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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에서 난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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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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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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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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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본산

DUMMY

"헉..."


상혁의 슛에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 놀란 아이들은 움직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골기퍼마저도 몸을 움찔했을 뿐 막을 엄두를 내지 못했고, 일직선으로 날아간 공은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와아아아아아~!"


응원하던 아이들 모두 기뻐서 날뛰었고, 여학생들은 상혁의 강렬한 슈팅에 한 눈에 반해버린 아이들마저 있었다.


"자식. 잘했다."


"상혁아 너 짱이다!"


백팀 아이들은 그동안 밀리던 것을 분풀이라도 하듯 극성을 떨며 골 세레머니를 했고, 이는 심판을 보던 교사가 와서 진정시킬 때까지 이어졌다.


상혁은 아이들이 자신을 에워싸고 좋아하던 모습에 싫지않은 기분을 느끼며 자리로 돌아갔고, 경기는 곧 재개되었다.


이어지는 경기는 상혁을 중심으로 한 백팀의 공격과 상철을 중심으로 한 청팀의 공격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상혁의 첫 골을 본 청팀 아이들이 상혁의 드리블을 집요하게 막았기에 기술이 부족한 상혁 입장에서는 완벽하게 뚫기에 어려움이 있었고, 상철은 번번이 성원에게 막혔기 때문이었다.


"와아아아아!"


양팀 응원단은 박진감넘치는 경기에 후끈 달아올랐고, 아이들은 마치 월드컵이라도 되는 듯 흥분을 하며 경기를 지켜보았다.


결국 경기는 상혁의 한 골로 결정되었고, 백 팀 응원단이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을 하며 운동장으로 올라와 축구선수들을 얼싸안고 기쁨을 표현했다.


"킥..."


청팀의 신상철은 이 모습을 바라보며 어두운 표정으로 쓸쓸히 퇴장해야만 했다.


축구가 끝나고 체육대회의 하이라이트인 2000미터 계주를 위해 운동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이아영, 지서희, 성하연은 모두 1학년 대표로 뽑혔다. 원래는 명단에 없었으나, 100미터 달리기와 피구시합을 보고서 급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원래 달리기를 좀 하는 편이었던, 희망원(같은 고아원)의 또다른 17세 임시현도 뽑혔다. 임시현은 말하는 것이 약간 어눌한 남자아이로 정성원을 잘 따르는 편이다. 그리고 이상혁과 정성원은 원래대로 명단에 올라가지 않았다.


이렇게 되고보니 이아영, 지서희, 성하연은 또다시 맞붙게 되어버렸다.


성하연은 운동장이 정리되는 동안 임시현을 붙잡고 열변을 토했다.


"시현아. 저쪽 팀에서 아영이랑 서희가 거리를 벌려놓으면 그걸 따라잡을 사람은 너밖에 없어. 알았지? 꼭 해내야 해!"


"으, 응..."


임시현은 하연의 박력에 눌려 얼떨결에 알았다고 대답을 했다. 작고 귀여운 몸 어디에서 그런 박력이 뿜어져 나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1학년 여자들부터 출발선에 섰다. 1, 2, 3학년 여자 뒤에 1, 2, 3학년 남자 계주선수들이 이어달리는 형태다. 각급 두 명씩의 대표가 나와 총 열 두 명이 2000미터의 트랙을 나누어 달리게 된다.


- 타앙~


하연은 백팀의 1번 주자로 나와 아영과 함께 달렸다. 처음부터 너무 쳐진 상태로 달리게 되면 힘이 빠지기 때문에 일부러 자원한 것이었다.


하연과 아영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렸다. 둘의 주력은 큰 차이가 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곧이어 아영이 서희에게 바톤을 넘겨주자, 서희는 백팀의 주자를 남겨두고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치잇..."


하연은 예상은 했지만 점점 벌어지는 격차에 숨이 차서 헐떡거리는 와중에도 신경질을 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다들 달리기에선 한가락 한다는 학생들을 내세웠기에 큰 차이는 없었고, 결국 1학년 여자선수에서 벌어진 격차가 크게 변하지 않은채 1학년 남자선수들의 차례가 돌아왔다.


청팀의 주자가 먼저 바톤을 받아 달려나가고, 백팀 임시현은 3학년 여자선수가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임시현이 바톤을 넘겨받자마자 힘껏 땅을 박차고 달렸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저만치 앞서가던 청팀 주자와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기 시작한 것. 거의 포기상태로 경기를 지켜보던 백팀 학생들이 난리가 났다. 앉아서 경기를 보던 학생들이 전부 벌떡 일어섰고, 양 손을 꽉 쥐고 눈을 부릅뜬 채 임시현의 움직임을 쳐다보았다.


마침내 임시현이 청팀의 주자를 따라잡아 앞서자마자 백팀 학생들은 커다란 환호성과 함께 제자리에서 마구 뛰는 등 축제 분위기에 휩쌓였다.


그렇게 임시현은 청팀 주자와 거리를 벌린채 자신의 순서를 마무리했고, 이번에도 역시 이변은 벌어지지 않은채 3학년 남자선수까지 계주를 마쳐 백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육상을 전문으로 하는 선수가 없는 이상 임시현이 벌린 격차를 따라잡기는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경기 결과를 기다리던 백팀 선수들이 임시현에게 모여들어 얼싸안고 서로를 축하해주었고, 임시현은 그 사이에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좋아했다. 말이 어눌한 편인 자신이 무언가의 중심이 되어본 경험 자체가 처음이었기에 더욱 뜻깊은 날이었다. 그동안 우직하게 해온 수련에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신일 고등학교 체육대회는 이렇게 끝이 났고, 희망원 아이들의 인기가 수직 상승하는 결과를 나았다.





**





상혁은 여느때처럼 도장에 들러 동생들 수련을 봐주고 있었다.


"상혁아. 오늘은 수련 끝나고 나 좀 보자."


상혁은 형식의 요청에 무슨 일인지 의아했지만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수련이 끝나고 둘만 남은 도장에 형식과 상혁이 마주앉았다.


"무슨 일이신데요?"


상혁의 물음에 형식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그게, 말이지..."


형식은 민망해 하면서도 상혁에게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고형식. 천일도장 사범 겸 관장은 대성도장이라는 무도관의 적전제자로 장문인의 바로 아래 항렬에 해당하는 1대제자였다.


장문인과 같은 항렬은 장로, 1대제자의 아래 항렬은 2대 제자로 칭한다.


대성도장은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있는 무관으로 고대 무술 도관인 천일도관의 사람이 창시했다고 알려졌다고 한다.


"천일도관이요?"


"그래. 지금 내가 세운 도장과 이름이 같지. 따라한 것이거든."


"아아~"


형식은 상혁의 말에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고는 설명을 이어갔다.


대성도장은 전투에 사용하는 실전 무술을 이어가는 도장으로 스포츠화된 현대 무술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그런 얘기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데.."


형식은 상혁의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 해주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상태로 전승되고 있으니 당연하지. 일반인들은 우리의 존재를 전혀 몰라. 그러는 너는 어떻고?"


"하, 하하.."


상혁은 형식의 되물음에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배우는 무술도 현대에선 상상할 수 없는 무술이다.


"아무튼 우리를 알고 있는 자들은 이 나라를 지배하는 계층과 우리와 같은 무도인들 뿐이지. 뭐 그렇다고 무협지처럼 막 하늘을 날아다니고 하는 그런 것 말고, 우리의 선조들이 갈고 닦던 실전 무술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흠. 그러니까,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등에 사용하던 무예로 생각하면 되겠군요?"


"그렇지. 그 정도로 생각하면 돼."


그리고 현재 국내에는 대성도장 말고는 한 군데가 더 있다고 했다.


"그곳의 이름은 선화도장."


"그렇군요."


"그리고 실전 무술의 명맥이 또 있다는 것은 너를 통해 처음 알았지. 비록 1인 전승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헤헷."


상혁은 자신의 비밀을 말할 수가 없어서 그냥 웃고 말았다. 자신은 어느 세계에서 온지도 모르는 사부를 심상 세계에서 모시고 수련한다는 말을 어떻게 믿게 할 것인가.


아무튼 국내에 단 두 개만 남은 이유는 여러 부침을 겪으면서 많은 도장들이 명멸을 거듭했지만, 결정적인 것은 일제치하를 겪으면서 일본군들이 철저하게 발본색원을 해서라고 했다. 이 때 대부분의 도장이 총을 앞세운 일본군에 의해 멸문되었고, 산속에서 쥐죽은 듯 숨죽이고 있던 몇 곳의 도장만이 살아남았다고 했다.


"그렇게 살아남은 몇 개 되지않는 도장들이 바뀐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점차 사라져갔고, 개중에는 아예 스포츠화하여 살아남은 곳이 현대 검도 도장들인 것이고, 이제 실전무술을 표방하며 살아남은 곳은 겨우 두 곳인거지."


"그렇군요."


"그런데 말이야. 언제부터인가 우리 대성도장도 변하더라고. 무술 실력을 아무리 높여보아야 총을 이길 수는 없으니까,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화려한 형에 치중을 하게되고, 힘의 근간을 이루는 기는 소홀히 하게 되더란 말이야."


"기요?"


"그래. 우리 무도인들이 평생을 수련에 매진하다 보면 겨우 그 감을 잡게되는 것이 기인데, 이것을 얻은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엄청나거든. 속도와 파괴력 등 신체의 격이 달라져. 같은 사람인데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지."


"아아~"


상혁은 속으로 뜨끔 했지만 모르는 척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런데 그게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방법도 모르고, 누구는 평생을 수련해도 얻지 못하고, 겨우 얻어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다고 한들 결국 총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지. 총을 든 한 두 명이야 어떻게 할 수 있지만, 총을 든 집단 앞에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지."


"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변하는거지. 더구나 사람이 먹고사는데 중요한 것이 돈이지. 우리같은 사람들이 돈을 쉽게 버는 방법은 권력에 붙는 것이고, 우리 대성도장도 그렇게 변화하려 하더라구. 지금도 못 버는건 아닌데, 점점 세속적인 것에 물들어 가는거지. 결국 자존심보단 돈이 더 중요한 세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고."


상혁은 씁쓸하게 말하는 형식의 말을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그런데 장문인까지 그 의견을 따르려는 상황에서 거기에 반기를 든 것이 우리 사부님이었어. 돈은 지금처럼만 벌어도 충분하니, 고대 천일도관의 무술을 다시 되찾아보자는 생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신 거지."


"천일도관이요?"


"그래. 기록에 따르면 고대 무술은 정말로 사람들이 무슨 무협지처럼 활약했다고 하더라구. 사실상 우리 대성도장에서도 전설로 치부되는 일이지. 그 표현대로라면 무술인들이 총알도 막아낼 수 있을걸?"


"하하.."


"웃기지? 나도 웃겨. 그런데 뭐 그런 허황된 말 까지는 아니더라도, 형에 치중하지 말고 실전 능력을 기르자는 거지. 근데 사람들이 무척 싫어하더라고.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은 도장은 모두 도태되었다는 것이 그 이유지."


"뭐, 근거없는 말도 아니네요."


"그래. 결국 난 우리 스승님이 돌아가시고 하산한거야. 스승님이 계실때는 그나마 버틸만 했는데, 스스승님이 안 계시니까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랄까, 뭐 하나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장로들이 나를 버리끝부터 발끝까지 통제하려 하더군."


"그래서요?"


"그래서 그냥 배째고 튀었지."


"네? 큭큭..."


"뭐 인생 다 그런거지."


"하하하."


상혁은 형식의 말에 배를 잡고 웃었다. 그리고 형식은 한참을 웃고있는 상혁에게 말했다.


"내가 너한테 뭘 이렇게 주절거리는지 모르겠다. 잊어줘. 근데 이번에 장문인의 소환령이 떨어졌어."


"소환령이요?"


"그래. 나보고 본산에 올라오라는거지."


"흠."


"별 거 아냐. 또 노인네들이 장문인을 괴롭혔겠지. 나 붙잡아다가 자신들 마음대로 조종하고 싶어서 말이야. 그래서 이번엔 너랑 같이 가려구."


"저를요?"


"그래. 너도 본산 구경하고, 나는 그냥 노는게 아니라 제자 키우는 중이라고 하며 뻗대고. 꿩먹고 알먹고지. 아니 윈윈이라고 해야 하나?"


"뭐에요, 그게."


"정말이야. 어차피 무슨 논리를 대도 욕먹을텐데, 아무 이유도 없는 것보다 뭐 하나라도 대면서 개겨 보아야지."


"풋, 큭큭... 정말 관장님은 사람 웃기는 재주가 있어요."


"그래? 듣던중 기쁜 말인걸?"


"킥킥."


상혁은 조금 더 웃다가 쿨하게 대답했다.


"좋아요. 같이 올라가요. 제자 노릇 톡톡히 해드리죠."


"그래. 이번엔 네 덕좀 보자."


"네. 날짜만 명확히 알려주세요. 학교에 얘기해야 하니까요."


"그래, 그러자."


그렇게 상혁의 대성도장 본산행이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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