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 (00)
옛날 옛적에 나뭇가지 하나로 황소만 한 호랑이를 부리는 선비가 있었다.
원래가 산신령이었다고도 하는데 콩을 좋아해서 소나무에서도 콩이 열리게 하고, 바람도 갖고 노는 도술로 사람 목숨조차 좌지우지할 정도였다.
죽은 아기를 엄마 뱃속에서 꺼내 되살린 적도 있었고, 여우가 간을 빼먹으려고 아이를 훔쳐 가자 눈보라로 혼쭐을 내주고 구해오기도 했었다.
기근이 창궐하자 종이와 먹물로 옷을 만들고 쌀을 쏟아지게 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었는데, 임금이 두렵고 시기하여 두 눈알을 뽑고 아무도 모르는 깊은 동굴 속에 가둬버리고 말았다.
쇠사슬로 묵인 채 백 년을 갇혀 살았는데, 마침내 기다렸던 때가 되자 캄캄한 밤중에 이슬로 변해 빠져나와서는 새끼 봉황을 잡아먹으려고 온 도깨비 눈알을 훔쳐 끼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선비가 사라지기 전 궁궐 안뜰에 꽃씨 하나를 심었는데, 하얀 그 꽃이 피어나는 날 세상은 태평성대를 누리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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