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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까막선생
작품등록일 :
2018.08.16 20:50
최근연재일 :
2018.09.26 20:0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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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2,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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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98
글자수 :
190,439

작성
18.08.29 20:05
조회
28,061
추천
606
글자
9쪽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14

DUMMY

아카데미의 자체 병력들과 교관, 직원들을 비롯해 전 학년 학생들이 해독단을 먹었다.

헌데 먹은 자들 가운데 육두문자를 뱉지 않은 자가 없었다.

맛을 표현하자면 시궁창 깊숙한 곳에서 퍼 올린 고인 물을 마시는 느낌이랄까.

구역질을 한 아이들은 단을 제대로 소화할 때까지 계속 먹어야 했다.

하지만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그 동안 쌓였던 적독이 말끔하게 사라진 것이다.

중원에서 효과가 입증된 해독제의 비법을 응용한 것이다.

아홉 종의 벌레와 일곱 종의 지렁이, 거머리 류의 환형동물, 그리고 몇몇 짐승들의 간과 쓸개 등을 갈아 만든 것이라 맛이 좋을 수가 없었다.

해독제의 성능을 의심하거나 비위가 약한 귀족자제들은 신관과 마법사의 치료를 받았다.

몇몇을 제외하고 신성력과 마법으로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결국 단을 먹어야 했지만.

재료 중에는 사람이 먹을 수 있을까 싶은 것도 있는데 그건 재료를 구한 아카데미의 몇몇 수뇌부만 알고 있을 뿐이다.


아카데미 측은 그날 사건의 전말을 세상에 밝혔다.

그것은 큰 파장이 되어 라오니 왕국 전역에 소식이 전해졌다.

귀족들의 반발이 예상되었지만, 놀랍게도 조기에 암살 세력을 진압함으로써 아카데미의 위상이 더 높아졌다.

자식들을 안전하게 지켜준 보답으로 각지의 귀족가문과 거상들로부터 물품과 금전적인 후원이 들어올 정도였다.

암살을 시도한 배경으로 알려진 슈게르츠 백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슈게르츠 백작은 헬렌 제국에서도 워낙 막강하고 영향력 있는 가문이었다.

알려지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기에 상부기관의 고위귀족들만 그 사실을 비밀리에 접수했다.


기말시험.

중간 시험과 마찬가지로 모든 학과 과목에 대해 교과서를 통째로 외우다시피 한 아론에게 모르는 문제는 없었다.

만점.

검술시험도 두 말하면 잔소리였다. 약간의 기교와 내력을 불어넣으면.

만점.

그리고 학기 마지막에 평가받는 마나평가에서도 마나홀의 존재를 증명함으로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당장 졸업해도 될 수준.

하지만 아론은 그것을 원치 않았고, 아카데미 측에서도 원치 않는 일이었다.

방학시즌이 찾아왔고, 아론은 다시 도서관을 찾았다.

--


필요한 지식은 대부분 습득했지만, 중원에 존재하지 않는 뭔가가 더 있을까하며 좀 더 다양한 분야로 시선을 넓힐 생각이었다.

마법과 같은 술법이 하나라도 더 존재하면 우화등선의 길이 더욱 가까워지리라.

중원에서도 언제나 새로운 무공이라면 그 종류를 가리지 않고 배웠고,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배움은 곧 무공의 증진을 의미하고, 또 다른 경지에 오르는 지름길과 같았다.

발카라스 대륙의 새로운 술법은 아론의 부족한 점을 매우기 충분했으니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방학인데 집에 안 가니?”

사서 헬루아가 아론을 반겼다.

호드 교장의 딸이라는 사실을 아는 자는 극소수.

그녀는 아버지 호드 교장으로부터 아론의 능력에 대해 듣게 되었고, 도서관에서 어떤 학문에 관심이 있는지 알려달라는 부탁도 받았다.

“아버지가 그러시더군요. 배움에도 다 때가 있는 법이라고. 틀리지 않은 말입니다.”

방학인데 얼굴도 비치지 않아 꽤나 섭섭해 할 던버를 생각하며 아론이 말했다.

“학문은 나이의 제한이 없이 백발노인이라도 배우는 거란다.”

“뒤처지는 건 원치 않습니다.”

“하여간 못 말린다니까.”

B급 마법서를 더 이상 읽지 않게 되면서 아론은 잡학에 관심을 돌렸다.

특히 주술이나 흑마법, 정령, 신성력 등 지금에는 사라져버렸거나 금지된, 혹은 독자적인 영역으로 자리 잡은 힘에 대한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고대 마도시대 전성기를 이루던 힘들이라 관련 자료가 희박한 것이 아쉽기만 한 아론이다.

‘이런 다양한 술법이 존재하건만 이제껏 우물 속에 갇혀 산 것 같구나. 이런 오의조차 깨닫지 못하니 어찌 신선이 될 생각을 했단 말인가.’

신성력은 신과 소통하는 신관이 되어야 하는데, 자신과는 전혀 동 떨어진 영역이라 관심 밖이었다. 반면 흑마법은 마공과 비슷해 굉장히 끌리고 친밀감이 느껴진다.

정령술 또한 정령이라는 것을 부릴 수만 있다면 기존 힘에 더해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흑마법과 정령술.

이 두 종류의 술법이 아론의 가슴 속에 깊이 박혔다.

‘다음 해엔 마탑에서 마법부터 제대로 깨우치자. 백마법이라는 것을 대성하면 흑마법도 보일 것이다.’

아론은 헬루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혹시 정령에 관한 책이 더 있습니까?”

독의 사용과 함께 흑마법 또한 비겁한 살상술이라 하여 발카라스 대륙에서는 금하고 있었다.

흑마법에 대한 자료는 거의 남지 않아 대신 정령술에 먼저 접근한 것이다.

헬루아는 두꺼운 도서목록을 꺼내 군말 없이 관련된 책들을 추려 종이에 적어주었다.

“이번엔 정령이니?”

“다른 차원의 생명체를 불러들인다고 알고 있습니다. 소환체. 소환의 원리를 알면 인간도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차원의 경계를 넘기 위해 많은 마법사들이 연구를 해왔었어. 순간이동 마법이 대표적이야. 그렇지만 시간의 개념과 차원의 벽을 깨트릴 정도의 마법지식은 마법의 제왕이라 불리는 드래곤이면 모를까 인간들의 힘으로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영역이야.”

“드래곤이라는 생명체가 현 대륙에 존재합니까?”

“드래곤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 기록상으로는 천년 정도는 됐지 아마.”

“멸종입니까?”

“순전히 내 생각이긴 한데, 멸종은 아니야. 인간들 앞에 나타나지 않을 뿐이지. 지금도 수많은 탐험가와 모험가들이 그들이 머물던 레어를 찾고 있어.”

“레어라면?”

“드래곤의 보금자리. 그곳에 진귀한 보물들이 쌓여 있다고 믿고 있지. 하지만 지금껏 드래곤의 보금자리를 찾아낸 자는 단 한 명도 없단다.”

냉정하게 따지면 천 년간 누구의 눈에도 띠지 않았다면 멸종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 대륙의 사람들은 ‘드래곤은 어딘가에 존재한다.’라고 믿고 있었다.

정령에 관련된 책을 모조리 뽑아다가 책상에 쌓아둔 아론은 그날 늦은 밤까지 책을 읽었다.

대부분 중복되는 내용들이고, 엇갈린 주장도 많아 오히려 읽을수록 헷갈린다.


정령술을 배울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선천적으로 자연 친화력이 타고난 자들만이 아주 우연적으로 그들과 소통이 가능해 소환을 할 수 있을 뿐.

현재 보고된 바로는 정령술사라 불리는 이는 이 대륙에 셋 정도로 모두 헬렌 제국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래도 책으로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고대에는 정령왕까지 소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상급 정령만 소환해도 수개의 기사단이 포함된 군단 병력을 휩쓴다고 한다. 과장일지도 모르나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 했을 터. 이 술법을 익힌다면 또 다른 경지를 바라볼 수 있다. 신선에 더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보이지 않는 실체.

차원 너머의 존재.

대자연의 순수한 기운과 공감하고 친밀감을 이루는 자.

사실 정령술사라는 존재는 길러질 수도, 배울 수도 없는 존재이니 만큼 자신들의 국가에서 떡하니 나타나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발카라스 대륙의 수많은 국가들이 정령술사를 탄생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연구하고 고심해왔지만 지금은 모두 내려놓은 상태.

아론의 생각은 달랐다.

‘노마십가. 유지경선. 우공이산. 산류천석. 십벌지목. 중석몰시. 학여역수. 노력하고 태만하지 아니하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그 뜻을 이루리라.’

방학은 아론에게 또 다른 과제를 해결하는 시간이었다.

--

원래 존재했던 물건처럼 언제나 한 자리에서 책만 읽던 아론이 어느 날부턴가 도서관을 찾지 않았다.

헬루아가 궁금하여 수소문해보니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기숙사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아론이 자신의 방문을 닫아걸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식당에 내려온 그의 모습을 본 이들은 깊은 고뇌에 빠지고, 끊임없이 뭔가를 생각하는 학자 같다고 했다.

아론의 얼굴이 얼마나 진지했으면 함부로 말을 걸 엄두도 내지 못할 지경이라고 하니 헬루아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 수련을 하고 있어. 마법이거나 정령이거나.’

꼭 수련이라는 것이 땀을 흘리고, 근육을 단련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헬루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마법사들이 오랜 명상을 통해 ‘메모라이즈’, ‘심플파이’라 일컫는 마법을 즉시 사용할 수 있게 준비하고, 단순화시키는 능력을 얻기 위함도 끊임없는 생각과 깨달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아니면 인간의 한계라 일컫는 스콰이어 1등급 기사가 무지의 영역을 깨트리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야 오를 수 있는 로얄 나이트의 영역이 그것이라 할 수 있다.

‘저 아이는 뭘 위해 저렇게 자신을 혹독하게 다룰까?’

또래 학생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끈기와 열정, 욕심과 투지가 가득한 아이였다.

그렇게 방학은 흘러갔다.

--

어느덧 개학을 하여 2학기 첫 수업이 시작되는 날이 밝아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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