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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츄샤 님의 서재입니다.

밀리터리 마니아가 이세계의 전쟁영웅이 되기까지 (1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전쟁·밀리터리

카츄샤
작품등록일 :
2020.04.22 04:51
최근연재일 :
2022.03.08 11:44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17,344
추천수 :
200
글자수 :
565,196

작성
21.06.24 10:55
조회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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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38)37화.[철로 위의 괴물](4)

DUMMY

"각 소대별로 보고 실시해."


차장석에 올라 마이크를 켜고 모든 차량을 호출하자 곧 모든 소대로부터 속속 무전이 도착했다.


[여기 1소대장, 전투 준비 완료되었다.]


첫 번째로 에린,


[2소대, 준비가 끝났습니다.]


두 번째는 비앙카 하사.


[3소대, 사격준비 완료. 지시를.]


셋째가 미아,


[여기 정찰소대,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일단 열심히 갈겨는 볼게.]


마지막으로 정찰소대의 리스까지 모두 보고를 마쳤다.


좋아. 기병대원들도 차질없이 탄을 날라주고 있고, 지금은 마침 우리와 적 사이를 가로지르는 산에 가려 어느쪽에서도 포격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 틈에 탄 적재만이라도 어느 정도 끝낸다면...


...응?


"왜 그러고 서 있어요?"


시선이 느껴지길래 쳐다봤더니 오줌싸개 두 명이다.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이리저리 눈치만 보고 서 있었다.


...지휘관이라는 것들이 지금 뭐 한대? 또다시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유개화차는 저쪽이에요."


그래, 반쯤 체념했다 이제. 아마 내가 죽어서 화장하면 몸에서 사리가 나오겠지. 인자하신 스님도 얘네 하는 꼴을 보면 목탁으로 뚝배기를 깨지 않을까?


하지만 내가 손가락으로 친절하게 방향까지 가르쳐주는데도 저 미친것들은 우물쭈물하기만 할 뿐 움직임이 없었다.


요시, 나중에 여왕한테 얘기해서 둘 다 모가지를 날려버리자.


나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하며 더더욱 눈살을 찌푸렸다.


"화차 밖으로 걷어차기 전에 빨랑 안 움직여?"


내가 최대한 목소리를 깔며 위협하자 그제서야 둘은 잠시 움찔하더니 주섬주섬 옆쪽에 쌓인 탄을 나르기 시작했다.


꼴에 존심은 있어서 새초롬한 표정으로 전차를 기어올라오는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영화 300의 주인공에 빙의해서 "THIS! IS! ARTIAAAAA!!" 를 시전하며 그대로 확 걷어차버리고 싶었지만 일단 지휘서열은 높다니까 필사적으로 참았다.


아, 그래봤자 계급은 나랑 똑같더만. 쏘가리쉑.


"눈 안 깔아?"


그런데 내가 도끼눈을 뜨자 곧장 눈을 깔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두 손으로 탄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그냥 한번 해본 건데 이건 또 말을 듣네. 근데 얼굴은 왜 또 빨개지는데. 기분 나쁘게시리.


하여튼 종잡을 수가 없다니까 이것들은.


그나저나 이제 슬슬 지나쳐가는 산의 높이가 낮아져가고 있다. 곧 있으면... 적이 나타나겠지.


다만 문제라면 현재 보고된 바에 따르면 아직 탄이 절반도 채 적재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화차 위에는 여기저기 할것 없이 온통 옮기다 만 탄들로 그득한 상태란 소리지.


즉, 한 대라도 까딱 잘못 맞았다간 유폭나서 사이좋게 골로 가기 딱 좋은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7호차로부터 정찰소대 제외한 모든 전차에! 남은 탄들 전부다 뒤쪽으로 옮겨서 화차 바깥에 버려요! 이제 시간이 없어!


그러자 곧 여기저기서 텅 텅 하고 박스째 무언가 내던져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칫, 아깝긴 해도 어쩔 수 없지.


"여기 7호차. 다들 정신 바짝 차려요!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객실에 뚫린 구멍 사이즈를 봐선 최소 사이즈 좀 나가는 함포 비스무리한 거라도 달아놓은 모양인데, 지상에서 그런 물건을 움직이려면 전차 따위론 턱도 없다. 최소한...


-삐이이이익!!


아니나 다를까, 마치 일부러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라도 하듯 가까운 곳에서 새된 기적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하여튼 이놈의 개떡같은 예감은 틀려먹는 법이 없어.


이윽고 선로가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우리의 것과는 어딘가 확연히 다른 진동, 그리고 이질적인 엔진음이 겹쳐 들리기 시작했다.


-드드드드드드드득...


그렇게 소름끼치도록 이상한 침묵 끝에, 이윽고 무언가 산등성이 너머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말 그대로... 괴물이었다.


"저...저게..뭐야!?"


누군가 통신수칙도 잊어버린 채 무선 너머로 외쳤다.


1차 대전의 유산, 징그러울 정도로 많은 리벳이 촘촘이 들어박힌 철판은 마치 두터운 가시갑옷처럼 그것의 몸체를 덕지덕지 둘러싼 채 기나긴 철길을 따라 꼭 하나의 생명체라도 되는 양 꾸물 꾸물 움직이고 있었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낮은 기적소리와 압력 컴프레서가 공기를 내뱉는 기분나쁜 소리는 마치 그 괴물이 생명이라도 얻어 낮게 으르렁대는 것만 같이 느껴지게 했다.


"자...장갑..열차.."


누군가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동체에 그려진 빛바랜 금색 독수리와 녹슨 철십자가 거의 다 떨어져나가다시피 한 그 노쇠한 괴물은 지난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그 육중한 몸을 우리와 거의 같은 속도로 이끌며 마치 가시처럼 촘촘히 나 있는 대포들을 이미 우리쪽을 향해 겨누고 있었다.


"쏴!"


나는 목표를 하달할 것도 없이 바로 사격 명령을 내렸다.


-파앙! 파팡!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기저기서 귀를 찢어발기는 폭음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그것을 신호탄 삼아 선로를 나란히 한 두 열차간 치열한 포격전이 시작되었다.


[신중하게 사격해! 우리 이 포탄 경호 당일까지도 써야 하니까!]


보급관인 에일린 상사가 무선망 너머로 다급하게 소리쳤다. 뭐랄까, 분위기 깨긴 한데 맞는 말이다.


유폭을 방지하기 위해 남은 탄을 모조리 내다버렸으니 지금 쏘는 한발 한발이 귀중할 터였다.


지금 내 단차에 적재된 탄은 다 해봤자 겨우 32발. 아까도 말했듯 만재 72발의 반절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물론 다른 차들도 사정은 비슷할 테지.


나는 차분히 포탑을 살짝 왼쪽으로 돌려 기관차를 조준했다.


조준경 십자선에 곧 기관차의 조종실이 들어왔다. 그나마 장갑이 덜 떡칠된 곳이 저기 같은데. 좋아, 한번 노려볼까.


-콰앙!


와씨 깜짝이야. 난생 처음으로 쏴본 전차포의 폭음이 폐쇄기를 넘어 포탑 전체에 지잉 하고 울렸다. 생각보다 방아쇠가 엄청 민감하구나.


그냥 살짝 눌렀는데 어느새 조준경 너머로 불꽃을 끌며 저 멀리 날아가는 포탄을 보니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첫 발은 아쉽게도 빗나갔다. 그럼 조금만 내려 쏴볼...


-카앙!


순간 포탄을 발사했을 때보다도 한층 강한 진동이

전차를 뒤흔들었다. 크윽, 피격당했구나.


다행히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지만, 전차 안에선 외부 상황을 알 방법이 없으니 이따 정비소대에 연락해 봐야겠다.


"아 맞다, 기병대 사람들은?"


순간 재수탱이 오줌싸개 두 명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그래도 미운놈 떡하나 더 챙겨준다고 나는 케이트에게 잠시 그녀들의 상태 확인을 부탁했다.


[...다들 차체 뒤쪽에 엄폐중이에요.]


허, 그래도 제 목숨 아까운 줄은 아는군. 나는 안심하고 다시 조준에 집중했다.


"케이트, 탄종 고폭탄."


[탄종 고폭탄, 탄약 일발 장전!]


그녀가 가대에서 탄을 뽑아 순식간에 밀어넣자 조그마한 강철 폐쇄기가 사이즈에 어울리지 않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쾅! 소리를 내며 상승했다.


-뻐엉!


또다시 굉음이 울리고, 매캐한 화약가루가 포탑 안을 가득 메우는 것과 동시에 철컥 소리를 내며 폐쇄기가 밀려나더니 새하얀 연기를 날리는 탄피를 방출해낸다.


다행히도 빨간 점이 되어 날아간 탄은 정확히 기관실 창문으로 빨려들어가듯 명중했다.


좋았어. 아마 내부는 파편으로 만신창이가 되었을 터, 그렇다면 승무원의 생존도 장담하기 힘들 것이 분명했다.


[여기 정찰소대, 외부에 노출된 병력들은 대부분 정리했는데 문제는 내부야. 철갑탄으로 아무리 두들겨도 꿈쩍도 안해.]


[고생했어. 그건 우리가 어떻게 해볼테니 외부 병력들 보이면 제때 처리 부탁할게.]


[오케이. 정찰소대장 아웃.]


리스와 통신을 마친 나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아까 전의 그 괴물 포는 뭐였지? 분명 한 대만 제대로 맞아도 장갑판이 휴지조각마냥 찢겨져 나갈 텐데...


지금껏 피해 보고가 없는 걸 보면 아직 발포를 안 한 건가?


[여기 7호차인데 리스, 혹시 대구경 화포같은 거 안 보여?]


내가 무전을 날리자 곧바로 답신이 돌아왔다.


[아, 그거? 그냥 유개화차에 얹어놓은 놈이라 조작할 병력들만 제시간에 청소하면 딱히 문제없어. 신경쓰지 마.]


...진작에 리스네가 아작을 내놓은 모양이다. 그나저나 넌 진짜 그놈의 표현 순화 좀 못하겠냐. 무슨 깡패도 아니고...


여튼 다행히도 저놈의 장갑열차 연식만큼 안에 내장된 포도 크게 별볼일 없는 모양인지라 아직 크게 보고된 피해는 없었다. 아, 아까전에 2소대 차량 한대가 포탄을 주포에 직격당하는 바람에 망가졌다고 했던가. 여튼 그게 현재 우리의 최대 피해량이였다.


-덜컹 덜컹!


깜짝이야. 별안간 조군경에서 적 장갑열차가 사라지는가 싶더니, 시야가 온통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아무래도 터널 안으로 들어온 모양이군.


나는 그저 나오기만 해보란 심정으로 조준경에 눈을 갖다댄 채 한쪽 다리를 달달 떨었다. 터널에서 나오는 순간 기관차 쪽으로 한번에 화력을 집중해

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터널이 길게 이어져 있었고, 그저 태풍의 눈어온 것만 같은 이 정적이 나는 너무나도, 소름끼칠 정도로 싫었다.


긴장 탓일까, 마치 모든 감각이 이 조그마한 조준경에 모두 쏠린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여기 지휘차, 터널 빠져나오는 순간 일제히 기관차 쪽으로 화력을 쏟아붓도록 한다. 알겠나?"


[[[수신완료.]]]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금방 대답이 돌아왔다. 이내 무선망은 침묵만 흐르고... 이제 슬슬 터널이 끝나갈 기미가 보였다. 조금씩 밝은 빛이 일렁이기 시작한 것이다.


-덜컹 덜컹!


"으윽?! 내 눈!"


젠장, 터널 나올 때 시야 마비를 생각 못하다니, 이렇게 되면 공격 주도권이..!


"...어라?"


아무런 공격도 일어나지 않는다. 저쪽에서도, 이쪽에서도.


어느새 확보된 시야에 비친 풍경은 그저 넓게 펼쳐진 평원과 그에 맞춰 덜컹거리는 우리 열차의 소음, 그리고 바람소리만이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여기 정찰소대인데, 적이 안 보이...히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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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36화.[철로 위의 괴물](3) +2 21.06.23 10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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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34화.[철로 위의 괴물](1) +2 21.06.21 117 1 8쪽
34 (34)33화.[첫키스, 첫사랑](2) +4 21.06.19 120 1 6쪽
33 (33)32화.[첫키스, 첫사랑](1) +2 21.06.17 124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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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30화.[한국으로의 휴가](7) +4 21.06.09 113 2 9쪽
30 (30) 29화.[한국으로의 휴가](6) +2 21.06.07 115 2 8쪽
29 (29) 28화.[한국으로의 휴가](5) +4 21.06.04 11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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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26화.[한국으로의 휴가](3) +2 21.05.30 125 2 7쪽
26 (26) 25화.[한국으로의 휴가](2) +4 21.05.23 138 2 8쪽
25 (25) 24화.[한국으로의 휴가](1) +1 21.04.08 16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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