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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벤 헨더슨 앞에 놓인 가혹한 벽 ‘악연 페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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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티스의 삼각 차기는 헨더슨에게 굴욕을 안겼다. ⓒ WEC
육체능력을 겨루는 특성상 MMA는 상대성이 유달리 강하게 작용하는 스포츠다.

강한 쪽이 이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전력이 엇비슷하거나 아님 한쪽이 더 센 것 같은데 반대로 작용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른바 상대성이라는 것으로 먹히는 쪽에 있는 선수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척 리델-티토 오티즈, 퀸튼 잭슨-척 리델, 미르코 크로캅-조쉬 바넷, 데니스 홀맨-맷 휴즈, 비제이 펜-프랭크 에드가 등이 대표적 케이스다.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한국계 혼혈파이터 ‘김치전사’ 벤 헨더슨(30·미국)에게 현 라이트급 챔피언 '쇼타임' 앤소니 페티스(27·미국)가 딱 그런 존재다. WEC 시절 '카우보이(Cowboy)' 도널드 세로니(31·미국)에게 2차례나 절망을 안겨준 것을 비롯 UFC에 입성해서도 현재까지 10전 9승 1패의 성적을 올리는 등 정상급 파이터로 활약하고 있지만 이상하게 페티스만 만나면 모든 게 꼬여버린다.

헨더슨은 21승 3패의 통산전적을 자랑하고 있는데 이중에서 페티스에게 당한 패배만 2번이다. 2번 모두 타이틀매치였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페티스만 없었다면 헨더슨의 성적은 더욱 엄청날 뻔했으며 챔피언벨트를 차고 있는 기간도 훨씬 길었을 것이 확실하다. 특정상대에게 연달아 당했다는 점에서 강력한 이미지에 금이 가기도한 상태다. 이래저래 피해가 막심하다.

첫 번째 악연은 2010년 WEC 53 'Henderson vs. Pettis'대회에서 시작됐다. 당시 헨더슨은 레슬링을 살린 그래플링으로, 페티스는 스탠딩에서의 타격으로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쳤다. 그런 흐름 속에서 단박에 팬들과 관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장면이 연출됐으니 다름 아닌 '삼각차기'였다.

경기 중 페티스는 난데없이 케이지 쪽으로 쇄도했다. 그리고는 오른발로 케이지를 발판으로 도움닫기 한 뒤 그대로 몸을 날려 헨더슨의 안면에 플라잉 하이킥을 적중시켰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화들짝 놀란 헨더슨은 큰 동작으로 나가떨어졌다. 다행히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컸을 뿐 헨더슨은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 적중 당시 체중을 뒤쪽으로 놓고 백스텝을 밟고 있었기에 킥에 의한 타격보다는 힘에 밀려 넘어졌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페티스의 킥이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판정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더욱 굴욕적인 것은 이후 각종 매체에서 MMA명장면을 소개할 때 단골처럼 당시 장면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페티스로서는 자랑스럽기 그지없겠지만 헨더슨은 쓴맛을 다실 수밖에 없다.

사실 안타까운 것으로 따지면 2차전이 더 컸다. 삼각차기의 여운이 컸을 뿐 1차전은 서로간의 뛰어난 기량을 주고받은 명 경기였다. 때문에 향후 펼쳐질 2차전에 대한 기대도 컸다. 헨더슨은 페티스에게 너무 허무하게 경기를 내줬다. 패인에 대해 ‘상대성’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전략 미스라는 지적도 많다.

그동안의 경기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헨더슨은 장기전의 명수다. 타격-그라운드에서 특별히 강한 모습을 보이진 않았지만 고른 기량을 갖추고 있어 체력을 바탕으로 진흙탕싸움이 가능하다. 산소탱크로 명성이 높았던 전 챔피언 프랭크 에드가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능력이 큰 영향을 끼쳤다.

페티스는 클레이 '카펜터' 구이다(33·미국)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강력한 레슬링 압박에는 다소 약한 모습을 노출했던 만큼 헨더슨은 바로 이점에 초점을 맞췄던 것으로 보인다. 헨더슨은 경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대놓고 클린치 이후 테이크다운 전략으로 들어갔다.

나쁜 전략은 아니었지만 너무 눈에 뻔히 보이는 만큼 페티스 역시 경계를 단단히 하고 방어태세를 갖췄고 결국 그라운드로 끌고 가는데 실패했다. 부담을 털어버리고 1차전 때와 비슷하게 경기에 임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거듭된 테이크다운 실패 이후 스탠딩 싸움에서 헨더슨에게 악재로 작용한 것은 페티스의 미들킥이었다. 한창때 크로캅의 킥을 연상시키듯 묵직하고 날카롭게 몸통으로 꽂혀 들어간 미들킥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헨더슨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이후 페티스의 킥 동작이 크게 들어간 틈을 타 그라운드로 공방전이 이어졌지만 지나치게 서두른 탓에 암바를 허용하고 말았다. 미꾸라지처럼 상대의 서브미션을 빠져나가는데 일가견이 있던 헨더슨임을 감안했을 때 의외의 결과였다. 페티스가 경기를 잘 풀어 나갔다고도 할 수 있지만 헨더슨이 지나치게 부담을 갖고 서두른 경향도 컸다.

선수층이 넓은 경량급에서의 패배는 가시밭길을 의미한다. 팬들에게 열광적 지지를 받는 인기 파이터 같으면 모를까 어지간한 선수들 같으면 정상에서 패할 경우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인기가 높지 않을 경우 그 길이 더 길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헨더슨이 딱 그런 상황이다. 페티스에게 타이틀을 빼앗긴 이후 헨더슨은 두 차례 경기를 가졌고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자신감을 얻은 헨더슨은 다시금 자신에게 기회를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뛰어난 기량과 상품성을 가진 다른 선수들이 줄지어 왕좌를 노리고 있기 때문으로 주최 측은 느긋하게 주판알만 두들기고 있는 분위기다.

더욱 문제는 챔피언 페티스다. 최근 UFC 챔피언들의 상당수는 벨트를 얻기 전에는 강행군을 펼치다가 일단 챔피언만 되면 부상 등을 이유로 장기휴업에 들어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기다리는 도전자들 입장에서는 속이 탈일이지만 딱히 대처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페티스 역시 헨더슨을 쉽게 이기고 벨트를 허리에 감기 무섭게 휴식기에 들어갔다. 경기외적인 활동은 왕성하게 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타이틀 방어전은 치르지 않고 있다.

오랜 공백 끝에 길버트 멜렌데즈(32·미국)와 첫 방어전을 가질 예정이지만 내년 1월이다. 무려 16개월의 공백 끝에 첫 방어전을 치르게 되는 것으로 팬들은 만약 1차 방어에 성공할 경우 또 얼마나 쉴 것인지를 벌써부터 걱정하는 분위기다.

어쨌거나 헨더슨은 타이틀 전선으로 가기위해서는 최소 한두 차례 정도는 더 강적들과 싸워서 이겨내야 한다. 어떤 면에서는 페티스가 쉬고 있는 동안 그에게 위협이 될 도전자 그룹을 정리해주는 청소부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동안 페티스의 성향으로 봤을 때 만약 타이틀 방어에 실패한다 해도 특유의 입담과 캐릭터를 내세워 챔피언도전권을 요구할 것이고 그럴수록 헨더슨에게 주어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갈 것이 분명하다.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는 것이다.

특정선수에게 계속해서 당했다는 것은 훗날 은퇴 이후 업적을 평가할 때도 큰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헨더슨으로서는 기량이 정상에 있을 때 반드시 페티스에게 리벤지를 성공해야 한다.


문피아 애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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