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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UFC 정찬성 진화, 넘어지지 않는 좀비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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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복귀전]한층 발전된 테이크다운 방어력 선보인 정찬성. ⓒ 게티이미지
UFC 파이트 나이트 104’의 주인공은 단연 정찬성(30)이다.

정찬성은 5일(한국시각)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04’에서 3년 6개월 만의 복귀전이라는 어려움 속에도 ‘랭킹 9위’ 데니스 버뮤데즈(31·미국)를 1라운드 2분 49초 만에 넉아웃으로 물리쳤다.

한국의 UFC 팬들은 물론 UFC 화이트 대표를 비롯한 현지 관계자들도 정찬성에게 매료될 정도로 이날 대회의 주인공이 됐다.

최초의 트위스터(Twister) 승리, 7초 KO승 등 매 경기 뜨거운 결과물을 남겼던 정찬성이 버뮤데즈전에서 보여준 인상적 코드는 ‘넘어지지 않는 좀비 모드’였다.

스탠딩에서의 터프한 돌격이 매섭긴 하지만 버뮤데즈는 어디까지나 레슬러다.

언제 어디서든 상대를 테이크다운으로 쓰러뜨린 뒤 상위에서 압박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 힘으로 투박한 타격까지 빛을 발하게 했다. 한마디로 레슬링으로 사는 파이터라 할 수 있다. 정찬성은 버뮤데즈에게 그런 의미를 가진 레슬링을 무력화시켰다.

버뮤데즈는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타격을 가하며 덤벼들었다. 정찬성과 타격전을 벌이려는 의도보다 거리를 좁혀 레슬링을 살리려는 의도가 깔려있었다. 정찬성의 타격은 체급에서도 알아주는 수준이라 버뮤데즈가 타격전을 고집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정타는 2~3차례 꽂았지만 정작 노렸던 테이크다운에는 실패했다. 2013년 매치이긴 하지만 버뮤데즈의 레슬링은 잠정챔피언 맥스 할로웨이(26·미국)마저 압박할 정도로 힘이 넘쳤다. 하위 포지션에서도 창의적 움직임이 가능한 정찬성이라도 버뮤데즈의 레슬링 세계에 빠져들면 고전을 피하기 어렵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찬성은 레슬링 공방전이 일어날 틈을 주지 않았다. 막는 수준을 넘어 버뮤데즈로 하여금 그립조차 어렵게 했다. 버뮤데즈가 레슬링 싸움만 하려하면 반 박자 빠르게 차단했다.

버뮤데즈는 호전적 성향의 파이터다. 필살기가 레슬링이다. 잘 통하지 않는다고 경기 도중 다른 길을 택하지는 않는다. 성공할 때까지 집요하게 시도한다. 이를 입증하듯 버뮤데즈는 끊임없이 테이크다운을 시도하고 또 시도했다. 그러나 무리한 원거리 태클조차 정찬성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버뮤데즈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레슬링에 강점이 있는 파이터가 테이크다운이 통하지 않으니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정타를 꽂아도 위축되지 않고, 레슬링까지 통하지 않자 버뮤데즈 움직임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빈틈이 노출된 과정에서 그 상황을 냉정하게 체크하던 정찬성에게 회심의 어퍼컷을 얻어 맞았다. 한두 번이라도 테이크다운에 성공했거나 클린치 싸움이라도 길게 끌었다면 버뮤데즈의 움직임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버뮤데즈의 레슬링을 어렵지 않게 막아낸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정찬성은 예전에 비해 테이크다운 디펜스가 훨씬 좋아졌다. 입대 전만 해도 타격가 조제 알도(30·브라질)에게 연거푸 테이크다운을 허용할 정도로 허술했지만 공백기에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정찬성은 아내와 함께 한 옥타곤 인터뷰에서 “그동안 레슬링과 스텝을 집중 연마했는데 그것이 테이크다운 방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부분은 스텝에 대한 언급이다. 정찬성은 “레슬링과 달리 스텝은 연습한 대로 잘 되지 않았다”며 머쓱해 했다.

버뮤데즈전에서 정찬성은 리치의 강점을 살린 거리 조절은 잘 되지 않았다. 테이크다운 디펜스처럼 스텝을 활용하는 움직임까지 몸에 밴다면 더 진화한 정찬성을 볼 수 있다는 희망도 남긴 기대 이상의 UFC 복귀전이었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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