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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츄샤 님의 서재입니다.

밀리터리 마니아가 이세계의 전쟁영웅이 되기까지 (1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전쟁·밀리터리

카츄샤
작품등록일 :
2020.04.22 04:51
최근연재일 :
2022.03.08 11:44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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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36
추천수 :
200
글자수 :
565,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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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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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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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8쪽

(22) 21화.[Operation, Suicide squad](4)

DUMMY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우리 셋 모두 숨을 죽였다. 나는 살며시 교각 쪽으로 기어서 바짝 이동한 뒤 아델라 바로 앞에 서서는 동태를 살폈다.


그러자 이윽고 교각 너머에서 한 병사가 다리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더니 총부리를 앞으로 한 채 주변을 스윽 살피는 것이 아닌가.


“...쳇, 아무것도 없잖아. 나 참. 그러게 바람 소리라고 몇 번을 말해도...”


하지만 그 병사는 벽에 바짝 붙은 우리를 눈치채지는 못했는지, 기운 빠진다는 듯 총을 거두고는 그 자리에서 기지개를 몇 번 피더니 다시 왔던 길을 향해 허탈한 발걸음을 옮겼다.


-텅.. 텅....


발소리가 멀어진 것을 확인한 나는 한숨을 내쉬며 들고 있던 권총을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작업이 얼마나 완료되었는지 확인하려고 다시 고개를 돌렸는데...


...한 명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뒤에 있던 아델라가 보이지 않았다.


뭐야?!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바로 뒤에 있었는데?! 순간 당황한 나는 앞에 있는 에리카에게 말하는 것도 잊은 채 급히 주변을 살폈고, 이내 내가 밟고 있는 철근 쪽에 힘겹게 매달린 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허억!”


그렇다. 그녀는 장시간의 작업으로 지친 나머지 다시 작업을 위해 돌아서던 도중 그만 철근 위에서 발을 헛디디고 만 것이었다.


결국 내가 발견하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철근을 붙잡고 있던 그녀의 손이 힘을 잃고 추락하려 했고, 그 순간 나는 곧바로 자리에 엎드린 채 손을 뻗어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손을 캐치해냈다.


“읏차...아아악!”


크윽. 받아낸 건 좋은데 팔이 끊어질 것 같다. 아무리 여자애라고는 해도 나와 체격 차이부터가 너무 커서 그런지 도무지 나 혼자서는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러자 내 고함에 곧바로 상황을 알아차린 에리카 역시 함께 엎드려 손을 뻗었지만, 그 얇은 철근 위에서 두 명이 한 명을 함께 끌어올리기에는 공간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으윽... 꽉 잡아요!”


하지만 내 말에도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내 얼굴을 바라보기만 할 뿐,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감정이라는 것이 전혀 없는 인형처럼 말이다. 아니, 그렇다기 보단 이런 상황저채에 이미 익숙해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래, 꼭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나까지 위험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가로젓고는 내 손을 붙잡고 있던 힘을 풀어버리려고 했다.


“힘 풀지 마!! 포기하지 말라고!”


그러자 그녀의 행동에 격노한 나는 그녀를 향해 소리를 질렀고, 이에 놀랐는지 그녀는 드물게도 눈을 크게 떴다.


“평생 팔을 못 쓰는 한이 있어도 내가 당신 무조건 살릴 거니까 맘대로 죽을 생각하지 마! 내 부대에 들어온 이상 당신은 내 가족이야! 내 거란 말이야! 내가 포기하지 않은 목숨을 멋대로 놓지 마!”


나는 정신없는 와중에 그녀를 살리기 위해 머릿속에서 뱅뱅 도는 말들을 생각나는 대로 마구 내뱉었다. 어라? 방금 내가...무슨 말을 했지? 안 그래도 끊어질 듯한 팔에 온 정신이 팔려서 그런지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말들이 연속으로 그녀에게 꽂혔다.


하지만 다행히 조금 망설이는 듯하면서도 곧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대로 그녀를 끌어올리는 건 체력상 도저히 무리였고, 빠른 판단이 필요했던 나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적절한 장소를 물색했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 내 눈에 들어온 한 가지 적절한 장소가 바로 방금 전 병사가 지나온 다리, 그곳이었다.


현재 지점은 교각 중앙에서 조금 왼쪽으로 치우친 곳이지만, 불과 10M 정도만 더 기어가면 교각 중앙부의 철교, 그리고 바로 아래에 그 다리가 있다. 비록 그 다리라는 것이 철교와 마찬가지로 철제인데다 여기서 높이 차이도 꽤 되는 편이라 무사히 다리 위로 떨어진다 해도 부상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뭐 죽는 것 보다야 낫지 않은가!


방법이 그 뿐이라고 확신한 나는 곧바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에리카! 옆에 있는 다리로 가서 우리 받을 준비해줘요! 내가 무조건 거기까지 데리고 가서 내려줄 테니까!”


나는 언니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미친듯이 손만 허우적대고 있던 에리카에게 빠르게 지시했고, 그제서야 에리카도 퍼뜩 정신이 들었는지 곧장 내가 말한 지점을 확인하더니, 빌린다. 는 한 마디와 함께 내 주머니에서 권총을 빼들고는 왔던 길을 되짚어 곧장 다리로 향했다.


나는 고통 때문에 표정이 계속 일그러졌지만 아래를 내려다보고 최대한 웃어 보이며 말했다.


“어...어쨌든 안심해요. 내가 꼭 구해줄 테니까... 알았죠?”


그러자 그녀는 아까의 놀란 표정 그대로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지만, 맞잡은 손에서는 더 이상 힘을 풀지 않았다. 좋아. 그거면 됐어.


그렇게 나는 죽을힘을 다해 왼팔만으로 철근 위에서 포복을 시작했다. 한 손을 아델라를 잡고, 다른 한 손은 계속해서 움직이며 철근 위를 기었다. 걸어서는 불과 5초도 되지 않아 도달할 거리였지만, 사람 하나를 달고 기어서 가자니 마치 1초가 한세월처럼 느껴질 정도로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말해놓고 포기할쏘냐. 당신이 죽으면 난 에리카한테 죽는다고!


몇 번씩 숨을 고르며, 기고 또 기었다. 나중에 가서는 기어가는 손에서조차 힘이 빠져나갔다. 그럼 또 몸을 비틀어서라도 조금씩 전진했다.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이마에서 떨어진 땀이 바로 앞 철근에 똑 똑 떨어져 내렸고, 그렇게 떨어진 땀을 몸으로 쓸고 지나가자니, 마치 잔뜩 녹슨 철근이 미끄럽다는 감각마저 들 정도로 위태로운 감각이 온 몸을 쓸고 지나갔다.


더군다나 얼마 안 있어서는 흘러내리는 땀에 젖어 시야마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눈을 감은 채 그저 머리를 비우고 감각에만 의존해 철근 위를 나아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눈을 뜨자 전방에 보이던 다리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퍼뜩 정신이 들어 아래를 보니 그렇게 멀고 멀게만 느껴졌던 녹색 페인트가 칠해진 다리가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철근과 다리의 높이 차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상당했다. 다이빙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게 아래에서 위를 보는 것보다 더 높아 보인다는 뭐 그런 효과에 의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여기서 잘못 떨어졌다간... 확실히 어디 하나쯤은 부숴먹겠어.


“크윽... 어쩔 수 없나.”


그래. 나도 함께 뛰어내려야만 한다. 다리에서 이렇게 소란을 피운 이상 곧 경비병이 들이닥칠 확률이 매우 높은 데다, 마찬가지로 지친 에리카가 다시 나를 데리러 여기까지 올라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똑같은 꼴을 두 번이나 겪고 싶지도 않고 말이지.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에리카와 우리의 거리를 가늠했다. 확실히 이 높이에서 받으면... 그녀도 무사하긴 힘들겠어. 으음... 셋 다 부상당하면 꼼짝없이 붙잡히거나 죽을 확률이 높으니까 적어도 하나만 다치는 게 낫지 않을까?


나는 에리카에게 그냥 옆으로 비키라고 지시한 뒤, 시선을 약간 옮겨 이번에는 아델라와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 나는 딱 한마디만 했다.


“꽉 잡아요.”


그 직후, 나는 그대로 철근에서 몸을 굴려 떨어지면서 그녀를 잡아당겨 품에 껴안았다. 다행히도 내가 그녀를 안는 과정에서 한 바퀴 돈 탓에 내 등이 아래쪽을 보고 떨어지는 중이었으므로 그녀가 다칠 확률은 어느 정도 배제할 수 있었다. 아아. 확실히 어디 하나는 부러지겠네. 전치 몇 주려나... 여왕한테 병원비랑 이것저것 다 청구할 테다. 젠장.


짧은 낙하동안 연이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고, 분명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운 철덩어리 바닥에 등짝을 세게 부딪히며 정신을 잃을 것이었다. 그런 막연한 두려움에 나는 더욱 그녀를 꼭 끌어안은 채 눈을 질끈 감았다.


-파악!


...응? 하지만 예상보다 내게 전해진 충격은 상당히 적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폭 안겨있는 듯한... 어어?!


“크으윽... X발 더럽게 무겁네...”


분명 비키라고 지시했을 텐데, 에리카가 기어이 나를 받아낸 것이었다. 그녀 역시 꽤나 충격을 흡수했는지 우리를 받은 채로 주저앉아 버리긴 했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우리가 다치지 않게끔 우리 둘을 단단히 끌어안고 있었다.


“왜, 지휘관 지시 불이행으로 징계라도 때리게? 첫날부터 중대장을 집어던졌는데, 그까짓 걸 무서워할 것 같아?”


그녀는 씨익 웃어 보이며 너스레를 떨었다. 나는 그녀의 몸 상태가 괜찮은지를 급히 살피려 했지만, 그녀는 고통에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내 손을 탁 털어내며 말했다.


“별 거 아냐. 그냥 살짝 뻐근한 것뿐이니까 신경 쓰지 마.”


그런데 그 순간,


-타앙!


총알 하나가 왼쪽 뺨을 팍! 스치고 지나갔다. 큭, 아까 전 투덜거리며 돌아갔던 바로 그 경비병이 되돌아온 것이었다. 우리를 발견한 경비병은 곧바로 내게 총알을 날린 뒤 호각을 입에 물었다. 젠장, 유탄발사기를 쏘기에는 시간이...!


-타앙!


그 순간 귓전을 때리는 총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고, 깜짝 놀란 난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귀를 감싸 쥐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그 경비병이 호각을 채 불어보지도 못한 채 스르륵 철교 위에 쓰러지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고, 에리카는 그걸 확인했음에도 여전히 긴장된 어조로 말했다.


“더 이상의 작업은 무리겠네. 빨리 빠져나가야 해.”


여전히 귀가 윙윙거렸지만 나는 우선 품 안의 아델라가 무사한지 확인했다. 다행히 그녀는 더운 날씨 때문에 열이 올랐는지 얼굴이 조금 빨개진 걸 제외하면 별 이상이 없어 보였다. 나는 아직까지도 내 품에 안긴 채 나를 쳐다보며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그녀에게 살짝 웃으며 조심히 말을 건넸다.


“저기... 이제 좀 일어나 줬으면...”


그러자 그녀는 또다시 흠칫 놀라더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부스스 일어나면서 주변을 살피고는 방금 전 쓰러진 병사가 떨어트린 볼트액션 소총과 클립 몇 발을 챙겼다. 아니... 지금 무기 파밍할 시간 없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주워 든 소총을 꼬나쥔 채 먼저 나아가기 시작한 그녀를 뒤따라 우리는 곧바로 교각 사다리 쪽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곧 앞쪽에서 들려온 수많은 발소리가 우리의 앞을 막아섰다.


“꼼짝 마라! 쥐새끼같은 년들!”


어느새 우리 맞은 편 다리 위로 접근해 명백한 적대감을 보이는 병사들은 딱 봐도 새벽에 교전했던 아이오와 주방위대원들과는 복장부터가 완전히 달랐다. 쳇. 드디어 본대가 온 건가.


그들이 위협하자 아델라와 에리카는 나를 가리려는 듯 앞으로 나섰다. 아! 그럼 이 틈에...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라! 그렇지 않으면...!”


날카로운 목소리로 위협하는 장교의 말에 맞춰 철모를 쓴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탄을 장전하고는 우리를 겨누었다.


“5초를 세겠다! 하나...!”


-퐁!


장교가 숫자를 세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맥 빠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주위는 잠시 정적에 휩싸였다. 그래. 나머지 숫자는 저승에나 가서 마저 세라!


-콰과광!


곧이어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은 섬광과 함께 다리가 미친 듯이 진동했다. 그녀들에게 가려져 있던 틈을 타서 날린 유탄이 제대로 들어간 것이다. 비록 거리 계산 없이 몰래 쐈던 터라 완전히 적들을 맞춘 건 아니었지만, 애초에 내가 노린 건 그들이 아니었다.


-끼기기기긱!


그리고 포연이 걷힐 즈음.


-쿠르르르릉!!


엄청난 굉음과 함께 그들이 서있던 반대편 다리가 그대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뛰어!”


나는 우리가 서 있는 다리까지 붕괴의 영향을 받기 전에 어서 두 명에게 반대편으로 뛰라고 지시했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해서 보니, 우리 쪽도 다리를 지탱하는 케이블이 파편과 폭압에 의해 상당수 끊어져 조금만 충격이 가도 무너질 것 같은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예정과는 달리 11번 교각에 도착하게 되었고, 계속해서 12번 교각 쪽 케이블이 허공에 춤추듯 끊어지며 마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서 사다리를 타고 신속하게 교각을 내려왔다.


-타다당! 투두두두...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은 여기서 약간 떨어진 위치에서 지속적인 총성이 들려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여기에 있고, 우리를 따라올 추가 병력은 다리와 함께 사라져서 당연히 없을 테니 우리에게 쏘는 건 아닐 테고... 설마?!


“젠장! 돌핀인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사다리를 마저 내려오던 에리카가 대신 해 주었다. 나는 불안한 감을 숨기지 못한 채 사다리를 전부 내려오자마자 곧바로 출발 전에 벨 중위에게 미리 받아두었던 플레어 건을 장전한 뒤 허공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파앙!


곧 붉은 연기가 선을 그리며 솟아올랐고, 얼마 되지 않아 건너편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총탄 소리와 함께 두두두두 하는 엔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마 그쪽에서도 다리가 무너지는 게 보였을 테니 적과 교전하면서 버티다가 우리가 그리로 내려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는 곧장 이쪽으로 온 거겠지.


이내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돌핀 안의 분위기는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 컴뱃카의 포탑은 물론 배의 항해를 책임지는 민병대원들까지도 개인 화기를 꺼내서 뒤쪽을 향해 미친 듯이 발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를 발견하자마자 안에 타고 있던 모두가 미친 듯이 팔을 흔들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빨리, 빨리 타! 어서!”


거의 물 위에서 드리프트를 하며 교각에 부딪히다시피 배를 댄 벨 중위가 마찬가지로 우리를 재촉했고, 제대로 준비조차 못한 우리는 심하게 출렁거리는 배에 거의 뛰어들듯 무작정 올라탔다. 그 직후 우리는 잠깐 중심을 못 잡고 컴뱃카 전면을 짚고 서 있었는데,


-씨잉!


“엎드려!”


정신없는 채로 서 있던 우리는 곧바로 적의 표적이 되었고, 나는 저 멀리 안개 속에서 섬광이 불을 뿜는 것을 보자마자 엄폐하지 못하고 서 있던 아델라를 덮치듯 밀쳐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우리가 서 있던 자지를 몇 발의 총탄이 꿰뚫었다.


“...크윽!”


그런데 팔이 땅에 닿는 순간 갑자기 왼팔에서 날카로운 칼이 쑤시는 듯한 강렬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무심코 쳐다봤더니 방금 전의 눈 먼 총알 중 하나가 어깨를 스쳐지나가기라도 했는지 찢어진 옷 틈 사이로 꽤 많은 양의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정통으로 맞은 건 아닌 것 같지만... 으윽... 이건 진짜 아프다...


붉은 피가 금세 옷을 흠뻑 적시고, 얼마 안 가서 위치상 내 아래에 깔리다시피 하던 아델라의 하얀 얼굴에도 붉은 핏방울이 뚝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고통에 일그러진 내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마치 무언가를 자극당한 듯 안 그래도 창백한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이내 공포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지은 그녀는 몸을 덜덜 떨며 팔을 뻗더니, 그내로 나를 끌어당겨 꽈악 안았다. 누가 봐도 가녀린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는지 이전과는 달리 정말이지 벗어나려 해도 도무지 벗어날 수가 없을 정도의 강한 힘이었다.


“자...잠깐...! 에리...에리카...!”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적잖이 당황한 나는 옆에서 정신없이 소총을 이용해 응전하던 에리카를 불렀다. 그러자 그녀는 곧바로 이쪽으로 와 자신의 언니를 흔들어 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인 아델라와 그러는 와중에도 쉴 새 없이 근처에 와서 박히는 총탄에 안 되겠다는 듯 내게 우선 지혈부터 하라는 말과 함께 되돌아갔다. 아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지혈을...!


“일단... 이거 좀...!”


나는 최대한 그녀를 떼어내려 했으나, 그럴수록 그녀는 더욱 더 내 목을 끌어안으며 품으로 끌어당겼다. 무...무슨 여자 악력이 이래...?! 이내 그녀는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더니, 내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곤 뭐라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아..아윽....”


그건 제대로 된 말이라기보다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쥐어짜낸 신음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래서 제대로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마치 내게 사과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걸 알아차린 나는 주위가 완전히 아수라장인 와중에도 움직이지 않는 팔을 힘겹게 뻗어 그녀의 머리 위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일단 진정이라도 시켜야 좀 풀어주던지 할 것 아닌가.


“괘...괜찮아요.. 그러니까...이거...좀...”


내 손길을 느꼈는지 그녀는 흠칫 하고 몸을 살짝 떨더니, 반사적으로 팔에 쥐고 있던 힘을 조금 풀었다. 나는 그 틈을 이용해 천천히 그녀의 품에서 빠져나온 뒤, 무언가 지혈할 만한 게 없는지 두리번거리며 찾기 시작했다. 이미 진작에 팔뚝 부분의 군복이 피로 젖어 질척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분명 이대로 장시간 방치해 두었다간 큰일 날 것이 분명했다.


-씨잉! 파박!


-투두두두두!


그러는 와중에도 교전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안개 저편에서 총탄이 날아옴과 동시에 우리 측 포탑 역시 계속해서 불을 뿜었다.


“젠장, 그나저나 왜 속도가 안 나는 거야?!”


에리카가 소리쳤다. 그제서야 나는 문득 아까 전부터 계속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냈다. 그렇다. 그렇게 벨 중위가 자신만만했던 속도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던 것이었다. 오히려 조금씩 상대측에서 들려오는 총소리가 더욱 가까워지더니, 기어이 안개 저편에서 시커먼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내는 정도까지 접근을 허용하고 말았다.


“거의 쫒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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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작품에 관한 중요 공지가 있으니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서는 꼭 공지사항을 확인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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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25화.[한국으로의 휴가](2) +4 21.05.23 138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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