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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조 재벌가 첩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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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작가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8 10:13
최근연재일 :
2024.09.1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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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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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999

작성
24.09.0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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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글자
10쪽

10화 가중

DUMMY

***


한남동.



이정순 여사의 생신 잔치가 끝난 저녁.

설대호 회장은 거실에 앉아 흐뭇한 얼굴로 대문 앞에 놓인 시발 자동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때마침 위성일 비서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회장님.”

“그래. 수고 많았다.”


속내는 무척 흡족했지만, 이와 별개로 이 차량을 도대체 어디서 구했는지 궁금증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결국, 참고 참았던 질문을 던졌다.


“성일아······. 저놈 저거 어디서 어떻게 구한 게냐?”

“회장님의 지시를 전달한 날. 도련님은 아무 설명 없이 저에게 갑자기 동행을 요구했습니다.”

“동행을 요구했다···.”

“예. 그 후 도련님과 함께 대전을······.”


위성일 비서는 강현과 있었던 일에 관한 모든 내용을 아주 소상히 전달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궁금증이 풀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증폭되었다.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보고에 설대호 회장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잔뜩 묻어 있었다.


“대뜸 동행을 요구하더니 대전을 갔고 제육을 파는 식당에서 차량을 요구했다?”

“네. 회장님.”

“너 지금 혹시 나를 놀려먹을 심산은 아니겠지?”

“아닙니다. 제가 감히 어떻게 회장님께 거짓 보고를 할 수 있겠습니까?”


위 비서가 거짓말을 해서 얻는 이득은 없었다. 강현을 두둔할 이유 또한 없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믿기에는 너무 황당한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그놈은 그 차가 거기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게지?”

“정황상 그렇습니다.”

“우리 애들이 눈 시뻘겋게 찾고 다녀도 그림자도 못 찾은 저 차를 그놈이 어찌 알고 있었던 게야?”

“저도 그 부분에 대해 질문해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질문은 이어갈수록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속만 답답해졌다. 답답한 듯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리다 테이블에 놓인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여기저기 쏘다닌 것도 아니고 대전을 정확히 짚고 갔다는 건 알고 있었다는 말 밖에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일단 그건 제쳐두고 협상은 성일이 자네가 진행했겠지?”

“아닙니다. 협상 역시 도련님이 직접 했습니다.”


고등학생이 차를 사러 대전으로 간 것도 모자라 협상을 직접 했다니 설 회장으로서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


“그건 또 무슨 말이냐?”

“도련님이 20만 원을 꺼내며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다음은 분명 25 아니면 30만 원까지 올렸을 게 뻔하지.”

“예상대로 협상은 지지부진했습니다. 결국 식당 사장은 50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설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차이긴 하다만 설마 그 돈을 다 쥐여준 게냐?”

“아닙니다. 도련님이 준비한 돈은 4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결과가 궁금했던지 심지어 답변을 재촉까지 했다.


“뜸 들이지 말고 얼른 얘기해 보거라.”

“두 사람 간의 차이는 10만 원이었고 절대 좁혀지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그럼 보통 어르고 달래는 게 순번이지.”

“아닙니다. 도련님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감정이입까지 된 듯 다음 상황을 예측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거기서 그놈이 할 수 있는 게 없을 텐데···. 혹 그 식당을 난장으로 만들어 놓은 게냐?”

“아닙니다. 갑자기 벌떡 일어난 도련님이 40만 원을 옆에 있던 부인 손에 쥐여주었습니다.”


이제야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설대호 회장은 큰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지. 자고로 마누라 이기는 남편 없다고 실권을 쥐고 있는 여자한테 돈을 쥐여줬구나.”

“구체적으로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부인은 남편의 취미생활에 대해 몹시 못마땅해하는 듯 보였습니다.”

“나도 일전에 그런 적 있었지. 청계천 문 사장이 기계를 하도 안 판다기에 한달음에 달려가 그놈 마누라한테 돈을 쥐여줬어.”

“계약 성사됐습니까?”

“그럼. 두말하면 입 아플 지경이지. 그다음에는 항상 상대 마누라가 어디 있는지 그것부터 살폈다네.”


강현은 설 회장의 이 일화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다.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 역시 설 회장 귀에 들어갈 것 역시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차량 협상 정도는 말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지만, 강현은 계획적으로 설 회장과 동일한 행동을 했다.


설 회장과 가장 닮은 사람은 자신 이라는 것을 은연중 강조하기 위한 강현의 노림수가 정확히 먹혀드는 순간이었다.


“40만 원이나 되는 거금을 그리 쥐여줬으니 남편은 울며 겨자를 씹을 수밖에···.”

“제가 미리 보고드렸어야 했는데 듣는 귀가 많아 함구하고 있었습니다.”


설 회장이 자식들에게 바라는 건 그저 돈이 아닌 통 큰 사내대장부다운 풍모였다.

자신과 같은 행동, 여기에 두둑한 배짱까지 보였으니 파안대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그 대상은 강현이었다.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인지한 설 회장은 다급히 얼굴에서 미소를 지웠다.


“얘기는 여기까지 하지. 오늘 일 치르느라 고생 많았네. 내일 손자놈들한테 천만 원씩 쥐여주는 거 잊지 말고. 동교동에는 저녁 늦게 가게.”

“알겠습니다. 회장님.”


위 비서가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 따뜻한 꿀차를 타온 이정순 여사가 설 회장 옆에 앉았다.




***



“성일 군 얘기가 그렇게 재미있었어요? 웃음소리가 얼마나 큰지 동네 사람들 전부 다 모이겠어요.”

“그게 아니라 난 저 차를 보고 있었다네.”

“하긴 남들 눈엔 고물로 보이겠지만, 우리한테는 사연 많은 차에요.”


꿀차를 마신 설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정부에서 폐차 안 시키면 혼꾸녕난다고 겁을 잔뜩 줘서 냅다 팔아먹긴 했는데 저놈을 버린 다음 얼마나 맘이 아팠는지 몰라···.”

“사람이건 물건이건 이래서 다 팔자가 있다는 거예요. 어떻게 저 차가 멀쩡히 우리 앞에 있을 수 있을까요?”

“그러게나 말이야. 주인 잘못 만나 혹사만 당했는데 이제라도 좀 편안히 쉴 수 있게 해줘야지.”


밑밥을 충분히 깔아둔 이정순 여사가 슬쩍 본론을 꺼내 들었다.


“저와 한 약속 기억하시지요?”


어떻게든 모른 척하고 싶었지만, 대문 앞에는 시발 자동차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임자 생각을 먼저 들어보고 싶은데.”

“옛날 조상님들부터 점쟁이들까지 전부 첩 자식은 재수 없다고 했어요. 근데 강현이는 뭐랄까······. 조금 특별하게 느껴져요.”

“본래 조부모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지라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

“그럴 수도 있지만, 강현이는 제 목숨을 살려줬어요. 게다가 당신이 그렇게 고대하던 자동차도 가져왔어요.”


인정하기 싫었지만, 이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순전히 운이 좋았던 것뿐이야.”

“두 사건이 정말 우연이라 할 수 있을까요? 백철이도 가윤이도 까맣게 모르고 있던 당신 속을 강현이는 어떻게 알았을까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생각해봤지만, 강현이 자신의 속을 알 방법은 없었다.


“그······. 그야······.”

“그래서 저는 강현이가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똑똑한 걸 넘어 신묘함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강현이 최근 보여준 두 사건은 단순히 우연이라 치부할 수 없었다. 이정순 여사는 서서히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잔치 마지막에 강현이 보셨죠? 투자 얘기에 전부 넋 나간 얼굴 하고 있을 때 아무렇지 않게 혼자 천만 원을 언급했어요.”

“그······. 그릇은 그래. 조금 커 보이긴 했어···.”

“선물을 마다하고 형들과 경쟁하겠다는 그 생각. 젊을 때 당신 보는 것 같았어요. 남들이 운전할 수 없다고 했을 때 한마디도 지지 않고 바락바락 소리 지르며 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분명 강현은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협상을 성공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주변 사람들이 뭐라 하든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자신의 젊은 시절 행동과 똑 닮은 모습이었다. 순간 머릿속에 자신의 과거와 강현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아니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설 회장의 고집은 여전히 바위처럼 꿈쩍 않고 있었다.


첩 자식 팔자가 재수 없다는 생각이 여전히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과제를 가장 완벽히 이행한 건 부정할 수 없이 강현이었다.


“임자. 내가 뭘 어찌해주면 좋을까?”

“약속대로 강현이가 이 집에 드나들고 가족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세요.”


차마 내키지 않았지만, 약속은 지켜야 했다. 설대호 회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대장부가 한번 뱉은 말은 지켜야지. 앞으로 임자 편한 대로 해.”

“이제 우리 강현이를 여기를 볼 수 있겠네요.”

“대신 공식 행사에는 절대 참석할 수 없어. 이점 확실히 못 박아두겠네.”

“네. 약속대로 그렇게 할게요. 그건 그렇고 손자들 투자는 누가 이길 것 같아요?”

“그야 당연히 우리 장손인 형주겠지.”


이정순 여사는 빙긋이 미소지으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꺼내놓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저는 이번에도 강현이가 이길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두고 보면 알겠죠.”


다음날 돈이 담긴 커다란 가방을 든 위성일 비서는 강현이 살고 있는 동교동 자택 벨을 눌렀다.


“도련님. 위성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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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영험 +1 24.09.09 4,105 75 12쪽
12 12화 이목 +2 24.09.08 4,199 7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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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제안 +4 24.09.05 4,570 76 15쪽
8 8화 선물 +2 24.09.04 4,617 78 13쪽
7 7화 운수 +3 24.09.03 4,787 76 12쪽
6 6화 시험대 +7 24.09.02 5,244 85 13쪽
5 5화 기적 +5 24.09.01 5,378 90 11쪽
4 4화 운명(2) +5 24.08.31 5,345 89 12쪽
3 3화 운명 +3 24.08.30 5,605 81 11쪽
2 2화 추락 +4 24.08.29 5,717 85 12쪽
1 1화 푸대접 +3 24.08.29 6,899 7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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