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1화.[한국으로외 휴가](8)
하지만 케이트는 그녀가 오줌을 지리던 말던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벌벌 떠는 그녀 앞에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춘 케이트의 표정은 마치 정말로 새끼의 원수를 만나게 된 한마리 암여우같아 보이기까지 했으니까.
"뭐야, 무슨 일인데?"
갑자기 어디선가 리스와 에린, 그리고 마틸다가 나타났다. 주머니에 뭔가 쑤셔넣고 있는 걸 보니 딱 봐도 리스가 담배 피겠답시고 둘다 끌고 어딘가 나갔다 온 것 같은데. 어쨌든 기회는 이때다.
"아..아무것도 아냐. 가자!"
나는 별일 없다는 말과는 달리 필사적으로 케이트와 아델라의 팔을 잡아끌었다. 마치 떼쓰듯 매달린 나를 제지할 재간까진 없었는지 둘은 어느새인가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이 걸린 채 순순히 끌려오긴 했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듯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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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들, 그러니까 케이트와 아델라는 들어와서도 시종일관 별로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 듯했다.아델라도 비록 표정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확실히 어딘가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케이트의 경우엔 완전히 얼굴에 그늘을 드리운 채 볼펜을 탁, 탁,
하고 책상에 부딪히기까지 했다.
평소의 차분한 그녀들이라곤 전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산만한 모습이다. 결국 걱정이 앞선 난 마지막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함께 앉은 아델라와 케이트를 찾아갔다.
"...둘다 괜찮아요?"
"..."
"..."
반응이 없다. 평벙한 외국인인 듯 하다. 아니 이게 아니라, 아무래도 아까 일로 걱정을 많이 끼친 모양인데. 솔직히 이 일의 원흉인 주제에 크게 뭐라 할 말이 없었던 나는 결국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아야만 했다. 그런데,
"야, 너 영어 좀 하지 않냐? 가서 말이라도 걸어보지 그래?"
아, 참고로 여기 넘어온 내 부하들은 누이들처럼 어느 정도의 한국어 번역이 가능하도록 마법 조정을 받은 상태다.
"그럴까?어차피 한영훈 저 X만이랑은 뭐 별것도 없는 것 같은데ㅋㅋ."
즉, 그녀들 바로 앞에서 시시덕거리는 저놈들의 대화조차도 모조리 그녀들의 귀에 들어가고 있단 소리지.
"니 와꾸면 쌉가능이지. 저런 새끼랑도 다니는데 니가 뺀찌먹겠냐. 오른쪽 애는 나중에 나한테 소개 고."
"ㅇㅋ 기달."
이윽고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몸을 이리저리 껄렁거리며 완전히 저기압 상태인 두 명에게 다가갔다.
"아, 안녕~ 난 승운이라고 해. 둘 다 괜찮으면 수업 끝나고 애들이랑 같이 놀러 안 갈래?"
"..."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그야말로 무시의 정석. 어디서 개가 짖나 하는, 뭐 그런 느낌? 반면 둘에게 제대로 씹힌 승운이는 열이 뻗쳤는지 여전히 볼펜을 탁탁 두드리며 뭔가를 생각하던 케이트의 팔을 거칠게 낚아챘다. 젠장, 내가 진작 나갔어야 했나!
"야! 사람이 말하는데 쳐다보지도 않고ㅡ"
ㅡ짜악!
순간의 정적. 내가 뭘 해보기도 전에 케이트는 그대로 반대쪽 팔을 휘둘러 승운이의 뺨을 풀스윙으로 갈겼다. 눈빛은 평소의 나긋한 그녀가 아닌 절대영도의 얼어붙을 듯한 시선을 유지한 채로.
-저벅 저벅.
...응? 그런데 왜 나한테로 오는 거지? 서..설마 그 상냥한 케이트에게 뺨을 얻어맞게 되는 거야!? 아...아니..지?
"...허읍!?"
하지만 그런 내 예상은 완벽히 빗나갔다. 그녀는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내게 다가와 거칠게 내 뒷머리를 받쳐들더니... 그대로 자기 입술을 내 입술위에 포갰다.
...당했다. 그것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케이트에게. 심지어 반 친구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아니, 어쩌면 일부러일지도 모른다. 현재도, 지금 이 순간에도 실시간으로 경악 중인 부하들이나 반 친구들 따윈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마치 여봐란 듯, 자신의 것에 마킹이라도 하듯 거칠게 내 입술을 탐하고 있으니까.
...에이, 나도 모르겠다. 어차피 다시 볼 애들도 아니고. 지금은 주변 신경쓰지 말고 그녀에게 맞춰 주자. 내 모든 걸 그녀에게 맡긴다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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