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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츄샤 님의 서재입니다.

밀리터리 마니아가 이세계의 전쟁영웅이 되기까지 (1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전쟁·밀리터리

카츄샤
작품등록일 :
2020.04.22 04:51
최근연재일 :
2022.03.08 11:44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17,342
추천수 :
200
글자수 :
565,196

작성
21.06.25 10:40
조회
90
추천
1
글자
10쪽

(39)38화.[철로 위의 괴물](5)

DUMMY

리스가 기겁하며 숨을 삼켰다.


"여기 7호차! 뭐야, 무슨 일이야 리..."


[뒤야 영훈! 바로 우리 뒤에 있다고!]


리스가 새된 목소리로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내질렀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 역시 너무나도 잘 알기에 하마터면 패닉에 빠질 뻔 했다.


[저것들 화력이 안 되니까 아예 들러붙으려고 작정한 거야, 젠장! 들이받히겠어!]


미친놈들, 터널을 나오는 구간에서 일부러 속도를 늦춰 대기하다가 선로가 겹쳐지는 시점에 전속력으로 우리 뒤에 따라붙은 것이다. 자동차도 아니고 기차로 그런 짓이라니, 당연히 정상인이라면 절대로 생각할 수 없는 발상이다. 까딱하면 적이랑 손잡고 요단강 건너는 짓이란 말이지. 어떻게 하나같이 정상인을 보기가 힘드냐 이 동네는!


[여기 7호차, 정찰소대 포수들은 모두 자리에서 대기! 무전수들은 부조종수석의 기총을, 그리고 조종수들은 포탑 뒤쪽의 기총을 탈거해서 앞쪽으로 옮겨!]


[여기 1소대장이다, 우리는 어떻게 할까?]


에린이 무선망에 끼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선 전차포가 있어도 큰 의미가 없어! 더군다나 전차가 일렬 종대로 배치되어 있으니 어차피 안에 들어앉아 있어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거야!"


머릿속에서 또다시 철교 전투에서의 악몽이 스멀스멀 고개를 쳐들었다. 쳇, 어떻게 된 게 전차병이라는 사람이 하차전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거지?


내키지는 않지만 이젠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당장 방어선을 최대한 먼 곳에 설치해서 단숨에 적을 섬멸해야 하니까.


"으으... 여기 7호차! 정찰소대를 제외한 승무원 전원은 개인화기 가지고 하차를.."


"잠깐."


누군가 뒤에서 내 어깨를 잡았다.


"지금 적이 따라붙어 이쪽으로 넘어오려는 상황인 것으로 사료되오만, 제대로 본게 맞소?"


황금색 눈동자를 빛내며 부단장이 물었다. 영 내키진 않지만... 일단 지휘관이니 설명은 해 줘야겠지.


"네, 맞아요. 곧 있으면..."


"우리가 처리하겠소."


이게 진짜 미쳤나. 나는 침착하게 머릿속으로 욕설을 걸러내고, 필터링을 거쳐 비교적 순화된 단어를 조합해냈다.


"미쳤어요?"


어이쿠 실수. 뭐, 미친 소리한 쟤가 잘못이지.


"나는 제정신이오."


이미 신뢰도를 제 스스로 하강하는 롤러코스터마냥 꼬라박아놓고 이제 와서 저딴 소리를 하면 내가 빡이 칠까 안 칠까.


"지..진짜요! 이래봬도 백병전이야말로 우리의 진짜 주특기란 말이오!"


그래, 분명 태평양 전선의 일본군도 같은 소리를 했을 거야. 이미 그녀를 바라보는 내 표정은, 필사적으로 포교하려 끈덕지게 달라붙는 사이비 종교인을 보는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에에잇! 이렇게 된 이상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없겠군! 중대장!"


"옛!"


"내 앞으로 모든 병력을 집결시키게! 곧장 총공세에 들어갈 것이야!"


너네 다 해봤자 스무명 남짓이잖아. 뭔 총공세야, 그냥 반자이 돌격이지. 문득 말 많고 탈 많은 이웃나라가 그들에게서 겹쳐보인 나는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얘넨 뭘 믿고 돌격하려는 거지? 저렇게 자신만만한 걸 보면 뭐 따로 가져온 무기라도 있는 건가? 나는 미심쩍어하면서도 내심 기대를 하며 그녀의 언동에 살짝 귀를 기울였다.


"전원, 검을 뽑아라—!"


에라이 미친년들.


나는 미련없이 발길을 돌렸다. 기대해서 손해봤네. 이런 건 손해배상 안 되나? 배상은 저것들 직위해제 시킬 수 있는 권한 정도로 받고 싶은데.


나는 실컷 궁시렁거리며 다시 무전기를 집어들었다.


-----------------------------------------------------------------


-타다다다다당!


-드르륵!


-까앙! 카강!


치잇, 생각 외로 골치아프다. 썩어도 꼴에 장갑열차랍시고 컴뱃카 정도의 화력으론 정면에서 이빨조차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탄탄한 기관차의 돌출부를 방패삼아 대담하게 소총탄을 날리는 적 보병들의 기세에 우리가 완전히 말려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열차 가장 뒤쪽 컴뱃카의 주변에 부서진 열차 파편, 탄 박스, 심지어 좌석까지 뜯어내가며 만든 바리케이드가 어느새 완성되었다는 점일까.


뭐, 어차피 이대로 소모전으로 끌고 가도 우리야 캔사스까지만 가면 되니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삐이이이이이익!!


문제는 쟤네들이지.


아니나 다를까 지루한 소모전에 내심 초조해졌는지, 늙어빠진 괴물이 틀니를 아득빠득 씹어넘기며 기를 쓰고 속도를 올려붙이기 시작했다.


"어...어어?!"


잠깐, 생각보다 속도가 너무 빠른...!


-콰앙!!


으아악!


엄청난 진동과 함께 화차 차대가 휘어지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렸다. 하, 하마터면 떨어질 뻔 했잖아!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치직! 치지직!


차축이 틀어지면서 탈선한 바퀴는 더이상 이가 맞지 않는 레일 위를 마치 로데오처럼 내달리며 끔찍한 소음과 스파크를 일으키고 있었다.


"속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어..!"


젠장, 이렇게 된 이상 화차를 분리해내서라도...!


-덜컹! 콰광!!


하지만 그 찰나의 틈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적 기관차는 기어이 마지막 스퍼트를 올려 있는 힘껏 우리 열차를 들이받아 버렸다. 그 충격으로 망가져서 정신없이 깜빡이는 전방랜턴이 꼭 우리를 비웃어대는 것만 같다.


설상가상으로 날조차 이미 어둑해지기 시작했고, 얄궂게도 10분도 채 되지 않아 황혼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며 주위엔 금세 어둠이 깔려버리고 말았다. 그럴수록 불규칙적으로 깜빡거리는 저 빌어먹을 전방 라이트는 더더욱 내게 성가신 존재가 되었다.


이윽고 슬슬 눈치를 보던 적 병력들이 야음을 틈타 천천히 넘어오기 시작했다.


"리스! 쓸어버려!"


"오케이!"


드르르르륵!


내가 신호하자 곧 리스의 포탑이 불을 뿜었다.


으윽, 그나저나 안 그래도 어두워 죽겠는데 양측에서 똑같이 밝은 불빛을 미친듯이 쏘아대니 어지러워 죽을 것만 같다. 새빨간 예광탄이 적들을 궤뚫고 기관차 장갑판에 이리저리 부딪히며 날카로운 금속음을 울려대는데, 농담이 아니라 시각과 청각에 민감한 일부 엘프 병사들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 헛구역질을 하기도 했다.


"어...어라?"


그런데 뭔가 잘못되었다는 듯 리스가 식은땀을 흘렸다.


"무슨 일이야?"


내가 소리치자 리스는 진짜로 당황한 듯 포탑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보였다.


"발사가 안 돼! 단순히 탄이 걸린 거 같진 않은데..."


젠장, 넘어온다. 어떻게 귀신같이 눈치를 챘는지 리스의 사격이 멈추자마자 적들은 정신없는 틈을 타 조금씩 우리 열차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타타탕!타다다다당!


으윽?! 우리 기관총이 아니다. 갑자기 빗발치는 기관총탄에 리스네 차량이 뭇매를 얻어맞기 시작했다.


저러면 리스는 탈출조차 할 수 없다. 쳇, 일단은 방어선을 조금 물려야겠어!


"뒤쪽으로 물러나요! 다음 전차까지 신속하게 이동하도록!"


나는 주변에 떨어져 있던 BAR기관총 한 자루를 주워들었다. 으악, 더럽게 무겁네 이거.


"이리 줘요."


하지만 내가 그걸 들고 낑낑거리자 누군가 그걸 홱 낚아채갔다.


-탕!


단 한발, 그걸로 귀를 찢어발기던 기관총 사수는 침묵했다. 뭐야, 무슨...일이 일어난 거지?


"휴, 다행히 잡았네요. 너무 긴장 풀지는 말아요. 제가 옆에서 지켜드리겠지만요."


케이트였다. 그녀가 단 한 발로, 불빛이 꺼지고 켜지고를 미친듯이 반복하는 랜턴 뒤에 숨어 우리를 노리던 기총 사수를 제압한 것이다.


단 한발로 기총 사수가 사망하자 적들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는가 싶더니 누가 먼저랄것 없이 어딘가로 엄폐해 버렸다. 아마도 저격수가 나타난 것이라 추측했으리라.


"아직 부사수가 남아있을지 몰라요. 리스! 어서 나와요!"


그녀가 소리치가 그제서야 해치가 빼꼼 열리더니, 리스와 탄약수가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며 쏜쌀같이 포탑을 빠져나와 바리케이드 뒤쪽으로 엄폐했다.


휴, 이제 뒤쪽으로 신속하게 물러나면 된다. 나는 무심코 푹 젖어버린 이마의 땀방울을 닦았다.


"으읍?!"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의 팔이 내 목을 휙 감는 것이 아닌가.


"허튼 짓 하지마. 다친다."


철컥. 차가운 금속음과 함께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내 관자놀이에 와 닿는다.


그와 동시에 바리케이드 건너편에서 일제히 소총수들이 일어나더니, 케이트와 리스의 코앞에 소총을 들이밀었다. 젠장, 어느새 바로 앞까지 와 있었군...


물론 조금 뒤쪽에 있던 컴뱃카 포탑과 부하들 역시 곧바로 그들을 정조준했고, 순식간에 상황은 완전히 일촉즉발에 직면하게 되었다. 누구 하나라도 잘못 움직였다간 누가 되었든 좋은 꼴은 못 볼 상황인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하지만 빠져나갈 생각을 하는 나와는 달리, 케이트는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손에 꼬나쥐고 있던 기관총을 그대로 땅바닥에 내팽개쳐 버렸다.


"다음, 너."


나를 인질로 잡은 장교가 이번엔 시선으로 리스를 가리켰고, 권총을 뽑아들려던 리스 역시 체념한 표정으로 두 손을 들어보였다.


이대로 주도권을 넘길 수는 없다. 그래선 안 된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남은 전쟁을 포로수용소에서 보내기라도 했다간 진짜 누이들과 못 만나게 될지도 몰라.


생각해라, 평소에 안 쓰는 뇌 용량 좀 써먹어서 잔꾀라도 부려 보란 말이야!


나는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며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떠올려봤지만, 나오는 결론마다 그닥 좋은 끝을 보지는 못 했다.


어휴 이 빡대가리. 넌 걔네들한테 뭐라 할 자격도 없어.


...그나저나 걔넨 뭐 한대 지금?


그때였다.


-푸르르륵!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짐승의 콧김 같은 소리에 순간 모두의 시선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희뿌연 밤안개 너머로 쏠렸다.


...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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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36화.[철로 위의 괴물](3) +2 21.06.23 108 1 11쪽
36 (36)35화.[철로 위의 괴물](2)(feat. 부단장 관찰일지) +2 21.06.22 107 1 9쪽
35 (35)34화.[철로 위의 괴물](1) +2 21.06.21 117 1 8쪽
34 (34)33화.[첫키스, 첫사랑](2) +4 21.06.19 120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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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29화.[한국으로의 휴가](6) +2 21.06.07 115 2 8쪽
29 (29) 28화.[한국으로의 휴가](5) +4 21.06.04 110 2 13쪽
28 (28) 27화.[한국으로의 휴가](4) +2 21.06.02 115 2 11쪽
27 (27) 26화.[한국으로의 휴가](3) +2 21.05.30 125 2 7쪽
26 (26) 25화.[한국으로의 휴가](2) +4 21.05.23 138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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