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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까막선생
작품등록일 :
2018.08.16 20:50
최근연재일 :
2018.09.26 20:0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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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2,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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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98
글자수 :
190,439

작성
18.08.1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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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4

DUMMY

불에 달군 인두로 낙인을 새기기 전에 노예를 사려는 자들이 있다.

낙인이 찍힌 노예보다 오히려 인기가 더 많았다.

원하는 노예를 먼저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범위도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주인에 따라 그 용도와 목적은 제각기다.

암살자로 육성할 수도 있으며, 되팔려 할 수도 있다.

정말 운이 좋은 경우 주인을 잘 만나 양자로 들어갈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쉬운 노동을 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결혼을 하지 못한 용병이나 소작농들의 배우자가 될 수도 있고, 쓸 만한 용병으로 육성되기도 한다.

그만큼 노예의 수요가 많았다.


사실 노예의 몸값은 결코 저렴하지는 않다.

이런 전쟁통이 아니라면 더더욱 구하기 힘든 것이 노예다.

보통 노예는 범죄자나 대역죄를 저지른 자들의 일가친인척들, 대륙에 정착하지 못한 소수민족이나 야만인들 등과 같이 그리 질이 좋지 않은 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패전국의 난민들이 그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드레안의 왕국민은 순수혈통을 지켜온 전통 있는 인종이라 할 수 있었다. 노예로서는 희귀성마저 있다.

이런 아드레안 왕국민이 노예시장으로 나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고, 귀한 매물에 수요도 뒤따르니 부르는 것이 값이다.

노예상 입장에서는 불법이긴 하지만 굳이 낙인을 찍는 것보다 암암리에 거래를 하여 이문을 더 챙기는 것을 선호했다.

어쨌건 전쟁에서 패한 자들의 삶은 처참할 수밖에 없었다.


노예상이 그렇게 말하고 얼마 후, 일련의 무리들이 복도 끝에 마련된 방에서 대기했다.

차와 다과가 준비된 그곳에 대기하는 자들은 모두 용모가 말끔한 편이었다.

권력이든 돈이든 뭐든 가진 자들이었다.

불법 매매인 만큼 구매자의 신분은 철저히 감춰진다.


“첫 손님. 나오시면 됩니다.”


노예상이 아이들의 신체와 얼굴이 한 눈에 보이게 줄을 세우고는 판매가 시작됨을 알렸다.

대기 중인 구매자 중에서도 순서가 있는지 한 명씩 방에서 나와 밀실에 갇힌 아이들을 구경했다.


“아드레안 왕국 출신의 아이들입니다. 아시다시피 아드레안 민족의 혈통은 대륙에 정평이 나있지 않습니까? 외모는 가히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구하기 힘든 물건들입니다.”


노예상은 굽실거리며 손님에게 아이들을 보여줬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사내는 여자 아이들이 있는 밀실 쪽을 주로 훑어보고 있었다.


“건강상태는?”

“최상급입니다. 병에 걸리거나 기형인 아이는 없습니다. 이력도 깨끗합니다.”


복면인은 가격조차 묻지 않고 여자 아이들만 열 하나를 골랐다. 그리고 남자 아이들의 방으로 가서 또 다섯을 골랐다.

복면인이 고른 열여섯 아이들의 특징이 모두 외모가 반반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얼만가?”


노예상은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16명이나 고를 줄 몰랐는지 재빠르게 머리를 굴려 계산에 들어갔다.

“여자 아이는 천 골드, 남자아이는 삼백 골드 해서 만 이천 오백골드면 되겠습니다.”

“괜찮군. 밖에 마차가 대기하고 있으니 바로 보내주게.”

“알겠습니다.”

노예 몸값치고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임에도 흔쾌히 받아들이며 그는 계산을 마치고 가장 먼저 건물을 나가버렸다.

저만한 재력이 있으니 첫 번째 손님으로 배정되었을 것이다.

지목된 16명의 아이들이 밀실에서 나갔다.

그렇게 아이들은 팔려나갔다.

대부분 서너 명 정도 지목하며 사들였는데 확실히 여자 아이를 원하는 자들이 많았다.

구매자의 차례가 지날수록 신분이 낮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러면 곤란한데.’

아론은 누구든 일단 선택받고 싶어 했다.

목덜미에 낙인이 찍히고 헐값에 팔려나가는 것보다 가진 자에게 선택받는 것이 그나마 낫다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아론이 가진 특유의 강한 눈빛과 흔치 않은 흑발은 손님들로 하여금 거부감을 주고 있었다.

여자아이들이 갇힌 밀실은 이미 텅 비었다.

남자아이들도 하나씩 줄더니 결국 아론을 포함해 둘 만 남게 되었다.

아드레안 왕국에서 잡혀온 아이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어느덧 마지막 손님이 밀실로 걸어왔다.

거구의 사내였는데 맨 마지막 순서라 선택의 폭이 좁아 상당히 불만스런 얼굴이었다.

사내는 남은 두 남자아이들을 살펴본다.

덩치도 큰데다 튀어나온 근육이 장난이 아니다.

왕년에 이름 좀 날렸을 법한 외모였다.

대머리에다가 험악한 얼굴엔 수많은 상처들이 새겨져 있어 인상은 좋지 않았지만.


‘사냥꾼이군.’


아론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의 손과 신체 각 부위에 발달한 근육의 정도로 보아 날이 무거운 도끼류의 무기와 활을 사용하는 것 같았고, 문신처럼 새겨진 수많은 상처들은 몬스터나 짐승 같은 이빨과 발톱이 있는 생명체를 사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50대 후반 쯤으로 나이는 많아 보였다.

대머리 남자는 한참을 창살 주위를 서성이며 두 아이를 번갈아 봤다.


“이봐!”

“네. 손님.”

“둘 다 비실비실해 보이잖아. 둘 중 누가 힘이 좋아?”

“아직 보살핌이 많이 필요한 어린 종자들입니다. 원하는 대로 성장시킬 수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요. 아니면 옆방에 10대 중후반의 아이들도 있고, 성인 노예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건 됐고. 둘 중에 튼실한 놈으로 골라줘 봐.”


손님이 어떤 요구를 하던 노련한 노예상은 받아들인다.

“튼실한 놈이라면... 둘이 한 번 싸움을 붙여볼까요? 아니면 고통을 주어 잘 참는 아이가 누군지 가려드릴 테니 직접 보시고 판단하셔도 됩니다.”

“그것도 괜찮지. 아냐! 됐어. 그냥 당신이 골라봐.”

“알겠습니다. 제가 한 번 골라보겠습니다.”

아론은 선택받기 위해 고개를 당당히 들고 부드러운 미소까지 지어보였다.

노예상은 아론과 눈이 마주쳤다.

아론의 어린 애 같지 않은 얼굴 표정과 눈빛은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왔다.

뭔가 섬뜩한 느낌.

노예상은 마음에 들지 않은 지 눈살을 찌푸리며 빠르게 시선을 피해버렸다.

‘제길.’

노예상은 아론 옆에 정자세로 서 있는 아이를 지목했다.

“저기 금발머리 아이는 어떻습니까? 체격이 다부진 것이 제대로 훈련만 한다면 장성할 것 같습니다.”

“그리하지.”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던 사냥꾼은 곧바로 수락해 버렸다.

노예상이 옆에 아이를 불렀다.

아론의 얼굴에 실망감이 적지 않게 피어났다.

어떻게 팔십에 가까운 아이들 중 자신만 쏙 빼고 다 선택받는단 말인가.

더 이상 구입할 손님도 남지 않았다.

‘좀 착하게 살아 볼랬더니.’

환하게 웃으며 옆에 있던 금발 아이가 걸음을 떼려는 순간, 아론은 아이의 뒷목을 한 번 짚었다.

“잘 가~!”

다섯 살 아이만큼이나 순수한 목소리.

빨리 가라며 등을 떠미는 행동 속에는 금발 아이의 혈을 짚는 음흉한 손길이 뒤따랐다.

선택받은 아이가 몇 발자국 걷는가 싶더니 바닥에 힘없이 픽 쓰러졌다.

“어... 어?”

노예상이 놀라 금발 아이에게 달려가지만, 기절한 이유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며칠간 얼마나 애지중지하며 건강관리를 했단 말인가.

“뭐야? 완전 약골이잖아! 이봐! 이래가지고 뭘 믿고 거래하겠어!”

늙은 사냥꾼이 잔뜩 화난 채 노예상을 밀어붙였다.

노예상은 급한 대로 아론의 손목을 붙잡았다.

상인에게 신용은 목숨과도 같다. 만약 추천해준 물건이 부실하다 못해 불량품이라는 소문이라도 나면 장사를 접어야 한다는 소리다.

노예시장 업체들도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시기다.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아론을 사냥꾼 눈앞에 대령했다.

“사실 이 아이가 진짜배기입니다요. 이 눈빛 보십시오.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사냥꾼은 아론의 턱을 받쳐 들더니 눈을 마주쳤다.

아론은 당당히 그의 눈을 바라보며 히쭉 웃어보였다.

190년간 숱한 전투와 수련을 통해 깊어진 눈동자를 감추기 위함이었지만 어색한 미소는 어쩔 수 없나 보다.

확실히 아론에게 느껴지는 기세는 또래 아이들이 풍기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늙은 사냥꾼은 아론의 몸 이곳저곳을 주물러보더니 마지못해 말했다.

“근골이 약한 편은 아니군. 이 녀석으로 하지.”

그렇게 사냥꾼에게 선택된 아론이었다.

---

노예상이 준비한 새 옷으로 갈아입은 아론은 사냥꾼의 손에 이끌려 밤거리를 걸었다.

사냥꾼의 손에는 아론에 대한 신상명세서가 들려있었다.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니온이라는 마을에서 태어나 부모를 잃은 아론은 일가친척도 없는 고아 상태였다.

데려가 키우는데 문제가 될 소지는 없었다.

소금기가 섞인 해풍이 아론의 검은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항구도시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고층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도시의 규모도 상당한데다 늦은 밤인데도 불이 켜진 상가들과 저택들이 꽤나 보일 정도였다.

전기나 기름을 이용한 호롱불 따위가 아니었다.

자체적으로 발광하는 야광주와 닮은 광석이 스스로 빛을 내며 조명 역할을 했다.

5년간 살아온 니온 마을이 워낙 촌이라서 이런 조명기구를 처음 본 아론은 호기심이 솟아오른다.


‘도대체 무슨 원리지? 흔치 않은 야광주를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당장에 가서 만져보고 싶었지만 어느새 거리가 벌어진 사냥꾼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서 따라오지 못해?”


키가 1미터도 못 미치는 다섯 살 아이가 걸어봐야 얼마나 빠르겠는가.

마음만 먹으면 이대로 도망갈 수도 있었다.

상대는 혼자였고, 늙은 사냥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쯤은 눈 감고도 가능했다.

더구나 구속도구조차 없는 자유로운 몸. 하지만 아론은 아직 때가 아니기에 굳이 벗어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반대로 아론은 사냥꾼의 눈에 들기 위해 뭔가를 보여주기로 했다.

무림에서는 주로 천마신공을 기본 틀로 두고, 개선하고 창안한 자신의 무공을 사용했었다.

제대로 된 경공술은 아직 펼치긴 힘들지만, 빠른 걸음 정도는 무리 없이 행할 수 있었다.


천마군황보.

한발자국씩 내딛을 때마다 땅거죽이 꺼지고, 그 소리가 천지에 진동했으니 앞을 가로막을 자가 없다. 천마의 독문보법으로 극성으로 펼치면 좌우사방으로 십 수 개의 환영이 생겨나니 적을 혼란시키는 천고의 보법이었다.

물론 이번 생에 익힐 경공술은 천마군황보보다 훨씬 위력적이고 효율적으로 개선한 비천멸용보라는 것이다.

한 걸음이 바람과 물과 같이 흐르나, 그 속에 담긴 위력은 하늘을 승천하는 용을 떨어트릴 만큼이나 장대하다.

무공구결들은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으니 언제든 꺼내 사용하면 된다. 물론 숙련이 되지 않은 몸이라 비슷하게 흉내만 내는 정도겠지만 효과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근육과 뼈에는 무리가 가겠지만.

아론이 내공을 일으키려는 순간.

덥썩.

사냥꾼이 아론의 엉덩이를 팔로 받쳐 번쩍 들어올렸다.

아론의 눈이 큼지막해진다.

설마 안아주는 건가?


“너 아저씨 말 잘 들어야 한다.”


사냥꾼은 아론이 편하게 어깨에 기댈 수 있게 자세를 교정하고서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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