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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조 재벌가 첩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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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작가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8 10:13
최근연재일 :
2024.09.1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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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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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9.0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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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화 기적

DUMMY

***


삼강그룹 회장실.



사람은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부정부터 한다. 설대호 회장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너···. 지금······. 뭐라고 한 개냐? 뭐? 다시 한번 말해봐라. 아무래도 내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놀랍고 당혹스러운 건 비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매로 눈물을 닦은 뒤 재차 보고했다.


“사모님께서···. 탑승하신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합니다.”

“무슨 말이야? 비행기가 떨어지다니? 질질 짜지 말고 알아듣게 또박또박 말해봐!”

“비행기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서해로 추락했다고······. 합니다.”


인터넷은 물론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었다.

이정순 여사가 화를 피했다는 사실을 알 리 없었다.


게다가 추락지점은 땅도 아닌 바다였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생존은 불가능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넋 나간 얼굴로 다시 묻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지금···. 네 입에서 나온 그 말이 전부···. 사실이냐?”

“예. 회장님······. 죄송합니다.”

“그렇게 연락이······. 왔다?”

“네. 그렇습니다.”


설대호 회장은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 잡은 채 고개를 저었다. 계속해서 현실을 부정했다.


“아니야···. 뭔가 잘못됐을 거야. 그······. 정순이란 이름이 흔해서 뭔가 착오가 있었을 게 분명해. 다시 확인해봐,”

“죄송합니다. 회장님.”


사실 왕세자의 결혼식 정도는 고위직 임원을 보내도 충분한 일이었다.


설대호 회장은 왕족 일가와 더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이정순 여사를 보냈다. 이 판단은 결과적으로 최악의 수가 되었다.


“내가······. 마누라를 죽였어······. 내가 죽였어···. 다른 놈도 아니고 내가······.”


패닉에 빠진 설 회장은 허공을 응시한 채 같은 말만 반복했다.

비탄에 빠진 건 김 비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이대로 있는다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회장님. 제가 공항 가서 상황 파악하고 전화드리겠습니다.”


설 회장은 목발도 짚지 않은 채 한쪽 다리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다······. 내가 직접 가야 봐야겠어.”

“그럼 차량 대기시키겠습니다.”

“공항으로······. 서두르지···.”


1층으로 내려가려는 찰나 적막 가득한 회장실에 전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어디에서 걸려온 전화인지 충분히 짐작 가능했다. 두려움에 쉬이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숨을 고르며 망설이던 설 회장이 수화기를 천천히 들었다.


“회장님. 위성일입니다.”


공항까지 마중 나갔던 위성일 비서의 전화였다. 굳이 캐묻지 않아도 어떤 말을 꺼낼지 알 수 있었다.


각오를 다지기 위해 숨을 길게 내쉬었다.

눈을 질끈 감은 채 나지막이 대답했다.


“맘의 준비는 다 됐다.”


위성일 비서는 믿을 수 없는 말을 꺼내 들었다.


“여사님께서는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으셨습니다.”


부인의 죽음만 생각하고 있던 설 회장에게는 기적과 같은 한마디였다. 얼마나 놀랐는지 급기야 말까지 더듬거렸다.


“뭐? 뭐라고? 그······. 그게 무슨 말이냐? 내 마누라가 살아있다고?”

“그렇습니다. 상황을 자세히 말씀······.”


천당과 지옥을 불과 몇 분 사이에 오간 느낌이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위 비서의 말을 자르며 다급히 말했다.


“지금 공항으로 바로 가마. 내 마누라 바짓가랑이 꽉 붙잡고! 거기 꼼짝 못 하게 바싹 붙어 있어!”





***


김포국제공항.



강현은 할머니의 비행기 탑승을 저지하기 위해 여권을 고의로 훼손했다.


조금 전까지 이해하지 못할 행동이었지만, 이제 모든 걸 알게 되었다.


이정순 여사는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로 물었다.


“우리 강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 못 했는데······. 전부 이 할미를 살리려 그런 거였구나.”

“할머니 출국장으로 못 들어가게 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만약 비행기를 탔다면 이전 생과 마찬가지로 이정순 여사는 시신도 찾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할미가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네. 뭐든지요.”

“비행기가 저리될 줄 어떻게 안 거야?”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말한다 해도 믿는 게 되려 더 이상한 일이었다. 강현은 적당한 핑곗거리를 꺼내 들었다.


“요즘 꿈자리가 계속 좋지 않았어요.”

“단순히 몸이 허해서 그런 거라 여겼는데···.”

“심지어 오늘 새벽에는 이빨 빠지는 꿈을 꿨어요. 뭔지 아시죠?”

“제일 나쁜 꿈 중 하나지.”

“자다 일어나서 곰곰이 생각해봤거든요. 걸리는 게 할머니 출국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한달음에 달려왔고?”

“네. 1초라도 늦었으면 큰일 날뻔했어요.”


단순히 이정순 여사의 생사만 바뀐 게 아닌 강현의 운명 역시 함께 바뀌게 되었다.

이로써 두 번째 삶을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


할머니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듯한 얼굴로 손자의 손을 꼭 잡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우리 손자가 할미 목숨을 이렇게 건져줬구나.”

“맘 같아서는 비행기 출발 못 하게 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다고 판단됐어요. 시간도 촉박했고요.”

“암. 할미도 못 미더웠는데 생면부지 남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리 없지.”

“돌아가신 분들은 안타깝지만, 저로서는 어쩔 수 없었어요.”

“그래. 그런 건 얼른 잊고 아침부터 뜀박질하느라 밥도 못 먹었을 텐데 요기나 하러 가자꾸나.”


식당가로 이동하려는 찰나 이 여사의 눈에 위성일 비서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앞에서 모든 상황을 목도했다.

얼마나 놀랐는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강현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성일군.”

“예. 여사님.”

“자네는 분명 내가 비행기를 탔으면 어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그렇지?”

“실은······. 소식을 들은 이후부터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정순 여사는 평소처럼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화를 피했으면 그걸로 족해야 하는걸세. 괜히 일어나지 않은 일로 고통받지 받을 거 없어.”

“알겠습니다. 많이 놀라셨을 텐데 제가 얼른 가서 청심환이라도 사 오겠습니다.”

“우리 강현이도 먹고 성일군도 먹어야 하니 넉넉히 사오게.”

“알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뒤 자리를 옮기려는 찰나


-여사님! 여사님!

-위 비서! 어디야? 위 비서!

-위성일! 여사님! 어디 계십니까?


말끔한 정장을 입은 수십 명의 직원들이 두 사람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위층에서 고개를 내민 위성일 비서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여사님 여기 계십니다! 모시고 1층으로 내려가겠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설대호 회장은 초조한 얼굴로 주위를 연신 두리번거리며 부인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


부인의 안전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1분 1초가 영겁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성일이 이놈은 뭐하는데 이리 꾸물거리는 거야? 김 비서 자네가 올라갔다 오게.”

“알겠습니다. 아! 저기 여사님 내려오고 계십니다.”


때마침 이정순 여사가 눈앞에 나타났다.

마치 꿈같은 일이었다.

부인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참고 참았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고······. 세상에······. 임자······.”

“바쁜 양반이 번거롭게 뭘 여기까지 왔어요?”

“정말 내 마누라 이정순 맞지?”

“그럼 귀신이 대신 왔을까 봐요?”


안절부절못하는 설 회장의 맘을 달래주기 위해 이정순 여사는 애써 태연한 척했다.

설 회장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부인의 손을 꼭 잡았다.


“보는 눈이 몇 개인데 남사스럽게 왜 이래요?”

“애들이 보든 말든 그게 뭐 중요한가? 임자가 이리 살아있는 게 중요한 거지.”

“당신 많이 놀랐어요?”

“내가 임자를 사지로 몰아넣은 거나 다름없는데 안 놀랐다면 그게 되려 이상한 게지.”


이정순 여사의 내조는 이 상황에서도 빛을 발했다.


“직원들이 보고 있어요. 담대한 척하셔야지요.”

“그래······. 어디 다친 데는 없고?”

“다치기는커녕 시장해서 뭐라도 먹으러 가려던 참이었어요.”


불안감이 가시자 모든 상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장 궁금한 건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한 이유였다.


“분명 아침 일찍 채비 마치고 나가 늦지는 않았을 텐데······. 어쩌다 비행기를 놓친 게야?”

“이래서 예전부터 조상님들이 자식 농사 하나 잘 지으면 만석꾼 부럽지 않다는 말을 했나 봐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갑자기 그게 무슨···.”


이정순 여사는 강현을 슬쩍 바라본 뒤 대답했다.


“우리 강현이가 제 목숨을 살려줬어요.”


밑도 끝도 없이 결론부터 꺼내놓았다.

이해가 갈 리 만무했다.


“뭐? 쟤가 자네 목숨을 살려줬다니? 당최 무슨 말인지 알아듣게 말해보게.”

“자세한 얘기는 성일군한테 들으시면서 회사로 돌아가세요. 저는 강현이 밥 먹이고 집으로 돌아갈 거에요.”


무슨 일인지 어안이 벙벙한 설 회장 곁으로 위성일 비서가 가까이 다가왔다.


“회장님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래. 성일이 네가 한번 말해보거라. 뭐가 어찌 된 게냐?”

“예. 실은······.”


위 비서는 자신이 목도한 믿을 수 없는 일에 대해 상세히 보고했다. 믿기지 않는 듯 몇 번이나 되물으며 확인까지 했다.


“네가 말한 게 틀림없이 사실이냐?”

“한 치의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습니다.”

“여권을 찢고······. 그것 모자라 입으로 씹고 출국하지 못하게 했다···.”

“강현 도련님이 아니었다면, 여사님께서는 비행기에 탑승하셨을 겁니다.”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여기던 첩 자식이 부인의 목숨을 살렸다. 고개를 돌려 평소 눈길도 주지 않던 강현을 바라봤다.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는 눈빛은 평소와 확연히 달랐다. 그럼에도 끝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강현.

말없이 공손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발걸음을 떼었다.


멀어져가는 강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설 회장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혼외 자식은 조상 잡아먹는 팔자인데···. 되려 목숨을 살리다니······.”


설대호 회장의 시야에 강현의 존재가 처음으로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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