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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조 재벌가 첩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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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작가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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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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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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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화 운수

DUMMY

***


삼강고속 사장실.



장남 설백철은 인상을 잔뜩 구긴 채 위성일 비서와 통화하고 있었다.


“두 분을 만족시키면서 삼강을 떠올릴만한 선물을 준비해라?”

“회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뜬구름 잡는 얘기 아니야?”

“죄송합니다. 더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적당히 비싼 선물로 때우려던 설백철 입장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 지시였다. 더 이상 캐물어봤자 더 나올 수 있는 것도 없었다. 한숨을 내쉬며 화제를 전환했다.


“일단 알았어. 그건 그렇고 듣기로는 강현이가 어머니 비행기 못 타게 했다는데 사실이야?”

“예. 그렇습니다. 제가 옆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그럼 설마······. 그놈도 한남동에 온다는 건 아니겠지?”

“회장님께서 일회성으로 허락하셨습니다.”


좌우 맥락을 파악한 설백철이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뭔지 알겠다. 그래서 이런 지시를 내리셨구나. 맞지?”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안 봐도 비디오지 뭐. 면박주기 좋은 껀수 일부러 잡으신 거네. 알았으니까 끊어.”

“네. 사장님.”


설 회장의 지시를 그저 강현에게 면박 주기 위한 것으로 단단히 착각한 설백철은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미소지었다.


“꼴랑 생활비 타다 쓰는 놈이 무슨 돈이 있다고······. 안 봐도 뻔하다 뻔해···.”


때마침 사장실 문이 열리고 넷째 설가윤이 들어왔다. 이전 생 강현에게 옷 색깔이 다르다는 핑계로 똥개훈련을 시켰던 인물이다.


“야 넌 아무리 오빠 보러 왔다지만 기본적인 노크는 하고 들어와야 될 거 아니야.”


동생은 뭐가 그리 불만인지 입이 대빨 나와 있었다.


“아 몰라 짜증 나 죽겠어. 말 걸지 마.”

“너 입 조금만 더 나오면 한강 건너도 되겠다?”


이번 지시의 무게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설백철은 평소처럼 시시덕거리며 농담을 던졌다.


“오빠가 맞춰볼까? 위 비서 전화 받은 것 때문에 그렇지?”

“아니 난 백화점에서 제일 비싼 옷 준비했단 말이야. 근데 갑자기 아빠도 만족해야 되고 삼강을 떠올려야 된다는 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적당한 거 하나 사 들고 가면 되지 뭘 걱정을 사서 하고 있어?”

“난 아빠 가끔 이럴 때마다 머리에서 쥐 날 것 같다니까.”


다리를 꼰 채 한참이나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커피를 마시던 설가윤.

무언가 생각난 듯 손뼉을 찰싹 친 뒤 물었다.


“큰 오빠! 강현이가 엄마 비행기 못 타게 한 게 정말이야?”

“어. 위 비서한테 물어봤는데 사실이라네. 옆에서 다 지켜봤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아빠가 강현이 얼마나 싫어하는지 엄마도 알잖아. 한남동에 오라고 하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어머니 목숨 한번 살려준 건 맞는데 그래도 영 찜찜하단 말이야. 첩 자식 팔자 더러운데 괜히 왔다가 액운 낄 수 있잖아.”


이들 역시 설대호 회장처럼 근거 없는 말을 여전히 굳게 믿고 있었다. 강현에 대한 적개심 역시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오빠 실은···. 어제 아는 점집이 있어서 가봤는데.”

“용하다는 쌍문동 애기보살 말하는 거지?”

“어. 첩 자식은 재수 없는 팔자라 가까이하지 말고 집에 절대 들이지 말라고 했어.”

“근데 뭐 한번 온다고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겠어?”

“오빠! 지금 그 문제가 아니잖아!”


이들이 아무리 난리 친다 해도 설 회장의 결정을 바꿀 방법은 없었다.


“네 주둥이가 더 튀어나와서 저기 이북에 닿더라도 아버지는 절대 이번 결정 안 바꾸실 거야.”

“근데 아빠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시킨 거야?”

“어머니가 강현이 이제 집에 들이자고 옆에서 바람 넣었겠지. 아버지는 완강히 반대하셨을 테고.”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은 설백철이 말을 이어갔다.


“막말로 어머니가 준 돈으로 근근이 먹고사는 애야. 심지어 학생이고. 걔가 사봐야 뭘 살 수 있겠냐?”

“아! 이제 뭔지 알았어.”

“다음 장면 빤히 보이지?”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엔 부처만 보이는 법이다. 이들은 부모님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한 채 자의적으로 상황을 해석했다.


설가윤은 뭐가 그리 좋은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하고 비교도 안 될 초라한 걸 가지고 올 건 뻔할 뻔자고. 적당히 면박주면······. 다음에 오라고 제사를 지내도 안 올걸? 그치 오빠?”

“그렇지. 그러니까 이번 선물은 아버지 거까지 해서 돈 좀 쓰자고. 백화점에 내가 전화해둘게.”

“역시 큰 오빠야. 나 괜히 스트레스받았잖아.”


설백철 역시 뭐가 그리 좋은지 히죽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아버지 좋아하시는 거 뭔지 알지? 그놈이 절대 흉내도 못 낼 비싼 거로 한번 가보자고. 애들은 손편지 하나 추가하면 되고.”

“알았어. 그럼 나 지금 바로 백화점으로 갈게.”





***


강현과 위성일 비서는 대전행 기차에 몸을 싣고 있었다.


평온한 강현과 달리 위 비서의 머릿속은 어느 때보다 복잡했다.


‘도련님께서 어떻게 아신 걸까? 차 위치를 정말 알고는 계신 걸까?’


계란 껍질을 까며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어렵사리 입을 열려는 찰나 강현이 먼저 화두를 던졌다.


“그렇게 고민하지 마시고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셔도 돼요.”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얼굴에 쓰여 있어서요.”

“제가 감히 도련님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오해 말고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괜찮으니까 뭐든 말씀해보세요.”


새하얀 계란을 건넨 뒤 참고 참았던 질문을 꺼내 들었다.


“특별팀이 전국을 이 잡듯이 뒤져도 흔적도 찾지 못한 차량을 도련님께서 어떻게 알고 계신 겁니까?”

“그건 가보면 알게 될 거에요. 비서님은 시발자동차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세요?”

“55년 처음으로 출시된 자동차라는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음료수 캔을 개봉해 위 비서에게 건넨 강현이 설명을 시작했다.


“공식명칭은 시바르. 흔히 사람들은 시발자동차라 불렀어요. 미군이 폐기한 지프를 해체한 뒤 재활용해서 만든 차량이에요.”

“도련님께서 자동차에 이렇게 해박하신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할아버지께서 이 자동차를 찾는 이유겠죠?”

“회장님께서는 시발자동차를 무척이나 좋아하셨다고 가끔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본격적인 운송사업에 날개를 달아준 차량이라 무척이나 애지중지하셨어요.”


설대호 회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강현에게 이 정도는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몇 년 뒤 정부는 자동차관리법을 시행했어요. 품질이 조악했던 시발자동차는 전부 폐차 처리됐어요.”

“네. 회장님께서는 그 결정을 후회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사람 팔자처럼 자동차도 그런 게 있어요. 폐차 직전까지 갔는데 운 좋게 한대 살아남았어요.”

“어떻게 살아남았습니까?”

“돈도 있고 손재주도 있는 사람이 조용히 수집용으로 폐차장에서 사들인 거예요. 그러니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일 수밖에요.”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된 위성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희귀차량이면 협상 자체가 쉽지 않을 텐데 그럼 돈은 얼마나 줘야 합니까?”

“웬만한 액수는 눈도 깜빡 안 할거에요.”

“많이 쥐여 줘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협상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중요한 건 시간이에요. 그 차를 끌고 서울로 다시 가야 해요. 아시겠지만 저는 학생이라 면허가 없어요.”

“운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잠시 창밖을 내다본 강현이 화제를 전환하고자 다른 질문을 던졌다.


“비서님은 첩 자식 팔자가 재수 없다는 말 믿으세요?”

“믿지 않습니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자, 진시황, 원효대사에 대해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행이네요. 이번 역에서 내려야 돼요. 슬슬 일어나죠.”


그렇게 두 사람이 대전역에 도착했다.


“도련님 목적지가 어느 쪽입니까?”

“오봉산 근처에 제육볶음 잘하는 집이 있거든요. 시간 없으니까 택시 타고 움직이죠.”

“알겠습니다.”



한편 오봉산 근처에 있는 한 식당에서는 남편과 부인이 큰 소리로 다투고 있었다.


“여보! 여기 있던 돈 어디 갔어?”


뭔가 찔리는 게 있는듯한 남편은 애써 부인의 눈을 피한 채 퉁명스레 대답했다.


“잘 찾아봐 어디 있겠지. 돈이 발 달고 도망이라도 갔겠어?”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었다.

쌍심지를 켠 채 남편을 바라보던 부인은 전광석화처럼 달려와 등짝 스메싱을 날렸다.


“또! 또! 그 고물 샀지?”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 돈 모아야 된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내년에 첫째 대학 가면 학비는 어떡할래?”

“이번 건 진짜 보기 드문 거라서······.”

“아이고! 이 화상아. 쌔빠지게 일해서 굴러가지도 않는 그깟 고철덩이를 산 거야?”

“저기 폐차장 김 사장이 가지고 있던 거 싸게 받아온 거야.”


남자는 없는 형편에도 돈을 박박 긁어모아 올드카를 수집했다.


꽤 오래된 차를 타보는 것도 좋았고, 적당히 수리한 뒤 다른 수집가에게 넘겨 이문을 남기기도 했으니 이만한 재테크도 없었다.


한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돈이 오랫동안 묶이는 것이었다. 심지어 언제 팔릴지 기약조차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약이려니 기대해봤지만,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이것 역시 쉽지 않았다. 부인의 잔소리는 계속되었다.


“고철덩이가 무슨 돈이 된다고 저러는지 아이고 내 팔자야.”

“그래도 저번에는 30만 원 남겨 먹은 거 알잖아.”

“꼴랑 그거 하나 판 거로 여즉 생색내는 거야?”


부인 눈치를 살금살금 보다 소심히 반박했다.


“좀 기다려봐. 이번에 정말 급이 다르다니까?”

“다르긴 뭘 달라? 그놈이 그놈이지.”

“시발자동차라고 돈 주고도 못 사는 거야. 심지어 이건 그 유명한 삼강그룹 설대호 회장님이 타시던 차라고.”

“백번 천번 맞다고 쳐. 근데 이 차를 누가 웃돈 주고 사겠어? 어? 생각을 좀 하고 살아 이 화상아.”

“아니 차는 돈으로만 따지는 게 아니라···.”

“허튼소리 그만하고 제육이나 얼른 볶아. 아주 한 번 더 고물차 사기만 해봐. 그땐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릴 줄 알아.”


자신의 깊은 뜻을 몰라주는 부인 때문에 답답했던 남편은 크게 한숨을 내순 뒤 냉장고 문을 열어 제육을 꺼냈다.


프라이팬에 옮겨 볶으려는 찰나 강현과 위 비서가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 제육 2인분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이정순 여사의 생신 잔치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12시간뿐이었다. 서둘러 움직여도 부족한 판국에 강현은 식당부터 방문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건지 혼란스러워하던 위성일 비서가 조용히 물었다.


“도련님. 목적지가 이 근방입니까?”

“다 왔어요.”

“예? 무슨 말씀이신지···.”

“제가 말한 목적지가 여기예요.”


다른 사람도 아닌 이정순 여사의 생신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대전까지 왔다. 헌데 도착한 곳은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게 흔하디흔한 식당이었다.


화들짝 놀란 위 비서는 고개를 저으며 식당 내부를 다시 한번 살폈다. 눈에 보이는 건 갈치 조림과 제육뿐이었다.


“무슨 말씀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잠깐 기다려보세요. 음식 나오면 알게 될 거에요.”


초조한 위성일 비서와 달리 강현에게서 그런 모습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잠시 후 모락모락 김이 나오는 제육을 든 사장이 나타났다.


“주문하신 제육볶음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아! 사장님.”

“예. 뭐 더 필요한 거 있으세요? 야채 더 갖다 드릴까요?”

“아니요. 이 집에서 파는 거 말고요. 저는 다른 게 필요해요.”

“그게 무슨 말인지······.”


강현은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꺼내 들었다.


“제가 필요한 건 사장님께서 가지고 계신 시발자동차에요. 물건 지금 볼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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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적중 +1 24.09.11 4,087 71 11쪽
14 14화 비책 +2 24.09.10 4,030 71 11쪽
13 13화 영험 +1 24.09.09 4,105 75 12쪽
12 12화 이목 +2 24.09.08 4,201 7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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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가중 +3 24.09.06 4,527 68 10쪽
9 9화 제안 +4 24.09.05 4,572 76 15쪽
8 8화 선물 +2 24.09.04 4,619 78 13쪽
» 7화 운수 +3 24.09.03 4,791 76 12쪽
6 6화 시험대 +7 24.09.02 5,246 85 13쪽
5 5화 기적 +5 24.09.01 5,379 90 11쪽
4 4화 운명(2) +5 24.08.31 5,347 89 12쪽
3 3화 운명 +3 24.08.30 5,606 81 11쪽
2 2화 추락 +4 24.08.29 5,718 85 12쪽
1 1화 푸대접 +3 24.08.29 6,904 7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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