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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조 재벌가 첩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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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작가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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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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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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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화 푸대접

DUMMY

***


UAE 아부다비 국제공항.



왕세자 빈 살마넨은 삼강그룹의 설대호 회장을 만나기 위해 공항까지 마중 나와 있었다.


이러한 행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덕분에 국내외 언론사는 물론 발 디딜 틈 없이 수많은 인파로 가득 차 있었다.


빈 살마넨은 게이트에 시선을 고정한 채 비서에게 물었다.


“이제 설 회장님 나오실 때가 된 것 같은데.”

“입국 수속 완료됐다는 연락받았습니다. 5분 내로 나오실 듯합니다.”

“본 계약은 사인만 남은 일이니까 걱정할 거 없고 저녁에 설강현 사장하고 회담자리 준비해.”


예정에 없던 지시였다.

다소 난감해하던 비서가 조심스레 대답했다.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설강현 사장과 굳이 단독회담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짐작 가는 이유는 단 한 가지뿐이었다.


“설마···. 첩의 아들이란 문제가 여전히 발목 잡고 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한들 여기까지 왔는데 돌려보내기야 하겠어?”

“설대호 회장이 권력을 쥐고 있는 한 기회는 절대 주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카메라를 의식한 비서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보고를 이어갔다.


“사실 경영능력만 보자면 의심할 여지 없이 설강현 사장이 가장 뛰어납니다. 하지만······.”

“능력보다 몸속에 흐르는 피가 더 중요하다······.”

“한국 정서가 그렇기도 합니다만, 특히 기업인은 혈연관계를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수치로 환산하면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을 수치화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설 회장이 살아있는 한 손자인 설강현 사장이 그룹 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확률은 0% 수렴합니다.”

“그건 본인이 선택한 게 아니잖아.”

“그리고 78년 설 회장 부인이 사망한 비행기 추락사고를 설강현 사장 탓으로 여기고 있다는 풍문도 있습니다.”

“그건 명백한 사고였어. 그걸 어떻게···.”

“설 회장의 생각은 변함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안타까웠지만, 왕세자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씁쓸한 얼굴로 턱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좋은 인재인데 아까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설강현 사장 회담 취소하고 실무자 보내는 거로 마무리 지어.”

“알겠습니다.”


잠시 후 커다란 문이 열리고 삼강그룹 설대호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왕세자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설 회장과 눈을 마주치기 위해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댄 채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간단한 인사를 마친 왕세자는 몸을 일으켰다. 휠체어를 잡은 채 묵묵히 서 있는 삼강식품 설강현 사장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역 없이 소통해서 그런지 설강현 사장과는 대화가 유독 잘 통하는 느낌입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피곤하실 텐데 호텔로 먼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두 사람과 달리 뭔가 맘에 들지 않는 듯 설 회장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호텔로 이동하려는 찰나 예상치 못한 지시를 내렸다.


“이만하면 됐다. 손잡이 위 비서한테 넘기거라.”


얼굴마담 노릇은 끝났으니 귀국하라는 뜻이었다.


본계약을 고작 3시간 앞둔 상태에서 손을 떼라는 건 노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설강현은 자신의 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당황스러웠지만, 할아버지의 성격을 잘 알고 있던 터라 조심스레 의견을 개재했다.


“회장님. 본계약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제가 호텔까지······.”

“통역도 있고 위 비서도 있으니 걱정할 거 없다.”


어떻게든 결정을 되돌리고 싶었지만, 마땅한 수가 없었다.


“회장님. 다시 한번······.”

“내 마누라 잡아먹은 거로는 부족한 게냐?”

“..........”

“네 고모가 이것저것 사 오라고 했다던데 가서 일 보고 곧장 돌아가거라.”


총사업비 30조 원의 거대한 수주를 따낸 건 오롯이 설강현의 능력 덕분이었다.


몸을 갈아가며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잔칫상을 마련했지만, 궁둥이 한번 붙여보지 못한 채 주린 배를 움켜쥐고 쫓겨나는 형국이었다.


재차 간청해보고 싶었지만, 옆에 있던 서기범 상무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를 저었다.


설 회장은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걸 무척이나 싫어했다. 한 번 더 입을 여는 순간 불호령이 떨어지게 뻔했다.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것보다 조용히 입을 다무는 편이 나았다.


손잡이를 비서에게 건넨 설강현은 멀어져 가는 휠체어를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수 없이 당해온 일이었기에 면역이 생긴 줄 알았건만, 뻥 뚫린 가슴과 밀려드는 허탈감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눈치 보던 서기범 상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솔직히 너무하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왕사모님 돌아가신 게 어떻게 사장님 탓입니까?”

“내 팔자가 기구한 건데 어쩌겠어?”

“솔직히 말이 나왔으니 드리는 말씀인데 이번 수주 사장님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습니다.”

“이런 일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 옷이나 챙겨서 귀국하자고.”

“예······. 알겠습니다.”


나지막한 한숨을 내쉰 뒤 곧장 면세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삼강그룹 본사.



한국에 도착한 설강현은 면세점에서 구입한 물건을 전달하기 위해 본사에 도착했다.


먼저 차에서 내린 서기범 상무가 곧장 트렁크를 열었다. 엄청난 양의 쇼핑백이 한가득 차 있었다.


상식적으로 서 상무가 짐을 들어야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똬리 틀고 있는 뱀이라도 본 듯 멈칫거리고 있었다.


설강현은 이런 상황이 매우 익숙했다.

어깨를 토닥이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이 쇼핑백 무게 감당할 수 있겠어?”


막장으로 유명한 삼강그룹 로열패밀리는 직원을 노예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비싼 물건에 그들의 더러운 손이 닿는 걸 극도로 혐오했다.


만약 서기범 상무가 이 물건에 손을 댄다면 어떻게 될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비싼 옷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근데 제가 조금이라도 들면 정말 안 되는 겁니까?”

“얼마 전 따귀에 매까지 맞고 쫓겨난 직원들 기억 안 나?”

“사장님께서 힘들게 짐 옮기시는데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는 게 불편해서 그렇습니다.”

“신경 쓰지 않고 문이나 잘 잡아줘. 바닥에 닿기라도 하면 면세점 다시 갔다 와야 돼.”

“알겠습니다. 제가 신입처럼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겠습니다.”


설강현이 양손 가득 짐을 든 채 부회장실로 향했다.


사장은 짐을 들고 있고 임원은 고작 문이나 여는 기인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복도에 서 있던 직원들은 고개 숙여 인사했지만,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았다.

저 물건에 손을 대는 순간 어떤 일이 발생할지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강현이 조금 멀어지자 직원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었다.


-수주 따온 건 사장님인데 이번에도 팽당하고 옷 심부름이나 하고 있는 거야?


-회장님은 왕사모님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신 걸 아직도 사장님 탓하고 계신대.


-아무리 첩자식이라도 너무한 거 아니야? 사장님이 살린 계열사가 몇 개인데···.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뻔히 알고 있는 서기범 상무는 고갯짓하며 흩어지라는 사인을 보냈다.


먼발치에서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던 직원들은 고개를 꾸벅인 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저 버릇없는 놈들 어딜 사장님 뒤에서 수군대고 있어. 아휴 매번 이럴 때마다 울화통 터져 죽겠습니다.”

“저런 재미라도 있어야 회사생활 할 맛 나지 않겠어?”

“저는 이런 상황 자체가 불쾌합니다.”

“얼마 안 남은 거 알잖아. 평생을 참았는데 고작 몇 년 못 견디겠어?”


설강현은 이 상황을 견뎌내며 날카로운 비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설대호 회장은 올해로 아흔을 넘었다.

몇 년 뒤에는 경영권을 손에 놓게 된다.

자연스레 지분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어수선한 틈을 이용한다면 몇몇 계열사 찬탈은 일도 아니었다.


때마침 계열사 분리요건이 완화된 만큼 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새살림을 차리는 건 누워서 떡 먹기나 다름없었다.


차명주식 매집도, 현금도 모든 계획이 완벽했다. 이대로만 진행된다면 크게 한 방 먹일 수 있게 된다.


서기범 상무 이 계획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자연스레 나오는 한숨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때까지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한다는 게 사장님 모시고 있는 저로서는 좀 괴롭습니다.”

“조금만 참아 금방 끝날 거야.”

“막내 직원도 아니고 옷 배달하는 게 말이나 되는 겁니까?”

“물건만 주고 나올 거야. 혈압 올리지 말고 잠깐 대기하고 있어. 삐쭉 나온 입 집어넣고.”

“예. 사장님. 알겠습니다.”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채 부회장실로 들어갔다. 가족들은 늘 그렇듯 설강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고모라는 작자는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옷부터 허겁지겁 확인했다.


“어머 우리 애기들 신상이라 아주 빤짝 반짝한 것 봐. 때깔도 곱고 어쩜 이렇게 예쁠 수 있지?”


멍청하고 탐욕만 가득한 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숨도 쉬고 싶지 않았다.


“물건 확인했으면 가볼게요.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요.”

“응 그래 수고······. 어? 강현아 잠깐만. 잠깐 이거 뭔가 이상한데?”

“전부 확인하고 가져왔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아니 이 가디건 말이야. 내가 블랙으로 주문했는데 화이트로 왔네?”


수차례 확인한 만큼 당연히 설강현의 실수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헛걸음 한 번 더 하게 만들려는 얄팍한 술수였다.


“그렇게 확인하라고 말했는데 이 멍청한 놈들! 도대체 머리를 어디에다 두고 다니길래 색깔 구분 하나 못하는 거야!”


문제가 발생했다는 건 아부다비에 다시 다녀오라는 뜻이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최대한 침착히 대답했다.


“이번에는 애들 손 빌리죠. 한국에서 교환해도 되고요. 저 일이 많아서······.”

“고모 성격 알면서 그래. 더러운 애들이 만진 거 안 입는 거 몰라?”


거절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문제는 후폭풍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남이자 부회장인 설백철은 못마땅한 얼굴로 고개만 슬쩍 돌린 채 말했다.


“회의 하루 미룬다 해서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해? 네 고모 옷 바꿔주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난리야?”

“큰아버지. 중동에 판매될 신제품 결정해야 되거든요. 죄송하지만 교환은 다음 주 출국할 때 할게요.”

“그래? 뭐 너 좋은 대로 해. 싫다는데 어쩌겠어?”


빈정거리던 설백철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시간 없으면 내가 직접 만들어줘야지.”


부회장이라는 직위는 실로 막강했다.

계열사 회의 취소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애초에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지금 다녀올게요.”

“그렇지. 남자답고 군말 없는 게 우리 강현이지. 퍼스트 타면 괜히 말 나오니까 비즈니스 타고 다녀와.”


결국, 쇼핑백 하나만 덜렁 든 채 부회장실을 나왔다. 대기하고 있던 서기범 상무는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사장님. 설마······.”

“색깔이 잘못됐다네.”

“주문하신 그대로 가져왔는데 뭐가 잘못됐다는 겁니까?”

“저 인간들 나 괴롭히는 맛에 사는 거 알잖아.”

“똥개 훈련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너무한 거 아닙니까?”


흥분한 서 상무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조금만 참자고. 시원하게 한 방 먹여줄 테니까.”

“그날만 오길 물 떠놓고 기도하겠습니다.”

“일단 밥부터 먹자. 기내식만 먹었더니 출출하네.”

“그럼 사장님께서 좋아하시는 순댓국집으로 모시겠습니다.”


발걸음을 옮기던 중 무슨 생각이 났는지 창밖을 슬쩍 살펴본 서 상무가 말했다.


“아! 식사하시기 전에 사주 한번 보시겠습니까?”

“나 그런 쪽 관심 없는 거 알잖아.”

“길바닥에 차고 넘치는 그런 근본 없는 곳 아닙니다. 지난달 요 앞에서 차량 급발진 사고 나서 15명 다친 거 아시죠?”

“그게 사주와 무슨 상관이라는 거야?”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속사포처럼 이야기를 쏟아 놓았다.


“실은 지난주에 경영팀 양 부장이 퇴근길에 점을 봤답니다. 근데 사주보는 노인이 대뜸 당분간 이 길을 피하라고 했답니다.”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정말입니다. 덕분에 우리 직원들이 그 길을 한동안 피해 다녀서 화를 면했습니다.”


조금은 솔깃한 듯 설강현이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긴 한데···.”

“소 뒷걸음질 치다 쥐도 잡고 벌레도 잡는 거 아니겠습니까? 5분이면 됩니다.”

“인사도 한번 드릴 겸 말 나온 김에 한번 가보지.”


두 사람은 곧장 길가에 놓인 작은 천막 문을 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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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적중 +1 24.09.11 4,087 71 11쪽
14 14화 비책 +2 24.09.10 4,030 71 11쪽
13 13화 영험 +1 24.09.09 4,105 75 12쪽
12 12화 이목 +2 24.09.08 4,201 76 12쪽
11 11화 집중 +2 24.09.07 4,332 6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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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제안 +4 24.09.05 4,572 76 15쪽
8 8화 선물 +2 24.09.04 4,619 7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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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기적 +5 24.09.01 5,378 9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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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운명 +3 24.08.30 5,606 81 11쪽
2 2화 추락 +4 24.08.29 5,718 8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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