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사람123 님의 서재입니다.

눈밑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사람123
작품등록일 :
2012.10.06 20:28
최근연재일 :
2013.09.16 22:05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2,819
추천수 :
351
글자수 :
162,453

작성
12.07.27 20:54
조회
400
추천
4
글자
7쪽

눈밑들 14화 [2장 정도] (9)

DUMMY

며칠 후, 인펙터는 굉장히 풀이 죽은 모습으로 아침 수업에 들어오게되었다. 사람들 대부분이 처음보는 인펙터의 그런 모습을 보고 무슨 상황인지 짐작이 갔다. 인펙터는 왕궁과 기사들에게 계속 요청을 해봤지만 모두들 거절당하거나 생각해보겠다는 애매모호한 대답만을 주었다.


호클은 속으로 인펙터를 응원했었기때문에 굉장히 서운했다. 인펙터가 실패한 사실이 원정대원들 사이에서 퍼지게 되자, 플리는 자신이 승리한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다녔다. 호클은 그런 플리가 얄미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일을 계기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인펙터가 우직하고 믿음직한 리더라면, 플리는 현실적이고 융통성 있는 리더로 평가가 떠돌았다. 호클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리더로 떠올랐다는 것은 기뻤으나, 자신과 가치관이 전혀 다른 것 같아 왠지 아쉬웠다.


며칠 후, 왕궁에서 공식적으로 하차에 대해 정확한 날짜와 산출방식에 대해 발표가 되었다. 하차하는 인원수는 80~100명으로 정말 마왕원정대원으로써의 소질이 부족해보이는 사람을 하차시켜주는 방식이라고 되어있었다.



"아 나는 이렇게 가겠네…. 씁쓸하다. 일주일밖에 안 남았네."


"그렇게 가도 마왕 잡을 때는 어떻게든 만나겠지."


"후…."



평소에 굉장히 부진하던 사람들은 극명하게 둘로 나뉘었다. 호클처럼 아예 포기하고 의욕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최소한의 기회라도 잡아보기위해서 지금부터라도 미친듯이 열심히하는 사람으로 나뉘게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뭘 하려하려고 했던 것도 잠시, 하차에 관한 공지가 나온지 이틀만에 80여명 가량의 하차 명단이 공지가 되었다. 호클은 당연히 이름에 올라가있었다. 마을로 다시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에 분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마왕원정대는 자신의 길이 아닌 것 같았다.


하차 명단의 발표로 시끄러운 가운데 유독 명단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이끄는 이름이 올라가있었다.



"플리 저건 저거 하차 인원이네. 뭐냐 저거."


"말은 잘해도 훈련은 진짜 무슨 병신같이 못 따라갔었지. 좀 속 시원하네."



하차 명단이 공개되고 난 후, 플리는 어디에 갔는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호클은 플리를 당장 찾아보고싶었지만, 평소에도 서로의 방이나 4층에서 만나는 일을 제외하고는 만나는 일이 없어 찾고싶다고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플리는 하루일과가 끝나고나서도 자신의 방에 들어오질않았다.


아쉬운대로 호클은 착잡한 마음이나 달래러 심심할 때마다 가는 예전 담당기사의 방에 들어갔다. 열쇠를 가지고있었기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온다는 청소부를 제외하고는 이 방에 들락거리는 사람은 호클 하나뿐이었다. 왕궁 안의 자신의 방, 405호보다 이 곳이 더욱 편안하고 자신만의 공간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이 곳을 들리는 것도 마지막인 것 같아 담당기사 몰래 책을 몇 개 훔쳐가기로 했다. 어차피 책들이 워낙에 산더미같이 쌓여있어 여기서 몇 권 빼간다고해봤자 모를 것 같았다. 지금까지 보지못한 책들 중에 제목이 마음에 드는 것들을 하나씩 뽑아가기 시작했다. 가방은 한정되있고, 이런 책들은 마을에서는 파는 곳도 없었기때문에 신중하게 골랐다.


어느새 밤은 깊어갔고 호클은 책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책을 뽑고있는 사이, 갑자기 어디선가 누군가가 대화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하인데다, 기사들의 개인방이다보니 구조가 은근히 열악해서 다른 방의 목소리가 가끔씩 들려오는 편이었다.


그런데 평소엔 신경도 안썼던 소음이었지만, 왠지모르게 왕궁 안에서의 그런 대화들이 어떤 대화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조용히 다가가니 벽이 굉장히 허술해보이는 곳인데다 호클이 그 부분의 책들을 다 빼놓아버려 소리가 그날따라 유난히 잘 들렸었다. 궁금증이 엄청나게 커진 호클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귀를 갖다대었다.



"… 그런데 그렇게 했다가는 사람들의 의심만 커질텐데요. 그게 맞는 것 같긴했지만 이렇게 하는게 맞는건진…. 이번 건은 너무 스케일이 커서 섣불리 하기엔 조심스럽네요."


"아닙니다. 이걸 한 번 보세요. 구체적인 걸 적어왔습니다."



대화는 굉장히 나지막한 소리로 천천히 진행되었다. 호클은 그 중 한 명의 목소리가 굉장히 낯익었다. 누군지 생각은 나지않았지만, 확실히 아는 사람의 목소리였었다. 벽 너머로는 잠시간의 정적이 흐르다가 다시 대화가 시작되었다.



"읽어보니 괜찮은 것 같은데요. 원래 하려던 것에도 잘 끼워맞춰질 것 같고….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일단은 생각해보시고 결정해도 늦진 않을 것 같습니다. 먼저 이번 게 우선이니까요. 다른 분들은 어떱니까?"



다시 정적이 흘렀다. 호클은 낯익은 그 목소리가 누군지 기억을 해내고싶었지만 머리가 따라주질 않았다.



"잘 알겠습니다. 일단 보류긴 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보겠고. 추후에 이번 건이 끝나고 난 후에. 정식으로 회의를 해보기로 하죠. 그럼 다음 주는 어떻게 할겁니까?"


"예언2님께서 잘 해주셔야죠."


"저기요, 이런 급하게 모인 자리에서라도 원래 탑에서 부르던 식으로 하셔야죠. 아니 더 조심하셔야지. 이 사람 정말….



그제서야 호클은 그 낯익은 목소리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게되었다. 바로 예언2였다. 예언2의 강연을 너무나 감명깊게 들었었기때문에 잊을 수 없었던 목소리였었다. 대화에 참여하고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 예언2라는 것을 알게되자 호클은 다리가 떨리면서 소름이 끼쳐왔다. 지금까지의 대화를 곱씹어보니 보통 대화가 아닌 것 같았다.


호클의 숨을 거칠게 쉬며, 벽에 조금 더 귀를 갖다대었다. 들으면 안 될 것같은 대화였지만 그렇다고 안 들을 수는 없는 내용이었다.



"다음 주는 이미 어떻게 할 지 다 해놨습니다. 요즘들어 다른 걸 할 시간이 없었는데, 일단 다음 주 탑에서는 관련해서 하나 하기로 하고…. 이만 뜰까요?"


"뭐 그럽시다. 저도 말씀드릴 건 다 드린 것 같습니다. 저는 일부러 다음 주 발표 때 이거 관련해서 참고 좀 하시라고…. 우리의 이번 큰 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최대한 뽑아내서요."


"알겠습니다. 충분히 알겠고, 이만 뜹시다. 저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조심들이나 하세요. 원래 그래왔던대로 잘 해오면 되겠지만, 이번 건 건이 건인만큼 더 각별히 조심들 하시고. 우리들의 궁극적인 목표를 잊지맙시다."



그렇게 대화는 끝이 나고 사람들이 나가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다. 대화를 다 듣고나자 호클은 식은 땀을 흘리며 자신의 소리가 들리지않도록 조용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머리회전이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었던 호클도 대화의 분위기만으로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대강 짐작이 갔다. 갑자기 모든 것이 허무해지기 시작했다.



"씨… 씨발 이게 뭐야."


작가의말

이제 드디어 본편이 시작됩니다.
이쯤해서 이 소설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 소설은 판타지 특유의 모험이나 세계관보다는 판타지의 장르적 특성에 많이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제목의 의미나 이 소설의 궁극적인 주제는 최종장에 가시면 알 수 있습니다. (7장이 최종장입니다.)
그리고 봐주시는 분들, 그리고 앞으로 보실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눈밑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눈밑들 21화 [3장 휴가] (6) 12.08.08 509 6 7쪽
20 눈밑들 20화 [3장 휴가] (5) 12.08.06 276 7 7쪽
19 눈밑들 19화 [3장 휴가] (4) +3 12.08.05 385 6 8쪽
18 눈밑들 18화 [3장 휴가] (3) +1 12.08.03 257 5 7쪽
17 눈밑들 17화 [3장 휴가] (2) +1 12.08.02 310 6 7쪽
16 눈밑들 16화 [3장 휴가] (1) +2 12.07.31 333 5 7쪽
15 눈밑들 15화 [2장 정도] (10) +2 12.07.30 480 6 7쪽
» 눈밑들 14화 [2장 정도] (9) +4 12.07.27 401 4 7쪽
13 눈밑들 13화 [2장 정도] (8) +1 12.07.25 285 5 8쪽
12 눈밑들 12화 [2장 정도] (7) +3 12.07.24 1,107 4 7쪽
11 눈밑들 11화 [2장 정도] (6) +2 12.07.23 455 6 7쪽
10 눈밑들 10화 [2장 정도] (5) +1 12.07.20 1,587 7 7쪽
9 눈밑들 9화 [2장 정도] (4) +4 12.07.19 2,320 12 7쪽
8 눈밑들 8화 [2장 정도] (3) +2 12.07.18 449 5 7쪽
7 눈밑들 7화 [2장 정도] (2) +1 12.07.17 554 9 7쪽
6 눈밑들 6화 [2장 정도] (1) +2 12.07.16 563 8 7쪽
5 눈밑들 5화 [1장 예언] (5) +2 12.07.14 613 11 7쪽
4 눈밑들 4화 [1장 예언] (4) +2 12.07.13 1,403 13 7쪽
3 눈밑들 3화 [1장 예언] (3) +5 12.07.12 488 10 7쪽
2 눈밑들 2화 [1장 예언] (2) +2 12.07.10 697 13 7쪽
1 눈밑들 1화 [1장 예언] (1) +1 12.07.10 2,222 16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