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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필스너
작품등록일 :
2022.05.11 11:45
최근연재일 :
2022.06.1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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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2,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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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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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59화>

병자호란




DUMMY

 *           *           *


 “어디? 디, 디퍼슨? 나, 나도 데려가. 나도 데려가! 나도 갈 거야! 나도 갈 거야! 내가 거기를 가야 해! 내가 거기에 가서 찾을 것이 있거든? 그러니 나는 반드시 디퍼슨으로 가야만 해!!” 정신이 혼미한 얀스는 특별히 누구에게 말하는 것도 아닌 상태로 무작정 뇌까렸다.

 모진 고문을 당해 만신창이가 된 몸이지만, 퓨그군이 디퍼슨으로 후퇴를 한다고 옆에 있던 카오핑이 말하자, 망가진 자신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역시 몸이 엉망이 된 카오핑도 그렇게 했다.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겨우 말에 올랐다.

 거동조차 하지 못할 만큼 처참한 고문을 당했지만, 모두가 디퍼슨으로 간다는 얘기에, 얀스는 기억을 되살리며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다시 부여잡고 있었다.




 28. 별의 안식처


 하이란은 다가와 하멜을 일으켜 세우며 위로를 했다. 급박한 상황에 북극이라고는 말하고 떠났지만, 정작 호크런과 아버지가 어디까지 갈 지 당장은 알 수가 없었다.

 전장에 있던 퓨그군은 모두 항복을 했고, 다른 퓨그군은 디퍼슨으로 되돌아갔기에, 우선은 코르군도 계속 북진을 하여 디퍼슨을 함락시켜야 했다. 적의 수도인 디퍼슨에 코르의 깃발을 꽂아야만 모든 전쟁이 끝이 나는 것이었다.


 코르군은 다시 전열을 정비한 다음, 곧장 북쪽으로 향했다.



 *           *           *



 북으로 도망을 치던 호크런과 냉혈족 장군들은 결국, 디퍼슨으로 귀환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냥 자신들의 고향인 북극으로 달아나버렸다.

 처음에는 코르에게 끝까지 항전을 하자며 전장에서 후퇴해 디퍼슨으로 들어온 병사들도 많이 있었다. 디퍼슨의 시민들 중에는 전쟁에서의 패배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목숨을 다해 황제를 지키자고 결의를 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었다. 호크런이 복귀를 하면 성문을 굳게 닫아 걸고 지구전을 펼치자는 전략을 짜기도 하였다.

 그런데...

 믿고 기다리던 황제와 냉혈족 장군들은 수도인 디퍼슨을 버리고야 말았다. 그냥 그대로 북극으로 떠나고야 말았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디퍼슨의 시민들은 허탈감을 넘어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그동안 호렌 세상을 지배하는 ‘가장 위대한 자’이자 자신들에게는 가장 너그럽고 위대한 군주라고 믿었던 호크런의 이런 추악한 배신에 몸서리를 쳤다.

 제국은 제국의 백성이 있어야 황제도 있는 것이었다.

 제국의 백성이 황제를 칭송해야 그도 위대해지는 것이었다. 그동안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렇게 믿고 살아왔었다.

 다른 식민지를 다스리며 그들로부터 조공을 받아내며 이를 디퍼슨에 투자했기에, 디퍼슨의 시민들은 당연히 가장 큰 행복을 누리며 사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런 백성을 버리고 자신만 살자고 황제가 도망을 쳤다는 사실에, 디퍼슨 시민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디퍼슨의 정신은 순식간에 무너지고야 말았다. 시민들은 쳐들어오는 코르군과 맞서 싸울 의욕을 모두 상실하고야 말았다.

 호크런과 냉혈족이 떠나자 북풍 보라도 사라져버렸다. 꽁꽁 얼어있던 디퍼슨도 눈과 얼음이 녹으며 기후가 겨울에서 봄처럼 바뀌고 있었다.

 디퍼슨 도성 안은 온기로 가득했다. 실로 계절을 헷갈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 끝까지 항전을 하자는 강경파의 입지는 설 곳이 없었다. 백성들은 이제 평화를 원했다. 더는 전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싶지가 않았다.



 황제 하이란과 코르(Corr)의 군대는 이제 디퍼슨의 도성 안으로 들어가는 정문까지 다다랐다. 그들이 성문을 열지 않겠다면 다시 한 번 피바람이 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호크런과 냉혈족은 모두 북극으로 달아났다는 첩보가 방금 전달되었다. 하멜은 아버지 사슴을 다시 만날 수는 없겠다는 사실에 허탈하고 괴로웠다. 하지만 하이란은 군사들의 더 큰 희생을 줄일 수가 있다고 생각하니 일단 안심이 되었다.


 파르코가 말을 달려 성문의 앞까지 다가갔다. 그리고 황제 하이란이 천명한 평화의 조건을 그들에게 전달했다.


 맨츠는 과거에 코르 조상의 땅이었다. 그 이후에는 바르티(Bartii) 제국의 땅이었고, 얼마 전까지는 호크런의 땅이었다. 이제 코르가 다시 이 땅의 백성을 힘으로 다스리려 한다면 다른 도전자가 또 생길 것이다. 그럼 이곳의 백성은 또 한 번 갈등과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다.

 이제부터 맨츠(Mantz) 벌판은 어느 누구의 땅도 아니다. 그저 자연을 벗 삼아 성실하게 살아가는 순수한 사람 모두의 땅이 될 것이다.


 아마도 호크런은 맨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언젠간 다시 침범할 것이다. 그래서 코르의 황제는 호크런을 막아낼 수 있는 군대만을 남기고, 맨츠에 영원한 평화와 자치를 약속한다.

 도성의 성문을 연다면 지금 말한 약속을 그대로 지킬 것이라고 하이란은 선언했다.


 이 조건을 놓고 디퍼슨 안에서는 한동안 시민들끼리의 격론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미 이렇게 된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드디어 그들은 성문을 열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이란과 코르군의 입성을 환영하는 현수막들이 즐비했다.


 결국 퓨그(Fuug) 제국은 무너졌고, 수도인 디퍼슨은 코르에게 평화적으로 함락되고야 말았다.



 호크런이 기거했던 얼음산의 카론(Karon)성은 텅 비었다. 고요함을 넘어 적막했다. 

 비록 겉은 얼음성이라도 내부에는 황금으로 치장된 장식이 엄청나게 많았다. 모두가 그동안 식민지 백성의 피를 빨아 빼앗은 공물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중에 상당 부분은 코르에서 나온 것도 분명했다. 그동안 당한 치욕을 생각하니 분노가 이글거렸다.


 호크런이 냉혈족과 회의를 했을 대전으로 들어섰다. 아무도 없었다. 

 단상을 올라 호크런이 앉았던 자리와 주변을 쭈욱 둘러보았다. 역시 온통 황금으로 도배를 한 곳이었다.


 턱! 턱!

 갑자기 무슨 소리가 났다. 근위병들은 황제를 에워싸며 방어자세에 들어갔다. 근위대장인 하멜은 소리가 나는 곳을 주시했다.

 저쪽의 벽 근처 어두운 구석에서 누군가가 벽장과 탁자나 이것저것을 뒤져가며 혼잣말을 하는 것 같았다. 하멜은 병사들과 함께 무엇인지 확인을 하려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여기 있겠지? 아닌가? 아, 그럼 여기 숨겨놓았겠군! ... 어? 아니네? 그럼 여긴가? 뭐야, 여기도 없네? 흠... 그래도 설마 내 눈을 속이지는 못하겠지... 두고 보면 알아. 내가 곧 찾을 거야! 후후후...” 정상적인 사람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하멜이 신호를 보내자 근위병들은 그를 잡아와 황제 앞에 무릎을 꿇렸다.


 그런데 그의 얼굴을 들게 해보니...

 이런! 얀스다!

 뼈만 앙상하게 남았고 초췌한 몰골이었고 눈은 이미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풀렸지만, 그는 분명 얀스였다. 얼굴엔 화상의 흉터 말고도 최근에 고문을 당한 흔적이 역력했고, 목소리도 예전 얀스의 그 목소리가 아니라 미친 사람처럼 높고 가는 음으로 계속 중얼대었지만, 그는 확실히 얀스가 맞았다.


 “얀스! 살아있었군요? 그런데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는 것이야? 무엇을 찾고 있었어? 얼굴은 또 왜 이래? 몸은 또 왜 이렇게 된 것이고? 어?? 왜 이렇게 됐냐고요??” 하멜은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여 울컥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누구지??” 그런데 얀스는 하멜을 알아보지 못했다. 하멜에게 눈동자를 정확히 맞추지도 못했다. 그저 참새처럼 고개를 순간순간 좌우로 돌리며 대전에 모인 사람들만 잠깐잠깐씩 바라보았다.

 “얀스! 왜 이렇게 된 거야? 나를 정말 못 알아보겠어?? 나야 나! 나 하멜 왕자라고!!” 하멜은 얀스의 몸을 흔들며 울먹였다. 그래도 얀스는 정신이 딴 데 가있었다.

 바라보던 하이란과 코르군은 하멜에게 어떤 말이나 위로도 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도 그것을 찾는 거야? 여기 와서 유성을 찾고 있는 거냐고? 아니야, 유성은 우리가 이미 찾았어! ‘사자의 심장’은 디퍼슨에 있던 게 아니라 한즈에 있었다고!” 하멜은 얀스의 몸을 부둥켜안으며 흐느꼈다.

 “아... 그래... 사자의 심장... 그래 내가 그걸 찾으러 여기 왔지... 나는 그걸 찾아야만 해... 곧 찾을 거야... 그럼... 너는... 하멜??” 고개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말하는 얀스는 정말로 미쳐있었다!


 “누가 우리 얀스를 이렇게 만들었어? 왜 이렇게 됐어?? 왜!! 왜!!” 하멜은 별을 찾겠다며 실성을 한 얀스를 보니 서러움이 밀물처럼 다가와서 계속 울며 말했다. 자신에게만 충성을 바친 그 착했던 얀스에게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토록 사람을 인사불성으로 만들었는지, 괴로움과 분노가 함께 몰려왔다.


 그런데...

 얀스가 갑자기 하멜의 손을 콱 잡았다. 그리고는 손가락에 낀 반지를 세게 잡아당겼다.

 “어? 왜 그래?” 놀란 하멜이 물었다.

 “아! 그래! 이 반지! 이제야 이 반지를 찾았군!” 얀스는 반지를 빼내려고 들며 중얼거렸다.

 “왜? 이 반지를 왜??” 하멜은 영문을 몰라 얀스의 손을 홱 뿌리치며 말했다.


 “오~ 맞아, 그 반지야. 내가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요한슨의 반지야! 그게 있어야 유성을 찾을 수 있어...” 정신이 나간 얀스가 말했다.

 “어? 이게 아버지의 반지인지 얀스가 어떻게 알지??” 갑자기 하멜의 표정이 굳어졌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 하이란도 한 발 더 다가왔다.


 “자... 이리 온, 하멜? 그 반지는 내 거야. 네 아버지의 반지는 원래 내가 가져야해... 그러니 어서 그 반지를 내게 주겠니? 후후후...” 미친 얀스의 말에 하멜은 충격을 받았다.

 “이 반지를 왜 얀스가 가지려 하지? 왜!!!” 하멜은 갑자기 언성이 거칠어졌다.

 “왜?? 왜냐하면 그건 내 거니까... 내가 가져야 유성도 나한테 오니까... 그래야 내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으니까... 그때 내가 달라고 했는데 네 아버지가 자꾸 자기 거라고 우겼었지... 그래서 내가... 찔렀어... 어? 무슨 말인지 알아? 내가 네 아버지를 찔렀다고... 푸욱... 찔렀지... 이렇게... 그런데 그래도 그 반지는 끝까지 주지를 않더군... 하멜, 너도 내가 좀 찔러줄까? 하하하” 고개를 좌우로 흔들던 얀스는, 스스로 과거를 모두 실토하였다. 물론 제정신으로 그런 건 아니었다.


 “이런 미친 놈! 누가 누굴 찔러?! 그럼... 내 아버지를 죽인 건 해적이 아니라 바로 너였어?!” 하멜의 분노는 폭발하고 있었다.

 “어, 그래. 내가 찔렀어. 그 반지를 안 주니까, 하하”

 “이럴 수가! 넌 우리 네론(Nehron)의 충신이 아니었어! 아버지나 나를 따라 동방으로 원정을 온 것도 우리에 대한 충성심에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그러니까 아버지나 나를 앞세워서 마지막엔 네가 '사자의 심장'을 독차지하려고 그런 거였다고!!” 하멜은 증오로 전율했다.

 “그 별은 원래 내 것이니까. 내가 가져야만 하는 것이니까, 하하” 얀스는 계속 흥얼거렸다.

 “이런 미친 놈!! 이런 미친 놈!! 이런~ 미친~ 놈!!!” 폭발한 분노는 하멜에게 이성을 잃게 하고 있었다. 덩달아 손가락의 반지도 분노했다. 하멜의 손과 팔이 전율했다. 심장 또한 끓어올랐다. 이제는 하멜의 정신도 혼미해졌다.

 자신의 팔이 무엇을 하려는지 하멜 스스로도 제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었다.

 휙~~

 분을 삭이지 못한 하멜은 즉시 칼을 휘두르고야 말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무도 하멜을 말릴 틈도 없었다.


 호크런의 대전에는 붉은 피만 흥건했다. 굴러다니는 얀스의 머리와 함께...




 카론성 대전 밖의 큰 테라스로 나온 하멜은 실성한 사람처럼 터벅터벅 걸었다. 그저 걸었다. 그러다 피 묻은 칼은 바닥에 던져버렸다.

 어깨는 축 쳐져 있었고 두 눈은 서러움에 젖었다. 그런 모습이 안스러워 하이란은 몇 발자국 뒤에서 따라갔다. 방해하지 않으려 그냥 조용히 따라갔다. 다른 사람들은 멀리서 이들을 지켜볼 뿐이었다.


 피 냄새가 나지 않는 곳까지 걸어 온 하멜은 뿌옇게 흐려진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서 있었다. 하이란은 그런 하멜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주고 싶었다.

 “하멜, 지금 네 기분 알아.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하지만 말이야, 나도 내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에반을 잊었어. 그러니 너도 이젠 얀스를 잊었으면 좋겠어...” 하이란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하멜은 아무 말 없이 먼 하늘만 주시할 뿐이었다. 뿌연 먼지를 뒤집어 쓴 그의 얼굴엔 흘러 내린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퓨그의 황제를 물리쳤어.” 하멜이 중얼거렸다.

 “그래 맞아, 우리가 호크런을 물리쳤잖아.” 하이란이 말했다.

 “내가 물리쳤어.”

 “어? 그, 그래. 하멜이 물리쳤어. 가장 잘 싸워주었어. 그래서 더 고마워. 나도 다 알아.”


 “내가... 퓨그 황제의 주문을 다 읽었어. 아니, 오직 나만이 그의 주문을 읽을 수 있었어. 그래서 내가 그를 물리쳤던 거야!!”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하멜은 허공에 대고 떠들었다.

 “음... 무슨 말을 하고 있은 거야?” 하이란은 갑자기 하멜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와 퓨그의 황제만이 주문을 알았다고! 악의 주문 말이야!” 하멜이 갑자기 화를 내며 외쳤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하이란이 당황하여 말했다.

 “세상을 지배하는 두 세력, 선과 악! 퓨그의 황제가 외치던 주문은 악의 주문이었어. 그런데 그 주문은 나만 알아들었던 거야. 왜냐하면, 내가 어렸을 때 늘 듣던 주문. 늘 할아버지가 말하던 주문과 꼭 같았으니까. 호크런이 주문을 말할 때 어디서 많이 듣던 말 같았고 그래서 나도 따라할 수 있었지만, 그게 어디였는지는 정확히 생각이 나지 않았지. 그런데 내 안의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내 손으로 직접 얀스를 죽이는 순간 나는 깨달았어. 내 안에 악한 기운이 있었다는 것을. 호렌에서는 호크런의 악의 화신인 것처럼, 콕센에서 악의 화신은 바로 할아버지였던 거야. 약한 자를 정복하고 식민지를 가혹하게 다스렸던 바로 나의 할아버지 말이야. 내 몸에는 그 악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거라고. 그래서 내 이마에만 인장이 제대로 찍히지 않고 거머리가 타죽은 것이고, 그래서 충혼탑 아래서 페리도트의 기운이 되살아났을 때 이 반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내 심장이 요동친 거라고! 아버지가 신선이 되지 못하고 사슴으로만 환생한 게 코르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아니야, 아버지의 몸에도 악마의 피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아버지 사슴은 호크런의 최면에 걸릴 수가 있었고, 그래서 북극으로 함께 갈 수도 있었던 거야. 수많은 정복 전쟁을 벌이고 ‘사자의 심장’을 차지해 콕센 세계를 제패하려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네론의 백성을 위해서 그런 게 아니었어. 경쟁자 앵글 왕국이 무서워서 그런 건 더더욱 아니었고. 그것은 바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몸에 악마의 피가 흘렀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내가 바로 악마야! 그러니까 내가 바로 악마의 후계자라고!! 이 반지에는 악마의 혼이 서려있어. 여기서 내가 죽고 이 반지가 파괴되어야 악한 기운이 사라질 것이야. 그러니까... 이 반지가 없어져야 한다고!!!”

 하멜은 울부짖다 비틀거리며 반지를 벗어 땅에 놓았다. 그리고 하이란의 칼을 뽑아 바닥을 내리쳤다. 그러나 반지는 정확히 맞지 않고 옆으로 튕겼다. 하멜은 다시 반지를 내리치려고 했다. 그때 하이란이 하멜의 팔을 잡고 말렸다.

 눈물을 흘리는 하멜을 하이란은 따뜻하게 한 번 안았다. 사랑으로 그를 품어 안았다. 하멜은 울다가 기운이 빠져 털썩 주저앉아 머리를 숙인 채로 계속 흐느꼈다. 하이란도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한참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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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0화> -최종회- 22.06.11 24 0 15쪽
» <59화> 22.06.11 16 0 16쪽
59 <58화> 22.06.10 16 0 24쪽
58 <57화> 22.06.10 16 0 19쪽
57 <56화> 22.06.09 17 0 24쪽
56 <55화> 22.06.09 16 0 19쪽
55 <54화> 22.06.08 15 0 22쪽
54 <53화> 22.06.08 16 0 16쪽
53 <52화> 22.06.07 17 0 24쪽
52 <51화> 22.06.07 15 1 19쪽
51 <50화> 22.06.04 17 1 22쪽
50 <49화> 22.06.04 15 1 18쪽
49 <48화> 22.06.03 20 2 27쪽
48 <47화> 22.06.03 18 2 20쪽
47 <46화> 22.06.02 17 0 23쪽
46 <45화> 22.06.02 14 0 32쪽
45 <44화> 22.06.01 22 0 28쪽
44 <43화> 22.06.01 17 0 33쪽
43 <42화> 22.05.31 20 1 30쪽
42 <41화> 22.05.31 20 0 28쪽
41 <40화> 22.05.30 19 0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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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화> 22.05.28 20 0 46쪽
36 <35화> 22.05.28 16 0 25쪽
35 <34화> 22.05.27 19 1 34쪽
34 <33화> 22.05.27 15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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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22.05.26 19 0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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