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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에서 난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최근연재일 :
2020.11.07 01:53
연재수 :
2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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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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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15
글자수 :
1,341,764

작성
18.10.03 20:18
조회
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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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
12쪽

황희진(3)

DUMMY

아영은 단봉을 내려친 후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물건을 보고 깜짝 놀라 양 손으로 얼굴을 막고 주춤거리며 물러섰고, 남자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아영에게 다가가 아영의 팔을 비틀었다.


"아악~"


아영은 고통을 견디지 못해 팔에 든 단봉을 놓쳤고, 곧이어 뒤에서 달려든 남자에게 양 팔이 구속된 채 꼼짝도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아영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한 발을 들어 뒤에서 자신을 붙잡고 있는 남자의 발등을 힘껏 내리찍었다.


"큭~"


뒤의 남자가 순간적으로 고통의 신음을 흘리며 아영의 양팔을 놓아버렸고, 자유의 몸이 된 아영이 다시 반격을 시작하려는 찰나,


- 짜악~


엄청난 소리와 함께 따귀를 맞은 아영의 가냘픈 몸은 무식한 힘에 밀려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아영은 순간적으로 머리가 멍해지며 귀가 윙윙 울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남자는 아영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틈을 타 케이블 타이로 아영의 손과 발을 모두 묶어버렸다.


"하, 이 쌍년이 상품성을 생각해서 곱게 봐주려고 했는데 독하게 구네."


그리고 고통스러워 하는 다른 남자들에게 말했다.


"야, 이것들아. 여자한테 당하고 끙끙거리냐. 엄살 그만 피우고 얘네들 모텔에 쳐박어. 난 가서 형님한테 보고하고 올 테니까."


"알았어."


아영을 때린 남자는 손으로 아영을 가리키며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특히 이 년은 건드리지 마. 이따 형님한테 물어보고 처리할 거니까. 니들 혹시라도 건드려서 상품성 떨어뜨리면 죽는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아영은 그렇게 희진과 함께 변두리 모텔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





"정말 이렇게 하면 찾을 수 있는거 맞지?"


"네, 맞아요. 걱정하지 마시고 구석구석 돌아주세요."


상혁은 선호의 물음에 성의없이 대답했다.


선호는 트럭을 운전하여 집 주면, 학교 주변 등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며 돌고 있었고, 상혁은 조수석에 앉아 눈을 감고 마나의 흐름을 감지하고 있었다.


'지가 무슨 초능력자냐. 어떻게 눈을 감고 애들을 찾겠다는 거야?'


선호의 입장에서는 계속 눈을 감고있는 상혁이 미덥지 않은 것이 당연했지만, 딱히 희진을 찾기위한 뾰족한 수도 없었고, 자신감이 바닥을 치는 상태였기에 자신이 한참 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만을 속으로만 삭히는 중이었다. 거듭되는 취업 실패로 인한 주변의 눈총에 패배의식이 짙게 깔린 선호였다.


반명 상혁은 이동하는데 신경쓸 필요가 없으니, 눈을 감고 집중하여 더욱 미약한 흐름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상혁은 주변을 살피고, 또 살펴, 혹시라도 놓치는 신호가 있는지 계속 신경을 썼다. 상혁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





퀴퀴한 곰팡내와 담배냄새가 찌든 모텔방. 침대보에는 누런 얼룩이 군데군데 묻어있고, 바닥에는 술병이나 먹다남은 과자봉지 등이 굴러다닌다. 두 남자는 PC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으며, 키보드 옆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시선을 다시 침대로 돌려보니 작고 앙증맞은 발에서 시작된 유려한 곡선이 발목과 종아리를 지나 탄탄한 허벅지를 만나며 그 매력을 폭발시키기 시작하여 둔부에 이르러 절정의 곡선을 그린다. 그리고 다시금 오목하게 패여들어가는 허리의 라인을 지나 교복 상의에 의해 가려진 어깨를 넘어 새하얀 목덜미에 이르게 된다. 마지막으로 조금 더 올라가게 되면 작고 귀여운 머리통이 잠들지 않고 깨어있음을 증명하듯 까딱이며 흔들리고 있다.


아영은 양 손목과 양 발목이 케이블타이에 묶인채 불편한 자세로 침대에 뉘여 있었다. 따라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신체인 머리를 최대한 움직이며 이곳저곳 살피고 있었다.


"아영아."


"응?"


"무슨 생각해?"


아영은 희진의 질문에 목소리를 작게하여 희진에게 들릴락말릴락 한 크기로 답해주었다.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까 하는 생각."


"... 넌 정말 이런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고민하는구나?"


"당연한 거 아니야?"


"킥... 뭐가 당연해. 보통은 이런일이 벌어지면 체념하고 울거나 하게되지."


"야야, 나도 지난번에는 포기했었어."


"에이, 그 정도가 포기한거면 다른 아이들은 뭐가되냐? 넌 지난번에도 정말 끝까지 잘 버틴거야."


"뭐, 그렇다고 치고, 너도 빨리 방법이나 찾아봐. 이따 저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땐 정말 꼼짝없이 당해야 해."


"흐음..."


희진은 잠시 말꼬리를 늘이다가 자신의 얘기를 시작했다.


"우리집 말이야."


"??"


"나는 우리집이 싫어. 가난하고. 좁고 작은 집에 치매걸린 할머니와 5년 넘게 취업을 못한 취준생 오빠, 우리 부모님에 결혼한 언니의 아기까지 여섯 명이 같이 사는데 숨이 막히고 싫어."


아영은 희진의 말을 가만히 경청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매일 똑같은 말씀만 하시고, 오빠는 항상 얼굴에 우울함이 가득하고, 언니는 1주일에 한 번식 아기를 보러 와서는 신세한탄을 하고, 아빠는 우리식구 먹여살리려고 항상 늦게까지 일하시지. 엄마는 그런 우리집 지탱하느라 삶에 찌들어계시고. 나이가 들어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런 상황이 점점 싫어지는거야."


희진은 침을 한 번 삼키고 얘기를 이어갔다.


"한 번 싫어지니까, 점점 더 싫어지더라고. 바쁜 엄마를 대신해서 할머니 수발드는 것도 싫고, 매일 눈치만 보는 오빠도 싫고, 눈치없이 틈만나면 우는 아기도 싫어지더라고. 가면 갈수록 못 견디겠는거야."


희진의 목소리가 살짝 잠겼다.


"그래서 학교에서라도 좀 잘난척을 하고 싶었어. 그래서 찾고 찾은게 양수지야. 걔 곁에 있으면 애들이 전부 내 눈치를 봐. 그런 모습을 보면 내가 뭐라도 된 것처럼 우쭐대게 되더란 말이지. 못난 집구석의 현실과는 참 다르지. 그래서 그랬어. 나쁜짓인 줄 알면서도 걔가 하라는 것은 다 하면서 중학교 때부터 다른 애들을 괴롭히고 그랬어. 그런다고 내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닌데 말이지."


희진의 목소리에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는지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올라오고 양수지가 점점 더 독해지더라. 다른 그룹에 비해 튀어야 선배들, 그리고 남자애들한테 인정받는다고 생각해서 그런지도 모르지. 고등학교부터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뚜렷해서, 여자가 남자를 이길 가능성이 없으니까."


희진의 목소리에는 급기야 살짝 물기까지 어리고 있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했기에 계속 양수지 옆에 붙어있었지. 나는 이미 그쪽 애들로 분류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사건이 터진거야. 이건 정말 양수지가 시키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걸 알면서도 너무 무서워서 반대하지 못하겠는거야. 이걸 반대하면 내가 남자애들한테 던져질까봐. 그게 정말로 무서워서 네가 당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막지 못하겠더라구."


"아니야. 그 때 너는 전화통화 할 때 나한테 조심하라고 경고도 해 주었었잖아."


"그건 그냥 충동적이었을 뿐이야. 그리고 제대로 이야기를 해준 것도 없고. 그리고 그 뒤에 네가 나왔을 때 나는 아무것도 못했지."


"다른 아이들은 그런 행동을 나쁜 짓이라는 자각조차 없이 스스로가 원해서 저질렀어. 너는 그애들에 비하면 나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용기를 내어 나에게 주의를 준거야. 그리고 지금도 그때의 미안함으로 인해 충분히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고. 내가 지난번에 널 용서한다고 했잖아. 그거면 돼. 그렇게 계속해서 자책하고 있을 필요는 없어."


"... 정말 고맙다."


희진은 울어버릴 뻔한 것을 겨우 참으며 말을 끝맺었다. 그리고 말없이 각자 생각에 잠겼다.


'옳고 그른 것을 아는 것과 그것을 행하는 것. 행하는 것이 어렵고,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옳은 말을 하고 옳은 행동을 했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아까 낮에 학교에서 희진에게 했던 행동은 옳은 말을 해준 것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항상 당차게 행동하던 아영은, 그동안 겪었던 사건들이 기폭제가 되어 조심스러움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상대에 대한 배려까지도 배우게 될 것이었다.





**





상혁과 선호는 말도 없이 차에 타고 길을 돌아다녔다. 어디를 가야 둘을 발견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기에, 그저 길이란 길은 다 돌아다닌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역 근처의 모텔거리에 들어서게 되었다.


아직 저녁때가 되지 않아서 그런지 거리는 썰렁했고, 모텔의 간판은 듬성듬성 불이 켜지고 있었다.





**





"에이~ ㅅㅂ. 또 졌잖아."


"낄낄, 드럽게 못하네 자식. 잘 좀 해봐라."


"어휴~ 정말 어떤 색히들인지 옆에 있으면 죽빵을 한 대 날리고 싶다."


"클클클"


아영과 희진을 묶어두고 게임을 하던 남자들이 티격태격했다.


그러다 짜증을 내던 남자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며 말했다.


"아~ 스트레스 받는데 담배를 피우니 급 꼴림이 오네?"


"야, 하지마. 괜히 저것들 건드렸다가 이따 형님한테 맞아죽는다."


"뭔, 어차피 저것들 교육시킨답시고 형님이 먹고 나면 노인네들한테 실컷 돌릴거잖아? 그 전에 우리가 맛을 보는 것도 좋지. 뭐, 어차피 먹는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





"잠깐."


"뭐?"


차를 타고 도는 동안 한 마디도 하지않던 상혁의 입이 열리자 의문을 표하는 선호였다.


"잠깐만요. 천천히 가봐요."


상혁은 미약하게 잡히는 신호에 집중하며 대답했다.


선호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차가 움직이는 동안 내내 입을 다물고 있던 상혁에게서 처음으로 나온 말에 순순히 따랐다.


트럭은 속도를 늦췄고, 상혁은 실낱같은 신호에 더욱 집중했다.


점점 다가갈수록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분명히 알듯 말듯하던 신호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선호는 상혁의 표정을 보며 덩달아 긴장하며 차를 몰았다.


신호가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강해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상혁은 점점 강해지는 신호를 느끼며 그 방향을 파악하는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차 세워봐요."


상혁은 별안간 고개를 조수석 창밖으로 돌리며 말했다.


상혁의 눈 앞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시설이 낙후된 모텔이 서 있었다.


"여기에요."


"여기?"


"네."


선호는 상혁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도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는데 여기서 하나 더 추가된다고 뭐가 다를까라는 생각에 모텔 주차장에 차를 댔다.






**





"티가 나지 왜 안 나겠냐. 저것들 질질 짜고 그럴텐데."


"하두 시끄럽게 굴어서 겁 좀 줬다고 하지 뭐. 재미좀 보고 싹 씻겨놓으면 지들이 무슨 수로 알거야?"


"하긴..."


남자들은 모종의 합의를 보고는 아영과 희진에게로 다가갔다.


"오지마요."


희진이 겁먹은 목소리로 말을 해 보았으나 당연하게도 아무 소용 없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좀 잘하거든. 즐거울 거야. 그리고, 어차피 니들 그렇게 말 안듣고 버티면 죽어. 형님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데. 결국 실컷 당한 다음에 다 포기하게 되어있어. 그냥 서로 편하게 말 잘 듣자."


"웃기지 마. 그런다고 포기 하겠냐?"


아영이 날카롭게 말하자, 아영에게 다가서던 남자가 화를 내며 손을 들었다.


"근데, 이년이 보자보자 하니까..."


아영쪽의 남자가 아영을 때리려 하자, 희진쪽의 남자가 말렸다.


"야. 그건 진짜 안 돼."


"윽..."


아영쪽의 남자는 손을 부르르 떨다가 결국 형님들한테 당할 생각을 하고 때리는 것을 포기했다.


"왜 못 때리냐? 겁 먹었냐?"


그러나 아영이 다시금 도발하자 결국 참지 못하고 주먹을 아영의 복부에 내려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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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본산(2) 18.10.19 4,568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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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박기수(4) +8 18.10.11 4,694 49 12쪽
31 박기수(3) +6 18.10.11 4,813 54 12쪽
30 박기수(2) +3 18.10.09 4,842 59 12쪽
29 박기수 +2 18.10.08 4,994 59 12쪽
28 황희진(4) +2 18.10.03 4,933 65 12쪽
» 황희진(3) 18.10.03 4,955 60 12쪽
26 황희진(2) +4 18.10.03 5,087 5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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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강한도장(2) 18.09.27 5,217 71 12쪽
23 강한도장 18.09.26 5,362 71 12쪽
22 방송국에 가다 18.09.25 5,547 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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