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기는 하지만 임팩트가 약하다?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김치 파이터' 벤 헨더슨(30·미국)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각이다.
21승 3패의 통산 전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헨더슨은 강하다. 2006년부터 각종 단체에서 활약하며 2010년까지 단 2패밖에 없었으며 이러한 성적을 바탕으로 UFC에 발을 내딛기 전부터 라이트급 강자로 명성이 자자했다.
세계 최고 무대 UFC에서의 성적은 더 놀랍다. 헨더슨은 UFC에서 지금까지 10전 9승 1패의 성적을 거뒀다. UFC 4전 째 만에 당시 극강의 챔피언으로 불렸던 '산소탱크' 프랭크 에드가를 연거푸 제압하며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전투 호빗의 시대에 마침표를 찍게 했으며 네이트 디아즈, 길버트 멜렌데즈 등 강력한 도전자들의 반란 역시 뿌리쳤다.
▲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김치 파이터’ 벤 헨더슨 |
ⓒ UFC |
헨더슨은 잠시도 쉬지 않고 경기 내내 끊임없이 상대를 괴롭히는 부지런한 파이터다. 몸이 유연하고 체력이 좋은 자신의 스타일을 잘 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레슬링-주짓수 등 다양한 그라운드 테크닉을 갖춘 그래플러지만 로우-미들킥 등 킥구사 능력이 좋아 타격가들을 상대로도 좋은 승부를 펼친다. 상대적으로 펀치에서 약점을 보인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래플링과 연계해 상대를 현혹시키며 상황에 맞게 잘 쓰는 편이다.
한마디로 MMA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고르게 장착한 올라운더 파이터라고 할 수 있다. 어지간해서는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스탠딩-그라운드에서 공격을 시도하기 때문에 상대 선수 입장에서는 굉장히 까다로운 스타일이다.
그 때문일까, 딱히 약한 부분이 없는 헨더슨은 어떤 타입의 선수와도 박빙의 승부를 벌일 수 있지만 그로 인해 판정 경기가 유독 많은 편이다. 특히 수준급 선수들이 즐비한 UFC무대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특히 강했다. 헨더슨이 UFC에서 거둔 9승 중 판정승은 무려 8번이다.
계속해서 판정으로 승리를 거두다 가장 최근 경기였던 8일(한국시간) UFC FIGHT NIGHT 42' 메인이벤트서 루스탐 카빌로프(28?러시아)를 펀치연타에 이은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잡아내며 오랜만에 끝내기 승을 맛봤다. 마지막 서브미션 승리가 4년 전인 2010년 4월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오랫동안 판정 행진을 벌였는지를 알 수 있다.
판정 경기가 많다보니 헨더슨의 경기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끊임없는 기술 공방전으로 인해 재미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지루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물론 전 웰터급 챔피언 '수면제' 조르주 생 피에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와 달리 헨더슨에게는 '백인 영웅' 이미지나 특정 국가의 열광적인 지지는 적은 편이다.
팬들이 열광할 만한 경기를 펼치지 못한다면 자연스레 밀려날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카빌로프전 서브미션 승리는 의미가 깊다 할 수 있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헨더슨은 모든 부분에서 고르게 잘한다. 하지만 반대로 뒤집어 보면 이는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두루두루 기술을 갖춘 대신 특출난 필살기가 없는지라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한 부분에 특화된 강자에게는 상대성에서 맞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에드가와는 상대성에서 좋았다. 둘은 똑같이 부지런하고 체력이 좋은 스타일이지만 체격적인 조건에서 헨더슨이 더 나았다. 에드가의 공격적인 레슬링은 매우 뛰어났으나 그라운드 디펜스가 좋은 헨더슨은 신체적 우세를 바탕으로 충분히 방어가 가능했다.
반면 천적으로 꼽히는 현 챔피언 '쇼타임' 앤소니 페티스(27·미국)와는 영 궁합이 맞지 않는 모습이다. 화려한 타격기를 갖춘 페티스는 스탠딩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당연히 타격으로 정면 승부는 어려운데 이럴 경우 공격적인 레슬링이 필요하다. 그러나 헨더슨의 레슬링 화력은 페티스를 궁지에 몰아넣을 정도는 아니라 패배의 고배를 마실 수 밖에 없었다.
통산 3패중 페티스에게만 2패를 당했으니 난적도 이런 난적이 없다. 헨더슨이 킥에 능하다고는 하나 킥 스페셜리스트인 페티스에게는 통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비록 헨더슨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거리 조절 능력이 뛰어나고 공격적 레슬링에 강한 에드가가 페티스를 상대로 훨씬 잘 싸울 것이다는 의견도 있다.
헨더슨은 현재 목표는 라이트급 챔피언 타이틀 재탈환이다. 현재의 기량만 유지하더라도 시기가 문제일 뿐 대권 도전에 다시 한번 나설 기회는 있겠지만 페티스와의 리벤지 그리고 더 나아가 주최측과 팬들의 호감을 얻는 파이터가 되기 위해서라도 필살 패턴의 장착은 꼭 필요해 보인다. 골고루 잘하는 '무색무취'가 아닌 헨더슨 하면 뭔가가 딱 떠오를 수 있도록 전력 재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문피아 애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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