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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커친놈!' 우리는 커리의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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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선수 스테판 커리. ⓒ 게티이미지

 

NBA(미 프로농구) 역사에서 3점 슈터는 보조자의 성격이 강했다. 가장 먼 거리에서 공격을 성공시키는 3점슛은 분명 훌륭한 공격 옵션이지만 먼 거리만큼 성공 확률은 골밑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3점을 주특기로 하는 이른바 슈터들은 팀내 에이스를 보좌해주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에이스로 불리던 선수들은 돌파나 골밑에서 강점이 뚜렷한 가운데 3점슛은 또 다른 옵션으로 장착한 케이스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NBA 역사에서 3점 슈터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구태여 쟁쟁한 빅네임 슈터들을 언급하지 않아도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만 예로 들어도 2번의 3연패 기간 중 존 팩슨, 스티브 커같은 소금 같은 3점 슈터가 있었고 동시대 강팀중 하나인 유타 재즈에도 존 스탁턴, 칼 말론 콤비를 받쳐주는 제프 호너섹의 존재가 컷다.

뛰어난 3점 슈터들은 팀내 에이스의 호위무사 같은 역할을 주로 맡았다. 외곽에서 한방을 터트려주면 수비를 분산시켜주는 역할 및 에이스의 활동범위를 넓혀주는 효과가 있었다. ‘밀러타임’으로 유명한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레지 밀러 정도만이 커리어 내내 팀 내 간판급으로 위용을 떨쳤을 뿐 빌 셔먼, 페야 스토야코비치, 마이클 레드, 린제이 헌터, 존 스탁스, 레이 알렌, 앨런 휴스턴, 글렌 라이스 등은 빼어난 슈터이자 팀내 영향력이 큰 선수들이었지만 주인공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같은 개념이 바뀌어가고 있다. 단순히 팀에서 중요한 한축을 맡는 것을 넘어 간판스타 겸 에이스로 입지를 굳힌 것을 비롯 NBA 역사에 이름을 올릴지도 모르는 초대형 3점 슈터가 탄생했다. 3점 위주의 슈터임에도 불구하고 NBA 레전드계의 성역중 한명인 조던과 벌써부터 조심스레 비교되어가고 있을 정도다. 리그 최강팀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에이스 스테판 커리(28·190.5cm)가 그 주인공이다.

획기적 트랜드! 신개념 강팀의 신개념 1번

현재 NBA에는 뛰어난 슈터들이 즐비하다. 받아먹는 슛의 스페셜 리스트 카일 코버, 빠른 슈팅 타이밍이 인상적인 제이제이 레딕, 꾸준함과 폭발력을 겸비한 웨슬리 매튜, 빈공간의 저격수 마이크 밀러, 골든 스테이트 ‘스플래쉬 브라더스’의 한축으로 폭격기같은 3점으로 악명높은 클레이 탐슨 등 그 어느 시대보다도 쟁쟁한 슈터들이 이름을 날리고 있다.

커리는 이러한 ‘슈터의 시대’에서 단연 지존으로 군림중이다. 단순히 가장 존재감이 큰 슈터를 넘어 이러한 현상을 만들어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슈터도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밀러가 증명했다면 커리는 ‘슈터도 리그 판도와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여지껏 존재했던 어떤 스타일보다도 스케일이 큰 괴물슈터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커리가 이끄는 워리어스는 NBA 역사에서 획기적인 트랜드의 강팀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90%가 넘는 승률을 기록하며 1995-96시즌 시카고 불스의 단일 시즌 최다승(72승)을 넘어설 기세를 보이고 있는데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3점슛 위주의 스몰볼을 통해 엄청난 위업을 쌓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패스로 게임을 지배하는 정통 1번도, 골밑을 지배하는 괴물 빅맨도 없지만 3점슛을 중심에 둔 다양한 패턴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색깔의 타팀을 박살내고 있다.

워리어스의 에이스 커리는 신개념 1번이다. NBA는 긴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형태의 1번을 배출했다. 존 스탁턴, 크리스 폴, 제이스 키드는 뛰어난 패싱감각을 바탕으로 교과서적인 패턴을 통해 안정적으로 게임을 진두지휘했으며 아이재이아 토마스, 스테판 마버리, 데릭 로즈, 러셀 웨스트브룩 등은 뛰어난 운동능력을 앞세운 공격력으로 돌격대장 역할을 해냈다. 오스카 로버트슨, 매직 존슨, 엔퍼니 하더웨이 등은 포워드의 신체조건까지 갖춘 대형 1번으로 이름을 날렸다.

언뜻보면 커리는 한 시대를 풍미한 1번들에 비교해 별다르게 나은 것이 없어 보인다. 운동능력은 물론 패싱 센스나 테크닉에서 유별날 것은 없다. 나쁘지는 않지만 역대는 커녕 현시대 경쟁자들 조차 크게 압도할 수준은 아니다. 때문에 처음 그가 NBA에 데뷔할 때만 해도 이정도 명성을 떨친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고 보는게 맞다.

슈터 계보 NO! 슈터 역사를 새로 쓴다!

앞서 언급한데로 커리의 3점슛은 현시대를 넘어 역대 최고로 불릴 만큼 무시무시함 그 자체다. 단순히 정확한 것을 넘어서 슛 동작이 아주 빠르고 거리도 매우 멀다.

수비수가 약간의 빈틈만 보여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던져버린다. 이같은 담대함은 오픈찬스는 물론 수비수가 타이트하게 막아서는 상황에서도 가리지 않고 발휘된다. 전력으로 드리블을 치면서도 수비수가 조금이라도 떨어졌다싶으면 지체없이 3점을 던진다. 3점 라인에서 한참 뒤로 떨어진 원거리라도해도 상관하지 않는다.

이렇듯 빠르고 멀리서 다양한 타이밍과 거리 불문으로 난사하듯 던지다보면 보통은 성공률이 떨어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커리는 그런 식으로 마구 던져댐에도 성공률마저 높은지라 상대팀 입장에서는 경악할 수 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멀리까지 나와서 커리를 견제해야 되는 이유다.

워리어스는 이러한 커리의 능력을 이용해 수비가 그에게 몰리면 다른 선수들이 대신 득점을 올리기도 하고 아예 이중 삼중으로 스크린을 짜서 대놓고 슈팅찬스를 몰아주기도 한다. 영리한 커리는 상대가 자신의 3점슛에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으면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 미들슛을 쏘거나 감각적으로 올려놓는 레이업슛 혹은 절묘한 패스로 수비진을 붕괴시켜버린다.

커리를 중심으로 탄탄하게 조직력을 맞춰나간 워리어스는 현재 각 포지션별로 알짜같은 선수들이 즐비하다. 커리에 가려져 있을 뿐 리그 최고의 슈터중 한명으로 손색이 없는 탐슨과 공수에서 탄탄한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는 드레이먼드 그린을 필두로 해리슨 반즈, 앤드류 보것, 안드레 이궈달라, 숀 리빙스턴, 페스터스 에질리, 레안드로 발보사, 브랜든 러쉬, 마리스 스페이츠 등이 톱니바퀴처럼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3점슛에 대한 트랜드는 물론 3점 관련 기록까지도 하나둘 깨트려가고 있는 커리에 대해 팬들은 더 이상 ‘3점슈터 계보’같은 케케묵은 표현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계보를 논하기에 커리가 너무 비상식적으로 잘하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골밑이 강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농구계의 진리를 3점 라인 밖에서 깨부수고 있는 현재의 커리는 계보를 잇는 것이 아닌 3점슈터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국내 팬들 역시 만화에서나 볼법한 놀라운 캐릭터 커리에 대해 ‘커친놈(커리+미친놈)’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연일 놀라움을 토해내고 있는 모습이다. 한동안 식었던 NBA에 대한 관심이 워리어스와 커리를 통해 상당수 되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다. 어쩌면 우리는 현재 ‘커리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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