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존수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에서 난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최근연재일 :
2020.11.07 01:53
연재수 :
255 회
조회수 :
692,144
추천수 :
9,415
글자수 :
1,341,764

작성
18.09.18 23:02
조회
5,962
추천
67
글자
12쪽

천일도장

DUMMY

"수련이 아니라 대련?"


그러나 상혁은 형식의 표정과 상반되게 얼굴에 영업용 미소를 깔고서 대답했다.


"네"


"너, 누구냐?"


"이상혁이요."


"여기 온 목적은?"


"진검 대련을 해보고 싶어서요."


"... 검을 배우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진검 대련이 필요한 것이었군?"


"그렇죠. 어떻게 안될까요? 저, 정말 해보고 싶은데..."


상혁은 여전히 싱글싱글 웃으며 대답했고, 형식은 굳은 표정을 고수하고 있었다.


조금 전과는 완벽히 반대의 상황.


상혁과 형식은 문득 이러한 변화를 알아채고, 서로에 대한 익숙함의 정체를 알아챘다.


둘 다 영업을 위한 표정변화에 능숙했다.


"풋~"


"큭~"


"나, 참. 어디서 이런 꼬마가 나타나서."


"저도요. 이런 아저씨는 또 처음 보네요."


상혁은 형식의 꼬마란 말에 발끈했고, 형식도 상혁의 아저씨란 말에 발끈했다.


"야, 내가 어딜 봐서 아저씨야? 아직 마흔도 안되었구만."


"저는 어딜 봐서 꼬마인가요?"


"스무살도 안된게 꼬맹이지. 그리고 나 아직 결혼도 못했어."


"서른 넘었으면 아저씨죠. 그리고 저 곧 있으면 스무살 성년입니다."


형식과 상혁은 서로를 노려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피식거렸다. 그리고 형식은 도장 바닥에 주저앉으며 툭 내뱉듯이 말했다.


"앉아. 남는게 바닥이야."


그리고 상혁이 바닥에 앉기를 기다려 말했다.


"내가 이 도장 사범 겸 관장 고형식이다."


"네. 저는 요 근처 신일 고등학교 3학년 이상혁 입니다."


"그래. 검은 얼마나 수련했니?"


"음, 한 10년?"


"열 아홉 살짜리가 10년 수련했으면, 아홉 살부터 수련했다는 뜻이냐?"


"뭐, 그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여기에 왔지? 진검 대련이 하고싶으면 너희 도장에서 해. 설마 영화처럼 도장깨기라도 하려고? 여긴 그런거 안 받아줘."


"사정이 있어서요. 지금 제가 소속된 도장이 없어요. 검술도 독학이구요."


"... 쫓겨났니?"


"아뇨. 도장이 없어졌다고 해두죠."


"흐음~"


형식은 상혁의 말에 상혁의 눈을 탐색하듯이 쳐다보았다.


"그래서? 실력에 자신이 있으니 진검대련 운운하겠지?"


"음, 어디가서 맞고 다니지는 않을 것 같아요."


"좋아."


형식은 짧게 말한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덧붙였다.


"저 쪽의 목검 중에 아무거나 하나 들고와서 서라."


그리고 상혁이 목검을 들고오는 동안 형식도 아까 사용하던 목검을 들고와서 섰다.


"구구절절 말은 필요없고, 일단 실력 좀 보자."


형식은 말과 함께 기수식을 취했다.


아까 상혁이 도장에 들어설 때 보았던 기수식과는 달랐다. 아까는 온 몸의 힘을 모으는 기수식이었다면, 지금은 언제라도 상대의 움직임에 반응할 수 있는 것을 중요시하는 듯 했다.


상혁도 입을 굳게 다물고 나름의 기수식을 취했다.


둘 사이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상혁은 심상세계 노인의 것 외에 처음으로 타인의 기세를 접하는 것에 긴장했고, 형식은 상혁의 말을 거의 허풍으로 취급하다가 상혁이 내뿜는 기세에 긴장한 것이었다.


결국 타인을 접한 경험이 부족한 상혁이 먼저 움직였다.


상혁은 가벼운 스텝을 밟으며 접근하여 검을 사선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형식도 마다하지 않고 상혁의 검에 맞부딪혀 왔다.


- 따다다다다닥


순식간에 십여합이 흘러갔고, 쾌속한 검격의 교환이 이루어졌다.


탐색을 위한 가벼운 검격이 지나간 후 둘은 간격을 벌리고 각자만의 감상을 생각했다.


'어디서 이런 놈이 나타났지? 이건 내가 아는 어떤 검로와도 달라. 아니, 검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가 싶다. 마치 야수처럼 달려들어 형식따윈 상관없이 상대를 확실하게 공격하는 것에만 관심을 둔 듯한 모습이다.'


형식의 생각이었고,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아니다. 역시 세상은 넓다 이건가.'


상혁의 생각이었다.


둘이 그렇게 잠시 대치하는 중에, 둘 사이의 긴장감을 깨트린 것은 엉뚱하게도 어린 여자아이였다.


"관장님, 안녕하세요~"


형식은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곧바로 얼굴에 영업용 미소를 걸고 대답했다.


"아~ 우리 아융이 왔구나~"


"관장님, 저희도 왔어요~"


"오~ 그래그래. 세희랑 희지도 왔어~"


형식은 만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이들에게 다가가 한 번씩 안아주었다.


"오구~ 우리 이쁜이들. 학교는 잘 다녀왔니?"


아이들은 관장의 행동에 꽤나 즐거워하며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네~!"


상혁은 아홉 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아이들과 형식의 행동을 얼빠진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언뜻 보아도 가식이 철철 흘러넘치는 행동이다. 그러나 아이들 중 누구도 그런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아니, 같은 과인 상혁이 아니고서는 알아채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었다.


"관장님 도수도 왔어요~"


곧이어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도 하나 도착했다.


"어구, 그래~ 우리 도수 왔구나~"


형식은 그렇게 왁자지껄한 인사를 마치고 상혁과의 일을 먼저 마무리지으려 시도했다.


"얘들아, 잠시만 기다려줄래? 관장님은 이 오빠랑 할 얘기가 조금 있어서 말이야."


그러나 상황은 형식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튀었다.


"이 오빠 누구에요? 엄청 잘생겼다아~"


"멋지게 생겼다~"


"키도 크다아~"


바로 여자아이 3인방이 상혁에게 하트를 날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 안녕~"


상혁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가볍게 인사를 해 주었고,


"꺄아아~"


"나한테 인사했어~"


"아니야, 나야~"


여자아이들은 꺅꺅거리며 난리를 쳤다. 그러자 상혁은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했다. 고아원에 열 살 짜리가 하나 있기는 하지만 남자애였다.


"관장님. 이 아저씨도 우리 도장에 나온대요?"


그리고 상혁은 도수의 말에 순간 식은땀을 흘렸다.


'아저씨라니...'


고등학생인 상혁으로서는 난생 처음 듣는 단어였고, 아까 형식이 받았던 충격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어, 그래, 다닐거야."


형식은 가볍게 대답하며 상혁의 안색이 좋지않은 것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도수는 형식의 말에 못마땅한 눈초리로 상혁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우리 후배네. 무도의 세계에선 나이보다 기수지."


그러더니 어린아이가 지을 수 있는 나름의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도수선배라고 불러봐."


"..."


상혁이 멘탈 공격 2연참에 벙찐 표정으로 쳐다만 보고 있자, 도수는 다시금 재촉했다.


"뭐해. 어서 도수선배라고 불러봐, 후배."


그러나 도수의 시도는 형식의 꿀밤으로 인해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아얏~ 왜 때려요~"


"인석아, 까불지 말고 기다려."


그리고 형식은 상혁을 어깨동무하여 옆으로 데리고 나오며 말했다.


"네가 이해해라. 도수 저 녀석, 여자아이들 앞이라고 우쭐대고 싶어서 저러는 거야."


상혁은 형식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네."


"그리고 우리 얘긴 따로 더 해야겠네. 내일부터 저 녀석들 시간을 앞으로 당겨놓을테니, 이 시간에 다시 오거라."


"그래도 돼요? 만약 시간조정이 어려우면요?"


"그럼 당연히 네 시간을 조정해야지. 돈 주는 사람이 왕이야."


"그렇네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상혁은 형식의 생각에 백 퍼센트 공감한다는 눈빛을 보낸 후 인사를 했다.


"알겠어요. 일단 내일 뵙지요."





**






다음날 상혁은 도수의 잰 척 하는 모습이 떠올라 혼자 키득거리며 등교했다.


첫 수업이 끝나고 쉬는시간.


"누가 이상혁이냐?"


별안간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거칠게 열리며 들어온 학생이 크게 소리쳤다.


교실 안은 난데없이 씩씩거리며 등장한 일진의 모습에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모두의 눈이 한 곳으로 몰려들었다.


"너냐?"


눈치를 보고 상혁을 알아낸 일진, 최창규가 상혁의 앞에 서자 상혁이 앉은채로 몸을 돌려 창규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왜?"


그러나 창규는 상혁의 의문에 답해줄 생각이 없었다.


"좋은 말로 할 때 따라와라."


창규는 이 정도만 해도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상혁이 싸움을 할 줄 안다고 해도, 기껏해야 1학년 둘을 박살낸 정도로 자신들의 상대는 아니었으니까.


"싫은데?"


그러나 상혁의 반응은 창규의 예상과 정반대였다.


"이 새끼가?"


창규는 폭급한 성정을 이기지 못하고 바로 손바닥으로 상혁의 볼을 내리치려 했다. 그러나,


- 쿠당탕탕탕


상혁은 창규의 행동을 보자마자 그대로 발로 창규의 복부를 밀어 차버렸고, 창규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등뒤의 책상을 밀어내면서 쓰러지고 말았다.


창규가 정신을 차리고 앞을 바라보자 상혁이 자신의 앞에 버티고 서있는 것이 보였다.


"좋은 말로 할 때 돌아가라. 그리고 정 나를 보고 싶으면 너희 대장한테 하교시간에 직접 찾아오라고 전해."


그러자 창규는 이성을 잃은듯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며, 상혁에게 덤비기 위해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 콰직


"큭.."


상혁이 일어서려는 창규의 복부를 다시 밟아서 쓰러트렸고, 창규는 상혁의 발과 등뒤의 책상들 사이에서 다시금 충격을 받아 신음을 흘렸다.


"아직도 못 알아들었나?"


상혁의 무표정한 모습에 창규는 상혁을 노려보기만 할 뿐 더 이상의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조용히 교실을 빠져나갔다.






**






- 띠리리리리~


하교 종이 울렸다.


반 아이들이 오전의 일로 상혁을 어려워하고 있었던 탓에 상혁은 무척 난감함을 느끼던 차였다.


반대로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항상 조용하게 지내던 상혁이 벌인 사건에 너무도 놀란 상황이었다.


- 드르륵~ 쾅!


상혁은 어색함을 벗어나기 위해 빨리 청소를 끝내고 가려는 생각을 하다말고 소란을 피우는 범인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이상혁!"


오전에 찾아왔던 일진 최창규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3학년 일진짱 곽동수와 몇몇의 일진도 더 있었다.


"또 왔냐? 옆엔 너네 대장이냐?"


"그래. 얘가 우리 학교 짱 곽동수다."


상혁은 최창규의 말에 잔뜩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유치원생이냐? 그걸 하란다고 쪼르르 일러바치게? 그리고, 그런다고 여기까지 찾아온 너네 대장도 웃기고 말이지."


"이 새끼가 정말!"


최창규가 분을 참지 못하고 덤비려는 찰나,


"됐어."


곽동수가 최창규를 막았다. 그리고


"네가 오래서 왔으니, 이젠 나 좀 보자."


상혁은 동수의 차분한 대응에 더이상 약올리지 않고 답했다.


"그래. 안내해봐."






**






상혁이 일진들을 따라서 도착한 곳은 학교의 폐자재 창고. 평소에 교사들도 거의 왕래가 없는 곳으로, 일진들의 아지트처럼 사용되는 곳이었다.


상혁은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어두침침한 창고 내부를 둘러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낡은 형광등 불빛에도 보일 정도로 먼지들이 둥둥 떠다니고, 곰팡이까지 있는지 퀴퀴한 냄새도 난다. 그리고 온갖 잡동사니와 부서진 자재들이 쌓여있는 것이 그다지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었다.


동수를 위시한 3학년, 2학년, 1학년 일진 아이들은 여기저기 쌓여있는 물품들 위에 대충 자리잡고 앉아있었고, 이 와중에도 애정행각을 벌이는 남녀가 있을 정도로 무질서한 모습이었다.


"뭐냐? 이 지저분한 곳은"


상혁은 보다못해 한 마디를 뱉었다. 그러자,


"킬킬킬~"


"오오~ 용감한데?"


여기저기서 상혁을 비웃는듯한 말이 비죽 튀어나왔다. 이들의 입장에서 혼자 창고에 들어온 상혁은 독안에 든 쥐일 뿐이었다.


동수는 상혁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개중에 좋아보이는, 교사용 안락의자에 몸을 묻으며 말했다.


"너 좀 치는 것 같던데, 내 밑으로 들어와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개천에서 난 히어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6 친구 +1 18.10.31 4,499 54 12쪽
45 자대배치(3) 18.10.29 4,574 54 12쪽
44 자대배치(2) +1 18.10.27 4,562 55 12쪽
43 자대배치 +1 18.10.26 4,660 55 12쪽
42 군입대(2) +1 18.10.25 4,654 57 12쪽
41 군입대 18.10.25 4,816 59 13쪽
40 본산(5) +1 18.10.23 4,531 50 12쪽
39 본산(4) 18.10.22 4,396 51 12쪽
38 본산(3) 18.10.19 4,465 49 12쪽
37 본산(2) 18.10.19 4,568 48 12쪽
36 본산 +1 18.10.18 4,775 51 13쪽
35 체육대회 +2 18.10.16 4,826 52 12쪽
34 박기수(6) +3 18.10.16 4,741 63 12쪽
33 박기수(5) +2 18.10.12 4,638 56 11쪽
32 박기수(4) +8 18.10.11 4,694 49 12쪽
31 박기수(3) +6 18.10.11 4,813 54 12쪽
30 박기수(2) +3 18.10.09 4,842 59 12쪽
29 박기수 +2 18.10.08 4,994 59 12쪽
28 황희진(4) +2 18.10.03 4,933 65 12쪽
27 황희진(3) 18.10.03 4,955 60 12쪽
26 황희진(2) +4 18.10.03 5,087 59 12쪽
25 황희진 18.09.28 5,238 58 11쪽
24 강한도장(2) 18.09.27 5,217 71 12쪽
23 강한도장 18.09.26 5,362 71 12쪽
22 방송국에 가다 18.09.25 5,547 60 12쪽
21 정성원(2) +1 18.09.24 5,572 68 11쪽
20 정성원 18.09.21 5,720 69 12쪽
19 재도전(2) 18.09.20 5,787 68 12쪽
18 재도전 +1 18.09.20 5,754 70 12쪽
» 천일도장 +1 18.09.18 5,962 6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