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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필스너
작품등록일 :
2022.05.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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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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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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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쪽

<36화>

병자호란




DUMMY

 *           *           *


 모두가 한즈(Hanz)로 다시 돌아왔다.

 우선은 휘레스(Phoiress)왕과 베니안(Bennian) 왕세자의 장례식을 먼저 치러야 했지만, 국가의 앞날에 다급한 문제가 더 급했기에 일단은 시신만 잘 보관하여 두고 의식은 무기한 연기하였다.

 아울러 퓨그(Fuug)는 아직 왕과 왕세자가 숨을 거둔 것을 모르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코르(Corr)의 조정으로서는 지금의 위기 상황을 대외적으로는 최대한 숨겨야만 했다. 그래서 외국과의 무역이나 교류는 전면적으로 중단되었고, 철저히 통제되었다.

 대신 전국 각지의 지방관과 군사령관들에게는 탐피(Tamphi) 총리와 에반(Evan) 대장군이 보낸 조류 통신이 전달되어, 이런 사태를 맞이한 만큼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민생과 국방을 챙기라는 명령만이 하달되었다.


 10월 초,

 앞으로 누구를 다음의 왕으로 옹립할 것인지, 퓨그와의 전쟁은 계속 할 것인지에 대한 긴급 회의가 프로스(Pross)궁의 대전에서 전격적으로 열렸다. 청천벽력과 같은 현실에 모두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래도 언제까지 이렇게 가라앉은 분위기로 시간을 계속 끌 수만은 없었다.


 대신들 중의 으뜸이자 문관을 대표하는 고령의 탐피 총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

 “폐하와 세자 저하는 먼저 전쟁터에 나가면 안 된다고 내가 그렇게 말을 했는데, 에반 대장군은 이를 전혀 막지 않았소. 선제 공격만 하면 승리는 문제없다고 장담을 하더니 결국 폐하와 세자 저하 모두 승하하시는 이런 처참한 결과를 가지고 오다니, 대체 이를 어찌할 것이오? 이제 우리 코르는 누구를 왕으로 옹립하여 살아가야 한단 말이오?! 어디 입이 있으면 한 번 말을 해보시오!!!” 탐피 총리는 노하여 에반을 꾸짖으며 소리를 질렀다.

 “총리께서 나이가 드시니 슬슬 치매가 왔나 봅니다. 세자 저하께서 돌아가신 이유는 천성이 나약하신데다가 맨츠의 추위에 지병이 악화된 것 때문이지, 어찌 이 사람 때문이라고 하시는 것입니까? 그리고 우리 군이 탈진을 하여 적의 공습을 막아내지 못하고 폐하께서 승하하신 이유도, 보급품의 조달이 원활하지 않아 재무장을 할 시간이 없어서 그런 것인데, 보급품 수송을 제때 하지 못한 잘못이 최전방에 있던 이 에반에게 있겠습니까, 아니면 후방에서부터 지원과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총리를 비롯한 대신과 다른 장군에게 있겠습니까? 어쨌든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 맨츠 벌판의 절반은 아군이 아직 점령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게 다 이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임을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에반은 오히려 점잖게 총리의 잘못을 거론하며 맞받아쳤다.


 “정말 너무 하시오, 에반 대장군! 적의 함대가 서해로 공격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 소장이 수차례나 언급을 하였지만 대장군은 그런 경고를 끝까지 무시하지 않았소? 또한 생도 네 명이 적기 편대를 괴멸시켜 퓨그군의 진격을 멈추게 하지 않았다면, 어찌 우리 군이 살아남을 수 있었겠소이까?” 파르코(Parco)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에반에게 따져 물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시오, 파르코 장군? 보급품 수송을 담당하는 함대의 사령관은 본래 파르코 장군이 아니오? 비록 근신 중이라 임시로 얀스(Jans) 제독이 임무를 수행한 것이지만, 따지고 보면 장군이 평소에 적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못했으니까 그렇게 당한 것 아니겠소? 파르코 장군의 부대가 패해놓고 왜 이제 와서 그 책임을 우리 에반 대장군에게 전가를 하는 거요? 그리고 생도 네 명이 왔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남았다고요? 나 참, 기가 막혀서... 생도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저들이 지난번에 무단으로 맨츠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적은 우리에 대한 경계를 아예 하지도 않았을 것이오. 그럼 불곰과 늑대 군단을 비밀리에 배치시킬 일도 없었을 거 아니겠소? 장군은 불과 몇 달 전의 일을 벌써 다 잊었다는 말이오?!” 장군 나리프(Nariff)가 파르코를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이처럼 탐피 측과 에반 측에서는 패전에 대한 책임의 공방이 격렬하게 오갔고,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는 험악해질 뿐이었다.


 양 측에서 설전을 벌이는 동안 프로스궁의 치안을 모두 책임지고 있는 경비대장 얀스는 아무 말이 없었다. 탐피 총리나 파르코 장군의 곁에 앉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에반과 그 측근들에게 다가가지도 않았다. 얀스는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논쟁하고 있는 양 측의 주장을 그저 경청하고만 있었다. 그러나 차분하고 진지하게 시작했던 대책회의는, 시간이 갈수록 오래 묵은 감정이 개입되어 점점 더 거칠어지고만 있었다.

 

 아무리 군의 총사령관이라고 해도 에반은 자신의 군대를 궁 안으로 데리고 들어올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왕궁 안의 모든 경비대 병력은 얀스를 직속상관으로 받드는 군사들이었고, 이런 이유로 양 측은 서로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얀스의 눈치도 봐야 했다.

 그만큼 이미 얀스는 코르 안에서 확고하고도 실질적인 힘을 쥔 인물로 이제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그의 고향 친구인 파르코마저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그런 권력을...


 대전에는 이스트 포인트의 생도들도 들어와 있었다.

 인덤스(Indumps) 해전에서 큰 공을 세웠고, 맨츠(Mantz)에서도 적의 진격을 막는데 성공한 실력과 전투기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인정받아, 파르코의 추천인 자격으로 샤키, 하멜, 하이란, 샤니는 그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전술을 세우는데 이들의 실력이면 충분히 좋은 의견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우세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에반의 아들 에보크(Evoke)도 나리프와 토리크(Torik) 장군의 추천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기네들 말로는 맨츠 벌판으로 빠르게 진격해서 들어갔을 때, 에보크가 최선봉에 서서 아버지를 도운 공이 크다는 것이었다. 사실이야 어떻든 말든, 누구도 막무가내인 에보크를 말리려 하지는 않았다. 그래봤자 소용없는 걸 세상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게 차라리 정답일 것이었다.


 “이미 엎지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가 없소. 잘잘못에 대한 지루한 공방은 이제 그만하고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에 대한 것부터 생각합시다. 지금 우리 코르는 현존하던 국왕 폐하와 차기 국왕에 오르실 분을 모두 잃었소. 700여 년 전 콘스트라(Constra) 태조 폐하께서 이 땅에 통일 왕국을 세우신 후, 코르는 수도 없이 많은 역경을 겪었고 또 그것을 다 딛고 이겨냈지만, 지금처럼 왕국의 적통이 끊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소. 그러니 대체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이오?” 탐피 총리가 울먹이며 말을 꺼냈다.

 “찾아야지요. 휘레스(Phoiress) 폐하와 혈연이 가장 가까운 분을 반드시 찾아야지요. 휘레스 폐하가 아니면 슈젠타(Pseuzenta) 폐하나 브리젠(Brizenn) 세자 저하와 가장 가까운 분이라도 찾아봐야 하겠지요. 찾아서 반드시 우리의 국왕으로 옹립을 해야지요. 그래야 콘스트라 태조 폐하의 혈통을 계속 이어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파르코가 당연하다는 듯 말을 했다.

 “브리젠 세자는 국왕에 오르지 못했는데, 어째서 거론을 하는 것이오?” 에반이 짜증 섞인 말투로 파르코에게 따져 물었다.

 “브리젠 세자 저하는 비록 국왕에 오르지 못하셨지만 동생인 휘레스 폐하께서 그분의 영정을 국왕에 버금가도록 하여 모신 것을 잊으셨소? 세자빈 마마의 명예도 모두 회복시켜 주셔서, 국왕과 왕비에 준해 우리들이 그동안 프로스궁의 사당에서 매년 제례를 올렸소이다. 물론 에반 대장군은 단 한 번도 참석을 하지 않으셨지만요.” 파르코가 뼈있는 말을 던졌다. 그러자 에반은 “끙!” 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


 “전쟁이 잠시 소강상태라고는 하나 어차피 우리의 선공으로 시작이 되었으니, 다음에는 퓨그(Fuug)의 황제가 친히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공격을 해올 것이오. 우리도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맨츠로 치고 올라가 운명의 결전을 치러야 할 이 중요한 때에, 언제 찾을지도 모르는 폐하의 핏줄을 찾아 나서겠다고 하며 계속 국왕의 자리를 비워둘 수는 없지요. 전쟁에 나가는 병사들에게, 우리의 국왕은 지금 족보를 뒤져서 찾는 중이니, 너희는 일단 전방으로 가서 용감히 싸우기나 하라고 말하면 병사들이 뭐라 하겠소? 군대의 영이 제대로 서기는 할 것 같소이까?!” 토리크 장군이 괴팍한 인상을 쓰면서 말을 했다.

 “전쟁이 급하니까 국왕의 자리를 비워 둘 수는 없다... 그럼 이 상황에서 뭘 어찌하자는 얘기요?” 파르코가 눈을 찡그리며 물었다.

 “전쟁에서 승리를 하려면 국왕이 몸소 전쟁터로 나가야 됩니다!” 토리크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면서 대답했다.

 “국왕이 없는데 어떻게 전쟁터로 나가냐 이 말입니다!” 파르코도 언성을 높였다.


 “없으면 새로 만들면 되지요. 퓨그에게 다시 항복해서 개처럼 계속 살겠소이까, 아니면 능력이 탁월한 분을 국왕으로 옹립하여 전쟁에서 승리하겠소이까?” 옆에 있던 장군 나리프가 학생들을 타이르는 듯한 투로 말을 던졌다.

 “나리프 장군, 지금...” 파르코는 설마 하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하지만 나리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태연하게 파르코의 말을 잘랐다.

 “네, 그렇소이다. 이 상황에서 새롭게 코르의 국왕에 오르실 분에 휘레스 폐하의 혈연이 아니 계신다면 뭐 어쩌겠소이까?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택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나라가 살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합니다! 다행히 지금 우리에겐, 능력도 출중하시고 애국심도 투철하신 에반 대장군과 같은 분이 계시오. 지금 이 나라에는 대장군의 존재가 절실한 것이오. 그래서 나는 에반 대장군을 새로운 국왕으로 옹립하고자 하오!” 나리프가 음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리프 네 이놈! 지금 폐하께서 승하하셨다고 감히 대전에서 역모를 말하느냐? 여봐라! 저 역적 놈을 당장 포박하라!” 흥분한 탐피가 경비병을 불렀다.

 “저 늙은이가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토리크와 수하들은 칼을 뽑아 들고 협박을 했다. 그러자 파르코 장군과 수하들도 일제히 칼을 뽑아 들었다. 양 측은 서로 칼 부리를 맞대고 노려보기 시작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발생하자 가운데에 있던 얀스는 신호를 보냈고, 밖으로부터 경비병 수십 명이 한꺼번에 대전으로 속속 들어왔다.

 “얀스 대장, 뭘 하시오? 역모를 꾀한 저 에반의 무리를 당장 체포하여 옥에 가두도록 하시오!!” 아직 노여움이 가시지 않은 탐피 총리가 얀스에게 재촉을 했다. 하지만 얀스는 두 세력이 칼을 들이대고 있는 팽팽한 긴장 속에서 먼저 총리에게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양 측이 꼭 이런 식으로밖에는 할 수 없는 겁니까?”

 “지금 그것을 말이라고 하시는가? 에반의 무리는 역모를 꾀하고 있소. 역모의 무리를 살려두고서 이 나라가 어찌 바르게 설 수 있단 말이오? 당장 저들을 체포하시오!!” 탐피가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얀스는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에반에게 말을 던졌다.

 “꼭 이렇게 하셔야만 합니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의 적은 오직 퓨그의 황제요.” 에반이 차갑게 천천히 말을 했다.


 양쪽의 얘기를 모두 들은 얀스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망설였다. 그러다 얀스의 시선은 파르코 근처에 서있던 하멜에게 고정되었다. 하멜은 얀스가 말을 하지는 못해도 지금 그의 심정이 어떤 건지 충분히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왕자님, 호렌(Horen)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스페르(Sperr)호의 대원들은 이미 모두 죽었습니다. 그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빨리 코르를 탈출해야 합니다. 서둘러 ‘사자의 심장’을 찾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왕자님과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목표를 이루고 네론(Nehron)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대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잖아요... 왕자님, 우리 에반을 밀어줍시다. 에반이 정권을 잡으면 전면전이 계속될 것이고, 그래야만 우리에게도 탈출의 기회가 올 것입니다...' 

 얀스는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고, 하멜 역시 그런 얀스의 마음을 가슴으로 온전히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얀스의 뜻에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었다. 뭔가 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하멜에겐 앞섰다. 찰나의 순간에 두 사람은 말이 없이도 이처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자네는 네론을 대표하는 천재 과학자이자 최고의 지성을 가진 그야말로 충신 중의 충신이 아니었던가? 고국에서도 늘 그랬듯이 비록 이역만리 타향에 잠시 머물고는 있지만, 부디 자네 왕국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을 그런 옳은 판단을 하게나. 나는 자네의 선택을 믿고 있겠네.” 파르코는 간결하게 말했다.

 에반의 편에 서지 말고 자신을 지지하라는 강력한 압박이었다. 

 그동안 코르 안에서 얀스는 단지 난파된 스페르호의 선장이라고만 알려졌었지만, 지금 파르코는 그의 정체를 모두에게 가감 없이 밝혀버리는 강수를 택했다. 흔들리는 얀스의 눈빛을 정확히 읽은 모양이었다.


 얀스는 차마 파르코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어 살짝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반대편에는 에반의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잔뜩 거만함을 발산하며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얀스 대장, 그대가 이 자리에서 나를 지원한다면, 나는 그대에게 전함 한 척을 바로 내어주겠소. 우리는 그동안 비밀리에 퓨그와의 전면전을 준비하느라 코르 안에 들어온 이방인을 무조건 국외로 내보내지 않는 정책을 펼친 것뿐이었고, 그런 이유로 그대와 하멜도 이 땅에 잡혀있다시피 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이미 전쟁이 시작되었소. 나는 다시 맨츠로 갈 터이니, 그대는 하멜과 함께 자유를 누리시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의 적은 퓨그의 황제요.” 에반은 점잖게 얀스를 회유했다.


 그렇게 양 측의 신경전은 계속되었고 경비병들은 대장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얀스는 아직도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는 다시 한 번 하멜을 쳐다보았다.

 아까와 비교해서 크게 바뀐 표정은 없었다. 그저 계속 갈등하고 있는 것이 하멜의 눈에도 역력했다. 그런데 하멜은 얀스에게 못 한 말이 하나 있었다.


 '안 되오, 얀스. 우리가 찾고자 하는 유성은 맨츠가 아닌 코르에 있을 수도 있단 말이야... 나도 무엇이 어떻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코르 안에도 아주 소중한 별이 있기는 있는 것 같아. 어떤 별이 진짜인지 그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섣불리 역모에 가담하지 마시오... 제발...'

 휘레스왕이 찾아달라고 부탁했던 '사라진 별'에 대한 생각이 강하게 난 하멜은, 반드시 이 말을 얀스에게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들 모인 자리에서 얀스와 자신이 호렌으로 들어오게 된 비밀을 공개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하멜 또한 망설이는 사이에, 얀스의 마음은 이미 한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어쩌면 그런 얀스의 선택을 파르코 쪽으로 돌리기엔 이미 늦은 것 같다는 허탈함도 하멜에게 밀려들었다.


 “이보시오, 경비대장! 무슨 생각을 그리 오래 하는가? 이 대전 안에서 당신이 망설일 것이 무엇이 있냐 말이오? 역모를 꾀한 저 간악한 에반의 무리를 당장 체포하지 못하겠소?!” 노여움이 극에 달한 탐피 총리는 큰 소리로 얀스에게 호통을 치며 앞으로 나서려 하였다. 하지만 파르코는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뜻으로 총리의 팔을 잡아 말렸다.

 에반과 측근들은 그런 총리에게 ‘드디어 저 늙은이 노망이 나셨구먼?’이라는 경멸의 표정만을 잔뜩 보냈다.


 아주 짧은 침묵의 시간이 더 흐른 뒤...

 결심을 굳힌 얀스는 모든 경비병을 바라보며 근엄한 목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여기 있는 두 세력이 물과 기름과도 같아 결코 하나로 합치기 어려우니, 우리는 이제 어쩔 수 없이 한 쪽을 선택해야만 한다. 그리고, 퓨그 제국과의 전면전이 당장 코앞에 닥쳤기에 더 이상 지체할 시간도 우리에겐 이제 없다!”

 그 다음 꺼낼 얀스의 말에 모두가 집중했다.

 등에 땀이 흐르는 소리도 다 들릴 만큼, 대전 안은 거대한 침묵만이 지배했다.


 “코르가 퓨그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는 길은 이것밖에는 없다. 모든 경비병은 지금부터 나의 명령을 즉시 시행한다!”

 ............

 “탐피 총리와 그를 따르는 모든 무리를 이 자리에서 즉시 체포하라!”

 

 순간 대전 안에는 다시 한 번 정적이 흘렀다.

 파르코는 어이가 없어 들고 있던 칼을 바닥에 떨어뜨리고야 말았다. 탐피 총리는 목덜미를 움켜쥐며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이란도 충격에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하멜은 무표정했다.

 아니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으니 무표정한 게 차라리 편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미 일이 이렇게 흘러갈 것 같은 짐작이 강하기도 했거니와, 어쩌면 얀스의 판단이 옳고 자신의 느낌이 틀렸을 수도 있겠다는 흔들림도 벌써 가슴 속에 들어온 뒤였다.


 “에반이 순순히 자네를 보내줄 것 같은가? 아직도 저 간악한 자의 속을 들여다보지 못하냐고? 생도들은 그렇게 잘 가르치면서, 자네 스스로는 저자의 흑심을 하나도 간파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자네의 판단이 겨우 이 정도였냐고??!!” 파르코는 경멸의 눈으로 얀스를 노려보며 절박하게 외쳤다.

 “파르코, 제발 현실을 직시하게. 지금은 콘스트라 태조 폐하의 혈연이 모두 단절된 상태가 아닌가? 그러니 퓨그를 이기려면 이 길밖에는 없네. 자네도 부디 마음을 바꿔 에반 대장군의 지시를 받고 코르를 위해 충성을 다하면 어떻겠는가?” 얀스는 그저 진지하게 말했다.


 “도대체 무엇인가? 무엇이 자네를 이토록 비굴하게 만들었나? 그동안 어떤 상황이나 까닭이 있었기에, 그토록 똑똑하고 예리하고 치밀하고 완벽한 성격의 소유자인 자네가... 이토록... 이처럼 비굴해질 수가 있는 거지??” 파르코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 까닭이 무엇이냐고? 퓨그를 이겨야만 내가 여기서 나갈 수 있네. 제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파르코 자네는 여기에서 결혼하고, 여기에서 아이를 낳았고, 여기에서 키운 가족이 있겠지만, 나는 네론에 나의 가족이 있어. 어제도 나는 꿈을 꾸었네. 스페르호가 난파할 때 죽은 대원들이 모두 내 꿈에 나타났어! 나는 그들과 함께 호크런을 상대로 벅찬 전쟁을 하고 있었지. 진흙탕 싸움이 매일 반복되고 있더군. 전쟁! 전쟁! 전쟁!! 꿈속에서도 계속되는 그 전쟁이 얼마나 지겨운지 자넨 혹시 아는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에 잡혀있는 게 얼마나 비참하고 처절한지 자넨 아냐 말이야??!! 그건 내게... 견딜 수 없는 악몽이야. 그런데 나는... 그 악몽을 매일 꾸고 산다네... 나도 이젠 그 악몽에서 좀 벗어나고 싶어! 제발 나를 그 악몽에서 좀 벗어나게 해주게! 그런데... 자넨 그걸 나에게 해줄 수가 없어. 왜냐하면?! 자넨... 평화로움 속에 현실에 안주만 할 뿐이니까... 그럼 누가 그 악몽을 나에게서 지워줄 수가 있겠나??!! 그건 바로... 에반 대장군일세! 에반 대장군만이 이 전쟁에서, 퓨그와 싸워서 이길 수가 있다는 말이야. 그는 그럴 의지와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이보게 파르코, 자네도 이젠 현실을 좀 똑바로 보게. 퓨그에게 승리하지 못하면 이대로 계속 노예가 되는 거야. 승리가 없으면 역사도, 정의도, 희생도, 미래도, 다 물거품이란 말이야. 승리! 승리! 오직 승리만이 우리 모두가 살 길이란 걸 자넨 아직도 모르겠는가??!!” 얀스는 파르코에게 절규를 하며 말했다.

 에반과 측근들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얀스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파르코는 체념을 한 듯 더 이상 논쟁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제 이 나라에는 새로운 주인이 탄생하셨다. 경비병들은 앞으로 에반 대장군을 유일한 군주로 받들어 충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장군 나리프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훈계를 내렸다. 그러자 모든 경비병이 절도 있게 고개를 숙이며 “네!!”라고 크게 대답을 했다.

 “그럼 뭣들 하느냐? 지금까지 대장군에게 건방지게 대들었던 저 무도한 자들을 당장 포박하지 못할까?!?!” 장군 토리크도 입술을 깨물며 호통을 쳤다.

 그렇게 신호를 하자 경비병들은 탐피 총리와 파르코를 비롯한 사람들을 하나씩 포박했다. 하이란과 샤키, 샤니도 포박을 당했지만, 대신 하멜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얀스와 하멜을 하나로 보는 분위기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포박이 거의 완료되자, 나리프와 토리크는 정중한 목소리로 에반에게 국왕의 자리에 오르라고 권했다. 에보크도 아버지라는 말 대신 “폐하, 어서 옥좌에 오르시옵소서.”라고 말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에반은 그저 느긋하고 거만한 표정만을 보이며, 대전 안에 모인 여러 사람을 다시 한 번 천천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되셨습니까? 원하던 자리를 얻으셨으니 더 이상 저에게 바라는 것은 없으시겠지요? 소장도 이제는 하멜과 함께 미련 없이 코르를 떠날 테니, 지금 즉시 저에게 배를 한 척을 주십시오, 대장군.” 지친 표정으로 얀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러나 에반은 아무 말이 없었다. 

 대전을 장악하지 못했던 방금 전, 에반 스스로 먼저 제안을 하며 던졌던 말... 만약 얀스가 자신을 지지한다면 하멜과 함께 즉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전함을 한 척 내어주겠다던 약속... 그 약속에 대해 에반은 지금 흔쾌히 답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물론 얀스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온갖 간악한 음모는 다 꾸미며 평생을 살아온 에반이, 순순히 하멜과 자신을 보내줄 거라는 믿음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저 에반이 정권을 잡으면 퓨그와의 전면전을 다시 서두를 것이고, 분명 과학적 기술적인 지식이 뛰어난 자신과 하멜에게 꼭 필요한 임무를 맡길 것이며, 둘은 그런 전쟁의 혼란 중에 코르를 탈출해 디퍼슨으로 가면 되는 것이었다.

 어쨌든 손해볼 것은 없으니 그저 툭~ 하고 던진 요구사항이었는데, 역시나 에반은 이번에도 치사한 이유를 둘러대려 하는 것인지, 슬슬 시간을 끌고 있었다.


 그런 어색한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장군 나리프가 목젖을 몇 번 가다듬더니 앞으로 나서 먼저 말을 꺼냈다.

 “아아, 어찌 성미가 이리도 급하시오, 얀스 대장. 이제 이 나라에 새로운 주인이 탄생하셨는데, 우선은 대장군 아니 폐하께서 국왕의 자리에 오르시는 것을 우리 모두가 축하해드려야 하지 않겠소? 즉위식이 끝난 후에 폐하께서는 분명 대장의 공을 크게 치하하시며 큰 상과 함께 성대한 연회도 여실 것이거늘... 그런 절차를 차근차근 진행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대장이 잘 출발할 수 있도록 어련히 알아서 다 신경을 써주시겠냐는 말이오. 안 그렇소, 얀스 대장?” 나리프가 실실거리며 얀스를 달랬다.

 얀스는 그저 답답한 마음으로 가득 차 별다른 대꾸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자 이번엔 장군 토리크도 나와서 나리프를 거들었다.

 “아, 당연한 말씀! 우리 폐하가 어떤 분이시오? 전장에서는 호랑이보다 더 용맹하시지만, 한즈에 계실 때는 그 누구보다도 더 자비롭고 어진 분이 아니겠소? 우리는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 지금은 잠시 휴전 중에 있소이다. 인덤스(Indumps) 해전으로 인해 많은 전함이 온전한 상태도 아니오. 그러니 지금 당장은 장거리를 항해할 배가 없는 것 아니겠소? 대장이 코르를 떠날 때 떠나더라도, 제대로 된 배를 타고 떠나야만 하지 않겠냐는 말이오. 대장의 고향이라는 호렌(Horen) 대륙은 여기서부터 지극히 멀고도 또 먼 곳이라고 대장 스스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소? 그동안은 우리가 퓨그(Fuug) 고문단의 감시 때문에 제대로 된 전함을 건조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이미 전쟁이 시작되었으니, 우리도 아예 대놓고 최신식 전함을 많이 건조하면 되는 것이며, 대장과 하멜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우리 폐하께서는 아마도 가장 훌륭하고도 강력한 전함을 한 척 내어주실 것이니, 그때까지 걱정은 붙들어매시고, 지금은 그저 폐하의 즉위와 당당한 통치를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드립시다. 어때요? 그렇게 끝까지 도와줄 거죠, 얀스 대장?” 토리크도 신이 나서 얀스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이미 이렇게 나올 줄 알고는 있었지만, 한순간에 일단 기다리라는 식으로 말을 하니 속으로는 많이 불쾌했다. 그래도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사실 얀스가 원하는 배는 그저 브로(Bro)강을 타고 한즈(Hanz)를 떠나 서해를 따라 올라가서 파로이(Faraway)강까지만 갈 수 있으면 되는 정도의 크기였다.

 어차피 얀스는 하멜과 함께 디퍼슨(Deeperson)으로 가는 게 목적이었다. 절대 힘의 원천인 신비한 유성 ‘사자의 심장’을 얻기 전에는 결코 고국인 네론(Nehron)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그건 하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나리프(Nariff)와 토리크(Torik)는, 오히려 험난한 대양을 오랫동안 항해해도 문제없을 그런 큰 전함을 새로 건조해서 주겠다고 하니, 사실 논리로만 따지자면 그들의 주장에 반박을 할 명분이 없었다. 호렌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얀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채, 그저 에반의 일파들이 진행하는 대로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하멜 또한 어정쩡한 자세로 마냥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탐피(Tamphi) 총리를 비롯하여 포박을 당해 무릎을 꿇은 사람들의 눈치도 봐야만 했다.

 그렇다고 그들과 함께 있는 파르코와 하이란 쪽으로 가서 자기도 묶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건 얀스가 에반과 권력에 대한 거래를 하면서 자신은 놔두라고 못을 박았던 사항이라, 하멜이 대뜸 나서 얀스의 그런 의지를 망쳐놓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코르에 표류한 이후, 또 이스트 포인트에서 생도로서 살아온 이후, 동고동락을 같이 했고 어느덧 지금은 서로 진지하게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고 있는 하이란이 바로 저기에 무릎을 꿇고 밧줄에 묶여있는데, 자신만은 혼자 자유롭게 남았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이 앞서, 하멜은 차마 파르코와 하이란 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이제 모든 일이 깨끗하게 마무리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 대장군 아니 폐하, 어서 계단을 올라 옥좌에 앉으시지요. 나머지의 절차는 소장들이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토리크가 웃으면서 에반에게 권했다.

 “그래요 어서요, 아바마마. 빨리 용상에 앉으세요.” 신이 난 에보크가 재촉을 했다.

 “아, 너도 함께 올라가서... 아, 아니지. 이런, 소장이 큰 실수를 했사옵니다. 용서하시옵소서, 세자 저하. 이제 저하께서도 함께 올라가시지요, 허허.” 나리프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에보크에게도 아버지를 따라나서라고 권했다.


 에반은 못 이기는 척 점잔을 빼면서 천천히 계단으로 향했다. 에보크도 잔뜩 건방진 표정으로 하멜을 흘겨보면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대전 안에 모인 경비대 병사들은 곧바로 함성을 질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양 팔을 들고 “국왕 폐하 만세!”를 외치며 에반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와~!! 와~!!

 이들의 우렁찬 기세로 인해 대전 안은 금방 흥분의 도가니로 변하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경비대 병사들의 외침은 대단했고,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다면 그 진동이 곧 대전을 무너뜨리고도 남을 것 같았다. 그만큼 에반에 대한 경비대의 충성심은 강렬했다.


 얀스는 병사들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사실 이들은 인덤스 해전에서, 또 코르의 본진이 맨츠로 진격하는 과정의 전투 중에 부상을 입은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전면전을 펼치느라 한즈가 텅텅 비다시피 한 상황에서, 역시 부상을 당해 한즈로 먼저 돌아온 얀스가 자신의 치료는 물론이거니와, 타고난 과학적 의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병사들의 치료에도 심혈을 기울였기에 그들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또한 전혀 규율이나 군기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 있던 병사들을 가르치고 훈련을 시켜 허물어진 한즈의 치안을 확립하고 프로스(Pross)궁의 경비를 강화하는데 진력을 다하도록 만들기도 했었다.

 그래서 병사들은 더 얀스에게 절대적으로 복종을 했고, 그런 강한 경비대를 다시 만든 얀스는, 패전하여 돌아온 다른 코르군이 보기에 코르 안에서 실질적인 힘을 쥔 그야말로 핵심인물이 된 것이었다. 

 또 그런 힘이 있었기에 잔뜩 체면이 추락한 에반과도 대등하게 맞설 수 있었고, 결정적인 순간에 결국 에반의 손을 들어준 인물이 된 것이었다.


 그런 얀스, 그런 경비대장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는 병사들인데, 한 순간에 그들의 충성은 얀스와 멀어져 곧바로 에반에게로 쏠린 것이었다.

 얀스는 갑자기 참담해졌다. 어떻게 해서 일군 코르 안에서의 위상인데, 결국은 죽 쒀서 개 줬다는 후회만이 밀려왔다.

 

 병사들의 흥분은 광란으로까지 발전하고 있었다. 에반과 에보크의 이름을 연달아 외치며 새로운 국왕의 등극을 축하하고 충성을 맹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나리프와 토리크도 신나게 손뼉을 치면서 함께 이 미친 질주를 즐기고 있었다.

 오직 얀스와 하멜, 그리고 포박을 당해 무릎을 꿇린 사람들만 고개를 푹 숙이고 괴로움에 젖었을 뿐이었다.



 드디어 에반(Evan)은 국왕의 자리가 있는 단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내관들이 먼저 다가와 굽신거리며 새로운 주인에게 길을 안내했다. 에반의 매 빌로(Veelo)도 한참 신아 났는지, “카악~!”하고 괴성을 지르더니 대전 위를 빙글빙글 돌며 날기 시작했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 옥좌가 놓여있는 곳으로 에반이 다가갔다. 그에게는 먼저 좌석의 뒤에 걸린 커다란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5개의 산봉우리 위에 해와 달이 동시에 떠있는, 코르의 국왕이 있는 곳임을 상징하는 *솔루노픽스(Solunopeaks)였다.

 이제는 정말 코르 왕국의 새로운 주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 일월오봉도


 그 그림을 자신의 바로 눈앞에서 마주해서 그런지, 에반은 뿌듯한 표정으로 최고의 성취감을 느끼며 크게 한 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몸을 반대로 돌려 점잖은 표정으로 대전 안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에보크(Evoke)도 근처에 서서, 아버지보다 더 거만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경비대 병사들과 에반을 따르는 장군들의 환호성은 계속 이어졌다. 이 소리에 기가 질린 내관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한 번도 이런 식으로 급작스럽게 아무런 통보나 준비도 없이 국왕의 즉위식을 치른 적이 없던 터라, 뭐 하나라도 잘못하거나 군부에 밉상을 보이면 그 자리에서 목이 달아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관들의 얼굴은 대부분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장군 나리프(Nariff)가 계단의 중간쯤에 올라 우측 팔을 힘차게 들어 신호를 하자, 우렁차게 함성을 질렀던 장군과 병사들은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

 “내관들은 무얼 하느냐? 폐하께서 걸치실 용포를 당장 가져오지 못할까?!” 나리프가 굼뜬 내관들을 엄하게 호통치며 말했다. 그러자 깜짝 놀란 늙은 내관 하나가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자, 장군... 즉위식을 여는 것은 오늘 갑자기 생긴 일이라, 새로 등극하시는 폐하의 용포를 지금 당장 준비하는 것은 불가한 경우가 아니겠습니까?” 그는 내관들 중에서 제일 연장자이자 그동안 휘레스(Phoiress)왕을 가장 측근에서 보필했던 내관, 로야리(Loyari)였다. 그는 이처럼 매우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나리프는 잔뜩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리 내관이라고는 하나, 나리프도 평소에는 나이가 지긋한 로야리에게 함부로 말을 놓을 입장이 아니었지만, 오늘은 자신이 거느린 종을 대하는 것처럼 눈을 깔고 로야리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는 토리크(Torik)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 죽을 때가 다가와서 그런지 늙은 내관은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네 그려? 이보시오, 로야리 내관? 지금 이 프로스궁 안에 국왕이 걸치시는 용포가 단 한 벌도 없다는 말이오? 내가 당장 밖으로 나가서 가져와 볼까?” 토리크가 신경질을 버럭 내며 떠들었다.

 “승하하신 폐하의 용포야 거처하시던 침소에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것 말고 다른 용포가 어디 있겠냐는 말입니까, 토리크 장군?” 로야리는 약간 겁에 질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논쟁에서 밀려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럼 그걸 가져오면 될 것 아니겠소?”

 “안되오. 그건 휘레스 폐하만을 위해 만든 용포인 것이오. 어찌 전임 폐하께서 승하하셨다고, 그분의 유품을 다시 가져온다는 말이오? 이 사람에게 시간을 좀 주시면 가급적 빨리 제작을 할 터이니, 오늘은 그냥...” 로야리는 손사래를 치며 거절을 했다.

 “뭐라? 아니 이 늙은 내관 놈이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여봐라, 경비대는 왜 쳐다보고만 있는 게냐? 지금 당장 내관 로야리를 끌어내서 포박하라!” 나리프가 명령을 내리자 로야리는 찍 소리 한 번 못한 채 병사들에게 강제로 이끌리며 몸을 묶였다.


 병사들은 포박한 로야리를 탐피 총리 근처로 데려가, 역시 강제로 무릎을 꿇게 했다.

 “다른 내관 놈들은 무얼 그리 망설이는 게냐? 너희들도 저 늙은이랑 똑같은 입장이 되고 싶다는 말이더냐?” 토리크가 크게 소리를 지르자, 나머지 내관들은 용포를 가지러 후다닥 밖으로 튀어나갔다.


 휘레스의 장례식을 앞두고 그의 시신은 냉동고에 안치되어 있었고, 유품은 그가 늘 머물던 방에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다. 모든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국왕의 서거를 알리고 국장을 치르기 전까지는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이었다.

 아직은 전쟁이 끝난 상황이 아니라, 국왕의 유품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신들 간의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나리프와 토리크는 그동안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는, 전임 국왕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단칼에 쪼개고 뭉개버리고 있었다. 물론 단상 위에서 이를 지켜보는 에반이나 에보크는 흐뭇한 미소만을 머금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저런 무례한 놈들이 있나?!”

 목불인견의 이 작태를 접한 탐피 총리는 울화를 다스리기 어려운 듯, 그저 게거품만을 물 뿐이었다.


 잠시 후, 내관들은 용포를 잘 접어 두 팔로 받들고 조심스럽게 대전으로 다시 들어와 에반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다른 내관들은 에반이 갑옷을 벗으려하자 옆에서 거들려고 하였다. 하지만 나리프는 자신의 부하 장군들에게 신호를 주어 단상으로 올라가게 하였다.

 이들은 비키라는 듯 내관들을 휙~ 밀어버렸다. 몇몇은 이 와중에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그러자 아래에 도열해있던 병사들이 낄낄대며 웃음을 터뜨렸다.


 장군들은 에반에게 공손이 고개를 숙여 예를 올린 뒤, 그의 투구와 갑옷을 벗기고 용포를 입혀주었다.

 그렇게 하니 에반 자체가 진짜 최고로 권위있는 의복을 당당히 갖춘 셈이었지만, 그래도 늘 보던 국왕의 모습은 아니었다. 용포를 걸쳤으니 국왕이라면 당연히 투구를 벗고 머리에 써야할 가장 중요한 것이 있어야 했는데... 바로 그게 없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이를 느꼈는지, 영 어색한 기분이 들어 고개만을 갸우뚱했다.

 차라리 지금은 전쟁 중이니, 그냥 원래대로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채 즉위식을 하고, 나중에 전쟁이 끝나고 코르가 독립을 하면 그때 가서 성대하게 즉위식을 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 누구에게나 들고 있었다.


 이때 다시 한 번 나리프가 앞으로 나서서 대전을 둘러보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에반 대장군께서 코르의 새로운 국왕에 등극하시는 순간이다. 이제 준비된 것을 가져오너라.” 나리프는 자신의 부관 참모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수하 여러 명이 곧장 밖으로 나갔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그들은 큰 쟁반을 들고 경건한 자세로 천천히 다시 들어와 단상으로 올라왔다. 쟁반 위에는 황금실로 짠 보자기가 어떤 물체를 덮고 있었다.


 에반의 앞까지 다가온 수하들은 공손히 인사를 한 뒤 그 쟁반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보자기를 걷었다.

 그러자...

 거기엔 황금빛이 찬란한 왕관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난번에, 부족한 마차 한 대 분의 공물을 대신해서 도르반과 퓨그의 고문단이 바로 이 대전에서 강탈해간, 바로 그 금관이었다.

 그러니까... 휘레스왕이 늘 쓰던 코르에서는 유일한 왕관이 지금 에반의 눈앞에 놓여있는 것이었다!

 

 “도르반(Dorban)이 왕관을 가져간다며 길길이 날뛰던 게 엊그제인데, 이제 보니 너희 놈들이 이전부터 전부 도르반과 짜고 왕관을 빼돌린 것이구나!” 거의 혼절할 정도로 충격을 받은 탐피는 절규하며 소리를 질렀다. 지켜보던 파르코 측도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거 잔뜩 늙어 판단력도 다 삭았으면 이젠 좀 댁에 가서 쉬시지요, 총리 양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지금 무슨 소리는 하는 겁니까? 누가 도르반과 짰다는 것이오? 저 왕관은 지난번 유스토(Usto)항에서 적군과 아군 사이에 무력 충돌이 일어났을 때, 이 사람이 보낸 정예군이 화마의 폐허 속에서 아마도 도르반이 분실한 걸 아주 우연히 되찾은 것이거늘... 무슨 증거가 있다고 빼돌린 것이라는 말을 하십니까?! 하여간 계속 뚱딴지같은 소리 하지 마시고, 그냥 확 찌그러져 있든지, 아니면 폐하께 반항한 죄로 이 자리에서 당장 목숨을 내놓든지 하시지, 네?” 나리프는 실실 비웃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화마 속에 왕관이 있었다는데, 어찌 녹지 않고 예전의 모습 그대로일 수가 있다는 말이오? 이게 도대체 앞뒤가 맞는 말인가?!” 파르코는 포박당한 몸을 부르르 떨며 강하게 쏘아붙였다.

 “그걸 내가 어찌 알겠소? 멍청한 도르반이 왕관이 소중한 줄은 알고, 미리 땅을 파서 잠시 묻었나보지 뭐... 앞뒤가 어떤 건지는 난 잘 모르겠고, 하여간 우리는 저 왕관을 다시 찾았다니까? 그럼 그런 줄 알지, 죄인 주제에 파르코 장군은 뭔 말이 그리도 많은가?!” 나리프의 뻔뻔한 태도에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승하하신 폐하의 왕관을 네놈이 우연히 습득했다고 치자. 그럼 그 고귀한 걸 다시 찾았다고 왜 지금까지 알리지 않은 것이냐? 당연히 휘레스 폐하께 보고하고 돌려드렸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더냐?” 흥분한 탐피 총리는 계속 거칠게 호통을 쳤다.

 “거 참... 왕관을 찾았다는 보고를 받았을 당시는, 우리 코르군이 폐하를 선두로 열심히 맨츠로 깊숙이 진격해가는 시기가 아니었소이까? 위험한 작전이 한창 중인 상황에서 그럼 저 왕관을 전장에 가지고라도 갔어야 된다는 말입니까? 그러니까... 화살이 쓩쓩 날아다니고 포탄이 쾅쾅 터지고 있는 최전방에서 지휘를 하고 계신 폐하의 투구를 벗기고 대신 저 왕관이라도 씌워드렸어야 했냐는 말이냐고요? 한창 전쟁 중인데? 아 참, 노친네들은 여기 한즈(Hanz)에서 편하게 계셨지? 우리는 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는데... 하여간 총리께서는 지금 정신이 있으신 게요? 없으신 게요?” 토리크는 훨씬 더 거칠게 응수를 했다.


 “전달해드리지는 않았어도 폐하께 보고는 했어야 되는 거 아닌가? 그 중요한 보물을 다시 찾았는데?!” 파르코도 강하게 쏘아붙였다.

 “아 그런가? 미안, 우리가 그걸 깜빡했나 보네? 하도 열심히 전투에 임하느라... 그런데 이걸 어쩌나? 지금이라도 보고를 하려고 했는데, 이젠 안 계시네?” 토리크는 가열하게 탐피와 파르코를 비웃으며 말했다.

 “저런 천하에 쳐 죽일 놈들!!!”

 왕관을 찾은 과정을 두고 아무리 따져도 대화가 되지를 않자, 이에 충격을 받고 울분이 극에 달한 탐피 총리와 파르코 장군은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흐느끼기만 하였다.

 

 어쩌면 에반을 권좌에 오르게 한 일등공신인 얀스(Jans)는, 이런 상황을 눈앞에서 바라보면서 그 누구보다도 더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피 냄새를 좋아하는 에반을 도우면 자신의 전쟁에 대한 욕심을 충족시키고, 또 빼앗긴 왕관을 하루라도 빨리 찾기 위해서 곧바로 전면전을 다시 시작하겠거니 기대를 한 거지, 이처럼 에반이 왕관을 미리 빼돌렸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부상을 입은 스푸든 대령과 죽은 죽만 알았던 샤키 생도가 베니안 왕세자와 함께 유스토항 근처 숲에서 몰래 숨어지낼 때, 이들을 찾기 위해 종횡무진 돌아다녔다는 검은 복장과 두건의 암흑패도, 결국은 에반과 그 일당이 보낸 게 틀림없을 것이었다. 국경수비대를 몰살시킨 정체 모를 화살 세례 또한 에반과 측근들의 사주를 받은 세력임이 분명해지고 있었다. 아무리 왕관과 권력에 눈이 어두웠기로, 같은 아군을 모두 죽이면서까지 그런 행동을 하였다니...

 도무지 에반의 본심이 무엇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과연 퓨그의 호크런(Hawkrunn)을 쓰러뜨리고 코르를 독립시킬 의지가 있는 건지,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건지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얀스는 그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하멜과 시선이 마주쳤다. 하멜도 놀란 표정밖에는 달리 할 것이 없었다.


 그에 반해 포박을 당해 묶여있는 하이란은 애당초 에반이라는 인간에게는 기대하는 것이 거의 없었다. 다만, 적의 적은 우리 편이라는 말이 있듯이, 민족의 원흉인 호크런을 그토록 저주하는 에반이라, 나중에 가서 보면 코르가 독립하는데 그도 분명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추측은 긍정적으로 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서 보이는 그들의 작태에 감정이 폭발한 하이란은, 고개를 번쩍 쳐들고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에반을 노려보며 말을 꺼냈다.

 “징계위원회가 열리던 날, 우리 생도들의 이스트 포인트 퇴학처분을 무기정학으로 낮추면서 대장군이 하신 말이 있었죠. 우리의 적은 퓨그의 황제 호크런이라고... 밉상을 보인 생도들이라도 코르의 독립을 위해서라면 더 훌륭한 전투기를 만들어내라고... 그럼 징계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최고 권력에 대한 욕망이 강한 성격이지만, 그래도 퓨그를 꺾으려는 처절한 애국심만큼은 저도 인정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정작 700여 년 이상 내려온 우리 코르(Corr) 왕국의 진짜 적은 퓨그(Fuug) 제국이기 이전에 에반 대장군이 아닙니까? 그동안 그토록 전쟁을 부르짖더구만 이제 와서 겨우 하는 짓이, 이 왕국의 창시자인 콘스트라(Constra) 태조 폐하의 혈통도 아니면서 왕관을 빼돌려 즉위식을 치르는 것인가요? 대장군은 지금 만고에 대역죄인으로 길이 남을 생각입니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코르 최고의 무장인 에반 대장군께서, 어찌 이러실 수가 있는 겁니까!” 하이란이 눈물을 흘리며 절규했다.

 그러자 대전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애원하는 하이란의 목소리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 둘만큼, 에반에게 배려심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퓨그의 황제는 오직 나만이 꺾을 수 있다.”

 그렇게 에반은 간결하게 이 한 마디만을 했다. 그리고는 왕관을 쓰기 위해 몸을 조금 낮추어 탁자로 팔을 뻗었다.

 포박을 당한 사람들은 제발 그만두라며 분노에 휩싸여 울부짖었다. 반대로 에반을 지지하는 장군들과 경비대 병사들은 다시 한 번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 혼돈의 모습을... 얀스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하멜도 표정은 비슷했다.

 

 이제 왕관을 쓰는 순간이 다가왔다. 

 다시 한 번 병사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에반은 뿌듯하고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왕관을 들어 눈앞에서 바라보았다. 

 장군 나리프가 힘차게 오른팔을 들어 올리자, 병사들은 함성을 잠시 멈추었다. 이와 함께 장군 토리크가 한 발 앞으로 나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드디어 우리 코르(Corr)에는 새로운 군주가 탄생하셨다! 세상 어느 무사보다 용맹하시고, 세상 어느 지도자보다 탁월한 지혜와 능력을 가진 분이, 우리에게 국왕으로 다가오셨다. 이제 코르는 새로운 왕국으로 거듭날 것이며, 그동안 우리를 핍박했던 저 간악한 호크런의 퓨그 제국를 쓰러뜨리고 호렌(Horen) 대륙을 지배하는 새로운 패자, 새로운 제국이 될 것이다! 그러니... 에반(Evan) 폐하가 호크런을 굴복시키는 그날까지 우리는 전심전력을 다해 폐하를 보필할 것이며, 이제 그 새로운 시작의 순간을, 우리 모두가 여기서 함께 즐길 것이다. 제군들, 제군들은 에반 폐하께 영원한 충성을 바치겠는가??!!"

 "네!!!"

 "충성!!!"

 "충성!!!"

 "에반 폐하 만세!!!"

 "에반 폐하 만만세!!!"

 사방에서 병사들의 충성맹세가 터져 나왔다. 에반의 매 빌로(Veelo)도 대전 안을 한 바퀴 돌며 크악~~하는 괴성을 신나게 토해냈다.




하멜 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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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3화> 22.06.08 16 0 16쪽
53 <52화> 22.06.07 18 0 24쪽
52 <51화> 22.06.07 15 1 19쪽
51 <50화> 22.06.04 17 1 22쪽
50 <49화> 22.06.04 15 1 18쪽
49 <48화> 22.06.03 20 2 27쪽
48 <47화> 22.06.03 19 2 20쪽
47 <46화> 22.06.02 17 0 23쪽
46 <45화> 22.06.02 15 0 32쪽
45 <44화> 22.06.01 22 0 28쪽
44 <43화> 22.06.01 17 0 33쪽
43 <42화> 22.05.31 20 1 30쪽
42 <41화> 22.05.31 20 0 28쪽
41 <40화> 22.05.30 20 0 25쪽
40 <39화> 22.05.30 15 0 24쪽
39 <38화> 22.05.29 18 0 30쪽
38 <37화> 22.05.29 17 0 50쪽
» <36화> 22.05.28 22 0 46쪽
36 <35화> 22.05.28 16 0 25쪽
35 <34화> 22.05.27 19 1 34쪽
34 <33화> 22.05.27 16 1 22쪽
33 <32화> 22.05.26 21 0 36쪽
32 <31화> 22.05.26 19 0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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