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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까막선생
작품등록일 :
2018.08.16 20:50
최근연재일 :
2018.09.26 2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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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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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98
글자수 :
190,439

작성
18.09.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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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
글자
10쪽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21

DUMMY

수업대신 놀이라는 말에 아이들은 두 말 않고 환호했다.

플로닌은 아론을 간접적으로라도 혼을 내주고 싶었다.

제 아무리 강하다고 하나 겸손하지 못하고 어른에 대한 공경과 스승에 대한 존경이 없는 학생은 아카데미에 필요가 없다.

메마른 가슴을 가진 자는 인간이길 포기한 것이다.

또한 기사도 정신에 위배된다.

인성을 가르치는 것도 아카데미의 의무가 아니던가.

“적당한 것이 뭐가 있을까? 아론 군. 어제 3차 시험 때 일어난 일은 잘 알고 있다. 혹! 나와 내기를 해보지 않겠느냐?”

아이들이 수근 대는 소리로 교실은 시끄러워졌다.

정작 당사자인 아론은 무뚝뚝한 얼굴로 플로닌을 바라봤다.

“도박은 하지 않습니다.”

“도박이 아니라 재미로 하는 내기야. 알드바란 교관에게 했던 것처럼 너에게 열 번의 공격 기회를 주겠다. 만약 내가 공격을 허용한다면, 아니지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인다면 너의 승리로 간주하겠다.”

아론은 작게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플로닌 앞에 선 아론이 물었다.

“내기에 이기면 뭘 해 줄 겁니까?”

사실 기대도 안 했는데 이렇게 빨리 플로닌과 대결할 줄은 몰랐던 아론이었다.

오히려 잘 된 것이다.

플로닌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카데미 졸업의 상징이지. 가피도 검에 필적하는 품질의 검을 내 사비를 털어 제작해 주마.”

가피도 검.

아카데미의 졸업과 동시에 주어지는 검으로 왕국의 평화와 정의실현에 힘쓰는 기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한 검이다.

보통 집안의 가보로 보관하지만 실전에 사용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우수한 품질의 검으로 알려져 있다.

왕실에 공급하는 무기제작 대장장이들이 손수 만든 것이니 어찌 귀하지 않으랴.

가피도 검과 필적할 검은 그렇다 치고 수석 교관의 선물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좋습니다. 대신 검을 들지 않겠습니다.”

“뭐? 그럼 맨손으로 상대하겠다는 것이냐?”

“수석님께서 무슨 생각으로 제게 이런 내기를 제안했는지 짐작은 갑니다. 그래서 응하는 것이니 제 뜻도 헤아려 주십시오.”

검을 들게 되면 또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 모르기에.

“검을 들어라. 난 라오니 왕국의 홀로라, 플로닌 테이론. 아카데미 수석교관이자 기사인 내가 우스워 보이느냐?”

플로닌은 아론에게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에 이런 내기를 걸었다.

아론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열 살 나이에선 아론을 따라올 자가 전 대륙을 통틀어도 없을 것이다.

플로닌은 최근 2등급 기사를 바라볼 만큼 스스로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아론의 수준은 4등급을 꽉 채우거나 혹은 3등급에 걸쳐있다.

냉정하게 판단해서 내기를 제안했다.

방어만큼은 자신 있었다.

겨우 십합에 자신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리라 장담했다.

아카데미의 기사 대표로서 교관들의 자존심을 세우고 더 이상 아론에게 끌려가지 않으리라.

‘정의? 기사도? 웃기도 않는 군.’

아론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플로닌의 태도에 냉소를 머금었다.

스스로 굴욕을 맛보고 싶다면 실컷 먹여줘야지.

“검을 들겠습니다. 대신 교관님과 둘만 있는 곳에서 승부를 보고 싶습니다.”

“좋다!”

호드 교장에게 한 소리 들을 일이지만, 미룰 수 없는 일이라 여긴 플로닌은 즉시 교육동에 위치한 실내 수련실로 아론을 안내했다.


--

아론과 플로닌 수석 교관이 수련실로 나간 후, 남은 아홉 명의 아이들이 교실 창문에 찰거머리처럼 다다닥 붙으며 창 너머 멀어지는 두 사람을 지켜봤다.

알드바란 교관을 목검으로 날려버린 어제 사건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본 아이들은 플로닌 수석 교관이 아론을 혼내기 위해 따로 부른 것이라 여겼다.

어제 일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론이 디모드 5등급 알드바란 메타 교관을 뛰어넘는 실력을 가진 것도 충격인데 시험도중 교관을 목검으로 날려 벽에 처박아 버렸다는 것은 백년 아카데미 역사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 저런 괴물이 어디서 튀어나온 것일까.

벌써 전교에 그 소문이 퍼지고 있었고,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아론은 아카데미의 화제의 인물로 자리 잡았다.

간혹 고위급 귀족 자제들이 지위를 이용해 문제를 종종 일으켰지만, 어제 일은 수준이 달랐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다.

그렇다고 신분이 높아 뒤를 봐줄 인물도 없지 않은가.

교관을 며칠씩이나 신관의 치료를 받게 했다는 점에서 중죄를 지은 것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시험 대련 도중에 일어난 일이라는 이유로 징계를 감면해 며칠간의 근신명령이 내려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호만. 아론 쟤 재밌지 않니?”

“······.”

“대답 안 해?”

호만은 2차전에서 체력 달리기로 아론에게 진 것에 대해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간발의 차이가 아닌 완벽하게 졌기에 할 말은 없었지만, 그 동안 해온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 자신에게 화가 났다.

더구나 검술에서도 실력차이를 확인하고서는 호만은 오늘 내내 시무룩한 얼굴로 세린의 옆에 풀이 죽어 있었다.

“아! 아가씨 말씀대로 재밌습니다.”

애써 웃으며 목소리를 높이는 호만.

“나랑 잠깐 나가자.”

“어디 말씀이십니까?”

“숙녀가 볼일이 있다는데 그걸 왜 물어?”

“아!”

볼일을 보러 가는 줄 알고 호만은 셀린을 따라갔다.

원래 호위기사가 붙지만 수업이 시작되면 그들은 따로 대기실에 있다가 수업이 파하면 각자의 위치로 돌아온다.

셀린은 볼일을 보기보다는 건물 수련실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셀린 아가씨. 그쪽이 아니라....”

“잠자코 따라와.”

과연 셀린은 아론과 플로닌 수석과의 내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모양이다.

개인연무를 하는 실내 수련실 앞에 두 경비가 지키고 있었다.

“호만. 가서 저 경비들 처리해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수석 교관님을 상대로 사고 치시면 백작님도 곤란해 하실 겁니다.”

“빨리 하지 못해? 궁금한 건 못 참는단 말야.”

이럴 때보면 참 어린애 같았지만, 호만은 셀린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이 나섰다.

호만은 이런 일을 많이 해봤는지 능숙하게 경비에게 다가가더니 뭐라 다급하게 말을 붙였다.

몇 마디 말이 주고 가더니 경비가 화들짝 놀라했다.

호만은 경비의 옷자락을 끌어당기며 건물 계단을 향해 뛰어갔다.

경비가 사라지자 셀린은 잽싸게 수련실로 들어갔다.


--


플로닌이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의 진지한 눈빛은 기사의 명예를 걸고 실전과도 같이 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만약 아론 군이 진다면 진심으로 알드바란 교관 앞에서 무릎 꿇고 어제 일을 사과하라.”

“그러죠.”

“현장에 있었던 교장님과 반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사과하라.”

“요구사항이 많지만 받아들이겠습니다.”

아론은 목검을 쓸어 만지며 대답했다.

“검을 쓰는 자는 누구보다 겸손해야 한다. 마음가짐에 따라 살초······.”

“사설이 깁니다. 갑니다!”

아론이 목검을 가지런히 하고 자세를 취했다.

“그 무례함을 반드시 내가 고쳐주마.”

“절 고치려하지 말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먼저 깨닫는 것이 우선입니다.”

아론이 발을 박차고 첫 공격을 가했다.

알드바란에게 했던 것처럼 내력을 실은 목검이 부드럽게 호를 그리며 플로닌의 가슴을 향했다. 변초도 허초도 아닌 정직한 공격에 플로닌은 손쉽게 막아내는 듯싶었다.


뻐억!

플로닌이 신음을 삼키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아론의 검에서 흘러나온 내력이 자신의 목검을 통해 전신으로 뻗어나가 압박을 주었다.

알드바란 교관이 삼장이나 되는 거리를 왜 날아가 꼬라박혔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급격히 부풀어 오른 근육이 충격을 흡수하고, 마나가 아론의 내기를 밀어냈다.

이것이 전부라면 승리는 자신의 것.

플로닌의 입 꼬리가 미미하게 올라갔다.

“제법이군.”

“다음 갑니다.”

아론의 검술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다.

한 발을 내딛는 동시에 목검을 뻗는 것이 전부였다.

플로닌은 벌린 두 발을 확실히 바닥에 고정시키고 같은 경로를 따라 날아오는 아론의 검을 이번엔 후려쳤다. 맞대었다가는 아론의 기운이 자신에게 파고드니 이번엔 후려쳐 튕겨 내버리려는 의도였다.

헌데 플로닌의 검에 부딪쳐 튕겨나가야 할 아론의 검이 소매를 잡아끄는 것처럼 같은 방향으로 흐르더니 휘돌며 딱 붙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화접목(移花接木)의 수법.

다시금 밀려오는 아론의 내력은 처음과 달리 두 배에 가까운 힘이었다.

“큭!”

플로닌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려버렸다.

내력이 보이지 않으니 어느 정도 선에서 막아야 할지 미리 대비하지 못한다.

그 충격이 가히 바위 하나가 굴러와 덮치는 것 같으니 제 아무리 플로닌이라고 해도 다음 공격이 두렵지 않을 수 없었다.

“발이 조금 움직인 것 같은데요?”

아론이 플로닌의 다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혀!”

사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밀려나긴 했다. 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은 이상 승부는 계속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갑니다.”

한 걸음 물러난 아론이 다시 오른발을 축으로 내딛으며 목검을 뻗었다.

앞전과 똑같은 상황.

플로닌은 마나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번엔 전보다 더 강한 내력이 쏟아질 것 같았다.

근육이 긴장되고, 무게중심을 앞으로 두고 힘껏 아론의 검을 쳐냈다.

빡!

이번엔 목검다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헌데 아론의 검이 너무도 쉽게 튕겨나 가버렸다.

이번엔 허초.

평범한 열 살 아이가 휘두르는 그 정도의 볼품없는 공격에 플로닌은 너무도 과한 대응을 해 버린 것이다.

“어? 어?”

그 때문에 앞으로 중심을 둔 플로닌이 저도 모르게 자세가 흐트러져 넘어지려 했다.

플로닌이 발을 때며 한 발을 내딛고서야 겨우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이번엔 발이 분명히 움직인 것 같습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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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일 하루는 쉴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그 동안 주신 의견에 따라 앞으로 연재될 글을 조금 손 보려 합니다.) 물론, 연재가 될 수도 있어 장담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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