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었다.


“처···. 천만 원 전부를 삼강정유에 투자하신다는 말씀입니까?”

“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도련님.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면 안 되겠습니까? 분산투자라는 괜찮은 대안도 있습니다.”

“패는 열어보기 전까지 모르는 거예요. 이미 선택은 끝났어요.”


강현은 주문표와 함께 가방에 들어있던 돈 전부를 꺼냈다.


“삼강정유 주문 넣을게요.”


고등학생이 천만 원을 꺼내 들자 증권사 직원은 꽤 놀란 듯 잠시 주저했다.


“천만 원 전부 말씀하시는 거죠? 옆에 계신 분은 보호자 되시고요.”

“예. 맞아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의자에 앉아 잠시 기다렸다.

체결 업무를 마친 직원이 말했다.


“설강현 씨! 삼강정유 전부 체결됐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근심 가득한 위 비서와 달리 강현은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객장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그런 강현을 유심히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안평증권 지점장이었다.


“이 대리! 바로 전에 저 친구 어떤 종목 샀어?”

“삼강정유 천만 원어치 시장가로 샀습니다.”

“천만 원이나?”

“예. 뭐 잘못됐습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자리를 옮긴 지점장은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다 수화기를 들어 한남동으로 전화를 걸었다.


“명동 김지혁 지점장입니다.”

“그래. 자네가 이 시간에 어쩐일인가?”

“여사님께서 말씀하신 인상착의와 비슷한 학생이 다녀갔습니다.”

“그래? 뭘 샀는지 확인은 됐겠지?”

“삼강정유 주식 천만 원어치 샀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종목 선택이었다.

이유는 위 비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음······.”

“혹시 뭐가 잘못됐습니까?”

“아니야 아무것도. 아침부터 고생 많았네.”

“예. 알겠습니다.”


강현이 어떤 투자를 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던 이정순 여사의 머릿속은 무척이나 복잡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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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적중 +1 24.09.11 4,083 7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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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영험 +1 24.09.09 4,105 75 12쪽
12 12화 이목 +2 24.09.08 4,199 7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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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가중 +3 24.09.06 4,523 68 10쪽
9 9화 제안 +4 24.09.05 4,566 76 15쪽
8 8화 선물 +2 24.09.04 4,615 78 13쪽
7 7화 운수 +3 24.09.03 4,786 76 12쪽
6 6화 시험대 +7 24.09.02 5,244 85 13쪽
5 5화 기적 +5 24.09.01 5,376 90 11쪽
4 4화 운명(2) +5 24.08.31 5,342 89 12쪽
3 3화 운명 +3 24.08.30 5,605 81 11쪽
2 2화 추락 +4 24.08.29 5,715 85 12쪽
1 1화 푸대접 +3 24.08.29 6,899 7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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