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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필리핀 국민영웅 vs. 가문의 최종병기, 승자는?

필리핀 국민영웅 vs. 가문의 최종병기, 승자는?

 

파퀴아오 vs. 메이웨더, 전설의 격돌을 말한다 ②

 

격렬한 경기 뒤에도 얼굴이 깨끗한 경우가 많아 '프리티 보이(Pretty boy)'로 불리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 미국)는 명실상부한 메이웨더 가문의 최종 병기다.

그의 아버지 플로이드 메이웨더 시니어는 현재 아들이 그런 것처럼 현역 시절 수비형 아웃복싱으로 상당한 인정을 받았으나 엄청난 명선수들이 득실대던 시대에서 챔피언까지는 올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근성 만큼은 상당한 선수였다. 특히 자신과 엇비슷한 레벨의 선수와 10라운드 경기를 뛴지 보름여 만에 슈거레이 레너드와 치른 경기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그는 당시 경기에서 레너드에게 상당한 기량 차를 실감하며 꽤 많이 얻어맞았음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10라운드 중반까지 버티는 근성을 선보였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비정상적인 스케줄 속에서 투혼을 불살랐다는 사실로도 복싱에 임하는 자세가 어땠는지 새삼 짐작할만하다.

최종 병기 메이웨더, '가문의 영광' 끝점 찍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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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EPA


삼촌인 로저 메이웨더는 형보단 나았다. IBF웰터급 챔피언을 지낸 것을 비롯해 무려 두 체급에서 메이저단체의 벨트를 차지했다. 형 못지 않은 수비 복싱을 장착한 상태에서 라이트 스트레이트라는 강력한 무기까지 가지고 있었다. 한방을 갖추고 있는지라 자신이 진 경기에서도 상대를 바싹 긴장하게 했다. 하지만 동시대에는 퍼넬 휘테커, 홀리오 세자르 차베스 등 엄청난 선수가 존재했고 로저 또한 1인자가 되지는 못했다.

이렇듯 메이웨더 가문은 복싱 명가임은 분명했지만, 항상 최고의 위치에는 조금씩 모자랐다. 전설의 강자들을 대적하기에 2% 힘이 부족했다. 이들 3형제는 한 맺힌 자신들의 인생을 한 명의 어린 아이에게 걸었고 최선을 다해 키웠다. 그리고 메이웨더 가문의 복싱을 완벽하게 장착한 어린 아이는 훗날 전설 중의 전설로 우뚝 서게 된다. 2~3인자들이 모여 가문의 최종 병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상대와의 전면전을 피하며 경기를 풀어나가는 특성상 탄탄한 수비력은 아웃 복서들의 생명과도 같다. 상대를 한방에 때려 눕히기보다는 포인트 싸움을 통해 더 많은 점수를 가져가야 하는지라 그 과정에서 혹시나 있을 한방의 위협을 철저히 봉쇄해야한다. 복싱 역사상 수 많은 테크니션 아웃복서들이 존재했던 만큼 그 유형도 가지각색이다. 뛰어난 동체 시력과 짐승 같은 반응 속도로 펀치를 흘리는 선수가 있는 반면, 경기 운영과 다양한 기술을 통해 공격을 무력화하는 스타일도 있다.

메이웨더가 무서운 점은 두 가지를 완벽하게 다 갖췄다는 사실이다.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본능적으로 피하고 읽어내면서도, '파이팅' 스타일의 뿌리는 탄탄한 기본기와 셀 수 없는 반복 연습에 의해 자연스레 몸에 밴 교과서적인 움직임이 많다.

인파이터들은 아웃복서들을 잡기 위해 최대한 접근전을 시도한다. 대부분의 아웃복서들은 빠르고 키가 큰데다 리치까지 긴지라 원거리에서는 답이 없다. 산전수전 다 겪은 아웃복서들에게 큰 궤적의 한방 펀치는 어지간해서는 통하지 않는다. 최대한 달라 붙어 피할 수 있는 각을 줄이고 펀치를 치던가 부지런히 복부를 두들겨 기동성에 영향을 줘야한다.

하지만 메이웨더는 상대에게 근거리를 허용한다 해도 어지간해서 정타를 맞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숄더 롤(Shoulder roll)'은 수 많은 상대들을 절망에 빠뜨린 궁극의 방어 기술이다. 복서들은 대부분 엄청난 공격을 허용했을 때 투지를 잃어버리는 게 일반적인데, 메이웨더의 숄더 롤은 수비의 최정점 테크닉을 보여주는지라 디펜스만으로도 상대의 의욕을 상실케만들어 버리기 일쑤다. 아무리 부지런히 달려들어 펀치를 날려도 몸통이든 안면이든 시원스레 정타 한 번 맞추기 힘든지라 라운드가 거듭되다 보면 페이스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숄더 롤은 상대의 정면과 측면으로 대치한 상태에서 어깨를 들어 올려 펀치를 막아내거나 흘리는 기술이다. 몸통을 칠 수 있는 각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아웃복서들이 종종 사용하는 기술이지만, 자칫 잘못 쓰게 되면 안면이 비게 되는 등 위험 부담도 크다.

메이웨더는 엄청난 반사 신경과 수읽기로 근거리에서 상대의 펀치를 피하는 데 도가 튼 선수라 숄더 롤을 함께 사용하면 그 효과가 배가 된다. 타이밍 포착 능력도 워낙 뛰어나 반대쪽 주먹으로 짧고 정확하게 반격하는데도 능하다. 코너로 몰리게되면 숄더 롤을 통해 상대의 맹공을 무력화하고 이내 링 중앙으로 유유히 빠져나간다. 이도저도 안 될 상황에서는 적절한 타이밍으로 클린치를 해버려 상대는 기회다 싶은 순간에도 제대로 주먹 한 번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메이웨더는 이런 패턴을 경기 내내 흔들리지 않고 실천하는 선수다. "혹시 내 경기가 팬들에게 지루하게 비치지 않을까?"라는 걱정 따위는 그의 복싱 프로그램에 포함돼있지 않다. 오직 이기는 게 전부다. 어찌보면 그만큼 집중력과 정신력이 뛰어난 선수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메이웨더는 파퀴아오를 맞아 더 많은 집중력이 필요해 보인다. 파퀴아오는 그의 주특기인 오소독스 숄더 롤을 효과적으로 깰 수 있는 특급 사우스포(왼손잡이)이기 때문이다. 예비 동작 없이 짧고 간결하게 들어가는 파퀴아오의 레프트 스트레이트는 숄더 롤의 사각을 뚫고 안면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인지라 메이웨더로서도 방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파퀴아오의 레프트 스트레이트가 먹히게 된다면 연타 공격까지 이어질 수 있어 도화선을 미리 잘라내야만 이후 효과적 아웃복싱이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 수비력에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공격시 최고의 필살기인 라이트 카운터의 다양한 활용 방법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민 영웅 파퀴아오, 제2의 '킨샤샤 기적' 이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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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기의 대결'이라 불리는 메이웨더와 파키아오의 웰터급통합챔피언 타이틀전 포스터
ⓒ WBC·WBO·WBA

'팩맨(PACMAN)' 매니 파퀴아오(37, 필리핀)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더불어 가장 위대한 현역 복서로 꼽히고 있다. 아시아권에서 뛰어난 복서가 종종 배출되기는 했지만, 파퀴아오처럼 역대 10위권을 다툴 엄청난 괴물이 나온 적은 없다. 정통 복싱 강국 미국-멕시코의 전설들도 파퀴아오를 당해내지 못했다. 때문에 파퀴아오에 대한 필리핀인의 자부심은 엄청나다. 전 세계 모든 팬의 눈과 귀를 집중시킬 위대한 영웅이 자신들의 나라에서 배출됐기 때문이다.

세기의 라이벌 전임은 분명하지만, 많은 팬과 관계자들은 메이웨더에게 점수를 더 주고 있는 분위기다. 둘다 전성기가 살짝 지난 시점에서 신체 능력에 좀 더 의존하는 파퀴아오 쪽이 불리하다는 것. 실제로 최근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파퀴아오는 한창때보다 펀치의 날카로움이 줄어든 모습을 노출하며 우려를 안겨준 바 있다.

반면 메이웨더는 전략적 수비 움직임을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는 경향이 많아 노쇠화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간간이 패배를 허용한 파퀴아오에 비해 무패 전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메이웨더에게 점수를 더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상당수 팬 중에는 파퀴아오의 이번 행보를 '킨샤샤의 기적'에 비교하기도하는 모습이다.

무하마드 알리를 전설 중 전설로 만들어놓은 '킨샤샤의 기적'은 지금도 세계 복싱 사상 최고의 명경기 중 하나로 꼽힌다. 아프리카 자이르 수도 킨샤사에서 경기를 펼칠 당시 알리의 나이는 전성기가 지난 32세, 반면 그와 맞설 상대인 '해머 펀치' 조지 포먼은 상승세를 달리고 있던 24세의 젊은 강자였다.

당시의 승부에서 알리가 이길 것으로 점쳤던 이들은 많지 않았다. 구태여 나이와 전성기를 따지지 않더라도 40연승을 자랑하던 포먼은 역대 최고의 하드펀처로 꼽힐 만큼 엄청난 기량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리와 라이벌로 꼽혔던 조 프레이저의 업그레이드 판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당시의 승부는 노장 알리의 승리로 끝났다. 펀치력에서 아래였던 알리 입장에서는 자신의 주특기인 아웃파이팅을 적극적으로 구사해야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노장 알리는 체력이 더욱 빨리 떨어질 수 있었다. 포먼이 한 번 움직일 동안 자신은 두 번, 세 번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 경기에서 알리는 필살의 전략인 '로프 어 도프(ROPE A DOPE)'를 선보인다. 로프에 기대 상대방의 펀치를 피하고 설사 맞더라도 최대한 몸을 뒤로 기대며 충격을 최소화 하는 것, 상대인 포먼의 체력을 소진하게 만들고 자신의 체력을 비축하는 전법이었다.

결국 알리는 답답해진 포먼의 집중력이 떨어진 틈을 탄 필살의 공격을 성공시키고 자신의 복싱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장면을 연출한다. 전성기 때라도 이기기 힘든 상대를 노장의 몸으로 때려 눕힌 것이다. 이 대결을 통해 알리는 자신의 위대함에 방점을 찍었다.

물론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나이 차는 알리와 포먼처럼 많이 나지 않는다. 엇비슷한 나이대에서 같이 전성기를 맞이했고 이제 노장이 되어 커리어를 정리하려 하고 있다. 파이팅 스타일도 알리(아웃복서)-포먼(인파이터)과 달리 파퀴아오가 인파이터고 메이웨더가 아웃복서다.

하지만 전력에서 살짝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빅 네임'이 무패의 강자와 충돌하는 구도는 당시와 상당 부분 비슷해 보인다. 사우스포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는 파퀴아오가 상대성에서 유리한 부분도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전체적인 전력에서는 메이웨더가 좀 더 앞서고 있다.

메이웨더는 당시 포먼에게 향했던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평소의 페이스만 잘 지키면 승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반면 파퀴아오로서는 이제껏 누구도 깨지 못한 메이웨더의 철벽 디펜스를 부술 비기가 필요하다. 당시의 알리가 그랬던 것처럼 메이웨더가 눈치채지 못할 깜짝 전략을 들고 나와 성공한다면 복싱 역사의 거대한 승리자가 될 수 있다.

한수앞 상황까지 감안하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메이웨더를 이기려면 같이 수 싸움을 해서는 곤란하다. 관건은 부지런함이다. 평생을 근면 성실하게 살아왔고 링에서도 마찬가지였던 파퀴아오로서는 부지런함에 더욱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부지런히 펀치를 내고 또 내며 메이웨더가 수 싸움할 틈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공격적으로 나간다 해도 공간을 허용해 거리 싸움이 잦아지게 되면 라운드별 채점제에서 홈그라운드의 메이웨더에게 당할 수 있다. 판정까지 갈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근거리에서 몰아 붙이는 모습에 대한 잦은 각인이 필요하다. 설사 많이 맞추지 못한다해도 공격적이었다는 것을 판정단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나운서가 오스카 델라 호야에게 물었다. "당신이 상대해본 복서중 파퀴아오가 가장 빠릅니까?" 이에 호야는 "빠르기는 하지만 가장 빠른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빠르기만 따진다면 모슬리가 더 빠르다"고 대답했다. 아나운서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호야가 말을 이었다.

"파퀴아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경기 내내 쉬지 않고 덤벼드는 부지런함과 저돌성이다." 

호야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파퀴아오는 가장 빠르지 않을지는 몰라도 부지런함 만큼은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정상급 스피드로 경기 내내 쉬지 않고 벌새처럼 상대를 공략하며 한술 더 떠 타이밍과 펀치 궤적이 변칙적인 부분도 많아 질려버린 상대는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집중력을 잃고 연타를 얻어맞기 일쑤다.

호야와 함께 자리하고 있던 쉐인 모슬리 역시 "파퀴아오의 타이밍은 종잡을 수 없는지라 충분히 대비를 했는데도 난데없이 펀치가 날아들어 굉장히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파퀴아오 입장에서는 일단 부지런히 많이 움직여야 메이웨더와 대적이 가능해 승부의 관건은 체력이 될 전망이다.
- 문피아 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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